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산행,알밤을 줍다






큰놈의 전화를 받고 울적함을 날려 버리기 위하여 뒷산에 가려고 산행 준비를 하는데 점심 시간,
큰놈이 다시 전화를 했다. '엄마,나 정말 진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셔요~~~' 누가 걱정한다고
했나 안한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녀석... '그래 알았어 걱정안해.더 좋은 일이 있으려고 그러니까
이번에 안된것 열심히 노력한 시간들 헛되지 않도록 남은 시간 열심히 하자.엄마도 몸과 마음 단련
하려고 뒷산에 가려고해.' '엄마 날도 추운데 혼자... 괜찮겠어..' 녀석 엄마가 무슨...
정말 어이가 없어서.누가 누굴 걱정하는지..'어제도 갔다 왔거든.걱정마세요.따님. 따님이나
감기 안걸리게 잘하세요~~'

여시가 오늘은 왠지 보채지도 않고 나가는데 배웅하듯 현관에서 쳐다보더니 제자리인 쇼파
전기방석이 깔린 곳으로 간다.지지배... 다른 날보다 한시간 일찍 나왔는데 역시나 점심시간이다.
아파트를 지나 산으로 향하는 길,소녀들의 웃음소리가 잘게 부서진다. 소녀들 오늘도 산에가나보다.
역시나 시끄럽다. 어제 본 팀들인데 지도 선생님도 없이... 하는 생각을 할 찰나에 선생님이 달려 오신다.
체육선생님이신지 젊은 선생님이 애들을 점심시간에 인솔하고 뒷산을 오른다. 잘하는 일인 듯.
애들 요즘 저질체력인데 그나마 지지배들은 마른애들도 많지만 비만도 많은데 건강한 신체단련 좋다.

소녀들이 먼저 올라가게 하고는 그 뒤를 따라 가는데 무척이나 시끄럽다. 온 산이 울리도록 떠드는
녀석들,녀석들을 피하느라 입구에서 잠시 돼지감자와 코스모스 사진을 찍으며 지체했다.
그리고 천천히 산을 오르는데 오늘도 역시나 조금 힘겹다. 요즘 며칠 허리쪽이 좋지 않아서인지...
그럴수록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하는데 늘 게으름에 귀차니즘이라니... 춥다는 핑계를 이젠 하지 않고
날마다 산행을 해야 할 듯 하다. 이 맛에 톡톡히 빠져 들어야 할텐데.

풀밭을 일구어 밭으로 거듭난 곳엔 여러 사람들이 씨앗을 뿌려 놓아 이것저것 초록싹이 움트고 있는데
'방빼~~~~'라는 푯말이 하얗게 하나씩 서 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라고 하겠지만 당연한 일인데도
괜히 주인 심뽀가 어떤지 구경하고 싶어졌다. 풀이 없어져서인지 새들이 지저귀던 곳인데 새소리가
없어졌고 풀벌레들도 어디로 갔는지 없어졌다. 득이 있으면 어디나 실이 있다.
천천히 산을 오르는데 나뭇잎냄새가 더 진해졌다. 산에 오면 이 냄새가 참 좋다. 흙냄새도 좋고...

사람이 없으니 혼자서 유유자적하며 산을 오른다. 오르다 힘들면 쉬고 쉬다가 다시 오르고 그렇게
오르다보니 중간,그리고 쉼터를 지나 정상인데 다시 시끄럽다. 소녀들이 정상을 벗어나 하산길로 갔다가
다시 정상으로 올라오나보다. 샘과 함께해서 더 시끄러운지 정상의 의자는 모두 소녀들 차지,
아니 정상이 모두 소녀들 차지가 되어 버려서 그냥 하산길로 향했다.오늘은 음악을 켜지 않고
자연의 소리와 바람을 느끼며 흥얼흥얼 콧노래를 불러가며 내려 갔다. 인생도 산행도 내리막은
힘을 들이지 않아도 저절로 잘 내려가진다. 가속도가 붙어 더욱 빨리 내려가진다.
내려가다가 중간지점 밤나무가 많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알밤이나 사진찍고 가야지...
하며 갔는데 정말 내 앞에 알밤이 떡하니 있다. 살다보면 이런 우연한 '기회' 라는 것이 올 수 있다.
그리고 한 톨의 알밤을 얻기 위해서는 가시에 찔리는 수고로움을 거쳐야만 한다.

한 두개정도 줍고 가야지 했는데 오늘따라 알밤이 바람에 툭 투둑 투두둑 떨어져 내린다.
이런 내가 온 줄 밤나무가 아나보다. 날마다 발도장을 찍었더니만 내 발자국 소리를 기억한 것일까.
혼자 괜히 기분이 좋아져 알밤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 대부분 떨어진 밤들은 벌써 주인이 정해졌다.
벌레라는 녀석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밤이 떨어진 것을 아는지 알밤을 주워보면 벌레가 먼저
'내 것' 하고는 찜을 해 놓았다. 이런 이런....그러니 눈요기만 하고는 기분 좋게 돌아선다.
그래도 밤나무 숲에서 알밤이 떨어지는 소리도 듣고 알밤도 찍고 기분이 좋다. 알밤을 줍는 기분도
남다른데 그냥 벌레들이 혹은 동물들이 먹이로 하라고 내버려 두고는 밤나무 숲을 빠져 오솔길로 간다.

오늘의 주제는 'V' 나무 찾기이다. 산에는 V'자로 된 나무들이 많다. 조금 상스럽 표현의 말도 많지만
난 오늘 승리의 'V' 나무라고 하고 싶다. 찾아 보면 더욱 많겠지만 벌써 다섯그루나 찾았다.
괜히 오늘 '승리자'가 된 것처럼 기분이 좋다. 'V'나무와 헤어져 하산길을 살살 달려 내려가면서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뒤쪽 산은 그만둘까 하다가 또 다시 소나무숲으로 접어 들었다.
바람이 불면 솔향이 얼마나 좋은지.. 비록 소나무숲은 얼마되지 않지만 그것만이라도 남아
이런 좋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다. 힘든 길은 대부분 지났기에 오솔길을 다시
뒤돌아 나오며 흥얼거리다 쉼터에 올라 물을 시원하게 마셔 주고는 엠피의 노래를 틀고는
기분좋게 음악을 들어가며 내려왔다. 한시간여 오르락 내리락 오르락 내리락 그리고 평지의 길을
걸어 집으로 향하지만 그 시간이 정말 좋다. 집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자연의 냄새와 바람소리
자연의 소리와 함께 자연을 벗하는 시간이 정말 좋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뒷산과 조우해야 할텐데...

201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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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1-10-19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밤에 윤기가 흐르네요. 뒷산 동물들이 맛나게 먹겠어요~

서란 2011-10-19 20:47   좋아요 0 | URL
정말 윤기가 자르르~~에요.
알밤을 조금씩 쪼아 먹은 것이 보이더라구요.

감은빛 2011-10-1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홀로 유유자적 산을 오르기 좋은 날씨네요.
이 글 읽으니 저도 일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근처 산에나 한번 다녀오고 싶은 충동이! ^^
올려주신 생생한 사진들 보면서 만족하겠습니다.

서란 2011-10-19 20:48   좋아요 0 | URL
요즘 정말 산을 오르기 정말 좋은 날씨에요.
산은 여럿이 보다는 혼자나 둘이 참 좋더라구요.
가을이 깊어져 가고 있음이 여실히 보여서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