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사람들의 눈과 귀를 잡아끄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야구다. 프로야구는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저기 일본을 거쳐 미국에서 벌어지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는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기쁘게도 만들고, 초조하게도 만든다.
야구는 구경하기에 그렇게 간단한 경기는 아닌 것 같다. 나야 어려서부터 재미로 보다 보니까, 저절로 규칙들은 어려움 없이 알게 됐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더러 있는 것 같다(여자들 중에는 꽤 있다는 보고가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자면, 야구는 알면 알수록 묘한 재미를 주는 스포츠다(너무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그냥 겉으로 보면, 던지고 때리고 달리는 것 같지만, 거기 안에 숨겨진 (긴장된) 정보들은 보는 사람의 심리를 극단으로 끌어 올리기도 한다.
그렇다! 스포츠 중에 양팀 간 이렇게 정보전, 심리전이 치열한 것이 또 있을까? 한 선수의 신체 정보를 다 분석해서 장점과 단점, 그리고 공략법까지 데이터화해서 실제 경기에 활용하는 이 놀라운 세계.. 흔히 쿠세라는 일본어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선수의 습관, 버릇을 통해서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예측, 대처하기도 한다. 가끔 이 쿠세를 서로 친한 양팀 선수끼리 알려준다는 얘기도 나돌곤 했다.
상황에 따라 포수가 투수에게 원하는 공은 달라지고, 그 공에 맞춰서 수비, 특히 내야수들의 위치도 변화한다. 마치 바둑처럼 수읽기는 야구에선 빈번한 일이다. 그래서 상황별로 고정된 패턴(정석)들이 있는데, 이를 역으로 삼는 경우들도 있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다.
그리고 야구를 투수놀음이라고들 한다. 강속구에다 제구력이 좋은 투수를 가진 팀은 상당히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야구가 투수 의존도가 높다고 하나, 결국은 한 점이라도 점수를 내야 이기기 때문데, 공격에서 분명 일을 내야 승리를 할 수 있다. 즉 15회 연장까지 투수가 퍼펙트로 상대 공격을 막아도, 자기 팀에서 점수를 내지 못하면, 이길 순 없다.
야구에 관심이 가다보면 야구에 얽힌 이야기들에도 손이 간다. 특히 메이저리그는 야구선수 뿐만 아니라 평범한 야구팬들도 궁금해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 고 이종남 기자라면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아는 분이다. 이 분이 번역한 '야구란 무엇인가'는 이 분야에서 매우 유명한 책으로 통한다. 두 권으로 나오던 시절이 있었는데, 최근에 두툼하게 한 권으로 새로 나왔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얽힌 미국식 야구 이야기고, 최근의 것들과는 멀지만, 야구장을 둘러 싼 내막들도 엿볼 수 있는, 좋은 정보를 갖춘 책이다.
야구팬들이 선호하는 야구해설가가 있기 마련이다. 전에는 하일성, 허구연 해설위원으로 크게 양분되었는데, 요새는 그 중 한 분이 그 자리를 떠나 있기 때문에, 단연 허구연 해설위원이 큰 인기를 끈다. 이들의 어록도 있는데, 요새는 그의 독특한 발음과 얽힌 '허구연 어록'이 당연 대세다. 가령 이런 것들이 있다. 베나구(변화구), 스라이다(슬라이더), 쒀클 췌인지 압(써클 체인지업), 콘디숀(컨디션), 방맹환(박명환), 루헨진(루현진), 김벵헨(김병현) 등. 그리고 요새 가장 뜨는 어록이 있다면 "대쓰요(됐어요)".
그에 반해, 하일성 어록은 간단하지만 여운이 오래 간다. 결정적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늘 하는 말, "야구 몰라요..."
지금 WBC 국가대표 감독은 1회 대회때와 마찬가지로 김인식 감독이다. '믿음의 야구'로 알려진 분인데, SK의 김성근 감독 같은 정밀한 분석(데이터 야구) 보다는 자신의 '감'으로 밀고나가기도 하는 승부사 기질도 엿보인다. 대표팀 감독직을 꺼려하는 분위기(왜 그럴까?)에서 불편한 몸으로 다시 중책을 맡았는데, 좋은 결과를 기대해본다.
야구의 본고장은 미국이라지만, 세상에는 미국식 야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와 성격이 다른 리그들도 존재한다. 특히 동양이 그러한데, 일본과 한국, 대만이 그렇다(최근 중국도 가세). 일본은 동양야구를 대표하는데, 상당히 섬세하고 작전이 많은 편이다. 아마 우리나라 프로야구 팀 중에서 SK가 여기에 가까울 듯 하다. 상대편 선수의 투구나 타격 자세에서 어떤 습관이나 버릇을 읽고, 그것을 치밀하게 분석해서 경기에 활용하는 것도 일본 야구에선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아무리 잘 나가는 선수도 일단 약점이 잡히면 철저하게 공략을 당하는데,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일 년짜리 선수로 전락하기 쉽다.
힘을 앞세우는 미국식 야구는 북남미 전체로 퍼져 있다. 메이저리그에도 유명한 선수들은 남미출신들이 많고, 최근 WBC에 참가한 멕시코나 베네수엘라에 대표팀만 보더라도, 쟁쟁한 이름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의 경기를 보자면, 시원시원한 맛은 있지만, 역시 잔재미는 덜하다. 대개 선수들의 역량에 맡기는 편이라, 결정적인 순간에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작전들은 적다. 아마도 일본식 야구는 그러한 힘의 부족을 다양한 작전과 조직력으로 변용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 야구는 그러한 일본의 영향이 강하긴 하지만, 또한 힘으로 밀어 붙이는 면도 가졌다는 평을 듣는다.
내일이면 다시 한번 일본과 맞대결을 벌인다. 거의 무결점에 가까운 일본 야구가 유독 실점을 범한 상대는 우리나라였다. 일본이 경계를 할 만큼, 우리야구가 이렇게 성장햇다니 상당히 뿌듯하다. 예전 한일슈퍼게임이라고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일본은 형식적으로 우리야구를 대했고, 주전이 많이 빠지고서도 수월하게 이기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일본이 촤강의 선수를 구성해도, 우리한테 이긴다는 게 쉽지가 않다.
아직도 프로야구 수준으로 보자면, 일본이 앞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단일팀을 구성, 단기전의 경우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승부는 예상하기 어렵다. 내일도 역시 그러한데, 우리는 일본보다 잃을 것이 덜하다. 그리고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다양한 전법(빅볼, 스몰볼)을 충분히 구사했다. 이런 상승세라면, 또 한 번 일본에게 한국야구의 힘을 각인하는 날이 되지 않을까?
*덧붙임
위에 보이는 것처럼 야구책 페이퍼를 몇년 전에 썼는데, 요새(2011년 6월) 다시 야구책을 찾아보니, 전보다 더 많은 야구책들이 나와 있다. 특히 질적으로도 꽤 좋은 책들이 눈에 띈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야구에 대한 페이퍼를 쓰고 싶은데, 그 전에 우선 책들을 골라서 여기에 옮겨 심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