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감자 간식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날도 스산하니 구질구질 하여
친정엄마가 텃밭에서 심어 가꾸어 수확해서준 감자를 쪘다.
이삼일전에도 한번에 한바가지 쪄서 끼마다 두알씩 맛있게 먹었는데
이번엔 분홍감자도 쪘다.
감자가 그냥 일반 감자가 있고 자주감자 그리고 분홍감자가 있다.
자주감자는 속도 자주빛,보라빛이 난다. 그것은 수확이 많이 나지 않는다고,
한번 심으셨었는데 이번에는 심지 않으셨는데 분홍감자는 심으셨다.두어줄...
지난번 옆지기와 일요일에 시골 갔다가 캐왔는데 이 분홍감자는
호박고구마 비슷하다. 겉은 분홍빛이고 속은 약간 분홍빛에 노란빛이 도는데
찌면 '쩍' 갈라진다. 한마디로 포근포근 쪄먹는 감자란다.
반찬을 하면 다 으스러지듯 하여 감자죽이 되어 버린다..
난 대부분 샐러드를 해서 먹는데 얇게 저며서 다른 야채들과 함께 마요네즈에 버무리면
자주감자도 분홍감자도 아삭아삭 맛있다. 그런데 오늘은 찐감자다.
감자는 울집 식구들도 좋아하지만 울집 여시도 얼마나 좋아하는지 감자 찌는 냄새를
정말 여시같이 잘도 안다. 내가 자주 가스렌지에 왔다갔다 하면 잠도 못자고 귀를 쫑긋 세우고
주시를 한다. 언제 먹나하고..그러다 찐감자를 좌탁에 가져오면 그때부터 난리...
녀석 뜨거운 것 호호 불어서 조금 주면 씹지도 않고 냉큼 삼겨 버리고 또 쳐다본다. 달라고..
그렇게 녀석과 일반감자 하나 분홍감자 하나 먹고나니 점심으로는 그만,
마무리로 커피 한 잔 했더니 속이 꽉 찼다.
옆지기와 난 요즘 찐감자 덕분에 간식을 잘 먹었는데
울집 딸들은 감자를 쪄서 으깨고 갖은 종류의 것들 다져서 살짝 데쳐 으깬 감자와 함께
마요네즈에 버무린 감자샐러드를 좋아한다. 식빵에 발라 먹으면 그만이라며
여름에 꼭 몇 번은 해 주어야 한다. 막내가 지난번에 와서 이것을 예약해 놓고 갔다.
이번에 나오면 해달라고...시골에 감자 캐러 가고 싶다고 했지만 고딩이라 시간도 맞지 않고
장마철이라 엄마가 감자를 미리 캐셨기에 우리에겐 기회가 없었다.
그래도 한상자 주셔서 가져왔는데 두어번 찌고 날마다 감자반찬하니 쑥 들어갔다.
작년에 한상자 주신것은 교통사고후 병원 다니고 아파서 잘해먹지 못했더니
싹이나서 못 쓰게 되었다.아버지가 마지막 농사 지어서 주신 것인데..
속이 상해 싹만 잘라 내고 큰 것은 두었는데 작은 것은 버려야 할 듯..
올핸 그럴 여유도 없이 다 먹게 생겼다. 반찬이 없고 장마철이라 날마다 감자반찬...
간식은 찐감자... 몇 번 사먹어야할 듯 하다.
201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