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의 요새 - 성폭력, 책임, 화해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박선아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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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마사 누스바움도 그렇겠지만, 기득권의 자리에서, 그러니까 학계에서 인정받는 자리에서 '여성'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말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사회는 여성들에게 공정하지 않지만, 이런 상황이 공정하지 않다고 말하는 여성은 신뢰받기 어려우니 말이다. 남성이 그 말을 할 때는 크게 칭찬을 받는 것과는 대조적인 일이기도 하다. 여러 군데 줄을 치고 인덱스를 붙였지만, 오늘의 픽은 매키넌이다. 다른 이들에게 공을 돌리는 사람, 오랜 기간 그 성과를 인정받기 위해 기다려야 했던 사람, 불편하고 불공정한 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잃지 않았던 캐서린 A. 매키넌에게 박수를 보낸다. 


  


매키넌이 황야에서 홀로 울부짖는 고독한 목소리는 아니었다. '21 그녀는 거대한 법조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의 일원이었고,그 중에서도 '타이틀 세븐'을 성희롱에서 보호받기 위해 사용하겠다고 마음먹은 이들 중 하나였다. 매키넌은 이론적으로 가장 창의적이고 분석적인 사람이었지만, 다른 이들에게 많은 공을 돌렸다. 이 일이 매키넌의 어마어마한 통찰력과 변호사로서의 기술을 앗아가지는 않았으나 역사적인 저서를 발간한 후에도 몇 년이 지나도록 법학계에서 정교수 직책을 받지도 못하고 관련 직업을 갖지도 못했던 것을 보면, 법학계에서 외면당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167쪽) 



혐오의 형성은 유형마다 미묘하게 다르다.44 하지만 모든 사회에서 여성만큼은 늘 혐오의 대상이 되어 왔고 남성들이 스스로를 초월적 존재로 정의하는 동안 여성들은 줄곧 가차없이 출생, 성애, 죽음에 연관되었다. 여성의 월경, 수유, 성적 체액, 단순한 분비물과 같이 이미 알려져 있는 혐오의 대상들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여성들을 저희의 공간에 가두는 방식들 중 하나였다. - P83

도널드 트럼프는 특히 이러한 비유를 선호했다. 45 투사적 혐오는 학습된 것이라 할지언정 실재하고, 여성의 신체에 진심으로 혐오(종종 욕망과 뒤섞인 유의 혐오)를 느끼는 이들에게는 여성을(직장과 정치에서) 종속시키고 분리시켜야 할 또 하나의 추가적인 이유가 됐다. - P84

투사적 혐오는 교만의 나르시시스트적 사촌이다. 스스로를 초월적이고 청결하고 순수하다고 여기면서 다른 인간 집단을 비인간,동물, 혐오적인 것으로 재현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우리는모두 동물이지만 나는 동물이 아니고 당신은 동물이라고 말하는 것은 나르시시스트적 거짓이다. - P84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종속을 가능케 하는 만국 공통의 전략이다. 이는 교만한 자들이 손쉽게 자기들이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허구를 만들도록 하며, 피종자들이그들의 종속을 마땅한 것으로 여기게 한다. 그들이 지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열등하다는 이유를 드는 것이다. 식민 지배는 피지배 국민이 아이들과 같아서 단호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정당화‘되었다. - P96

이러한 추론의 기저에는 여성에 대해 오직 두 가지 이미지만 있다는 것을 상정한다. 혼외정사에 대해서는 죽기까지 저항할정도로 순결한 여성이거나 아니면 뭐든지 허락하는 ‘창녀‘이거나.
여성에 대한 이러한 이미지가 우리 문화에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우리가 특정 사건을 보는, 혹은 잘못 보는 방식에 편견을 갖게 한다. - P129

이러한 추론의 기저에는 여성에 대해 오직 두 가지 이미지만 있다는 것을 상정한다. 혼외정사에 대해서는 죽기까지 저항할정도로 순결한 여성이거나 아니면 뭐든지 허락하는 ‘창녀‘이거나.
여성에 대한 이러한 이미지가 우리 문화에 뿌리 깊게 박혀 있어서우리가 특정 사건을 보는, 혹은 잘못 보는 방식에 편견을 갖게 한다. - P141

어떤 여성들은 강간으로 큰트라우마를 얻어서 법적 정의에 호소하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지만, 또 다른 이들은 직장, 친구들, 치유 과정, 혹은 그저 삶에 몰두하는 일이 법적인 투쟁보다 낫다고 느낀다. 강도 피해자라면 법의 힘을 빌리는 것으로 재산을 되찾는다거나 적합한 보상을 얻는 등 확실한 이득이 있다. 반면 강간 피해자가 얻게 되는 개인적 이득이라고는 스트레스와 온통 모호한 것들뿐이다. - P150

러빙 대 버지니아(Loving v. Virginia)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흑인들이 백인들과 결혼하는 것을 금지하고 백인들이 흑인들과 결혼하는 것을 금지한 것은 대칭적이지도 중립적이지도 않으며, 그반대로 차별적이며 평등 보호 조항을 위반한다. 이는 부정에 대한역사적, 사회적 의미가 완전히 비대칭적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말을 빌리자면 다른 인종 간에 결혼할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부당한 인종차별로부터 독립적이고 타당한 우선적 목표 같은 것은 없고" "백인 우월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므로, 마찬가지로 여성 고용인들을 남성들의 잠재적인 성적 장난감으로 배치하고,
남성에게 중속되는 방식으로 고용하는 것은 정당한 목적을 가지고있지 않을뿐더러 여러 해에 걸쳐 젠더화된 권력의 위계 구조를 유지할 뿐이라고 매키넌은 주장한다. - P177

의해 확장된 권력 남용의 형태다. 오랫동안 여성들은 성학대가 일차적으로는 권력과 권력 남용의 문제이고 성별은 부차적인 것이라주장해 왔다. 동의한다. 진짜 문제는 타인에게 동등한 인간 존재로서 완전한 존중을 표하지 않는 교만과 대상화이다. 이러한 결함은남성이라는 성별과 문화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만연한 권력 구조속에서 남성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P227

이런 군비 경쟁에서 특히 내가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지점은선수들의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범죄 수사나 형사 기소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려는 시도다. 운동선수들은 불법 약물의 사용이나 판매, 절도, 다른 재산 범죄 및 음주 운전 등 잠재적 형사 범죄들을 많이 저지른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대상은 젊은 남성들이다. 이들은 열 살쯤부터 자신들은 피 끓는 남성성의 아이콘이기 때문에법은 자기들보다 못한 남성들에게나 적용되는 것이라고 여기며 자랐다. 그러니 많은 선수들이 성폭행, 성희롱, 스토킹 등 성범죄를저지르는 것이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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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3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3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4-10-14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휴 캐서린 매키넌 넘나 대단하신 분. 한국 출판계는 얼른 매키넌의 책들을 새로 번역해서 내놓아라!!

읽느라 고생하셨고 다 읽으신 점에 대해 박수 보내드립니다. 짝짝!!

단발머리 2024-10-14 08:47   좋아요 0 | URL
네네, 맞아요~~ 한국 출판계는 매키넌님 책 번역에 박차를 가하라!! 한강 특수 땜에 많이 바쁜 출판사들은 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생 많았습니다, 진짜 ㅋㅋㅋㅋㅋ 다락방님 박수 잘 접어서 주머니에 넣고 버섯책 읽으러 갑니다. 바빠요, 바빠!

햇살과함께 2024-10-14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려요 한강 작가님 챙기시기로 바쁜 와중에서도 ㅎㅎ

단발머리 2024-10-14 09:33   좋아요 1 | URL
네 ㅋㅋㅋ 글게요. 작가님과 동문수학 자랑하느라 목이 타고 막 그랬습니다. 감사해요, 햇살과함께님!

건수하 2024-10-14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 완독 축하드려요!!

단발머리 2024-10-14 09:34   좋아요 1 | URL
완독 축하 감사드려요, 건수하님~~ 제가 마사 누스바움을 좋아합니다. 헤헤...

독서괭 2024-10-14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

단발머리 2024-10-14 09:34   좋아요 2 | URL
이런 엄지척은 제가 잘 갈무리해서 ㅋㅋㅋㅋㅋ 축하인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