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더 덥다더니, 정말 미묘하게 더 덥다. 일본은 40도가 넘는단다. 그렇다고 시간이 빨리 흘러 가을이 오기만 기다릴 수도 없다. 여름을 건너 뛰기 위해 젊음을 단축하는 건 아까운 일 아닌가..

최근에 <만들어진 신>이 강세다. 기독교는 약간 홀쭉한 인상을 지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또 조금 기다리다 보면, 여전히 기독교는 기독교대로 그리고 나머지 세상은 전처럼 흘러가지 않겠는가? 그런데 지젝의 신간을 이제서야 알았다. 그것도 마침 기독교와 관련된 책이다. 아마 <혁명이 다가온다>에서도 어렴픗이 기억이 나지만, 지젝은 무식하고 용감하게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러니까 이것도 더위의 종류처럼 미묘한 것인데, 극단적으로 단순화시켜 말한다면, 지젝은 우리가 흔히 아는 기독교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다른 차원의 기독교에 대해선 긍정적인 면도 보인다. 그러므로 이 책 <죽은 신을 위하여>는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거물급 투수가 올라와서 타자를 윽박지르듯 강속구로 간단히 삼진아웃 시키듯 기독교를 잡아대는 성질의 책은 아닐 것이다.

 

 

 

 

                                 <헤겔의 정신현상학>

니체나 들뢰즈와 같은 反헤겔 사유의 열풍 속에서도 헤겔의 윤곽은 시들지 않는 것 같다. 지우려고 대는 순간 덧나듯이 헤겔의 부활 속도는 빨라 보인다. 거기다 라캉과 지젝의 역공이 드세다. 이 거대한 양진영에서 그나마 안전한 인물은 스피노자가 아닐까? 비토리오 회슬레의 <헤겔의 체계>는 최근에 나온 헤겔 관련 책 중에서도 왠지 무거워 보인다. 책소개에 플라톤 헤겔로 이어지는 '객관적 관념론'을 현대에서도 가능한 그 무엇으로 다져보고자 하는 의욕이 느껴진다. 나로서는 우선 장 아뽈리뜨의 <헤겔의 정신현상학>이 더 급한게 사실이다. 라캉에 대한 간접적 내공 심화를 위해 구한 책인데도 아직 열어보지도 못했다.

발터 벤야민의 수액을 아직 포만감을 느낄 만큼 빨아보지 못한 형편이라, 그에 대한 짧은 감상도 내놓을 형편은 아니다. 여태 귀로는 수도 없이, 혹은 다른 책들을 통헤서 이 남자의 이름을 동공에 희미하게 각인이 될 정도로 봐 왔으면서도..

그리고 흥미를 갖고 있으면서도 본격적으로 건드리지 않은 이유도 나조차 모르겠다. '사유의 유격전을 위한 현대의 교본'이란 부제는 참 멋지고 힘차다. 게릴라의 행동미학이 뉴런들을 붉게 물들이고도 남겠다. 그 멋진 부제를 가진 <일방통행로>에서는 벤야민의 '몽타주적 글쓰기"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몽타주적 글쓰기라.. 이번달엔 이 남자를 생포해야 겠다.

 

들뢰즈가 현대영화의 시작을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와 프랑스 누벨바그(nouvelle vague)로 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누벨바그의 작가들 고다르, 트뤼포 등을 다룬 책 <뉴 웨이브>가 보인다.

<시네마 그라피티>는 아마 대학생들 읽기에 편하게 구성된 책으로 보인다. 옛날식 영화개론서와 달리 좀 더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개론서적 느낌이 나는 책같다.

 

 

 

 

 

위의 책 다섯 권은 다르면서도 뭔가 비슷한 기운이 감도는 책들이다.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의 개정판 <정복은 계속된다>는 촘스키의 책으로 1492년을 시작점으로 그 후 미국 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지식인의 체계적인 접근이 담긴 책으로 보인다. '미국은 어떻게 서부를 개척(정복)했는가'의 세계버전이 아닐까?     윌러스틴은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지식인의 관심을 잃지 않는 것 같다. <지식의 불확실성>은 지식체계에 대한 그만의 비전이 실린 것 같다. 19세기식 낡은 지식의 틀은 물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방법론에 대한 비판과 좀 더 트인 새로운 모색에 대한 노학자의 충고가 깃든 책인듯 하다.      <지도자의 조건>... 대선을 앞두고 시끄러운 요즘. 특히 와닿는 제목의 책이다. 지도자의 조건과 더불어 좋은 지도자를 뽑는 비결 같은 것도 무척 필요한 시기다.      신화와 경영이라.. <그리스, 로마 인간경영학>은 제목을 통해 대충 어떤 책인지 짐작이 간다. 세 명의 (역사) 학자가 참여햇다고 하는데, 고대의 (확실하다고 보장 못하는) 역사, 일화에서 현대에서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패턴을 찾아본다는 식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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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 2007-08-17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도서들이 살짝살짝 겹치기도 하는 거 같네요^^ 근데 혹시 코제브의 헤겔 관련 서적이 번역된 게 있는지 혹시 아시는지요? 라캉의 헤겔은 이뽈리뜨보다는 코제브의 것을 취한다고 읽은 거 같은데...

TexTan 2007-08-17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 도서들이 겹친다니 반갑군요. 이쪽 분야가 원래 좀 그렇지 않나요^^. 바라님 말씀대로 라캉은 코제브의 헤겔 강의를 직접 듣기도 하고 영향을 받았다죠. 거기서 쟁쟁한 사람들과도 교우가 있었겠고요. 바따이유와도 거기서 만났고, 나중에 바따이유의 부인과 결혼도 한다죠^^ 아쉽게도 코제브의 책이 나왔다는 소문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인터넷 어디선가 코제브 문서를 받은 기억은 있는데, 어디 뒀는지 가물하네요. 그런데 바라님 눈에서 레이저 나가는 만화 주인공은 뭔가요?

바라 2007-08-17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유유백서의 코엔마입니다(염라대왕 주니어;). 요새 케이블에서 해주길래 중학생 때 생각이 나서 한번 바꿔봤지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