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American Bride in Kabul』를 계속 읽고 있다.

 


재미있는 책이던, 재미없는 책이던 읽고 있는 책에 대해 말하는 건 내 습관이다. 그때 가족을 만났으면 가족에게 말하고, 독서모임 언니들을 만났으면 언니들에게 말한다. 친구들에게는 책 이야기 너무 길게 하면 싫어하니까 눈치 보면서 말하고, 친구랑 카톡하고 있으면 친구에게 말한다. 아무튼 그런 식이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말하는 게 아니다. 나는 그런 교육적인엄마가 아니다. 내가 알게 된 것, 내가 발견한 신기한 지점을 말하고 싶어서 말한다. 주요 대상 혹은 희생양은 가족이다. 아롱이가 6살 때 <포트노이의 불평>을 듣게 된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어제는 『An American Bride in Kabul』의 페이퍼에 썼던 장면을 남편에게 말했다. 제일 한가해 보였다. 소파에 기대있던 아롱이는 핸드폰 보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다음에 아롱이 간식 차려 주면서 한 번 더 말했다. 필리스 체슬러라는 사람이 대학에서 유학 온 아프가니스탄 남자를 만났어. 사귈 때 왕자처럼 행동해서 왕자인 줄 알았는데, 왕자는 아니었고. 아무튼 엄청 부잣집 아들이었대. 유럽 여행가는 길에 인사차 들렀다가 공항에서 여권을 뺏기고 억류되었거든. 근데 그 시아버지 되는 사람이 딱 나타나니까 온 가족이, 특히 자녀들이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면서 손에 키스를 하려고 그러는 거야. 서른이나 되고 이런 사람들이. 그래서, 체슬러가 충격을 받았지. 왜 그랬겠어. 이 사회에서는 아버지가 왕이야. 가장, 생사를 결정하는 사람이야. 그래서 온 가족이 아버지한테 잘 보이려고 하고, 아버지에게 매달리고.

 


이러고 있는데 딸롱이가 방에서 나왔다. 처음부터 시작. 미국에 사는 필리스 체슬러라는 사람이 대학에서 유학 온 아프가니스탄 남자를 만났어. 사귈 때 왕자처럼 행동해서 왕자인 줄 알았는데, 왕자는 아니었고 아무튼 엄청 부잣집 아들이었대. 유럽 여행가는 길에 인사차 아프가니스탄에 들렀다가 공항에서 여권을 뺏기고 억류되었거든. 분위기가 좋은 듯해 이야기 길어진다. 근데, 체슬러는 헝가리계 유대인이거든. 그래서 남편 가족들은 미국으로 유학 간 아들이 외국 신부데려온다 해서 엄청 기대를 했던 거야. 금발에 파란 눈의 신부일거라고 추측하면서. 근데 신부 데리고 왔다고 해서 다들 구경 왔는데, 검은 눈에 검은 머리카락이잖아. 친척들이 그러는 거야. ? 이런 애들은 우리 주위에도 많은데?

 


체슬러가 도착해서 보니까, 시아버지한테는 아내가 셋이야. 체슬러 남편은 첫 번째 아내의 아들이었고. 근데 그 시아버지 되는 사람이 딱 나타나니까 온 가족이, 특히 자녀들이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면서 손에 키스를 하려고 그러는 거야. 나이가 서른이나 되고 이런 사람들이. 그래서, 체슬러가 충격을 받았지. 왜 그랬겠어. 이 사회에서는 아버지가 왕이야. 가장, 생사를 결정하는 사람인 거지. 그래서 온 가족이 아버지한테 잘 보이려고 하고, 아버지에게 매달리고 그랬대. 똑같은 이야기를 세 번째 하고 있다. 이런 경우 세 번째 듣는 사람은 필경 짜증을 내기 마련인데. 웬일일까. 아롱이는 내가 자기 누나한테 하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다. 그러면서 한마디 보탠다. 재미있는 거 뒤에 나와. 아롱이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막강하고 절대적인 권력을 소유한 아버지. 아버지의 권위, 재산, 권력이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 아버지 손에 키스하려 애쓰는 나이 서른이 넘는 자녀들. 아버지에게 잘 보이려고 대놓고 경쟁하는 그의 자식들.

 

















『그림자 노동』의 저자 이반 일리치는 상업적 영농이 자급농을 대체하고생활 임금을 버는 일이 상례가 되었던 1830년을 여성 예속의 중요한 기점으로 본다, 사고파는 행위의 중심이 물물교환이던 자급자족 경제 시대에는 남성이나 여성이나 집에 가져오는 수입이 비슷했고, 경제적으로 여성은 여전히 남성의 동반자로서 식량 생산이나 의복과 도구를 만드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을 지적한다하지만, 1830년 이후, 여성은 가정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던 안주인에서 남편과 자녀가 일하기 전에 머무는 장소의 관리인으로 전락했다고 보았다. 앤 더글러스는 여성의 이러한 변형을 지위 박탈 (disestablishment)’이라고 불렀다. (199)

 


카불의 아내들이, 그의 성년 자녀들이 아버지인 가장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 아버지의 말 한마디는 생명과 죽음을 가를 수 있다. 아버지는 생산 수단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남은 아버지에게 키스하면서 아버지가 죽을 을 기다린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장남은 아버지가 가졌던 절대적인 권위와 재산을 승계하게 된다. 차남, 삼남은 큰형만큼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죽음으로 얻게 된 유산 상속을 통해 자신만의 가정에서 가장으로 등극한다. 작은 왕국을 물려받았으나 그 역시 이다. 남편을 잃은 부인의 처우는 아들의 손에 달려있으며, 이는 그 집 하인들의 운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주인이 바뀌었을 뿐이다.

 


아프가니스탄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이모부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3살 된 사촌 동생이 그 집의 호주가 되었고, 이모와 그 애의 누나는 그의 가족이 되었다. 그 동생은 남자였다. 한국의 호주제는 2008 1 1일에 폐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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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21 2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닛 그러니까 저는 그 키스하고 난 다음이 궁금하다니까욧!!!! ㅋㅋ
호주제 폐지될때만큼이나 간절하게 기다리겠습니다.

읽은 책 내용 마구 얘기해대는 풍경은 저희집과 똑같습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2-08-21 20:58   좋아요 2 | URL
체슬러는 지금 먹는 문제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른 책이랑 돌려가며 읽다보니 ㅋㅋㅋㅋㅋ 진도가 아주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책 읽으면서 기다리고 계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님 가정의 풍경이 저희 집보다 훨씬 풍성하고 아름다울 거 같아요. 저의 예감은 반드시 옳습니다!!

바람돌이 2022-08-21 22:18   좋아요 0 | URL
먹을건 항상 풍성합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2-08-21 22:23   좋아요 0 | URL
사시는 곳이 어디라 하셨었었죠? 저는 ㅂㅅ으로 기억하는데요 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08-21 22:55   좋아요 0 | URL
저는 두리번거리다 여기에 붙습니다.ㅋㅋㅋ
위 아래 댓글 중 어느 편에 붙을까요? 하다가....^^;;;;;

저도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거나 심지어 예능을 봤는데 아주 인상적이거나 재밌는 부분이 있으면 내 옆에 귀를 가진 이가 있으면 막~~쏟아내는 습관이 있어요.
식구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그러거나 말거나 막~~내가 읽은 장면들을 얘기하고 나면 속이 후련하던데...전 내가 얘기하고 있으면서도 나 좀 이상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근데...근데.....저 아주 정상적이었군요???ㅋㅋㅋㅋ

근데 울집 식구들은 또 시작이군!!!! 그런 표정이던데...두 분의 가족들은 아름다운 풍경이군요!!! 울 집은 내 말이 끝날 때까지 내가 막 식구들을 따라다니면서 얘기하는데ㅜㅜ
이건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풍경이에요ㅋㅋㅋㅋ

근데 그래서 그 뒤편 저도 궁금합니다.
어서 읽어 오세요^^

공쟝쟝 2022-08-21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성 억압은 노예제보다 먼저 일어나 노예제를 가능하게 만든다. -거다 러너-

단발머리 2022-08-21 21:13   좋아요 2 | URL
여성은 어떤 집단보다 가장 먼저 노예화되었다. -거다 러너-

다락방 2022-08-21 21:49   좋아요 2 | URL
이 사람들 멋짐 터지는 거 어쩌면 좋아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