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솜털 같은 미세한 차이지만 더위의 힘이 정점에서 점차 기우는 듯한 느낌이다. 길거리에는 뙤약볕이 햇물 번지듯 이글거리고, 담과 가까이 자란 나무들 밑은 그래도 그림자가 있어 발과 몸을 담그로 더운 열기를 식힐 수 있었다. 오늘도 그러한 여름 하루였다.

브루스 핑크(Bruce Fink)<에크리 읽기>가 나왔다. 라캉을 즐겨 읽는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브루스 핑크가 번역-편집한 '에크리'나 '세미나'가 우리말로 나오길 바라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일단 이것만으로도 짧은 단비는 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나온 핑크의 다른 책으로는 <라캉과 정신의학>이 있고, <성관계는 없다>에서는 <라캉의 주체(The Lacanian Subject, 1995)>의 일부가 번역되어 '성적 관계 같은 그런 것은 없다'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아무래도 핑크의 글쓰기 방식은 전달자 역할에 어울린다. 지젝이 약간 꼬는 재미(희롱)를 부리다가 내려 놓는 것 하고는 맛이 다르다. 그래서 지젝 스타일이 버겁거나 맞지 않는 사람한테는 오히려 핑크의 글이 더 당길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지젝에 비해 핑크의 책은 아직은 숫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그 동안 읽은 '라캉 입문서'들을 정리해서 페이퍼를 쓸 생각인데, 비슷 비슷한 책들이 있는 반면에, 꼭 읽으면 좋을 책들도 몇 권 눈에 띈다. 라캉은 지젝, 핑크와 같이 탄력 있는 줄을 뽑아내는 거미?들이 있는 것이 들뢰즈와 사뭇 다르다. 그리고 사상에서도 서로 같은 차원에서 비교할 극과 극은 아니더라도 얼핏 대비되는 것들이 보인다. 8월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9월로 넘어가기 전에 오랜만에 페이퍼를 꾸며봐야겠다.

 

 

 

 

 

 

<O-기호의 매춘부>는 'O'이라는 기호-아리비아 숫자 영, 알파벳의 'O' 그리고 무(無)의 개념 등을 좀 더 자극적이고 독창적인 시각으로 다룬 듯이 보인다. 물론 이런 비슷한 책들이 여럿 있지만, 그 대상에 어떤 비밀스런 우회로를 거쳐 도착하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O'는 시각적으로도 '우로보로스 뱀'을 연상케 하는데, 역시나 목차에도 '연금술' 항목이 있다.        이언 스튜어트는 과학, 특히 수학적 시각으로 자연을 꿰는 재주가 남달라 보인다. <하느님은 주사위 놀이를 하는가>에서 이 남자를 처음 접했는데, <자연의 패턴>도 그의 진가가 많이 실린 책 같다. 이 책은 전에 <자연의 수학적 본성>이란 약간 센 제목을 가지고 나온 적이 있다. <눈송이는 어떤 모양일까>도 비슷한 패턴을 가진 (자연 속에 숨어 있는 수학) 패턴에 관한 책이다.

 

 

 

 

 

회남자는 전부터 읽을 생각은 컷지만, 아직 제대로 눈맛도 못보고 있다. <회남자 황제내경> 이렇게, 회남자와 황제내경까지 묶어서 나온 책도 보인다. 출판사 김영사의 -지식인 마을 시리즈-라는데, 지성인 두명 혹은 고전 텍스트 두 개를 약간 긴장되게 한 권에 담아 번갈아가며 엮어 나가는 식으로 꾸며진 듯 하다. 황제헌원은 우리 고대사와 관련된 전설?이 있다. 바로 치우천황과 대결을 벌인 주인공이다. 황제가 이겼다는 설도 있고, 치우가 이겼다는 설도 있다. 그리고 치우가 나중에 티베트로 갔다는 말도 얼핏 어디서 본 기억이 나는데, 여긴 도통 어떤 것이 사실이고 신화인지 헷갈리는(헤깔리는x) 영역이다.  어쨌든 이번 여름이 가기 전에 회남자 한 권을 두툼하든 얄팍하든 한 놈 손에 쥘 생각이다.

 

 

 

 

 

'회남자' 이야기가 나온 김에, 약간 거슬러 올라가 도교에 관한 책들을 둘러본다. 나는 도교에 관해서는 앙리 마스페로의 책하고 사까이 다다오 등이 참여한 <도교란 무엇인가, 민족사> 그리고 <도교와 불로장수의학, 열린책들> 등이 기억난다.  그 외에도 <태을금화종지>니 <참동계천유> 등이 있는데, 지금 잠깐 훑어보니가 그새 품절이나 절판된 책이 많다.  물론 도가와 도교가 엄밀하게는 갈리는 것이긴 하지만 <도덕경>을  '여성성의 상징'으로 읽는 방법이 있듯이, 동양에서는 하늘보다 땅의 이치, 여성성을 더 중시하는 경향도 보이곤 한다. 인도를 (사상적으로) 동양으로 보긴 어렵지만, 인도도 아리안족 침입 이전에는 여신의 힘이 만연했다. 그러나 도교에서의  여성성과는 좀 다른 것 같기도 하다. <도교와 여성>은 신화나 양생술에 치중한 다른 도교 관련 서들과 차별성을 갖으며, 또한 도교의 핵을 차지하면서도 베일에 가렸던 부분을 드러내는 것 같아 관심이 가는 책이다.         <조선시대의 내단사상>은 한길사에서 나온 걸로 가지고 있는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출판사를 통해서 새로 나왔다. 박사논문을 단행본으로 만든 것인데, 중국이 아닌 우리나라의 내단 사상을 본격적으로 다룬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을 꺼낸 김에 <내단>이란 책도 잠깐 구경을 해보자. -심신수련의 역사-라는 부제를 가졌는데, 간단한 제목에 비해선 의미있는 작업의 결과가 담긴 것 같다. '내단(內丹)'은 체내에서 연단술을 통해 단을 만드는 것인데, 이것이 몸 밖의 물질에 투사되어 발휘될 경우 '연금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학자들이 참여해서 고대부터 명청시기까지 두루 살핀 것 같은데, 주로 일본학자들의 연구서에 의지하던 것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학자들의 도교사에 대한 내공적 글쓰기도 한번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DVD-

대니 보일 감독의 <선샤인>은 약간의 무리수를 둔 영화다. 아마 머리가 나쁘거나 뻔뻔한 감독이 아니라고 보는데, <이벤트 호라이즌(Event Horizon, 1997)>과의 비슷함을 어떤 식으로 넘어갈 수 있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여기선 마치 '물활론'의 부활이랄까? 주인공들은 너무도 가까이 저 뜨거운 태양에 다가간다. 물론 아마겟돈 같은 임무라지만, 그런 영화를 뛰어넘는 처절함과 혼돈들이 우주선을 통째로 집어 삼킨다. 마치 대원들의 영혼을 삼킬만한 영적인 힘의 압도, 그렇게 거대하게 기다리는 태양처럼. 그러나 그러한 위험 앞에서 우리는(대원들은) 유혹에 노출된다. 태양은 우주의 자궁이 아니던가? 거기에 녹아들기 바라는 뜨거운 타나토스가 이 우주선 안에서 죽은 나무들을 대신해 자라나는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 <스피어(Sphere, 1998)>나 타르코프스키와는 또 다른 스티븐 소더버그의 <솔라리스>에서도 비슷한 위기와 철학적 무게를 맛볼 수 있다.

<세익스피어 컬렉션>은 영국 BBC에서 만들어 낸 세익스피어의 영상 집대성과 비슷한 성격의 모음이다. 수십편(37편)이 담겨 있는 만큼 디스크 숫자도 거기에 버금간다. 세익스피어에 큰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소식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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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도 어느새 열흘 남짓 남았다. 오늘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확정된 날이기도 하다.



 

 

 

 

검은 땅 아프리카, 괜히 그들의 머릿속도 피부마냥 검은 무지의 지층으로 가득차지 않았을까 하는 편견을 갖기 쉽다. 그런데 우선 이집트만 하더라도, 고대문명의 정점은 그들 피라미드 처럼 신비하고 장엄한 질감으로 가장 살찐 기하학의 장소를 만들어 내지 않았던가?  또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의 하나도 이 근처에 있었다고 한다.

신화나 세계의 상징 (문양), 민속(무속) 등에 관심이 있다면, 아프리카에 맞닿는 검은 뿌리 하나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가 유리한 것이, 다른 지역에 비해 그러한 흔적들이 현재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거나, 그 사라짐에 대한 역추적이 시간적으로 가깝다. <아프리카의 부족과 문화>는 아프리카 부족에 초점을 맞추고 그외 전통문화와 예술을 곁들인 책인데, 이 책의 저자는 전에 <별난 인종 별난 에로스>를 썼었는데, 요새 개정판인지 <별난 민족 별난 에로스>라는 책이 보인다.     <아프리카의 신화와 전설>은 350쪽이 넘는 두툼한 분량의 책으로, 신화, 전설, 우화(민담)순으로 아프리카의 구전을 풀어내고 있다.           원시미술에 관한 책을 보면, 아프리카는 맨 앞에 자리잡기 마련이다. 원시미술에서 아프리카를 빼는 건 팥 없는 빙수맛이 아닐까? 피카소도 한때 아프리카 전통 미술과 유사한 풍으로 작업을 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미술의 현장 1>은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다룬 책이다. 아프리카와 현대미술이 얼른 머리 안에서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인터넷에서 조금만 찾아봐도, 이미 그렇게 낯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터치 아프리카>는 기행와 예술이 어우러진 책인데, 이 책 역시도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열람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사뭇 분위기가 다른 <아프리카의 왕실 미술>은 왠지 제목부터 귀티가 흐른다. 16세기부터 20세기의 왕실 미술을 다룬다고 하는데, 미술과 문화 그리고 정치적인 것과의 연관성까지 아우를 것 같다. 이보다 시기적으로 앞선 고대의 아프리카 미술이라면 개인적으로 더 흥미가 갔을텐데 아쉽다.

 



 

 

 

 
전문가들이 선정한 우리나라 최고의 예술(품)을 네 분야인 회화, 공예, 조각, 건축으로 나누고, 여기서 1,000점을 고른 것이 책으로 나왔다.  <한국의 미,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는 '교수신문사'가 주최가 되어 꽤 여러 단계의 검증을 거친 전문가집단의 기획 의도가 반영된 책으로 보인다. 필요한 기획이고 있어야 할 책이라 생각하는데, 그 정성과 시간에 맞게 훌륭한 편집과 제본이길 바라며 더더욱 알찬 내용이 깃들어 있기를 기대한다. 

 

<제국의 최전선>은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이라크, 아프리카 그리고 요새 우리나라의 이목이 집중 된 아프가니스탄 등 미국, 그러니까 미군이 주둔하는 최전선의 풍경을 저자가 직접 취재한 경험을 토대로 들려준다고 한다. 다만, 대개 이런류의 책이 그러한 미국의 제국주의 성격(왠 간섭!)을 비판적으로 다루겠지 예상하기 쉬운데, 저자는 오히려 미국의 그러한 '제국주의' 성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그것의 긍정적인 면도 주요하게 바라본다고 한다. 그러니 어떤 깊은 (비판적인) 사색을 바라지 않는다면, 이 살떨리는 위험한 지역의 다양한 모습을 구경한다는 흥미, 그 기분으로 고를 만한 책이다.

 

-DVD-

<불꽃놀이, 아래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이 약간 놀리는 듯한 요상한 제목은 예전에 영화 구하기 어려운 시절, 보면 좋을? 일본 영화 리스트에 자주 오르던 제목이다. 이 영화의 감독 이와이 슈운지의 영화를 많이 보지는 못했다. 이상하게도 밋밋하지만 이쁜 느낌의 <4월 이야기> 빼고는 마음에 들었던 영화도 없었다.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는 이와이 슈운지의 초기 강렬한 화면 리듬을 볼 수 있지만, 이것 역시 나한테는 별 재미가 없었다. 거기다 <릴리슈슈의 모든 것>은 아예 보다가 중간에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나도 도대체 왜 이와이 슈운지 영화에서 별 재미를 못 느끼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분명 좋아할 요소들이 다분한데도 말이다. <언두>라는 영화도 좋다고들 하는데, 다시 한번 도전해 볼까? <언두, 아래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패러디.. 재미없다.

<오페라의 유령>은 꽤 오래 전부터 만들어진 영화다. 그래서 그냥 '오페라의 유령'이란 제목이 유명하니까 아무거나 고르면, 전혀 엉뚱한 걸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확히 어떤 감독의 혹은 오리지널 여부를 확인하는 게 필요한 영화다. <폰 부스>,<의뢰인>, <베트맨 시리즈>로 유명한 조엘 슈마허(Joel Schumacher) 감독도 2004년에 <오페라의 유령>을 만들었다. 이 190이 넘는 장신 감독의 영화를 처음 접한 것은 <유혹의 선>이었다.

 

 

 

 

이 '유혹의 선'에선 아직 뜨기 전의 줄리아 로버츠와 이 영화를 통해 사겼다던 키퍼 서덜랜드를 만나 볼 수 있다. 물론 영화도 긴장감 있고 재미가 있다. 아마 조엘 슈마허 감독의 영화 중에 재미로 따지자면 손꼽을 영화 중 하나다. <베로니카 게린>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나온다니 나중에라도 한번 보고 싶은 영화다. 그 외 짐 케리가 그 전의 배역과 전혀 딴판인 연기 변신을 했다던 <넘버 23>도 구미가 당긴다. 좀 된 영화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한인 비하로 문제작이 되버린 마이클 더글러스 주연의 <폴링 다운>도 이 감독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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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다. 이런 더운 여름엔 무서운 이야기가 더욱 귀에 솔깃하다. 은밀한 어둠 그리고 속삭임... 이들에게도 역사는 있을 것이다.

 

 

 

 

<신화로 보는 악과 악마>의 저자의 이력을 보니까, 철학을 전공하고 그 후에 종교와 신화에 대한 많은 책을 쓰거나 번역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도 단지 흥미에 기댄 것보다 뭔가 체계성이 보인다. 먼저 악이 무엇인지를 묻고, 신화, 철학, 종교에서의 악의 개념을 살핀다. 그리고 악마의 유래나 어원 같은 기원을 소급하는 것에서부터 괴물, 용 같은 악마의 전이-변신 문제, 이 책의 하이라이트 성격인 악신 열전 그리고 민담과 문학에서의 악-악마의 드러남을 다루고 있다. 책값도 적당하니 한번 구경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악마의 역사>는 1900년에 처음 나왔다니까, 꽤 된 책이다. 그 당시 어떻게 자료를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고대 이집트, 아카드와 셈족, 페르시아, 인도의 브라만, 힌두교와 불교 등 동아시아를 제외하곤 흘러 살필 곳들은 잘 찾아가는 것 같다. 이 책은 악과 악마에 대한 책이기도 하지만, 지금보다 100년전의 연구성과인 만큼 그 당시 인문학자의 시선이 어떠했는지도 더불어 살필 수 있을 것 같다.  

<육체의 악마(Le Diable au Corps'1923)>, 이 소설은 레이몽 라디게가 스무살에 발표했다고 한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제목이 비슷한 그레타 가르보 주연의 <육체와 악마 Flesh and the Devil'1926)>와는 다른 영화다.

 

 

 

 

SXE.. 이 뒤바뀜, 알파벳의 꼬인 자세가 에로틱하다. 성에 대한 종교, 예술, 문화 전반에 걸쳐 고대부터 현대의 포르노까지 춘화까지 결들이며 충만하게 꾸며진 듯 하다. 그냥 생리적인 호기심만이 아니라 그것을 좀 더 미지근한 지적 시각으로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 우리나라의 성은 어떤 음침함과 어둠속에서 묘하게 엉키는 심리보다는 해학과 자연과 교감하는 건강함이 있었던 것 같다. <한국의 성 숭배문화>은 이러한 한국인, 한국문화의 성을 그래도 전문적으로 정리한 책으로 보이는데, 언젠가는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전에 <악마의 정원>를 봤었는데, <식탁 위의 쾌락>도 그런 엇비슷한 주제를 가진 책 같다.

카마수트라.. 이 책은 그 야릇한 명성에 비해서 그렇게 야한 책은 아니다. 아니 야하기 보다는 차라리 진지한 책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인도인에게서 남자와 여자는 소우주의 각기 다른 씨앗이고 해와 달을 상징하는 남성 에너지와 여성 에너지가 흐르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세속적으로 보면, 건강의 차원이고 좀 더 시각을 넓히면 우주 에너지 교감의 활성화의 차원에서 이러한 남녀의 자세들이 나온 것이 아닌가 한다.

 

<동물의 영혼>은 독특한 책 같다. 동물과 인간의 어떤 연결고리를 유념한 책으로 보이는데, 특히 고대부터 신화와 상징을 통해 인간과 더불어 교감했던 흔적들도 살피는 것 같다.   인도 사원에는 돌로 조각된 많은 동물들이 보인다. 그들이 사람처럼 성교를 하는 장면, 혹은 사람과 같이 그것을 하기도 한다. 우연찮게 두 책은 그런 면에선 공통점이 있다.   <이거룡의 인도 사원 순례>도 이렇게 더운 여름 저녁에 한번 펼쳐보고 싶은 이국적인 돌들의 모양들이다. 마치 살아 있는 듯이 어떤 포즈들로 우리의 시선을 맞이할까?

어떤 책을 보다가 연금술과 관련된 파라켈수스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부랴부랴 파라켈수스를 검색해보았지만, 그를 다룬 책은 정말 없었다. 그거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말로 된 책으로는 이 책 <파라켈수스>가 유일하다. 이 신비스러운 남자는 어떤 비법들을 품고 있을지 궁금하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법의 언어>라.. 난 여태 이런 종류의 책을 보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갔다. 그런데, 독불장군처럼 자기 멋대로 언어를 휘두르고 사는 것 보다는 부드러운 언어의 궤도를 짐짓 알고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함께 사는 세상 아닌가?                   <만화로 보는 중국신화> 이런건 아이고 어른이고 없다. 있으면 뚜딱 헤치우고 싶다.

 

 

 

 

 

<철학 지도 그리기>, <펼쳐라 철학>, <철학의 구라들>은 비슷한 무게를 지닌 대중을 위한 책으로 보인다. <세계사를 바꾼 철학의 구라들>은 제목만 보고서도 이 책이 그런 철학자들의 구라들을 조목조목 따지는 책이 아닐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하나의 역설인데, 정말 그러한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무겁고 날카로운 책이라면, 그런 제목을 붙이진 않았을 것이다(물론 우리나라에서 이런 자극적인 제목을 붙였을 것이다). 그리고 고대부터 현대철학까지 그러한 비판 작업을 수행할 사람도 드물뿐더러 그 방대한 작업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언다. 이런 종류의 책으론 전에 출판사 책세상에서 나온 <철학의 큰스승 50>이 괜찮았던 거 같다. 물론 지금은 새책으로 구할 수 없지만..

좀 무거운 책을 한 권 찾아봤다. <과학적 발견의 패턴>은 과학 연구 방법에서 "귀납이다 연역이다" 하는 뻔한 것에 회의적인 시각이 담긴 듯 하다. 인과성의 문제도 중심적으로 다룬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양자 물리, 입자 물리에 더 비중이 담긴 책으로 보인다. 이 책을 보니까 언뜻  폴 페이어아벤트(P. Feyerabend)의 책 <방법에의 도전(Against Method: Outline of an anarchistic theory of knowledge, 1975>이 생각난다. 이 책도 과학과 철학의 긴장된 관계, 그리고 과학의 합리성에 대한 지적인 도전이 담겨 있다. 이 멋진 책이 내 방 어디선가 사라졌다.

이 유령이 된 책 -찾기 놀이-를 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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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더 덥다더니, 정말 미묘하게 더 덥다. 일본은 40도가 넘는단다. 그렇다고 시간이 빨리 흘러 가을이 오기만 기다릴 수도 없다. 여름을 건너 뛰기 위해 젊음을 단축하는 건 아까운 일 아닌가..

최근에 <만들어진 신>이 강세다. 기독교는 약간 홀쭉한 인상을 지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또 조금 기다리다 보면, 여전히 기독교는 기독교대로 그리고 나머지 세상은 전처럼 흘러가지 않겠는가? 그런데 지젝의 신간을 이제서야 알았다. 그것도 마침 기독교와 관련된 책이다. 아마 <혁명이 다가온다>에서도 어렴픗이 기억이 나지만, 지젝은 무식하고 용감하게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러니까 이것도 더위의 종류처럼 미묘한 것인데, 극단적으로 단순화시켜 말한다면, 지젝은 우리가 흔히 아는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다른 차원의 기독교에 대해선 긍정적인 면도 보인다. 그러므로 이 책 <죽은 신을 위하여>는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거물급 투수가 올라와서 타자를 윽박지르듯 강속구로 간단히 삼진아웃 시키듯 기독교를 잡아대는 성질의 책은 아닐 것이다.

 

 

 

 

                                 <헤겔의 정신현상학>

니체나 들뢰즈와 같은 反헤겔 사유의 열풍 속에서도 헤겔의 윤곽은 시들지 않는 것 같다. 지우려고 대는 순간 덧나듯이 헤겔의 부활 속도는 빨라 보인다. 거기다 라캉과 지젝의 역공이 드세다. 이 거대한 양진영에서 그나마 안전한 인물은 스피노자가 아닐까? 비토리오 회슬레의 <헤겔의 체계>는 최근에 나온 헤겔 관련 책 중에서도 왠지 무거워 보인다. 책소개에 플라톤 헤겔로 이어지는 '객관적 관념론'을 현대에서도 가능한 그 무엇으로 다져보고자 하는 의욕이 느껴진다. 나로서는 우선 장 아뽈리뜨의 <헤겔의 정신현상학>이 더 급한게 사실이다. 라캉에 대한 간접적 내공 심화를 위해 구한 책인데도 아직 열어보지도 못했다.

발터 벤야민의 수액을 아직 포만감을 느낄 만큼 빨아보지 못한 형편이라, 그에 대한 짧은 감상도 내놓을 형편은 아니다. 여태 귀로는 수도 없이, 혹은 다른 책들을 통헤서 이 남자의 이름을 동공에 희미하게 각인이 될 정도로 봐 왔으면서도..

그리고 흥미를 갖고 있으면서도 본격적으로 건드리지 않은 이유도 나조차 모르겠다. '사유의 유격전을 위한 현대의 교본'이란 부제는 참 멋지고 힘차다. 게릴라의 행동미학이 뉴런들을 붉게 물들이고도 남겠다. 그 멋진 부제를 가진 <일방통행로>에서는 벤야민의 '몽타주적 글쓰기"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몽타주적 글쓰기라.. 이번달엔 이 남자를 생포해야 겠다.

 

들뢰즈가 현대영화의 시작을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와 프랑스 누벨바그(nouvelle vague)로 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누벨바그의 작가들 고다르, 트뤼포 등을 다룬 책 <뉴 웨이브>가 보인다.

<시네마 그라피티>는 아마 대학생들 읽기에 편하게 구성된 책으로 보인다. 옛날식 영화개론서와 달리 좀 더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개론서적 느낌이 나는 책같다.

 

 

 

 

 

위의 책 다섯 권은 다르면서도 뭔가 비슷한 기운이 감도는 책들이다.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의 개정판 <정복은 계속된다>는 촘스키의 책으로 1492년을 시작점으로 그 후 미국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지식인의 체계적인 접근이 담긴 책으로 보인다. '미국은 어떻게 서부를 개척(정복)했는가'의 세계버전이 아닐까?     윌러스틴은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지식인의 관심을 잃지 않는 것 같다. <지식의 불확실성>은 지식체계에 대한 그만의 비전이 실린 것 같다. 19세기식 낡은 지식의 틀은 물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방법론에 대한 비판과 좀 더 트인 새로운 모색에 대한 노학자의 충고가 깃든 책인듯 하다.      <지도자의 조건>... 대선을 앞두고 시끄러운 요즘. 특히 와닿는 제목의 책이다. 지도자의 조건과 더불어 좋은 지도자를 뽑는 비결 같은 것도 무척 필요한 시기다.      신화와 경영이라.. <그리스, 로마 인간경영학>은 제목을 통해 대충 어떤 책인지 짐작이 간다. 세 명의 (역사) 학자가 참여햇다고 하는데, 고대의 (확실하다고 보장 못하는) 역사, 일화에서 현대에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패턴을 찾아본다는 식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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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 2007-08-17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도서들이 살짝살짝 겹치기도 하는 거 같네요^^ 근데 혹시 코제브의 헤겔 관련 서적이 번역된 게 있는지 혹시 아시는지요? 라캉의 헤겔은 이뽈리뜨보다는 코제브의 것을 취한다고 읽은 거 같은데...

TexTan 2007-08-17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 도서들이 겹친다니 반갑군요. 이쪽 분야가 원래 좀 그렇지 않나요^^. 바라님 말씀대로 라캉은 코제브의 헤겔 강의를 직접 듣기도 하고 영향을 받았다죠. 거기서 쟁쟁한 사람들과도 교우가 있었겠고요. 바따이유와도 거기서 만났고, 나중에 바따이유의 부인과 결혼도 한다죠^^ 아쉽게도 코제브의 책이 나왔다는 소문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인터넷 어디선가 코제브 문서를 받은 기억은 있는데, 어디 뒀는지 가물하네요. 그런데 바라님 눈에서 레이저 나가는 만화 주인공은 뭔가요?

바라 2007-08-17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유유백서의 코엔마입니다(염라대왕 주니어;). 요새 케이블에서 해주길래 중학생 때 생각이 나서 한번 바꿔봤지요-_-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비가 잠깐 시원하게 내리더니 이어서 매미들이 (얌심이 있는지) 낮보다는 좀 얌전하게 운다.

난 여전히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비판적으로 탐독한 경험이 없다. 순수이성비판에 대한 책들(해설서)에 의지하곤 했는데, 재미가 없었음은 물론이고 그래서 머리에 박히는 무언가를 얻지도 못했다. 그리고 성가신 (개념을 가진) 용 세 마리와도 늘 헷갈리는(헤깔리는X) 싸움을 하곤 했다. '선천적', '선험적', '초월적'이란 용어가 그것이다. 아직도 이 부분에 대해선 시원하지가 않다. 알라딘 페이퍼에 '꼬마'라는 별명을 가진 분이 이것을 간략하게 도표로 정리했는데,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http://blog.aladin.co.kr/komah/1380590).     책 제목이 마치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광활하지만 지루한 도전괴 기획을 느끼게 하는 <감성계와 지성계의 형식과 원리들>은 칸트의 교수 취임 논문이라고 하는데, 칸트 리스트에 새롭게 추가될 지금은 다소 낯선 이름이다.

 

 

 

 

 

베르그송(베르크손)을 처음 접한 것이 <사유와 운동>이었다. 그때 당시 서양에서도 '직관'에 대해 이렇게 철학적으로 다루는 것이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요새 '누구나철학총서'에서 나온 <들뢰즈>를 보는데, 들뢰즈의 영화에 관한 부분이 앞부분에 주로 나온다. 역시나 들뢰즈가 디딤돌로 삼는 베르그송에 대한 내용도 자주 나오길래, 기회가 되면 베르그송에 대한 윤곽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 정작 가징 필요한 <물질과 기억>은 품절상태다. 대신 우리나라 학자가 쓴 이에 대한 해설서 <물질과 기억, 시간의 지층을 탐험하는 이미지와 기억의 미학>를 일단 참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특히 2장 '이미지와 신체'는 지금 보고 있는 <들뢰즈>의 영화 부분하고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어렴픗이 메를로 퐁티도 다른 차원의 아이디어를 제공할 거 같단 생각을 해본다. 들뢰즈의 저작이 아니지만 '들뢰즈의 영화철학'만을 전문적으로 다룬 책으로 박성수 번역의 <뇌는 스크린이다>가 있다. 10여 명에 가까운 학자들의 글 모음인데, 여기서 '뇌는 스크린이다'라는 말은 약간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다. 머릿속에 스크린 같은 것이 있어서, 오직 우리 내부의 영상을 마치 바깥 세계인양 감상하는 주체의 자기 되먹임의 꼴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스크린'은 걸러내는 작용으로서 '필터'에 더 가까울 것이다.

 

 

 

  

영화에 관한 들뢰즈의 저작으론 <시네마>가 있다. 이 책은 예전에 <영화>로 주은우, 정원 번역으로 나온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주은우씨의 번역에 그래도 신뢰감이 있는 편이다. 근데 절판이라 구하기 어렵고, 선택은 <시네마>에 한정되는데, 번역이 어떠한지 직접 살펴 볼 일만 남았다. <들뢰즈의 시간기계>는 우리나라에 나온 들뢰즈-영화에 관한 단일 저자의 책으론 가장 깊이가 있어 보인다. 구입한 지는 오래됐는데 아직 읽지는 못한 책이다.  

다시 베르그송으로 돌아와서, <베르그송의 생명과 정신의 형이상학>이 '이미지'에 대한 다룸이 적으나, 간단하게 베르그송을 살피기에는 적절해 보인다. 물론 책값이나 두께면에서도 부담이 없다. 그리고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 강독>이나 <직관과 사유>를 경유해서 <창조적 진화>나 운이 좋아 구할 수 있다면 <물질과 기억>을 보면 일단 포만감은 잠시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우주관은 인간의 사고 양태를 살피는데 꽤 중요해 보인다. <자연이라는 개념>은 크게 세 부분, 그리스의 우주론, 르네상스의 자연관 그리고 현대의 자연관으로 나누어 담은 책인데, 한번쯤 이 기본적인 줄기를 침착하게 둘러보는 게 소리 없이 내공을 쌓는 일이 되지 않을까.  아마 동양-중국에서는 '道', 이거 안에 왠만한 것들은 다 들어가 버린다. 자연과 우주는 물론이고. 앙리 마스페로가 특히 '도교'에 관한 연구가 많았는데, 물론 <도의 논쟁자들>이란 책에서 '도'하고 '도교'는 다른 것이지만, 이 책도 역시 서양학자의 시선이 담겨 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프란시스 포드 코풀라의 딸, 소피아 코풀라 감독의 영화 <마이 앙투와네트>가 나왔다. 커스틴 던스티(Kirsten Dunst)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곤 한다. 이 여배우에겐 어떤 매력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보기에 '이쁘지 않은 매력'이 느껴진다. 너무 이쁘거나 화려하지 않기에, 여성들에게 어떤 동질감을 불러 일으킬 요소가 있다. 그래서 노처녀 역을 할때, 더욱 그녀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 같다(가령 영화 <엘리자베스 타운>). 이번에 <스파이더맨 3>에서는 형식적인 얼굴마담으로만 그쳐 아쉬웠는데, 이 영화를 통해 그녀의 매력을 다시 보길 바라는 팬들이 있을 것 같다.  

 

여전히 매미는 운다. 매미는 피서 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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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소개)『이미지와 생명, 들뢰즈의 예술철학』
    from 도서출판 그린비 2008-08-11 14:39 
    ‘생명의 철학’으로 다시 읽는 들뢰즈『시네마』—탈인간의 가능성을 창조하는 예술의 역능 『이미지와 생명, 들뢰즈의 예술철학』클레어 콜브룩 지음 정유경 옮김|도서출판 그린비|갈래 : 철학, 인문발행일 : 2008년 8월 5일 | ISBN : 9788976823151신국판변형(150*220mm)|304쪽리좀 총서의 네 번째 권으로서 들뢰즈의 독특한 이미지론을 통해 철학과 영화 그리고 예술의 역능을 살핀다. 살아 있는 인간 신체가 이미지화하는 능력으로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