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김희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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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데 산티아고... 그 길은 치유이며 소통이며 만남이며 자아발견이다..


걷기, 나 또한 하루에 한시간 걷기에 투자를 한다고 하면서도 잘 안된다. 아파트 뒷산을 한시간여 걷다 보면 철마다 만나는 야생화와 자연 새소리 바람소리 갖가지 버섯들 숲냄새 나무들 그리고 싱그런 힘을 주는 초록의 세상이 좋아 늘 마음은 그곳으로 향하지만 막상 실천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마음이 울적한 날이면 울적한 대로 걷고 싶고 햇빛이 좋은 날은 좋은 대로 걷고 싶고 비가 오는 날이나 눈이 오는 날에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날것 같아 걷고 싶은 곳이 바로 그곳이지만 가까워서일까 날마다 행하지 못하는 계획중의 계획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나의 미미한 계획이 너무 미안하다. 날마다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며 책을 읽다가 아침 일찍 한시간 걷다 오려던 생각이 조금 늦었는데 몇 페이지를 남겨 놓고 얼른 한시간 걷다 들어왔다. 다른 날보다 오늘은 걷는 다는 것이 정말 힘들었는데 내내 책 내용이 생각나 이런 아무것도 아닌 산티아고의 카미노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 없는 뒷산 걷기도 힘든데 삼십여일 정도 산티아고의 카미노를 걷는다면 과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산티아고 가는 길은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나로부터 달아나기 위한 일종의 도주였다..
17년의 기자생활을 한 작가가 갑자기 남동생의 사별패를 안고 떠난 산티아고 가는 길은 그녀가 짋어진 7kg의 짐보다 더 무거워 보였다. 갑자기 보낸 동생의 짐을 덜기 위한, 현실 도피처럼 떠난 그 길 여행을 과연 잘 해낼까 나 또한 걱정이 되었다. 이심전심일까 나 또한 얼마전에 아버지의 암선고를 전해듣고 옆에서 함께 했다. 아직은 건강하시지만 요즘 그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뒷산을 걸으면서도 이어지는 전화와 문자는 아버지에 관한 것뿐이다. 산에서 만큼은 산과 나만 존재하길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그 무게까지 함께 짊어지고 걷는 나 자신도 몸과 마음이 무겁기만 한데 끝도 없는 지평선과 오로지 걷는 자들만 함께 하는 그곳에서 그녀가 진 짐은 너무 버거워보였다. 자신을 벗어나기 위한 도주치고는 너무 힘든 것을 택한 것은 아닐까 걱정이되었다.

’ 이 길은 처음엔 혼자 시작해도 거의 항상 다른 사람들과 함께 끝나게 되는 길이에요. 행운을 빌어요.부엔 카미노!(Buen, Camino)’
혼자 걷기를 바라고 이곳에 온 사람들은 그녀의 말처럼 처음엔 혼자였지만 길은 <만남> 이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일제히 무언가 얻기 위해, 혹은 무언가 버리고 비우기 위해 이곳에 와서 끝고 없는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걷다 보면 동행이고 걷다 보면 세계가 하나처럼 한가지 목표를 향해 뭉치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함께 걷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대평원을 걷는 기분은 어떨까, 그 길에서 사계를 다 만날 수 있고 발에 물집이 잡혀도 내일 다시 20여 Km를 걸어야만 한다면 능히 잘 할 수 있을까. 모두가 처음엔 자신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다보니 무언지 모를 힘이 생기고 걷다 보니 <순례자> 가 되어가는것 같다.

’혼자이면서도 함께 이고, 함께이면서도 혼자인 길.’
걷다가 만난 사람들,갖가지 사연을 한아름씩 안고 그 길을 걷고 있다. 우울하게 걷는 사람도 있고 유쾌하게 걷는 사람도 있고 혼자인 사람도 있고 둘이 걷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하루의 걷기를 마치고 나면 그들은 같은 둥지를 찾아 모여드는 새들처럼 알베르게에서 다시 모여 하나가 된다. 하루의 땀에 절어 모양새가 좋지 않아도 얼마나 행복한 모습들인가 정말 부러우면서도 정겨운 모습들이다. 혼자이길 거부하는 남자 마틴도 영원한 우정의 수호천사 같은 조와 조지할아버지도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마농도 모두가 카미노에서는 <혼자이면서도 함께이다>. 

’카미노를 걷기 위해 가장 중요한 준비는 체력열린 마음이다.’
무거운 짐을 꾸려 간 한국의 아가씨들도 그녀보다 몇 배는 무거운 짐을 지고 와도 속옷은 달랑 하나밖에 챙기지 못했어도 카미노에서는 다 필요가 없다. 체력과 모든 사람들을, 모두를 품을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있다면 산티아고를 향해 끝까지 걸어 갈 수 있다. 처음부터 단단한 체력을 가지고 카미노에 온 사람들은 없다.무릎 수술을 받아 걷기가 불편한 마농도 그 길을 걷었고 조와 조지할아버지도 그외 많은 사람들이 온전하지 못한 체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걷다 보니 카미노에 단련이 되어 카미노가 되어간것 같다. 처음이 힘들지 시작하면 일은 반으로 줄어들 듯이 산티아고는 점점 가까이 그들곁으로 다가왔다. 하루의 걷기를 마치고 받은 <크레덴시알>이라는 이쁜 도장을 받는 순간은 얼마나 뿌듯할 것인가. 세상을 다 얻는 것처럼 열정으로 가득한 도장들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유혹할 만하다.

소통과 치유...
<크루스 데 페로> 에서 동생의 사진을 묻던 날, 가슴이 뭉클하다.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나도 눈물이 났다. 하늘을 향한 십자가 밑에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들고 가져왔거나 묻고 간 사연들은 곧 하늘로 향하여 소원을 이루어줄 것만 같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 같은 지점 ’크루스 데 페로’ 에다 내 짐을 묻는다고, 혹은 내려 놓은 다고 내 일상이 갑자기 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게라도 짐을 벗어 버리고 좀더 가벼운 ’나’ 로 돌아 올 수 있다면 카미노를 걷는 동안 스스로 다져진 자력으로 더 단단한 내가 될 수 있을것 같다. 꼭 그 길에서 그곳에서만 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하루도 아니고 삼십여일을 혹은 사십여일을 걷다 보면 그냥 걷는 사람에서 충분히 <순례자>가 될 것 같다. 길에서 만난 나 자신과 많은 사람들과 모든 상황들이 좀더 값진 남은 내 인생을 살아가는데 에너지로 충분히 빛을 발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길을 걷고 싶다. 

모두들 흔들리면서 자기 길을 걷고 있다..
흔들리니까 사람이다. 어느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처럼 흔들리지 않는다면 의미가 있을까. 사람도 꽃도 흔들리니까 더 의미가 있고 그 흔들림을 벗어나 무언가 희망이 보이는것 아닐까. 많은 사진이 곁들여진 여행 에세이이기 보다는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가 더 많고 사진은 가끔 궁금증이 증폭될 때 나와 보여주었기에 더 감칠맛이 나고 빨리 읽고 싶어지게 만들었던 책이다. 끝도 없이 펼쳐진 대평원을 걷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 라고 말했지만 나 자신이 그 속에 있다면 과연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진들은 결코 흔들림이 없는 듯 보인다. 막상 목표점에 도달하고 하고 나면 무덤덤하겠지만 그 길을 걸어왔다는 그 <과정>이 중요하듯 그녀가 삼십여일을 함께 한 산티아고 가는 길은 충분히 내게도 힘을 주었다. ’이름도 모르지만 길에서 당신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어요. 움직이는 화살표처럼 느껴져서... 내게 걸을 힘을 줘서 고마워요..’ 나 자신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나도 힘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정말 느낌이 좋은 말이다. 카미노를 모두 걷고 나서 그 과정중에 본 느낌을 전해준 누군가의 한마디에 더 힘이 나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느낌이 좋았지만 읽는 그 모든 시간들이 아깝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기분좋게 해 주었던 ’나의 산티아고..’ 는 무언가 부족하지만 그 길에만 가면 자력이 붙어 스스로 단단해질것만 같은 힘이 넘쳐 나는 대평원이나 중세의 건축물들과 간간이 만나는 바와 알베르게와 그리고 길을 걷는 사람들.인생에 단 한번은 시도해 보고 싶은 나만의 걷기 여행으로 목록 처음에 넣어 두어야 할 것만 같다. 그 길에서 꼭 무엇을 얻어야 한다는 것보다 그 길을 걸으며 자신이 이룩해 내는 하루하루가 대견해 보이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 자신을 찾기 위해 그 길을 걷는 순례자들이 지금도 그 길을 걷고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도 함께 걸을 기분은 오래도록 함께 할 것 같다. 여행 책자들은 작가의 경험을 살짝 훔칠 수 있으며 동경을 할 수 있다는 잇점에서 가끔 만나고 있는데 이렇게 걷기 여행의 묘미를 잘 표현한 책은 정말 더 좋다. 파란 하늘과 초록의 밀밭 그리고 누런 흙길과 노란 화살표가 나의 짐까지 내려 놓은듯 가볍게 한다.


☆ 도움이 될 책... ※ 느긋하게 걸어라/조이스 럽.   ※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하페 케르켈링 순례자/파울로 코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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