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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잇 섹스, 포르노가 강간에 개입하는 방식, 강간 문화, 포르노의 서사에 남자가 대항하는 법(211), 

원나잇 이후 남녀간 태도의 차이, 포로노 섹스에서 인종의 문제, 

백인 여성/흑인 남성이 주인공인 포르노에서 백인 여성이 소비되는 방식, 성기로 환원되는 인간, 

아동포르노금지법의 포르노 배우의 나이범위 확대(미, 1996년), 평등에 기반한 섹슈얼리티


가능할까, 의 회의와 절망이 너무나 강한 책. 돈벌이가 되는 이 산업을 순순히 포기할 사람들이던가... 흐미. 

간신히 마쳤다. 


그간 꾸준히 드러난 일종의 패턴은, 이들 남자 중 대다수가 섹스 파트너가 원나잇 상대라는 조건하에선 포르노 이미지가 자신의 성생활에 침투하는 걸 꺼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관계를 쌓고 싶은 누군가를 만났는데 포르노 이미지를 떨쳐 낼 수 없을 때 비로소 그것에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아무리 애써 노력해도, 자기가 좋아하는 포르노 영화의 장면이 성적 흥분을 느낄 때마다 밀려 들어온다. - P199

내가 듣는 최악의 이야기는 포르노에 너무 무감각해져서 점점 더 극단적인 포르노를 이용하기 시작하고 결국 이전에는 역겹다고 느꼈던 이미지를 보고 자위하게 되었다는 남자들의 고백이다. 이들 남자 대다수가 깊은 수치심을 느끼고 결국 이 모든 게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 P204

그들은 더 폭력적이고, 페티시적 성향이 강한 포르노로 점차 눈을돌렸고, 대개 그야말로 고문으로 보이는 행위를 찾아 나섰다. 이것도지루해지기 시작하면, 그들 대부분은 아동 포르노로 넘어갔다. 일부는 포르노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아동 포르노를 발견했고, 또 다른 이들은 일반적인 포르노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자위할 목적으로 그것을 찾아냈다. 아동 포르노를 처음 내려받은 시점과 실제로 아동에게 성폭력을 가한 시점 사이의 기간은 평균 1년이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인터넷 포르노에 중독되기 이전에는 아동에게 성적인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 P205

포르노가 강간에 개입하는 방식은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포르노를 이용하는 모든 남자가 강간을 저지르는 건 결코 아니지만, 포르노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정상화하고, 합리화하고, 묵인함으로써 페미니스트들이 ‘강간 문화‘라고 부르는 것을 형성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미지들은 폭력과 학대로 가득한 섹스를 당사자 모두에게 깊은 만족감을 주는 ‘섹시’한 것으로 묘사한다. 이러한 포르노의 메시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비정상적이며 용인될 수 없다고 규정하는 사회의 규범을 갉아먹는데, 사실 이 규범은 남성지배적 사회에서 이미 끊임없이 공격받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 P208

즉, 남자가 포르노의 서사에 대항하려면 어떤 것에 되어야 할까? 나를 비롯한 미디어 연구자들은 자본주의와 짝을 이루는 소비주의 이데올로기의 지속적 유입으로부터 사람들의 면역력을 길러주는 방법을 논의할 때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대개 그 해답은 그것에 반하는 이데올로기를 제공하여 소비 이데올로기의 허위적 본질을 드러내고 대안적 세계관을 제시하는 데 있다. 포르노의 반이데올로기 또한 그와 유사한 방식으로 그 메시지를 방해하고 파괴해야 하고, 포르노만큼 강력하고 즐거워야 하며, 남자에게 포르노 속 여성의 이미지는 허구이고, 특정한 형태의 섹스만을 팔기 위해 꾸며낸 거라고 설득해야한다. 또한 이 대안 이데올로기는 이성애 섹스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야 하며, 그것은 성평등과 정의에 입각해야 한다. - P211

우리는 각자의 삶을 써 내려가는 주체로서 어느 정도의 힘을 갖고 있지만, 자기한테 딱 맞는 정체성을 가지고 태어나 자유롭게 떠다니는 개별 존재는 아니다. 그 대신 카를 마르크스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특수한 사회, 경제, 정치적 조건 하에 정체성을 형성하는 사회적 존재고, 그 조건은 대개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다. 특히 우리의 성역할에 관한 정체성이 그러하다. 성역할은 사회적 구성물이고 따라서 우리가 ‘정상‘ 범위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여성적 행동‘은 외부의 힘이 결정한다. - P218

예를 들어 대학 연령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학자 캐슬린 보글Kathleen Bogle의 연구에 따르면 여자들 중 많은 경우가 "원나잇 상대를 남자친구로 사귀는 것에 관심을 보였지만 남자들은 대부분 "아무런 구속 없이 원나잇 섹스만을 원한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 P239

이런 사례를 학생들에게서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셀 수조차 없지만, 자기가 강간을 당했다고 얘기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들은 그 경험을 그저 ‘너무 나간‘ 원나잇 섹스라고 생각하거나, 남자를 그만두게 하지 못한 자신이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만, 자기한테 일어난 일이 실제 강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애초에 원나잇 만남을 갖기로 동의했기 때문에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어떤 경우에는 남자에게 그만하라고 요구한다 해도, 남자가 그만두지 않으면 그냥 그가 원하는 대로 하기도 하는데, 이는 다음 날 아침 강간 피해자가 되어 눈을 뜨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자기를 탓할 것이다. 그러면 적어도 그들을 무력하다고 규정하는 정체성을 뒤집어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 P243

여기서 아시아 여자들은 넘치는 성욕, 성적으로 순종적인 태도, 섹스 기술, 성적 매력을 모두 겸비했다고 여겨지며 그 덕분에 ‘초특급 걸레’로 규정된다. 소위 그 ‘순종적 태도‘는 에로화되며, 이들은 남자의 어떠한 잠재적 성적 요구도 거절하지 못할 만큼 완전히 무력한 존재로 그려진다. 이 무력함은 거기서 더 나아가 이들 여성이 ‘아동화‘되는 방식에 의해 강화된다. 이들은 순진하고 순수한 존재로, 성인으로서 자기 결정권은 없는 것처럼 비친다. 여자가 어린 아이로 보일수록, 남자가 그를 착취하고 조종할 여지도 더욱 커진다. - P255

아시아 남자가 남성성의 스펙트럼에서 여성화된 쪽의 극단에 위치한다면, 흑인 남자는 과잉남성화된 쪽의 극단을 차지한다. 난폭한 깡패나 강간범과 같은 추악한 스테레오타입을 짊어진 흑인 남자는 대개 도를 넘은 남성성, 즉 참을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형태의 남성성을 보여주는 전형으로 묘사된다. 사실 이런 남성성이야말로 포르노에서 이상화되고 미화되는 유형인데, 야동의 세계에 사는 남자들은 모두 과잉흥분 상태에 있으며 쾌락을 얻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 P272

이는 좀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비교적 가까운 과거만 해도 백인 남자들은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를 바라본다는 생각만으로 린치 패거리가 되어 광분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백인 남자들이,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의 몸에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는 장면을, 그것도 아주 상세하게 보여주는 영화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는 것이다. 하지만 야동의 세계에서는 여자-백인이든 유색인이든-가 폄하되면 폄하될수록 이용자에게 더 나은 야동 경험을 선사한다는 점을 이해하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 그리고 백인 남자의 눈에, 백인 여자가 성적으로 변태에다 야만인이며 난봉꾼이라고 지정된 자들에게 계속해서 삽입당하게 하는 것보다 그들을 폄하하기 좋은 방법이 또 있을까? - P273

이러한 백인 여성의 폄하는 물론 백인 이용자의 성적 흥분을 강화하겠지만, 그것이 현실 세계에 갖는 함의는 흑인 커뮤니티로 향해 있다. 성별, 인종, 계급 등에 기반한 모든 형태의 억압은 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 행사하는 권력을 정당화하는 신념 체계를 필요로 한다. 이 정당화의 과정은 대개 대상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형태를 통해 전개되는데, 이때 이들은 권력 집단보다 어딘가 덜 인간화된 존재로 그려지며, 이 인간보다 못한 지위 때문에 착취, 학대, 폄하당해야 마땅한 존재로 전락한다. 사실 포르노에서 인간은 모두 인간보다 못한 존재로 그려지는데, 이는 그들이 전부 성기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 P279

미 대법원은 1996년에 제정된 아동포르노금지법 Child PornPrevention Act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표현의자유연합의 손을 들어주었고, 그 근거로 아동 포르노의 정의(미성년자가 성적으로 노골적인 행위에참여하는 것으로 보이는 시각적 묘사)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 법은 실제로 18세 미만인 자(단순히 그렇게 보이는 자가 아니라)가 제작에 참여한 포르노 이미지에만 적용되도록 그 범위가 축소되었고, 이로써 포르노 업계는 컴퓨터로 생성한 아동 이미지를 쓰거나 실제로는 18세 이상인 포르노 배우를 그보다 훨씬 어려 보이게 아동화하여 쓸수 있게 되었다. - P285

평등에 기반한 섹슈얼리티는 결국 평등에 기반한 사회를 필요로한다. 우리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우리 스스로 규정하기 위해 싸우면서도 더 큰 그림을 놓쳐서는 안 된다. 여자들은 여전히 경제적, 정치적, 법적 차별에 직면해 있다. 포르노는 이렇게 더 큰 구조 안에 놓여 있으며, 이만큼 불평등의 관행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영역도 없을 것이다. 포르노에서 우리는 포르노 섹스 이외에는 아무것도 원치 않는 일차원적 대상물이다. 우리가 실제로 원하는 것은 우리 삶의 전 분야에서의 평등이고, 이를 통해 생식권의 말살, 결핍, 상실이나 남자가 가하는 폭력을 더는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포르노가 존재하는 이상, 우리는 남자들이 가진 모든 권리를 동등하게 가질 자격이 있는 온전한 인간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활발히 운동을 펼쳐 여자가 자신의 삶에 온전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싸워야 하는 이유다. 정의로운 사회에선 포르노가 설 곳이 없을 테니까.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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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21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시작했습니다. 멘탈 후덜덜....ㅠ.ㅠ

단발머리 2022-10-21 16:49   좋아요 1 | URL
멘탈 잘 잡고 읽으시기 바래요. 읽는 일의 괴로움.... ㅠㅠ

다락방 2022-10-27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벌이가 되는 이 산업에 모두가 달려들었는데 정말 우리가 뭘 할 수 있을지, 뭔가를 하긴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ㅜㅜ

이 책 읽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단발머리 님.

단발머리 2022-10-27 16:36   좋아요 0 | URL
이 쪽 산업이 활발한건 자금 때문인데 우리한테는 그렇게 큰 돈은 없고요 ㅠㅠㅠ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그 곳으로 ‘일하러‘ 가는 젊은 여성들, 여자 청소년들을 어떻게 도울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네가 선택한 거잖아... 라고 말하기 전에 이 사회의 구조 속에서 어떻게 그들이 자립하며 자존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돈은 필요없어요, 라고 말하려면 적어도 기초적인 생활에 필요한 돈은 각자에게 주어져야 할테고... 그래서, 저의 결론은 다시 기본 소득으로....

고마워요, 다락방님. 이 책 힘들었는데 다락방님 글 여러 편을 다시 읽게 되어 좋았어요. 악을 직면하고, 멈추지 말고 싸웁시다.
읽고 이야기하고 쓰고 다시 한 번 더 말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