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쪽의 이 문장을 읽으니 마리 루티가 떠오른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여성의 성적, 물질적, 재생산적, 감정적 노동을 그저 남성이라는 이유로 마땅히 받고 누려야 한다는 왜곡된 믿음은 연애 관계가 시작되기 전이라면 인셀의 기질로 이어질 것이고, 관계가 시작된 이후라면 친밀한 파트너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즉 자신이 좌절감을 느끼거나 앙심을 품거나 질투를 하게 될 때 상대방에게 폭력을 휘두를 것이다. 다시 말해 인셀은 잠재적으로 파트너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는 존재다. (39)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 외로움을 느낄 때, 사람은 반응은 각각이다. 더 많은 모임과 만남으로 외로움을 희석시키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정희진 선생님의 매거진 3월호 <어떻게 우아하게 싸울 것인가>에서 몸의 개별성에 대한 설명이 이것과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속, 이 설명 불가한 허전함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이것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감각된다. 돈이 많아도, 돈이 적어도, 건강해도 혹은 몸이 아파도, 몸을 가진 모든 사람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는 내면의 빈 공간을 인지할 수밖에 없다. 다른 어떤 것에 기대는 것보다 타인에게 기대는 게 가장 부적절하고 위험한 일이다.  

 

















타인은 결코 우리를 실존적 불안에서 구원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은 우리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없으며, 우리를 온전한 존재로 만들어 줄 수도, 마법처럼 고통을 가시게 하거나 어떤 최종적인 상태에 이르게 할 수도 없다. 타인이 자아실현의 순간이라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는 있겠으나, 우리를 구원해 줄 수는 없다. (<가치 있는 삶>, 101)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외로움을 느낀 인셀들. 모든 사람에게 기본값인 외로움이 자신의 부족함과 타인의 멸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들은 폭발한다. 기본값을 모르는 이들의 반란. 그 처절한 인정 욕구. 헛된 결심 그리고 완벽한 파멸.




그래서 나는 여성혐오를 여성들이 직면하는 사회적 환경의 특징으로 이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그런 사회환경에서 여성들은 혐오로 가득하거나 적대적인 대우를 받게될 가능성이 크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여러 사례들에서 동시에 드러나듯 여성으로서 하면 안 될 "나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 P24

그러나 인셀이 대체로 섹스와 사랑을 갈구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성적 욕망을 최우선으로 충족시키기 위해서나 섹스와 사랑 그 자체를 원해서가 아니다. 인셀의 수사법은 인셀이 섹스와 사랑을 재화로 여기며, 도구적 이유로 추구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여성들의 애정 혹은 그들과의 섹스를 ‘채드‘에 상응하는 남성적 위계에서 지위를 구매하기 위한 현찰쯤으로 여기는 것이다. - P35

합리적 의심 그 이상의 증거가 있다고 믿지만 그게 상당한 근거 probable cause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범죄 입증 증거로서 전자의 기준은 후자의 그것보다 훨씬 높다. - P73

‘상당한 근거‘의 사전적 정의는 "합리적 수준의 의심"으로, 이는 "조심스럽고 신중한 주체가 충분한 정황적 증거를 가지고 특정 사실이 참일 수도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때 내릴 수 있는 판단이다. 반면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증거란 기소 과정에서 제시된 명제가 참임을 합리적 개인이 보기에 의심할 여지가 전혀 없을 때까지 증명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관련하여 다음 내용을 보라. https://www.lawfirms.com/resources/criminal-defense/defendants-rights/defining-probable-cause.htm. (22 : 73쪽의 주) - P288

강간 키트의 결과가 분석되지 않은 강간 피해자의 86퍼센트가 유색인 여성이라는 통계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워시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분석되지 않은 강간 키트 중)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백인 여성의 것을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들의 검사 결과는 다른 대접을 받거든요. 이들이 겪은 강간사건은 해결됩니다. 불행히도 강간 사건에서 인종은 여러면에서 유색인 여성들의 검사 결과가 방치되는 주요한 이유로 작용합니다. 형사 정의 실현을 내거는 시스템 내부에 이런사례가 정말 흔하게 널려 있습니다. - P78

권력을 쥔 남성 중에서도 가장 막강한 권력을 쥔 남성은 별다른 대가를 치르지 않고 세상 모든 사람을 성적으로 "소유할" 권리를 인정받는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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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14 09: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시작하셨군요! 저도 얼른 시작해야겠어요. 일단 비비언 고닉 좀 끝내고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3-03-16 19:29   좋아요 0 | URL
비비언 고딕 끝내신 거 축하드리고요 ㅋㅋㅋㅋㅋ 이 책 생각보다 잘 읽히지요? (여성주의 책은 좀 어려운 책이라고 예상하는 사람) 저도 진도 쭉쭉 나가고 있습니다^^

거리의화가 2023-03-14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작하셨네요!^^ 저도 이 챕터 인상깊었어요. 외로움을 어떻게 발산하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습니다.

단발머리 2023-03-16 19:3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이제 막 시속 40키로로 달리고 있습니다. 거리의화가님도 화이팅 하시고요 ㅋㅋㅋㅋ 우리 결승선에서 만나요!

바람돌이 2023-03-14 1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인간은 외로움을 느끼는데 우리는 왜 아이들에게 그 외로움을 겪고 통과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것일까요? 사실 방법은 너무 많잖아요. 친구들과의 수다, 혼자 여행으로 외로움에 아예 절어버리는것, 운동, 섹스 등등 뭐 끝도 없을 수 있는데.... 단발님 이 페이퍼 읽으면서 너무 공감이 되어서 갑자기 좀 울컥해졌어요. 너무 외로운데 소통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걸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 밖에 모르게 되는 사람들. 아니면 내탓이야를 외면서 자기를 파괴하는 사람들... 점점 많아질거라고 생각하니 또 울컥하네요.

단발머리 2023-03-16 19:33   좋아요 1 | URL
전 그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걸 모르고 나이가 들어버렸을 때요. 사회적 활동이 줄고 자식들은 자주 안 오고. 그럴 때의 열패감?
그 외로움, 허전함, 쓸쓸함은 사실 인생의 기본 조건인데, 그걸 모르는 경우에는 주위 사람들을 탓하기도 하구요. 자식이죠, 주로.
남편이 있어도 자식이 있어도 손자가 있어도,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잖아요.˝ 암튼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초고령화 사회를 예견하면서 더 그런 생각이 많이 들고요. 바람돌이님의 제안들을 젊었을 때 시행해보고 실험해 봐야 하는데 말입니다. 쩝.

공쟝쟝 2023-03-17 06: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응?아닌가... 스피박이 아니라 역시 <가치 있는 삶>인가? ㅋㅋㅋㅋㅋㅋ
뭐읽지... 끵ㅋㅋㅋ

단발머리 2023-03-17 18:57   좋아요 1 | URL
스피박 어려워서 난 엘렌 식수 읽고 있어요. 해러웨이 스피박 식수 중에서 식수가 젤 쉬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마리 읽겠다고 했죠?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3-03-17 18:57   좋아요 1 | URL
식수 너무 좋아 🥹 저 선물하기로 했어요 오늘 나한테 마감기념 선물 곧 땡투갈겁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