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5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겨울엔 장편이고(from 유ㅂㅁㄷ님), 장편은 역시 러시아 장편이 제 맛이다. 문학동네 톨스토이 탐험단이 되어(from A 님 페이퍼) 『전쟁과 평화 1』를 선물 받았다.


톨스토이라고 한다면,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문호이다. 소설가, 시인이라는 설명을 넘어 사상가라는 호칭 또한 당연시된다. 고전은 지금 읽고 있다는 표현이 부적절한, 이미 읽었어야 했던 혹은 이미 읽은 책으로서, <전쟁과 평화>를 다시 읽고 있다고 말해야 옳겠지만.

얼른 가보자. <전쟁과 평화>는 처음이다.



1권은 3부로 이루어져있다. 1부는 각 인물이 소개되고, 화려한 사교계의 면면을 통해 당시의 문화를 보여준다. 2부는 러시아군의 일상이 소개되고, 3부는 모스크바 사교계와 러시아군의 전장을 오가며 그려진다.



소설의 중심에는 베주호프 백작(키릴 블라디미로비치 베주호프)의 아들인 피예르(표트르 키릴로비치[키릴리치] 베주호프, 키릴, 페탸, 페트류샤, 피에르)가 있다. 100여쪽을 읽어가는 동안 주요 등장인물이 소개된 맨 앞장을 연거푸 확인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빈 연습장에 인물이 등장하는 순서대로 등장인물의 이름을 적어보지만, 그런 수고로도 부족할 때가 다반사다. 피예르는 베주호프 백작의 유일한 아들이지만 서자이기 때문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홍길동 운명이다. 다른 남자들보다 몸집이 큰 편이라 유독 눈에 띄어, 겁먹은 듯한 태도 역시 화려하고 세련된 예법의 사교계 사람들에게 조용한 놀림감이다. 이랬던 피예르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되어 베주호프 백작이 되다니, 그야말로 인생역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독하나 근심 걱정 없는 신세였던 피예르는 별안간 부유한 베주호프 백작이 되어, 밤에 침실에 들어서야 비로소 혼자가 될 정도로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 바쁜 몸이 되었다. .. 전에는 피예르의 존재 따위는 알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가 만나고 싶어하지 않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화를 내거나 비관하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했다. (390)



활짝 갠 피예르의 인생에, 태양이 그 빛을 멈추고 어떤 먹구름이 끼게 될지는 다음 권에서



처음에 읽게 되었을 때는, 이런 부분이 좀 이상했다. 안나 파블로브나와 바실리 공작의 대화다.



오늘 축하연은 취소된 것으로 알고 있었어요. 사실 저는 그런 축하연이니 불꽃놀이니 하는 것이 모두 못 견디게 싫어졌어요.”

당신이 그런 기분이란 것을 알았다면 그 축하연은 그만둘 걸 그랬는데요하고 공작은 태엽이 감긴 시계처럼 대답했는데, 그것은 상대방이 믿길 바라지 않는 말을 할 때 나오는 입버릇이었다.

저를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그건 그렇고, 노보실초프의 긴급 공문서 건은 어떻게 결정됐죠? 당신은 다 알고 계실 테죠?” (15)



이탤릭체는 무슨 이유로 등장하는가,의 의문. 일러두기를 읽지 않아 생긴 일이다.

<일러두기>

5. 원서의 프랑스어(또는 기타 언어) 부분은 이탤릭체로 처리했고, 강조 부분은 고딕체로 처리했다.



말 중간 중간에도 프랑스어를 섞어서 말한다는 뜻인데, 프랑스와 전쟁을 하고 있는 도중에도 우아한 프랑스어로 말하는, 혹은 말하겠다는 러시아 귀족들의 뜻 모를 도취감이 이탤릭체의 모양 그대로 전해진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나는 겨우 1권을 읽었을 뿐이다. 눈앞에 있는 듯 세심하게 인간 군상을 그려내는 톨스토이의 솜씨에 감탄하고 박수치고 또 감탄한다. 다만 입이 반쯤 벌어진 모습이 예쁜가, 하고 묻고 싶다.



젊은 볼콘스카야 공작부인은 금수를 놓은 벨벳 손가방에 뜨갯감을 넣어가지고 왔다. 엷은 솜털로 약간 가뭇하게 보이는 귀여운 윗입술은 이가 드러날 만큼 짧았으나 오히려 입술이 빠끔히 벌어져 귀여웠고, 어쩌다 가끔 아랫입술에 닿아 입을 다물면 더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더없이 매력적인 여자에게 흔한 일이지만, 윗입술이 짧고 입이 반쯤 벌어진 그녀의 결점은 오히려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여겨졌다. (23)



입이 반쯤 벌어지면 더 예뻐 보이나. 눈에 아무리 힘을 줘도 입을 반쯤 벌리면 사람이 좀 멍해 보이지 않던가. 더없이 매력적인 여자에게 흔한 일이라는데. 미의 기준이 바뀐 것인가 아니면 개인적 취향인가 혹 아니면, 멍해 보이는 여자가 예뻐 보이나. 그런가 혹은 그렇다고 말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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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7-12-1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영합니다!!!!! 여긴 겨울의 장편 소설 나라에요~~~~ 천천히 부담 없이 같이 읽어요, 우리....*^^*

단발머리 2017-12-17 22:54   좋아요 0 | URL
유부만두님 서재에서 만났던 아름다운 <전쟁과 평화> 4권과 러시아어 수능 특강이 눈 앞에 아른거리네요~~
오랜만의 장편이라 먼 길 잘 갈수 있을지 조금 걱정됩니다.
유부만두님 응원에 힘입어 달려보렵니다. 화이팅~~!!!

2017-12-18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3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18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서구 남성들은 입을 살짝 벌린 여성에 성적 매력을 느꼈어요.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남성 중심의 시선이 많이 반영된 그림이에요.

단발머리 2017-12-23 17:4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그 소녀는 그렇게 멍해보이지는 않던데....
자세히 봐야겠군요, cyrus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