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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주 - 전9권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작가 김주영을 만난 것은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로 먼저 만났다.객주를 읽고 싶었지만 우리말의 벽과 부딪힐듯도 하고 읽고 싶은것은 뜸을 들이듯 나중으로 미루어 놓고 있다가 지난 여름에 더 미룰 수 없을것 같아 손에 잡았다.
보부상들의 이야기,그가 장터에서 자라서인지 장터를 함께 돌아다니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묘미,정말 서민적인 이야기라 더 가슴에 와 닿는 우리 서민역사 같은 이야기 객주.
전국을 돌아다니며 보부상들의 발품으로 넘나든 시간들을 작가는 함께 따라 다닌듯 감칠맛 나면서도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애환을 잘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이 누구라고 정하지 않은 소설로 난 천봉삼을 주인공으로,보부상의 주인공으로 삶고 그의 시선을 따라 책을 읽어 나갔다.
문득문득 나오는 우리말의 묘미도 재미있고 얼킨 실타래처럼 서로 으르렁 거리며 잡아 먹을듯 하면서도 '보부상'이라는 그 하나의 단어아래 일체 단결하는 그 대단한 힘,그 힘이 우리 역사를 살아 움직이게 하지 않았나싶다.
송파 쇠살쭈 조성준 밑에서 보부상의 바른 도리와 수완을 익힌 천봉삼은 연모하는 조소사와 가정을 이루어 살다 매월이의 간계로 조소사를 잃고 아들을 보아주는 월이를 다시 처로 맞아 들여 살며 왜상과 청상에 맞서 당당히 싸워 나간다. 한편 천봉삼을 연모하는 매월이에 의해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녀의 도움으로 구명되기도 한다.
천봉삼의 스승같은 조성준은 천봉삼의 누이와 혼인하여 한때 김학준의 살인죄로 누명을 쓰며 잃었던 송파에 다시 쇠전을 일으켜 성공하고 젓갈장수였던 길소개는 언제나 악인역으로 권력을 잡고자 간신배처럼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목숨을 부지 하지만 모든것을 탕진하고 마지막에 천봉삼에게 가서 죄를 뉘우치고 함께 그의 보살핌을 받는다.
한편 천봉삼을 연모하는 매월이는 숫막에서 만난 천봉삼을 잊지 못하여 그를 찾아 방방곡곡을 찾아 헤매이고 장사 수완이 남달르고 술수에 능해 나중에 그녀는 무녀로 변신을 한다. 임오군란때 민비의 눈에 들어 진령군의 자리에까지 오른 그녀는 천봉삼을 연모하여 그 주위 사람들에게 갖은 괴롭힘을 가하지만 나중엔 그를 구완해 준다.
인간과 인간관계가 얽혀 있으면서도 정감이 있고 연민이 있는, 악인으로 나온 길소개마져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한시대가 흐르고 나면 먼지처럼 잊혀져 기억조차 나지 않을 '서민'을 살아 숨쉬게 만든 객주. 인간과 인간 사이의 담을 허물어 발로 밟고 그 위에 보부상이라는 코드를 완벽하게 재현해 놓은 작가 김주영,여름 더위와 싸우며 읽었던 잊을 수 없는 보부상의 대서사시,기회가 된다면 이 객주도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