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소가 끄는 수레 - 창비소설집
박범신 지음 / 창비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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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굴암산 궁벽진 환경이 홀로 사는 내게 가르쳐준 것이 작가라는 이름의 우상에 갇혀 산 나를 풀어노라 하는 것이지만, 풀어져 자유롭게 흘러갈 그리운 그곳이 어디냐 하는 점은 오리무중이었다...


어째서 나는 쓰고 있던 소설을 칼로 무 자르듯 중단하고, 당분간 절대 소설을 쓰지 않겠다는 작가로서의 임종사를 써던지고, 그리고 그 죽음 뒤에, 절을 떠올렸을까. 절이란 욕망이 들끓는 세상보다 오히려 더 시간으로의 침식과 사멸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각들의 장소.해답은 요령부득이다 ... 이십여년의 작가로 신문에 소설을 연재하던 그가 <절필선언>을 하고 굴암산 자락에서 텃밭을 일구며 자신을 되돌아 보며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 형식으로 내 놓은 삼년만의 작품집 '흰소가 끄는 수레' 는 작가가 가지고 있는 고뇌나 과거와 현재를 다시 되돌아보며 다시 글을 쓸 수 밖에 없음을 들어낸다. 

'연필을 들고 원고지와 마주해 앉으면, 천지창조의 마지막날 아침처럼, 휘황한 광휘의 어둠을 뚫는 섬광이 되어, 모든 감각의 촉수를 열고, 그 촉수들의 활홀한 운행으로 하나씩 열씩  차고 나는 어휘의 나비떼를, 고통이 있다면 동시다발적으로 떠오르는 그 수많은 나비 중에서 어떤 나비를 어떤 표충망에 담아백씩.. 지표면을 원고지 네모난 우물에 가두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의 창작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토록 휘황찬란한 나비떼들의 난무로 이어지던 창작력이 일순간 절필을 선언하게 까지 한것은 한국문학에 커다란 사건이기도 했지만 가족과 자신에게는 얼마나 큰일이었을까. 평범한 우리로 비유하자면 20여년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선택하여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는데 요즘처럼 명퇴가 난무하는 시대에는 어쩔 수 없이 밀려나 다른 일을 접하게도 되지만 작가란 타고난 재주이기도 한데 자신의 능력이 바닥이 났다고 펜을 들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며 주머니에 면도칼을 준비하고 다녔다면 그때의 상황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느껴진다.

자신안에서 어휘의 나비떼들이 난무하던 때는 지나고 나비떼가 사라진 다음의 허무함과 작가생활을 하며 멀리했던 <가족>을 새삼스럽게 다시 보게 되었을때 자신은 어떤 이였는지 묻는 자신은 누구였는지 묻는 질문이 가슴이 찡하기만 하다. 지금의 내가 겪고 있는 기분, 자식들이 크고 나면 여자들이 공황장애를 겪듯이 작가로 산 그에게 작품이외에 그무엇이 그를 대신해 줄 수 있을까. 옆에서 보는 아내마져 위기를 느끼고 절필을 하라고 할 정도였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런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고 다시 답을 얻은 것은 역시 <글쓰기> 였던 듯 싶다. 

'때때로 소설쓰기는 나를 행복하게도 했고, 또 많은 시시때때, 소설쓰기는 천형이었다.' 
앞만 보며 달려온 지난 시절, 정신만큼 육체는 따라가지 못하고 뒤쳐져 휘청거리며 흔들렸을까, 옆에서 보는 사람들이 위기를 느낄 정도였다면 정말 위기일발이었으리라. 하지만 작가로의 다짐도 가족의 가장으로도 그의 휴식은 더 나은 충전의 시간을 준것 같다. 가수들이 은퇴를 선언한 후에 노래가 더 하고 싶었다는 말을 하면서 다시는 은퇴라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처럼 휴식의 시간은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는 발판이었을 듯 하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고뇌가 담겨 있어서 그를 직접적으로 만나는 느낌이 든다. 솔직한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글들이 절실히 느껴져 가슴이 절절하다. 

누구나 힘든 시간은 있다. 무엇을 하며 살던 갑자기 내가 달려온 길이 내가 맞게 가고 있는가 하고 터닝포인트 같은 점을 찍는 순간, 과거가 불현듯 다시 밀려오며 발목을 잡고 내 자신을 평가해 현재의 삶이 진정한 삶일까 라는 물음을 던질때 그 길만이 내 길이라는 확신을 주는, 더 깊은 믿음을 준다면 다행이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인다면 나머지 삶은 흔들리며 살게 될 것이다. 그의 삼년여 휴식기가 가져다 준 작품들과 신간 <고산자>를 구매해 놓았다. 작가의 깊은 속을 들여다 본 것 같아서 다른 작품을 만나기가 더 수월할 듯 하다. 잘 나갈것만 같았던, 잘 나가는 줄만 알았던 그에게 이렇게 힘든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작품의 빼곡한 나비떼 같은 언어들의 난무가 말해주고 있다. 좀더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 보아서 좋았던 작품이며 그가 딸에게 쓴 편지의 끝말인 '야 류블류 쩨뱌!(나는 너를 사랑한다) 처럼 그의 영혼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깊은 암흑, 골방을 나와 밝은 햇빛으로 걸어 나온 그의 다른 작품들을 얼른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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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안 1 - 큐 이야기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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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초능력을 지닌 큐의 남다른 사랑이야기...


츠지 히토나리는 <냉정과 열정사이> 를 영화로 만나고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 <사랑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과 함께 <냉정과 열정사이> 처럼 쓴 작품을 만났었다. 냉정과 열정사이 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냉정과 열정사이의 기법을 이용한, 냉정과 열정이 이탈리아 였다면 사랑후에 오는 것들은 우리나라가 된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좌안,우안>은 마리와 큐의 이야기라고 하여 에쿠니 가오리와 다시 합쳐 작품을 낸 것인데 내겐 우안1권만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남자지만 그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감성이 대한한듯 하여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라는 책을 사 놓고 읽어보려 했는데 아직 읽지를 못했다. 그러자 만난 우안, 초능력을 가져서일까 낯선듯 하면서도 그의 사랑의 감정을 쫓아가다 보면 괜찮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큐의 어린시절부터 작품은 이전작품들에 비해 분량이 조금 많다. 그래서일까 두권으로 된 작품.큐의 엄마와 아버지는 조금 특별나게 만났다. 전차가 오는 길로 간 강아지를 구해 달라고 소리치는 것을 듣고 야쿠자였던 큐의 아버지가 그녀의 목숨인양 개를 구하지만 자신이 발은 잃었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사랑은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큐때문에 결혼을 인정하기는 해도 큐의 엄마인 나나의 부모님은 야큐자인 사위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야큐자이기때문에 그는 숨어서살아 큐에겐 아버지가 없는 줄 알고 살게 된다. 그런 큐가 티비에서 나오는 숟가락을 휘게 하는 초능력자 프로를 보다가 초능력자는 휘지 못했는데 큐의 숟가락은 굽는 일이 생긴다. 초등3학년, 그의 인생은 질곡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의 앞집에 사는 마리는 그의 마음에 콕 박혀 사랑의 감정을 키우게 되고 마리의 오빠를 인생의 선생님처럼 따르던 큐, 하지만 어느날 마리의 오빠는 목을 매달아 자살을 하게 되고 제일 먼저 발견하고는 깊은 정신적 수렁에 빠지게 되는 큐, 마리 오빠의 자살 이후 마리와의 관계는 좁혀지지 않고 마리 또한 힘든 시간을 보내고 큐도 힘든 시간을 보낸다.그러다 아버지와 함께 우연하게 함께 살게 되고 숨어 지내야 하는 아버지때문에 곡마단에 들어갔다가 우연하게 그의 초능력이 세상에 밝혀지게 되고 그 일로 인하여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어 큐는 깊은 시름에 빠진다. 

마리를 사랑하지만 사랑이 받아 들여지지 않고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지 못하다가 우연하게 ’마리,사랑해..’의 말에 ’나도..’ 라는 대답을 듣고 육체 또한 합쳐보려 하지만 잘 안돼 큐는 할아버지의 죽음에도 참여하지 않고 자기만의 여행을 떠나 무언가를 찾으려 한다. 여행동안 그의 초능력은 더욱 커지고 마리에게 돌아가는 길은 더 멀어지게 된다. 그러다 한여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아이까지 낳고는 파리에서 우연하게 마리를 만나게 되는 큐는 다시 흔들리게 된다. 파리의 좌안에서 머물렀던 마리는 다시 일본으로 떠나려 공항으로 향하고 우안에서 사는 큐는 아이와 함께 병원에 간다는 아내에게서 불안을 느끼며 마리를 찾아 공항으로 향한다.

츠지 히토나리의 특이한 구성과 기법으로 그리는 사랑이야기, 냉정과 열정사이도 독특하다고 느꼈는데 이 우안과 좌안은 큐가 초능력자라 그런지 더욱 독특하다. 우리의 정서와는 약간 다른 문화적 차이로 조금은 낯설기도 하지만 그의 감성은 잘 들어나 있다.이 작품 또한 언젠가는 영화로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들의 남은 사랑이 어떻게 전개될지 무척 궁금하다. 큐의 이야기도 다 읽지 않았지만 마리 이야기 또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큐이야기에서는 딱 한번 그녀의 마음을 들어냈기에 그녀의 큐에 대한 마음이 어떨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게 히토나리의 방법이고 독자를 끌어들이는 마력인듯 하다. 일본과 또 다른 한 나라를 연결 시키는 그만의 사랑이야기, 우안 좌안 이후에는 또 어떤 나라를 물색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꼭 좌안의 마리 이야기를 읽어봐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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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김희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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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데 산티아고... 그 길은 치유이며 소통이며 만남이며 자아발견이다..


걷기, 나 또한 하루에 한시간 걷기에 투자를 한다고 하면서도 잘 안된다. 아파트 뒷산을 한시간여 걷다 보면 철마다 만나는 야생화와 자연 새소리 바람소리 갖가지 버섯들 숲냄새 나무들 그리고 싱그런 힘을 주는 초록의 세상이 좋아 늘 마음은 그곳으로 향하지만 막상 실천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마음이 울적한 날이면 울적한 대로 걷고 싶고 햇빛이 좋은 날은 좋은 대로 걷고 싶고 비가 오는 날이나 눈이 오는 날에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날것 같아 걷고 싶은 곳이 바로 그곳이지만 가까워서일까 날마다 행하지 못하는 계획중의 계획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나의 미미한 계획이 너무 미안하다. 날마다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며 책을 읽다가 아침 일찍 한시간 걷다 오려던 생각이 조금 늦었는데 몇 페이지를 남겨 놓고 얼른 한시간 걷다 들어왔다. 다른 날보다 오늘은 걷는 다는 것이 정말 힘들었는데 내내 책 내용이 생각나 이런 아무것도 아닌 산티아고의 카미노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 없는 뒷산 걷기도 힘든데 삼십여일 정도 산티아고의 카미노를 걷는다면 과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산티아고 가는 길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나로부터 달아나기 위한 일종의 도주였다..
17년의 기자생활을 한 작가가 갑자기 남동생의 사별패를 안고 떠난 산티아고 가는 길은 그녀가 짋어진 7kg의 짐보다 더 무거워 보였다. 갑자기 보낸 동생의 짐을 덜기 위한, 현실 도피처럼 떠난 그 길 여행을 과연 잘 해낼까 나 또한 걱정이 되었다. 이심전심일까 나 또한 얼마전에 아버지의 암선고를 전해듣고 옆에서 함께 했다. 아직은 건강하시지만 요즘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뒷산을 걸으면서도 이어지는 전화와 문자는 아버지에 관한 것뿐이다. 산에서 만큼은 산과 나만 존재하길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그 무게까지 함께 짊어지고 걷는 나 자신도 몸과 마음이 무겁기만 한데 끝도 없는 지평선과 오로지 걷는 자들만 함께 하는 그곳에서 그녀가 진 짐은 너무 버거워보였다. 자신을 벗어나기 위한 도주치고는 너무 힘든 것을 택한 것은 아닐까 걱정이되었다.

’ 이 길은 처음엔 혼자 시작해도 거의 항상 다른 사람들과 함께 끝나게 되는 길이에요. 행운을 빌어요.부엔 카미노!(Buen, Camino)’
혼자 걷기를 바라고 이곳에 온 사람들은 그녀의 말처럼 처음엔 혼자였지만 길은 <만남> 이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일제히 무언가 얻기 위해, 혹은 무언가 버리고 비우기 위해 이곳에 와서 끝고 없는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걷다 보면 동행이고 걷다 보면 세계가 하나처럼 한가지 목표를 향해 뭉치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함께 걷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대평원을 걷는 기분은 어떨까, 그 길에서 사계를 다 만날 수 있고 발에 물집이 잡혀도 내일 다시 20여 Km를 걸어야만 한다면 능히 잘 할 수 있을까. 모두가 처음엔 자신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다보니 무언지 모를 힘이 생기고 걷다 보니 <순례자> 가 되어가는것 같다.

’혼자이면서도 함께 이고, 함께이면서도 혼자인 길.’
걷다가 만난 사람들,갖가지 사연을 한아름씩 안고 그 길을 걷고 있다. 우울하게 걷는 사람도 있고 유쾌하게 걷는 사람도 있고 혼자인 사람도 있고 둘이 걷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하루의 걷기를 마치고 나면 그들은 같은 둥지를 찾아 모여드는 새들처럼 알베르게에서 다시 모여 하나가 된다. 하루의 땀에 절어 모양새가 좋지 않아도 얼마나 행복한 모습들인가 정말 부러우면서도 정겨운 모습들이다. 혼자이길 거부하는 남자 마틴도 영원한 우정의 수호천사 같은 조와 조지할아버지도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마농도 모두가 카미노에서는 <혼자이면서도 함께이다>. 

’카미노를 걷기 위해 가장 중요한 준비는 체력열린 마음이다.’
무거운 짐을 꾸려 간 한국의 아가씨들도 그녀보다 몇 배는 무거운 짐을 지고 와도 속옷은 달랑 하나밖에 챙기지 못했어도 카미노에서는 다 필요가 없다. 체력과 모든 사람들을, 모두를 품을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있다면 산티아고를 향해 끝까지 걸어 갈 수 있다. 처음부터 단단한 체력을 가지고 카미노에 온 사람들은 없다.무릎 수술을 받아 걷기가 불편한 마농도 그 길을 걷었고 조와 조지할아버지도 그외 많은 사람들이 온전하지 못한 체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걷다 보니 카미노에 단련이 되어 카미노가 되어간것 같다. 처음이 힘들지 시작하면 일은 반으로 줄어들 듯이 산티아고는 점점 가까이 그들곁으로 다가왔다. 하루의 걷기를 마치고 받은 <크레덴시알>이라는 이쁜 도장을 받는 순간은 얼마나 뿌듯할 것인가. 세상을 다 얻는 것처럼 열정으로 가득한 도장들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유혹할 만하다.

소통과 치유...
<크루스 데 페로> 에서 동생의 사진을 묻던 날, 가슴이 뭉클하다.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나도 눈물이 났다. 하늘을 향한 십자가 밑에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들고 가져왔거나 묻고 간 사연들은 곧 하늘로 향하여 소원을 이루어줄 것만 같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 같은 지점 ’크루스 데 페로’ 에다 내 짐을 묻는다고, 혹은 내려 놓은 다고 내 일상이 갑자기 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게라도 짐을 벗어 버리고 좀더 가벼운 ’나’ 로 돌아 올 수 있다면 카미노를 걷는 동안 스스로 다져진 자력으로 더 단단한 내가 될 수 있을것 같다. 꼭 그 길에서 그곳에서만 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하루도 아니고 삼십여일을 혹은 사십여일을 걷다 보면 그냥 걷는 사람에서 충분히 <순례자>가 될 것 같다. 길에서 만난 나 자신과 많은 사람들과 모든 상황들이 좀더 값진 남은 내 인생을 살아가는데 에너지로 충분히 빛을 발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길을 걷고 싶다. 

모두들 흔들리면서 자기 길을 걷고 있다..
흔들리니까 사람이다. 어느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처럼 흔들리지 않는다면 의미가 있을까. 사람도 꽃도 흔들리니까 더 의미가 있고 그 흔들림을 벗어나 무언가 희망이 보이는것 아닐까. 많은 사진이 곁들여진 여행 에세이이기 보다는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가 더 많고 사진은 가끔 궁금증이 증폭될 때 나와 보여주었기에 더 감칠맛이 나고 빨리 읽고 싶어지게 만들었던 책이다. 끝도 없이 펼쳐진 대평원을 걷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 라고 말했지만 나 자신이 그 속에 있다면 과연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진들은 결코 흔들림이 없는 듯 보인다. 막상 목표점에 도달하고 하고 나면 무덤덤하겠지만 그 길을 걸어왔다는 그 <과정>이 중요하듯 그녀가 삼십여일을 함께 한 산티아고 가는 길은 충분히 내게도 힘을 주었다. ’이름도 모르지만 길에서 당신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어요. 움직이는 화살표처럼 느껴져서... 내게 걸을 힘을 줘서 고마워요..’ 나 자신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나도 힘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정말 느낌이 좋은 말이다. 카미노를 모두 걷고 나서 그 과정중에 본 느낌을 전해준 누군가의 한마디에 더 힘이 나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느낌이 좋았지만 읽는 그 모든 시간들이 아깝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기분좋게 해 주었던 ’나의 산티아고..’ 는 무언가 부족하지만 그 길에만 가면 자력이 붙어 스스로 단단해질것만 같은 힘이 넘쳐 나는 대평원이나 중세의 건축물들과 간간이 만나는 바와 알베르게와 그리고 길을 걷는 사람들.인생에 단 한번은 시도해 보고 싶은 나만의 걷기 여행으로 목록 처음에 넣어 두어야 할 것만 같다. 그 길에서 꼭 무엇을 얻어야 한다는 것보다 그 길을 걸으며 자신이 이룩해 내는 하루하루가 대견해 보이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 자신을 찾기 위해 그 길을 걷는 순례자들이 지금도 그 길을 걷고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도 함께 걸을 기분은 오래도록 함께 할 것 같다. 여행 책자들은 작가의 경험을 살짝 훔칠 수 있으며 동경을 할 수 있다는 잇점에서 가끔 만나고 있는데 이렇게 걷기 여행의 묘미를 잘 표현한 책은 정말 더 좋다. 파란 하늘과 초록의 밀밭 그리고 누런 흙길과 노란 화살표가 나의 짐까지 내려 놓은듯 가볍게 한다.


☆ 도움이 될 책... ※ 느긋하게 걸어라/조이스 럽.   ※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하페 케르켈링 순례자/파울로 코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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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잠
한승원 지음 / 문이당 / 199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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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사랑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작가의 말중에서 작가는 오래 전부터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온 이야기 ’시인의 잠’ 은 어려서는 천재라는 소리를 듣던 이재식이 어느날 교통사고를 당하고는 열살정도의 지능으로 돌아가 반푼이처럼 되어 마누라 남정임에게 버려져 고향으로 돌아와 그의 큰고모 이영자와 작은 고모 이영순등과 함께 생활하며 겪는 이야기이다. 그가 보는 세상은 열살 그의 순박하던 시간들이라 때가 묻은 인간의 눈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달마다 이십만원씩 우체국과 농협통장으로 돈을 넣어주겠다던 아내가 그의 어머니인지 아내인지도 분간이 가지 않고 쌍둥이였던 영순과 영자 자매는 현대일이라는 한남자를 놓고 사랑싸움을 벌이다 현대일이 좋아하던 영순이 아닌 언니 영자와 결혼하게 되면서부터 엇갈린 운명처럼 비운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동생 영순은 밤골로 내려와 사슴목장을 여자인 혼자의 몸으로 이겨낸다. 애들을 모두 출가 시키고 현대일부부도 고향으로 내려와 살게 되는데 한때 사랑했던 영순이 현대일을 언니에게 빼았기고 미쳐서 돌아다니던 시절 이씨 집안에 한을 품고 있던 강해남이란 남자가 그녀를 범해 아들을 낳았지만 낳자마자 소식이 끊기고 만다. 현대일이라는 남자는 평교사로 퇴직을 하게 되는데 그의 제자중에 형사가 있다.고순철.. 한때 방황하던 그를 ’빠따’ 로 제압하여 바른 길로 이르게 하지만 그는 그 일 이후로 빠따를 버린게 되지만 고순철은 평생 은사님인 현대일의 빠따를 기억하며 그에게 말해준다. 현대일은 자기의 제자 고순철이 혹시 이영순의 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은 모두 한때 고향을 떠났다가 바닷가 고향으로 와서 다시 모여 살게 되지만 쌍둥이 자매 영자와 영순은 철천지 웬수처럼 서로 보지도 않고 지낸다. 처제이지만 한때의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현대일은 영순을 찾아 가지도 못하고 영자는 재식의 앞으로 있는 재산에 욕심을 부려 그를 먹이고 씻기도 입혀준다. 그러다 그의 땅에 손을 대게 되고 급기야 그 땅을 팔아 자식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 일로 인하여 재식의 아내인 남정임 자매와 법정 싸움을 하게 되고 재식은 부엉이 둥지가 있는 절벽에서 두번이나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누군가가 반푼이인 그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하여 그를 밀었다는 추측을 하면서 고순철은 사건을 맡게 된다. 모두의 얼킨 지난 시절은 하나 하나 풀려 나가지만 벼랑끝에서 두번이나 떨어진 재식은 끝내 바른 정신으로 돌아오질 않는다. 그러던중 현대일의 아내 이영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문에 휩싸였던 이재식을 절벽에서 민 사건의 실마리가 저절로 풀린다.

추리소설 형식을 띠고 있으면 작가가 말한 ’사랑’ 이라고는 말하기 조금 난해한 사랑이 그들 사이에 얼키면서 난잡한 인간의 욕심을 잘 들어내 주어 재미를 더해준다.작가가 말한 사랑이라면 그들은 어쩌면 지독한 사랑을 하고 있는것 같다. 아내가 죽음으로 인하여 평생을 간직한 사랑을 이루게 된 두사람 현대일과 이영순,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여운이 남아 있는 사랑이라 더 음미하게 되는 사랑이며 몸과 영혼은 비록 반푼이일지 모르지만 누구보다 깨끗한 영혼을 간직한 ’재식’ 그의 영혼은 한마리 새처럼 훨훨 날아간다. 사랑도 재물에 대한 욕심도 없이 살다 가겠다는 작가의 마음이 반영된 듯한 작품이었던 듯 싶은 작품 ’시인의 잠’ 한때 시인이었던 재식이 영원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작품은 마무리 짓지만 한승원의 또 다른 맛을 볼 수 있어 좋았던 작품이다. 그의 작품인 <다산1,2>와 <흑산도 하늘길> <시인의 잠> 에 이어 <초의>를 읽어보려 구매해 놓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대단한 작가임이 들어난다. 진작에 그를 만나지 못함이 이제서 독서하는 맛을 느끼게 해주어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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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달린다 - Running turtl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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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거북이 달린다 2009

 스틸이미지

 감독/ 이연우

출연/ 김윤석(조필성), 정경호(탈옥수 송기태),

견미리(조의 아내), 선우선(기태 애인)

 빠르지 않은 놈 위에 끈질긴 놈이 있는 영화..

 씨너스에서 받은 무룡예매권으로 보러가게 된 영화이다. 영화에 대한 리뷰나 상세정보를 보지 않고 갔는데 익히 잘 알고 있고 내가 사는 지역에서 가까운 예산에서 제작된 영화라 더 호감이 갔다. 거기에 무척 순수해 보이고 시골사람처럼 보이는 김윤석이란 배우가 나와서일까 더 정감이 갔다. 울집에서 가까운 곳 예산, 늘 보던 논과 밭도 영화에서 보니 색다르게 보인다. 거기에 얼마전에 끝난 드라마 ’내조의 여왕’에서 눈에 띄였던 배우 ’선우선’이 탈주범의 애인으로 나오는 영화라 더 촉각을 세우고 보게 되었다.

 별 볼일 없는 곳 예산, 그곳에서 시골형사인 필성, 그의 아내는 다섯살이나 더 많기도 하고 변변하지 못한 살림때문에 만화방을 하면서 푼돈을 모으기 위해 부업까지 하는 또순이다. 딸이 둘인 그는 큰딸의 반에서 학부모를 모시는 수업에서 멋지게 형사일을 보여주겠다고 장담하지만 그는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하여 형사직에서 짤리게 된다. 군에서 열리는 소싸움 대회에서 마누라의 쌈짓돈이나 마찬가지인 돈 삼백만원을 훔쳐 일등을 할 것 같은 소의 정보를 입수하고 그가 걸은 소가 일등을 하여 ’천팔백만원’ 이라는 거금으로 모처럼 마누라에게 큰소리를 치려는 순간에 탈주범 송기태에게 그 돈을 빼앗기게 되기도 하고 그와 난투극을 벌인것을 동료들에게 이야기하지만 모두가 믿지 못하고 그는 그 일로 인하여 형사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동네 친구들과 직접 송기태를 잡기 위해 나서는 형사 필성, 조금은 덜 떨어진듯 한 순박한 시골사람들과 형사들이 벌이는 웃지 못하게 웃긴 일과 함께 우여곡절 끝에 끈질긴 탈주범 송기채를 잡게 되는 이야기인데 잔잔하면서 가족애와 부부애까지 한번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이기도 했다. 김윤석 그의 전작 영화를 보지 않아서일까 다른 사람들은 ’추격자’와 비슷한 맛이 있다고 했지만 난 그의 선한듯 하면서도 한집안의 가장으로 우뚝 서러는 슬픈 이야기를 본 듯 하여 더 가슴이 아린 영화였다. 영화는 해피엔딩이라 웃음짓고 나올 수 있었지만 약간은 충청도의 밋밋함이 있는듯도 하고 음악의 더 짜릿한 맛이 가미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김윤석’이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된 영화인것 같아 흡족하다. 연극무대에서 다져진 그의 인터뷰를 어디선가 본 듯 한데 그래서일까 더 정감이 가면서도 서해안 시대를 열기 위한 영화로 그리 많이 주목을 받지 못하는 ’예산과 오천항’ 이 나와 영화의 뒷끝으로 여행지로도 붐이 일길 바라며 순박한 사람들의 코미디 같은 영화 ’거북이 달린다’ 잔잔한 웃음이 있어 좋았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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