멀리서 바람이
불어와서는
봄이 와
여름이 와
가을이 와
겨울이 와
하고 속삭였어
바람은 철이 오는 것뿐 아니라
여러 소식을 전해줘
바람이 속삭이는 말
잘 들어 봐
희선
어디에나 있는 너
──시
저기에도
거기에도
여기에도
없는 너
넌 어디에
네가 꽁꽁 숨은 걸까
내가 못 찾는 걸까
아니
너를 보고도
내가 못 알아봤겠지
넌 어디에나 있는데
눈이 아닌
마음으로 느껴야겠지
거센 바람에도
나무는 꽃을 피웠네
세상이 어떻든
나무는 제 할 일을 하겠지
나도
나무처럼 살고 싶구나
한가지라도 꾸준히 하면
조금이어도 보답이 있겠지 했어
어느 날
꾸준히 하는 것도
믿을 게 못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
거기에 발등 찍히는 날도 있더라구
이젠 뭘 믿어야 할까
보답을 바라지 않고
하나라도 꾸준히 하기,
이것밖에 없겠어
잘 가란 말도 못했는데
멀리 떠나버린 너
왜 그렇게 서두른 거야
더 많이
더 오래
마음을 나누고 싶었는데
내가 늦은 걸지도
늦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