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권력] 아브젝시옹과 동물성
공포의 권력 동문선 문예신서 116
줄리아 크리스테바 지음, 서민원 옮김 / 동문선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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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의 권력>을 읽었다.

 


도리어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챕터 4, ‘<성서> 속의 혐오에 대한 기호학이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왔던 사람으로서 그나마 조금 쉽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이런. 인용된 성경 구절들은 익숙한데 그 해석으로 들어가자면, 나도 모르게 이런 표정(@@)이 되어 버렸고. 설득되지 않았는데 반박하기도 좀 어려운, 그렇게 애매모호한 시간을 이럭저럭 지나쳐왔다.

 

 

음식물에 대한 혐오가 여성의 육체나 생식능력이 야기시키는 혐오와의 유사성을 갖는 연장선에서, ‘나에게서 분리되어야 하는 것대변어머니인 것은 의미심장하다(165). 대변이 육체를 가로지르며 내 안에 존재했던 것이면서 동시에 영원히 내게서 추방되어야 할 것인데 반해,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정신적 분리 작용이 어머니에게서의 분리(165)인 것은 자신과 하나인 줄 알았던 어머니가 사실은 자신과 구별된 존재임을 인지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는 126쪽에서도 확인된다.

 


오염에 대한 이같은 가치 기준으로 볼 때, 육체란 방비하고 보존하는 존재 혹은 영원히 숭고한 존재가 될 것이다. 제어할 수 없는 생식 능력을 가진 어머니에 대한 공포는 나의 육체를 밀쳐낸다. 즉 내가 카니발리즘으로 어머니를 거절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기각(아브젝시옹)이 나를 타자의 육체, 나의 분신, 나의 형제의 육체에 대한 경의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126)

 


한편으로 ‘<성서>에 나타나는 분리의 내재화 과정속에서 모성의 위치도 흥미롭다.

 


위협적이지만 영양을 공급하는 이질성으로서의 모성은, <신약> 이후의 텍스트와 후세의 신학에서 죄 많은 육체로만 각인될 뿐이다. (179)

 


그리스의 아폴론적 육체관에서는 육체를, ‘충동적 육체완전히 역전된 육체로 이해하면서도 이 두 종류의 육체가 결코 나누어질 수 없다고 이해하는데, 후자의 승화된육체가 전자의 도착적인 육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약 성경의 많은 부분을 저술했던 사도 바울 역시 그리스적 세계관에서 완벽하게 탈출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다음과 같은 성경 구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육체, 영이 아닌 육체가, 하나님의 영이 거하는 거처가 될 수 있음을 설파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님의 성전과 우상이 어찌 일치가 되리요 우리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성전이라 이와 같이 하나님께서 이르시되 내가 그들 가운데 거하며 두루 행하여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되리라 (고린도후서 6 16)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고, 또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머릿속의 두루뭉술한 그 무엇을 명확하게 끄집어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여성 혐오와 어머니 혐오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어쩌면 이 지구의 문명이 계속되는 한 반복되는 이야기가 될 것이기에, 일단 오늘은 여기에서 접는다. 참 수고가 많았다고 한다. 존경하는 친구들, 이웃님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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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4-01-27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단발머리 2024-01-27 16:04   좋아요 0 | URL
🤗🤗🤗🤗

다락방 2024-01-27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대박 대박!!!!!!!!!!! 고생하셨습니다!!!!!

단발머리 2024-01-27 16:42   좋아요 0 | URL
힘든 시간 곧 지나가리라! 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