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묵 직접쑤기





행운목 분갈이를 마치고 도토리 묵을 쑤었다.
지난번 청룡사에 갔다가 그곳 절 앞에서 이것저것 파시는 할머니께 일부러 도토리묵가루를
사왔다. 지난번에 한 번 사다가 몇차례 쑤어 먹었는데 그냥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맛있다.
서운산에서 도토리를 주워다 묵가루를 만들어서인지 도토리 냄새가 더 강하다.

일반 물컵으로 한 컵의 묵가루에 물 5컵 반을 넣었다. 1:5의 비율로 하는데 되직한 듯 하여
난 가루 한 컵에 물 다섯컵 반을 넣는다. 그리고 천일염 1티숟갈과 식용유 몇 방울을 넣고
한방향으로 저어주면 오분여 지나면 몽글 몽글 뭉쳐나간다. 풀 쑤울때와 비슷하다.


 

오분여 젓다가 다시 삼분여 더 저어주면 된다. 그러면 풍선처럼 꽈리가 '뽀글 뽀글' 하며 터진다.
시골에서 살아서 묵을 쑤울 때 친정엄마는 '꽈리를 잘봐라...그게 일어나야 제대로 된 거다~.'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엄마는 묵도 잘 쑤시고 두부며 모든 것들 잘하시는데
난 못하는게 너무 많다. 많이 배워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니..
옆지기는 다른 것은 아니어도 어머님께 동동주 담는 거나 배워야 하는데...
하며 말하기도 하듯 친정엄마는 주변에서 소문난 술 잘 담기로 자자하다.
내가 묵을 자주 쑤어 먹는다고 하니,'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잘해먹네..' 하시던 엄마..
그러다 고모와 작은엄마가 아버지 제사때나 명절 때 '형님 묵좀 주세요.형님이 한것이 맛있어요..'
하면 '아고..우리 막내도 집에서 잘 쑤어 먹는다는데...' 하시며 은근히 자랑하듯 말씀 하신다.
주기 싫다는 것이 아니라 젊은 것도 해 먹는데... 말씀을 그렇게 하시면서도 다 퍼주신다.
당신 먹을 것 하나도 남김없이.. 엄마는 고구마가루로 묵을 쑤기도 망대,은행가루,청포묵,도토리묵은
기본으로 쑤신다. 가루가 있으면 제사나 명절 때는 몇가지를 쑤신다. 제사상에 올릴 것과
식구들이 모여서 함께 먹을 것을 따로 쑤신다. 그리고 모두 싸주시려고 더욱 넉넉하게...

몇 해 전 한번 도토리를 주워다 드렸는데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아버지가 계시던 때인데 두분이 껍데기를 까서 하우스에 말리고 방앗간에 가서 타다가
우물에 큰그릇들 놓고 그 안에서 쓴물이 빠질 때까지 우려 낸 다음 앙금을 낸 것을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오래도록 두고두고 쓰셨는데 처음 묵을 쑤실 때는 무척 많이 쑤셔서
회사 직원들 맛보이라고 많이 주셨다. 그리곤 가을만 되면 도토리좀 주워다 달라고 했는데
내가 산행갔다가 큰사고를 당해 뼈도 부러지고 병원생활을 오래도록 했기에
그 말씀을 하시지는 않지만 늘 서운해 하신다.올핸 도토리라 주어볼까...


 

묵가루를 일반 컵으로 한 컵을 쑤면 죽가게에서 파는 죽그릇에 두개가 나온다.
그렇게 쑤어 놓으면 몇 번은 먹을 수 있다.
묵을 다 덜어내고 팬에 남은 묵누릉지를 긇어 먹는 맛도 남다르다.
시골에서 살던 어린시절 엄마가 묵을 쓰고 나면 난 꼭 묵누릉지를 긇어 달라고 옆에서 조르곤 했다.
그러니 내가 묵을 쑤고 나서도 두말 하면 잔소리,이럴 때는 프라스틱 숟갈로 긇으면 싹싹 긇어진다.
묵누릉지가 더 맛있기도 한데 야채와 함께 묵무침을 하면 도토리묵무침이 더 맛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가끔 친구와 가는 밥집에서는 도토리묵을 썰어서 말렸다가 살짝 불려서 마요네즈에 버무려
묵샐러드를 내 놓는데 참 맛있다.새롭고... 묵을 많이 쑤면 그렇게도 해볼만한 가을이다.
햇볕이 좋으니 잘 마를 듯 한데 지금은 그냥 묵무침을 해 먹기에도 부족하니 이것도 다음에 한번
해봐야겠다. 말려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반찬이 없을 때나 손님이 왔을 때 묵샐러드를 하면
좋을 듯 하다. 내일은 묵무침하여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두어시간이면 묵이 단단하게 굳는데
오늘은 옆지기가 회식이 있다니 내일 해먹어야 할 듯...

201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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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9-07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이렇게까지 해주시지 않아도 제가 묵 쑤어 본다니깐요^^^; 왠지 저를 위한 레시피인듯 싶어서 괜히 우쭐하고 있습니다요ㅋ

서란 2011-09-07 21:51   좋아요 0 | URL
정말 쉬워요..한번 해보세요..
십여분 투자하면 반찬이 한가지가 뚝딱~~~
오늘 도토리묵키위무침을 했는데 맛있게 먹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