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에서 보낸 나무편지] 저자와 함께 한 천리포수목원
알서점에서 <천리포에서 보낸 나무편지> 라는 책 출간 기념이벤트로 '저자와의 만남' 이 있어 먼저 이번에 수능을 끝낸 딸에게 이런 이벤트가 있는데 당첨되면 혹시나 주말에 '천리포수목원'에 여행가자며 미리 말을 해 두었는데 옆지기도 딸도 안될줄 알았나보다. 하지만 난 뭔가 꼭 될것만 같은 느낌, 수능이라는 무거운 짐을 서해바닷바람에 날려 버리고 오자면 말을 했는데 정말 당첨이 되었다. 하지만 딸은 가기전에 말이 많다.투덜투덜, 가기전 현장체험학습신청서도 써야 하고 다녀와서는 보고서도 서너장 써서 내야한다며,거기에 녀석은 비염이 심해 그러지 않아도 심한 코감기로 고생을 하는데 바닷바람이 무척 강한 그곳을 잘 이겨낼지,아니 전날부터 비가 내린다고 하여 날씨걱정에 큰놈 걱정에 그렇게 맘이 편치 않았지만 옆지기에 가벼운 마음로 다녀오자고 미리 말을 했기에 난 그저 우리가족까리 여행한다 생각하고 떠났다. 큰놈이 기숙사에 있어 학교에 가서 픽업을 해야 했기에 새벽부터 서둘러야 해야만 했다. 이른 아침을 먹고 녀석을 위해 보온병에 따듯한 메밀차와 커피를 준비하고 간식으로 과자와 귤도 준비를 했다.그리곤 바로 출발...
다행히 비는 출발전에 그쳤다.아니 그 전에 그친 듯 했지만 날이 어떨지 몰라 우산도 준비를 넉넉하게 하고 큰놈을 위해 목도리며 장갑 마스크등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 녀석 엄마 때문에 코감기 심해졌잖아 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철저한 준비를 하고 떠나 학교에 가니 나오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다보니 나오는 녀석,'어때 기분이..엄마랑 여행하는 기분말야..' 코때문에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서 피곤하다는 녀석,많이 기대하지 않고 가기로 했다.출판사와의 약속은 만리포해수욕장의 주차장에 주차하고 '온양식당' 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래야 점심을 먹고 이동을 한단다.그러지 않아도 일찍 나오느라 아침을 일찍 먹었는데 가는 길에 비도 개이고 날도 좋고 모처럼 큰놈과 여행을 하니 모두가 기분이 업 되었다. 기분좋게 이야기를 나누며 차창밖 풍경도 즐기며 맑은 날을 감탄하며 가다보니 '만리포해수욕장' 하지만 너무 일찍 도착했다. 이곳은 옆지기의 회사 하기휴양소라 아이들 어릴 때는 해마다 여름에 왔던 곳인데 성장하고부터,아니 중딩때부터 오지 않은 듯 하다.그러니 말로만 듣던 천리포수목원에 몇 번 갈 기회를 만들었지만 무산되고는 했다. 그런데 이번에 정말 제대로 오게 된 것이다. 이곳은 우리가 오던 때하고는 많이 달려졌다. 벌써 몇년 만인가, 그동안 서해안 기름유출사고도 있었고 그 어마어마한 몸살을 앓았으면서도 오늘 만리포는 너무도 파랗고 깨끗하다. 설마 저 바다가 시커먼 기름에 오염된 그 바다..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푸르고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한시간여동안 기다리며 만리포해수욕장을 구경하며 그동안의 추억들을 되새겨 보았다. 아이들 어린시절이라 일부러 솔밭야영장 텐트에서 모기에게 헌혈을 하며 야영을 했던 기억, 그땐 정말 지금과 많이 달라서 할 이야기들이 많았다. 추억이란 어찌보면 낡은 시간속의 모래알 같은 것인데 다시 꺼내어보니 어제일처럼 새롭기만 하다. 만리포해수욕장을 돌아다니다보니 예전과는 다르게 이쁜 펜션과 카페들이 생겨났고 편의시설들이 많이 생겨났으며 많이 정돈되고 깨끗해졌다. 이쁜 펜션이 있어 이름도 기억해 두고 다음에 꼭 다른 계절에 와 보자며 큰놈과 함께 사진을 얼마나 많이 찍었던지.. 셋이서 증명샷을 찍기 위해 차의 트렁크위에 관절삼각대를 연결한 디카를 올려 놓고 인증샷도 찍어 보았다. 큰놈은 '엄마 아빠는 여행하면 이렇게 해... 재밋게 다니네..' 녀석 엄마가 늘 여행하며 인증샷을 찍는 것을 몰랐나보다. 막내는 봐서 아는데..여행하고 나면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 그러니 찍을 수 있을 때 많이 많이..그렇게 찍다 보면 사진에 대한 것도 사물에 대한 것도 많이 바뀌게 된다. 사진속에서 또 다른 나를 볼 수 있고 발견하게 되고.
점심으로 먹은 된장찌개,정말 맛있게 먹었다.
큰놈도 사진을 좋아하고 나도 사진찍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니 한시간이라는 시간이 금방 흘러가고 말았다. 거기에 이곳에 오기전에는 투덜거리던 녀석이 나오면서부터 얼굴이 활짝,그야말로 꽃처럼 피어났다. 나오길 =잘했다며 '보고서'라는 생각도 잊었나보다. 말리포 겨울바다를 보더니만 '이게 겨울바다야...얼마만이니..'하며 좋아하는 녀석을 보니 이제부터 다시 함께 여행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봤다. 수능이 끝아면 함께 제주 올레길을 걸어보자고 했는데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 첫번째 숙제처럼 이곳에 왔으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날도 도왔는지 비가 내린 후라 하늘이 얼마나 깨끗하고 말은지 정말 티 하나 없는 가을하늘처럼 푸르고 맑다. 하늘을 한참 보고 있으며 눈이 시려 눈물이 날것만 같은 푸르름이다. 바다 또한 하늘과 같이 완전한 코발트라 감탄사를 연발하게 했다.해수욕장을 구경하고 지정식당에 들어가니 몇 겨우 서너팀밖에 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밥은 나온다는... 그렇게 하여 먼저 밥을 먹게 되었는데 우리팀은 된장찌개,정말 맛있게 먹었다. 시골된장으로 끓인 우렁된장찌개는 다른 반찬들과 함께 맛있었다. 수목원을 돌아 다니려면 든든하게 먹어 두라고 했지만 큰놈은 워낙에 스트레스성 장염이라 배가 아프다고,걱정이 되었지만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닌가보다. 약을 챙겨 주겠다고 하니 싫단다. 그렇게 밥을 먹고 기다리다보니 삼십여분이 남았다. 출판사 관계자분께 먼저 작가의 사인을 받고 싶다고 하니 행사가 끝나고 수목원에서 한단다. 그렇게 말을 섞다보니 내가 이 책의 일등 리뷰자라는 것, 괜히 기분이 좋다. 그냥 참여하기 보다는 책을 읽고 싶어서 얼른 주문했는데 배송이 늦게 되었다. 워낙에 식물과 나무에 관심이 많아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공감했다. 나 또한 심고 가꾸는 것을 좋아하니 울집 베란다는 그야말로 초록이들도 꽉 찼다. 이런곳도 좋아하지만 가꾸는 것도 좋아하니 다음에 여유가 된다면 이런 공간을 작게나마 가지고 싶다는 생각.
이런 행사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인데 출판사관계자 분들도 그렇고 작가님도 그렇고 편안하다. 함께 하신분들도 대부분 가족이라 그런지 서로 부담없이 함께 했다. 물론 미리 책을 읽고가서 설명해주시는 부분들이 책을 읽었다면 모두 책속의 이야기라고 하겠지만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이야기와 함께 직접 나무와 꽃이야기를 들이니 더욱 머리에 쏙쏙,그리고 지금이 아닌 다른 계절에도 몇 번은 다시 와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처음 이곳을 가게 되었다고 하니 큰놈이 '엄마,지금 꽃도 피지 않는 계절인데 왜 하필 겨울에 수목원이야..' 했다. 그래서 얼른 검색을 해보니 며칠전에 천리포수목원에 '가을벚꽃'이 피었다는 것이다. 몇 분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만족할만한 꽃사진이 아니었다. 그리고 잎 뒤에 피는 꽃인 '루스쿠스 아쿨레아투스' 라는 이름도 어려운 꽃이 피었다고 검색에 떴기에 봤더니 정말 신기했다. 가을벚꽃만으로 딸에게 주여줄 것이 있겠다고 생각하며 가게 되었는데 막상 천리포수목원에 발을 들여 놓으니 볼것이 너무 많다. '엄마 오길 잘했다..' 하며 신나게 사진을 찍는 녀석, 나 또한 가만히 있을 수 없지. 하지만 설명을 들어가며 맘에 드는 사진을 찍기란 어렵다. 따라 다니기도 어려운데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은.. 그렇다면 자유시간에 더욱 맘에 드는 사진을 찍자며 책에서 읽은 것이라도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저자분은 그야말로 '나무와 꽃' 에 대한 열정이 나무가지만큼이나 대단했다. 단단하게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무처럼 그의 나무에 대한 열정은 많은 자양분을 얻어 설명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많이 아는 사람에게 듣는 이야기는 재밌다. 산사에 가도 '문화해설사' 분께 해설을 청해서 잘 듣는 편인데 수목원도 이렇게 나무에 대하여 잘아시는 분과 함께 하니 재밌다.
처음 맞아준 꽃과 가을억새
설명을 들을 때는 몇 장 사진을 찍지 못했다. 저자분의 사인까지 이어지고 나서부터는 그야말로 우리 모녀 고삐 풀린 망아지들처럼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이 400여장이 넘는다..이 사진들을 다 어찌하란 말인가..이곳 수목원의 설립자는 '민병갈' (Carl Ferris Miller, 1921~2002) 이란 분이시다. 1962년에 부지를 매입하여 황무지와 같은 땅에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른다고 한다. 목련이 400여종, 호랑가시나무가 370여종,무궁화250여종, 동백나무가 380여종,단풍나무가 200여 종이니 얼마나 많은 것인지.. 그러니 봄에는 그 목련이 다 피어난다면 정말 장관을 이룰 듯 하다. 철마다 아니 하루라도 꽃이 없는 날이 없는 수목원이란다. 우리가 간날도 꽃을 많이 기대하지 않았는데 가을벚꽃,국화류, 팔손이,동백,풍년화, 명자꽃,그외 많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철마다 각지 다른 꽃과 나무들이 정말 마법에 걸린것처럼 활짝 피어나니 한번 방문하고 나면 다시 오고 싶은 수목원이지 않을까.거기에 게스트하우스까지 운영하고 있으니 파도소리를 벗하여 가족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더 뜻깊은 수목원이 되지 않을까.
아이비가 감싼 나무..영화속 한장면 같다..
겨울에 피는 목련이 몽오리를 달고 있다..
게스트 하우스인 소사나무집과 해송집
구 직원사무실의 다른 풍경..
수목원 앞에 서해바다엔 '낭새섬' 이란 곳이 있다. 원래는 닭섬이었는데 민원장이 닭을 싫어해서
닭과 비슷한 낭새라고 이름했단다. 닭이 웅크리고 있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섬이라
하는데 이곳은 물이 빠진 후에는 '모세의 기적' 을 이루는 곳. 수목원에 올 때는 물이 조금 나간
상태였는데 수목원을 들러보고 나오는 길에 본 낭새섬은 육지가 되었다...바닷길이 열려
가보고 싶지만 바닷바람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날이 저물고 있다.
수목원 입구에서 보면 이런 쉼터가 있다. 우린 구경하고 나오는 길에 이곳에 잠깐 들렀는데
바닷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사진을 보니 어느 휴양지에서 찍은 듯한 느낌이...
가을벚꽃
가을벚꽃이 활짝이다. 윈터가든에 있는 벚나무 두그루에 꽃이 하얗게 피어났다. 흔히 봄에만 벚꽃이 피는 줄 알았는데 가을에도 가을벚꽃이 핀다는 사실,정말 이었다. 이 가을벚꽃을 본 것만으로 오늘 여행은 만족이다. 추운 날에 그것도 서해바닷바람이 매서운 12월에 벚꽃을 보았으니 무언가 정말 좋은 일이 있을것만 같다.
동백꽃
다양한 이름의 동백꽃이 피었다. 이름을 읽어보던 울딸 '엄마,이거 이름이 솜사탕이야.정말 이쁘다.나도 동백나무 갖고 싶다. 나중에 동백꽃 꼭 심어야지.' 울집에도 있는데 녀석 집에 있는 것의 아름다움은 모르는가보다. 울집에 있는 것은 핑크색으로 꽃이 질 때 보면 통꽃이다. 여기에 떨어진 것을 보니 꽃잎을 뿌려 놓은 듯 낙화 또한 이쁘다. 한참을 두여자 동백꽃나무 앞에서 서성이며 헤어나질 못했다.
명자꽃
작가분께서 사인을 마치고 내려가는 길에 명자꽃이 활짝 피었다고 꼭 보고 가시길 바란다고 했는데 내려오다보니 정말 명자나무에 명자꽃이 활짝 피었다. 울 아파트 화단에도 요즘 명자꽃이 더러 피었던데 이렇게 활짝 피다니 정말 봄이 따로 없다. 철을 잊은 것인지 아님 지금 피는 것인지...도통 알수가 없는 명자꽃이네.
완도호랑가시나무
풍년화와 팔손이 꽃
저자의 설명은 1시부터 2:30분까지였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게 가고 볼 것은 너무 많고...가져간 책에 사인까지 고맙게 받고 확인 인증샷까지 그리고는 우리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가셨는지 모르겠지만 우린 폐장시간까지 모두를 채워가며 구경을 했다. 큰딸은 가져간 디카의 베터리를 다 썼다며 아쉬워하여 가방에 또 다른 것이 있다고 하여 옆지기는 얼른 나가서 다른 베터리를 가져다주어 딸과 함께 얼마나 신나게 눌러댔는지.사진에 담다 보니 신기한 것들도 많고 새로운 것도 많고 담아야 할 것들이 정말 많다.
세번 잎의 색이 변하는 삼색참죽나무와...
물속의 낙우송과 연인들의 나무라는 닛사와 낙우송의 기근
숨쉬는 나무뿌리 '기근' 과 닛사
새 한마리가 날아와 나무뿌리에 앉아 물을 먹으니 한마리 두마리 계속 날아와 수다를 떨듯 앉아서
물을 마신다.
닛사와 낙우송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곳. 설립자의 모험성이 돋보이는 물 속에 있는 낙우송과
물가에 심은 낙우송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곳. 나무뿌리가 숨을 쉬기 위하여 위로 솟아 나온것이
정말 이채롭다.
천리포수목원의 폐장시간까지 구경을 하고 나오니 노을이 지고 있다.
만리포해수욕장으로 가서 저녁으로 바지락칼국수를 먹고 가기로 했다.
바닷가라 그런가 저녁바람은 더욱 거세져서 바람이 뼛속으로 스며드는 듯 춥다.
큰놈이 훌쩍훌쩍 코감기가 더욱 심해진 듯 하여 얼른 식당을 들어가 바지락칼국수를 시키고
먹었다. 맛은 좋은데 뭔가 2% 부족...
201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