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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김없이 남김없이
김태용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글이란 하고 싶은 말을 써나가는 것이 아니라 지워 나가는 것라고 생각했다.'
정말 독특한 책이다. 이야기가 이어나가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아무것도 없었던듯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시작되기도 하는 말들의 유희, 작가의 생각을 따라 가다보면 내 생각은 수면위를 둥둥 떠나니고 있는 부유물처럼 감이 갑히지 않는다. 이야기의 전개보다는 언어로 어떻게 탑을 정교하게 쌓을 수 있을지 몇 번 쌓았다 허물고 다시 쌓기를 하면서 자신안에 있던 모든것들을 쏟아 내 놓는 것처럼 그의 생각속을 따라가다 보면 혼돈속의 질서가 보인다. 

자신안에 있던 모든것들을 지워 나가면 무엇이 남겨질까. '시작도 끝도 없는 길고 지루한 이야기를 장단에 맞춰 들려주었다. 들려주다가 먼저 잠든 것은 언제나 뭐였다.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언제나 뭐는 처음부터 다시 이야기를 들려주고 끝을 맺지 못했다.' 계속되는 그의 이야기들은 시작은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서사처럼 줄줄 그의 속에서 흘러나오는 물처럼 쏟아져 나와 강을 이룬다. 어디가 물의 근원인지 분간이 안되듯 그가 쏟아내는 흐름을 따라 가다 보면 재밌는 말장난처럼 늘어나는 말의 탑이 나타나기도 한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소설의 형식속에서 소설의 틀을 깬 서사같기도 하다. 천명관 작가의 <고래> 는 어느정도 이야기를 갖추어 끝없는 이야기의 서사에 빠지는 소설이라면 <숨김없이 남김없이>는 김태용 작가의 말속에 갇혀 배를 어디에 대야 할지 모르는 난감함처럼 방황하다 지치다 겨우 나룻터를 발견하고도 고개를 한번 갸우뚱 해봐야지 알 수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을까.나름 재밌다. '감정에 급체한 미차가 언어를 소화시키지 못하고 구역질하며 내뱉었다. 기름지고 부유물이 잔뜩 껴 있는 언어의 쪼가리들이 그녀의 욕체에 무질서하게 꽂혔다.' 그가 들어가사는 집주인 미파, 미친 노파가 끓여내는 한가지 음식 카레향처럼 그가 뱉어내는 언어의 쪼가리들은 독특한 향을 풍기며 구미를 당긴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서사에 가깝고 언어의 사실적인 표현들이 '숨김없이 남김없이 표현이 되어 작가를 주목하게 만든다.그가 다음에 쏟아낼 언어의 사실은 어떨지 무척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사실 이런 작품을 읽는 다는 것은 어쩜 '인내' 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중간에서 포기할 수도 있고 처음부터 갈피를 잡히 못하다가 손을 놓고 말기도 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언어의 실험적 표현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고 작가의 역량을 보여주는 듯 하여 참신하면서도 거침없이 자신을 들어낼 수 있는 언어의 힘에 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뭐는 나를 낳아준 여성의 뜻에 따라 나를 뭐라고 이름 지었다. 그렇다. 나의 이름은 뭐다. 뭐 말고는 인간을 만난 적이 없던 나는 모든 인간의 이름이 뭐인 줄로만 알았다. 뭐가 나에게 부르면 나 역시 뭐를 뭐라고 불렀다.' 이 소설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읽으며 무척이나 생각했던 부분들을 표현해 준것처럼 그냥 작가는 '뭐' 라고 받아 들이라고 하는 듯 하다. 그의 독특한 언어의 유희에 한참 재밌었던 '숨김없이 남김없이.' 언제 기회가 된다면 천천히 다시 읽어 보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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