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에서 만난 가을 친구의 오빠가 광덕에 전원주택을 마련하게 되었다고 하여 구경겸 나들이를 가자고 하여 길을 나서게 되엇다. 이곳은 나하고는 인연이 깊은 곳이다. 산행사고로 인해 한동안 고생을 하게 한 곳. 아픔이 묻어 있는 곳이지만 그래도 난 이곳의 자연이 좋다. 때묻지 않은 자연의 청량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울창한 산림도 좋고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도 좋고 이십대 삼십대 사십대 추억이 드문 드문 묻어 있는 곳이다. 호두... 잘 안나왔네,,,ㅠ 풍선초 수세미 다알리아 닭의장풀 물봉선 꼬리가 참 희한하게 생겼다 이질풀 누리장나무 계요등 칡꽃 과꽃 숲길에서 만난 꽃들과 곤충, 숲에 오니 가을이 벌써 곁에 와 있다. 마음으로 가을을 밀어내고 있었던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여름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아니 여름을 좀더 열정을 다하지 못한 안타까움에 여름을 붙잡고 가을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한것은 아닌지... 하지만 숲엔, 산에는 가을이 왔다 분명히... 가는 길에 알밤이 무척 많이 떨어져 있다. 주인장이 알면 서운하겠지만 잠시 멈추어 주머니 가득 알밤을 주웠다. 밤가시에 찔려도 알밤을 줍는 것은 재밌다. 친구는 그냥 가자했지만 이렇게 재밌는 일을 포기한다는 것은...ㅋ 그렇게 주운 밤을 친구오빠네 집에 들어가 점심을 먹은 후에 까먹었다. 햇밤이라 그런지 아직 맛은 덜 들은듯 했지만 맛있었다. 무엇이든 처음이라는 것 때문에 더 기억되고 잊혀지지 않는것,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 밤맛 또한 기억되고 추억하리라. 그동안 비가 많이 내려 계곡의 물소리는 정말 웅장했다. 물소리를 고스란히 우리집에 담아 가고픈 생각, 계곡을 보면 여름이 아직 남아 있는 듯 했지만 물봉선도 피고 구절초도 피고 이질풀 꽃도 피고 가을은 가을인 갑다. 거기에 알밤까지 떨어져 내리니 가을은 가을이다.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을 하여서인지 길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보냈다. 하지만 버스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다보니 계절을 더 느꼈다. 벼는 고개를 깊이 숙였고 옥수수는 벌써 마른잎이 되어 버렸다. 잠자리는 저마다 마른가지위에 앉아 날개쉼을 하고 밤송이는 입을 벌리고 잘 여문 알밤을 '투둑 투두둑' 떨어 뜨리며 숲에 가을을 알린다. 길가에 늘어선 분홍빛 물봉선 꽃이 아름답다. 사이사이에 핀 구절초며 이름모를 꽃들이 계절을 앞질러 달려가듯 저마다 빛을 발하며 여름을 쫒는다. 그 가을속을 가슴에 새기듯 천천히 걸어 물봉선 피고 담장을 따라 봉선화가 피고 과꽃이 피고 뜰에 감이 익어 가고 밤이 익어 가고 호두가 익어가고 고추잠자리가 날며 가을을 유영하는 그 속을 걸어서일까 간단한 점심인 라면조차 황후의 오찬처럼 맛있다. 설 익은 배추김치에 라면 한 그릇 달게 먹고 숲에서 주운 알밤을 까 먹고 그렇게 빈집을 지키다 친구와 돌아서 나오는 길, 계곡의 물소리가 나와 배웅을 한다. 잘가라고... 또오라고... -우리 언제 다시 모일까..우리끼리 모여서 좋은 시간보내자. 우린 언제부터 '우리만의 시간을 잃어버렸다' 고 우리의 시간과 우리의 공간을 강조하고 있다. 과연 우리가 우리의 시간과 공간을 가지며 살아오고 있었기나 한것일까.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누구의 집... 이름도 잃어 버리고 있었다. 정말 너무도 오랜만에 우리가 잊고 있었던 먼 기억속의 시간속으로 돌아간듯 그렇게 둘만의 우리만의 시간으롣 돌아갔던 짧은 시간이 너무도 달콤하다. 가을 마중을 나갔다 온것처럼 뿌듯하다. 알밤을 한아름 안고 와서일까... 201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