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미초 이야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가스미초 이야기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청춘의 기억은 오래된 영화의 스틸사진과 비슷하다.


표지의 그림처럼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가을에 가슴을 잔잔하게 적시는 아시다 지로의 자전적 연작 소설을 만났다. 책을 읽기 며칠전에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현충사를 다녀와서일까 표지의 그림은 더 가슴에 와 닿았던것 같다. 거기에 할아버지와 사진에 대한 추억이니 얼마나 아련할까 하는 생각을 소설을 읽기전부터 할 수 있었고 '빛나는 청춘과 함께 사라져버린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에 대한 향수를 담아내다' 라는 말이 가슴에 콕 박혔다.

가을은 지난 무언가를 추억하기에 정말 좋은 계절이다. 이런 좋은 계절에 감성을 자극하는 이런 소설을 읽는 다는 것은 어쩌면 행운이기도 하다. 이노는 할아버지의 눈으로 보면 방탕한 손자이다.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고 여자친구와 하룻밤을 함께 하는 일들도 있다. 그런 이노가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를 바라보는 시선, 그들과 함께 그의 청춘을 기억하고 18년 자신의 전속사진사처럼 손자의 일상을 사진으로 남겨주신 어용사진사 할아버지와 게이샤였던 할머니를 거금을 들여 빼내어 결혼을 하지만 혼전 사랑으로 인한 자식을 자신의 아이처럼 키우고 아끼고 자신의 직업까지 대물림 하려 했지만 전쟁으로 인하여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할아버지,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 하지만 결코 자신의 제자인 사위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죽는 날까지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않으셨던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손에 <라이카>를 들고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아름다운 지난 사랑까지 고스란히 떠 안으며 감싸준 멋진 할아버지, 할머니의 지난 사랑이던 노신사의 마지막 영정사진까지 멋지게 찍어 주신 할아버지는 손주와 친구들의 멋진 졸업사진까지 찍어 주시고는 마지막 죽음 그 순간까지 사진과 함께 한 사진이 명장이시다. 그런 할아버지, 노스승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늘 스승님을 먼저 챙기며 스승의 그림자를 밟지 않듯 하시는 이노의 아버지 역시 사진을 잘 찍으시지만 결코 스승앞에 나서시지 않으셨던 멋진 분이시며 스승이며 아버님의 뒤를 이어 받아 사진일을 하시니 대단하시다. 

소설은 이노의 청춘과 함께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외 친구들의 이야기들이 추억의 일부분처럼 얽혀 있지만 가슴 따듯한 이야기들로 할아버지를 축으로 하여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도 하고 디저털 보다는 아나로그적 추억이 가슴을 잔잔하게 적셔준다.  '난 이 사람들의 장례식 사진을 모두 내 손으로 찍었단다. 사진사는 참 죄 많은 직업이야. 이럴 줄 알았다면 이 직업을 내 대에서 끝냈을 텐데.' 돈보다는 사람 사이의 정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사진을 통해 보여주신 할아버지는 이노에게 큰 산과 같은 인물이 되었겠지만 글을 읽은 독자에게도 많은 것을 전해주신다. 이노의 청춘과 할아버지의 멋지게 물든 연륜이 고운 색으로 섞여 한층 돋보였던 연작 소설이며 이 가을에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소설인듯 하다. 한 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어 내려가야 할 소설로 이노의 추억으로 인해 나 또한 지난 추억을 한번 되새겨 보는 좋은 기회를 가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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