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다. 이런 더운 여름엔 무서운 이야기가 더욱 귀에 솔깃하다. 은밀한 어둠 그리고 속삭임... 이들에게도 역사는 있을 것이다.

 

 

 

 

<신화로 보는 악과 악마>의 저자의 이력을 보니까, 철학을 전공하고 그 후에 종교와 신화에 대한 많은 책을 쓰거나 번역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도 단지 흥미에 기댄 것보다 뭔가 체계성이 보인다. 먼저 악이 무엇인지를 묻고, 신화, 철학, 종교에서의 악의 개념을 살핀다. 그리고 악마의 유래나 어원 같은 기원을 소급하는 것에서부터 괴물, 용 같은 악마의 전이-변신 문제, 이 책의 하이라이트 성격인 악신 열전 그리고 민담과 문학에서의 악-악마의 드러남을 다루고 있다. 책값도 적당하니 한번 구경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악마의 역사>는 1900년에 처음 나왔다니까, 꽤 된 책이다. 그 당시 어떻게 자료를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고대 이집트, 아카드와 셈족, 페르시아, 인도의 브라만, 힌두교와 불교 등 동아시아를 제외하곤 흘러 살필 곳들은 잘 찾아가는 것 같다. 이 책은 악과 악마에 대한 책이기도 하지만, 지금보다 100년전의 연구성과인 만큼 그 당시 인문학자의 시선이 어떠했는지도 더불어 살필 수 있을 것 같다.  

<육체의 악마(Le Diable au Corps'1923)>, 이 소설은 레이몽 라디게가 스무살에 발표했다고 한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제목이 비슷한 그레타 가르보 주연의 <육체와 악마 Flesh and the Devil'1926)>와는 다른 영화다.

 

 

 

 

SXE.. 이 뒤바뀜, 알파벳의 꼬인 자세가 에로틱하다. 성에 대한 종교, 예술, 문화 전반에 걸쳐 고대부터 현대의 포르노까지 춘화까지 결들이며 충만하게 꾸며진 듯 하다. 그냥 생리적인 호기심만이 아니라 그것을 좀 더 미지근한 지적 시각으로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 우리나라의 성은 어떤 음침함과 어둠속에서 묘하게 엉키는 심리보다는 해학과 자연과 교감하는 건강함이 있었던 것 같다. <한국의 성 숭배문화>은 이러한 한국인, 한국문화의 성을 그래도 전문적으로 정리한 책으로 보이는데, 언젠가는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전에 <악마의 정원>를 봤었는데, <식탁 위의 쾌락>도 그런 엇비슷한 주제를 가진 책 같다.

카마수트라.. 이 책은 그 야릇한 명성에 비해서 그렇게 야한 책은 아니다. 아니 야하기 보다는 차라리 진지한 책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인도인에게서 남자와 여자는 소우주의 각기 다른 씨앗이고 해와 달을 상징하는 남성 에너지와 여성 에너지가 흐르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세속적으로 보면, 건강의 차원이고 좀 더 시각을 넓히면 우주 에너지 교감의 활성화의 차원에서 이러한 남녀의 자세들이 나온 것이 아닌가 한다.

 

<동물의 영혼>은 독특한 책 같다. 동물과 인간의 어떤 연결고리를 유념한 책으로 보이는데, 특히 고대부터 신화와 상징을 통해 인간과 더불어 교감했던 흔적들도 살피는 것 같다.   인도 사원에는 돌로 조각된 많은 동물들이 보인다. 그들이 사람처럼 성교를 하는 장면, 혹은 사람과 같이 그것을 하기도 한다. 우연찮게 두 책은 그런 면에선 공통점이 있다.   <이거룡의 인도 사원 순례>도 이렇게 더운 여름 저녁에 한번 펼쳐보고 싶은 이국적인 돌들의 모양들이다. 마치 살아 있는 듯이 어떤 포즈들로 우리의 시선을 맞이할까?

어떤 책을 보다가 연금술과 관련된 파라켈수스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부랴부랴 파라켈수스를 검색해보았지만, 그를 다룬 책은 정말 없었다. 그거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말로 된 책으로는 이 책 <파라켈수스>가 유일하다. 이 신비스러운 남자는 어떤 비법들을 품고 있을지 궁금하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법의 언어>라.. 난 여태 이런 종류의 책을 보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갔다. 그런데, 독불장군처럼 자기 멋대로 언어를 휘두르고 사는 것 보다는 부드러운 언어의 궤도를 짐짓 알고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함께 사는 세상 아닌가?                   <만화로 보는 중국신화> 이런건 아이고 어른이고 없다. 있으면 뚜딱 헤치우고 싶다.

 

 

 

 

 

<철학 지도 그리기>, <펼쳐라 철학>, <철학의 구라들>은 비슷한 무게를 지닌 대중을 위한 책으로 보인다. <세계사를 바꾼 철학의 구라들>은 제목만 보고서도 이 책이 그런 철학자들의 구라들을 조목조목 따지는 책이 아닐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하나의 역설인데, 정말 그러한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무겁고 날카로운 책이라면, 그런 제목을 붙이진 않았을 것이다(물론 우리나라에서 이런 자극적인 제목을 붙였을 것이다). 그리고 고대부터 현대철학까지 그러한 비판 작업을 수행할 사람도 드물뿐더러 그 방대한 작업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언다. 이런 종류의 책으론 전에 출판사 책세상에서 나온 <철학의 큰스승 50>이 괜찮았던 거 같다. 물론 지금은 새책으로 구할 수 없지만..

좀 무거운 책을 한 권 찾아봤다. <과학적 발견의 패턴>은 과학 연구 방법에서 "귀납이다 연역이다" 하는 뻔한 것에 회의적인 시각이 담긴 듯 하다. 인과성의 문제도 중심적으로 다룬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양자 물리, 입자 물리에 더 비중이 담긴 책으로 보인다. 이 책을 보니까 언뜻  폴 페이어아벤트(P. Feyerabend)의 책 <방법에의 도전(Against Method: Outline of an anarchistic theory of knowledge, 1975>이 생각난다. 이 책도 과학과 철학의 긴장된 관계, 그리고 과학의 합리성에 대한 지적인 도전이 담겨 있다. 이 멋진 책이 내 방 어디선가 사라졌다.

이 유령이 된 책 -찾기 놀이-를 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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