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비가 잠깐 시원하게 내리더니 이어서 매미들이 (얌심이 있는지) 낮보다는 좀 얌전하게 운다.
난 여전히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비판적으로 탐독한 경험이 없다. 순수이성비판에 대한 책들(해설서)에 의지하곤 했는데, 재미가 없었음은 물론이고 그래서 머리에 박히는 무언가를 얻지도 못했다. 그리고 성가신 (개념을 가진) 용 세 마리와도 늘 헷갈리는(헤깔리는X) 싸움을 하곤 했다. '선천적', '선험적', '초월적'이란 용어가 그것이다. 아직도 이 부분에 대해선 시원하지가 않다. 알라딘 페이퍼에 '꼬마'라는 별명을 가진 분이 이것을 간략하게 도표로 정리했는데,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http://blog.aladin.co.kr/komah/1380590). 책 제목이 마치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광활하지만 지루한 도전괴 기획을 느끼게 하는 <감성계와 지성계의 형식과 원리들>은 칸트의 교수 취임 논문이라고 하는데, 칸트 리스트에 새롭게 추가될 지금은 다소 낯선 이름이다.
베르그송(베르크손)을 처음 접한 것이 <사유와 운동>이었다. 그때 당시 서양에서도 '직관'에 대해 이렇게 철학적으로 다루는 것이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요새 '누구나철학총서'에서 나온 <들뢰즈>를 보는데, 들뢰즈의 영화에 관한 부분이 앞부분에 주로 나온다. 역시나 들뢰즈가 디딤돌로 삼는 베르그송에 대한 내용도 자주 나오길래, 기회가 되면 베르그송에 대한 윤곽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 정작 가징 필요한 <물질과 기억>은 품절상태다. 대신 우리나라 학자가 쓴 이에 대한 해설서 <물질과 기억, 시간의 지층을 탐험하는 이미지와 기억의 미학>를 일단 참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특히 2장 '이미지와 신체'는 지금 보고 있는 <들뢰즈>의 영화 부분하고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어렴픗이 메를로 퐁티도 다른 차원의 아이디어를 제공할 거 같단 생각을 해본다. 들뢰즈의 저작이 아니지만 '들뢰즈의 영화철학'만을 전문적으로 다룬 책으로 박성수 번역의 <뇌는 스크린이다>가 있다. 10여 명에 가까운 학자들의 글 모음인데, 여기서 '뇌는 스크린이다'라는 말은 약간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다. 머릿속에 스크린 같은 것이 있어서, 오직 우리 내부의 영상을 마치 바깥 세계인양 감상하는 주체의 자기 되먹임의 꼴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스크린'은 걸러내는 작용으로서 '필터'에 더 가까울 것이다.
영화에 관한 들뢰즈의 저작으론 <시네마>가 있다. 이 책은 예전에 <영화>로 주은우, 정원 번역으로 나온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주은우씨의 번역에 그래도 신뢰감이 있는 편이다. 근데 절판이라 구하기 어렵고, 선택은 <시네마>에 한정되는데, 번역이 어떠한지 직접 살펴 볼 일만 남았다. <들뢰즈의 시간기계>는 우리나라에 나온 들뢰즈-영화에 관한 단일 저자의 책으론 가장 깊이가 있어 보인다. 구입한 지는 오래됐는데 아직 읽지는 못한 책이다.
다시 베르그송으로 돌아와서, <베르그송의 생명과 정신의 형이상학>이 '이미지'에 대한 다룸이 적으나, 간단하게 베르그송을 살피기에는 적절해 보인다. 물론 책값이나 두께면에서도 부담이 없다. 그리고 <베르그송의 창조적 진화 강독>이나 <직관과 사유>를 경유해서 <창조적 진화>나 운이 좋아 구할 수 있다면 <물질과 기억>을 보면 일단 포만감은 잠시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우주관은 인간의 사고 양태를 살피는데 꽤 중요해 보인다. <자연이라는 개념>은 크게 세 부분, 그리스의 우주론, 르네상스의 자연관 그리고 현대의 자연관으로 나누어 담은 책인데, 한번쯤 이 기본적인 줄기를 침착하게 둘러보는 게 소리 없이 내공을 쌓는 일이 되지 않을까. 아마 동양-중국에서는 '道', 이거 안에 왠만한 것들은 다 들어가 버린다. 자연과 우주는 물론이고. 앙리 마스페로가 특히 '도교'에 관한 연구가 많았는데, 물론 <도의 논쟁자들>이란 책에서 '도'하고 '도교'는 다른 것이지만, 이 책도 역시 서양학자의 시선이 담겨 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프란시스 포드 코풀라의 딸, 소피아 코풀라 감독의 영화 <마이 앙투와네트>가 나왔다. 커스틴 던스티(Kirsten Dunst)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이곤 한다. 이 여배우에겐 어떤 매력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보기에 '이쁘지 않은 매력'이 느껴진다. 너무 이쁘거나 화려하지 않기에, 여성들에게 어떤 동질감을 불러 일으킬 요소가 있다. 그래서 노처녀 역을 할때, 더욱 그녀의 진가가 드러나는 것 같다(가령 영화 <엘리자베스 타운>). 이번에 <스파이더맨 3>에서는 형식적인 얼굴마담으로만 그쳐 아쉬웠는데, 이 영화를 통해 그녀의 매력을 다시 보길 바라는 팬들이 있을 것 같다.
여전히 매미는 운다. 매미는 피서 안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