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뜨거운 여름이다. 중복의 더위도 이겨내는, 더 뜨거운 이 여름의 주인공을 소개합니다그 이름도 특이한 콜린 후버.


 

콜린 후버의 세 번째 책을 읽고 있다. 콜린의 책에서 특이한 부분은 화자 교체이다. 시점 또는 시간을 오가면서 서술이 이어진다. 『Reminders of Him』 같은 경우, 여자 주인공 Kenna와 남자 주인공 Ledger의 목소리가 한 챕터씩 교차한다.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 번은 여자 주인공, 한 번은 남자 주인공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Ugly Love』는 현재와 6년 전 과거를 오간다. 현재의 화자는 여자 주인공 테이트, 6년 전 과거의 화자는 남자 주인공 마일스다. 두 사람의 육체적 사랑이 꽃피고(?), 정신적 사랑이 싹을 틔워가는 현재와 상처받은 영혼 마일스의 불행한 과거가 역시 한 챕터씩 교차된다. 지금 읽고 있는 『All your perfects』NowThen으로 나뉘어 한 챕터씩 현재와 과거가 교차한다. 이른바 왔다 갔다 기법.

 

 

내가 읽은 로맨스 소설이라고는 올해 읽은 7-8권이 전부이고, 전부 영미 소설이라서, 한국의 로맨스 소설들은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 중요한, 피임 문제 말이다.

 

로맨스 소설의 주인공들은 서로에 대해 처음에는 악의에 가까운 감정을 품게 된다. 그 감정은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점차 호감으로 변해가고, 결국 두 사람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서로에게 강하게 끌린다. 가까워질 듯, 멀어질 듯, 곡예 타는 듯한 두 사람의 관계는 특정한 자극(다른 남성/여성의 등장, 여자 주인공의 몸살감기, 서서히 밝혀지는 과거의 비밀)으로 인해 더욱더 강렬해지고, 그리고 두 사람은, 짜잔! 둘만의 특별한 시간을 갖게 된다. 달아오르고(푸핫!), 뜨거워지고, 다시 한껏 달아오른 그 중요한 찰나.

 


내가 읽었던 모든 로맨스 소설에서는, 그 중요한 순간에 두 사람은 피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확히 피임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을 뿐이다. 여자 주인공은 피임약을 먹고 있다(I’m on the pill. I’m on birth control.)고 말하거나, ‘먹고는 있지만… (혹시 모르니 당신이 콘돔을…)’이라고 말한다. 오랜 시간 연애 사건이 없었던 남자 주인공은 콘돔을 사러 나가고, 여주는 남주가 콘돔을 준비하기 위해 외출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남주가 콘돔이 들어있는 서랍장을 스르르 열고, 여주는 그런 남주를 기다린다. 콘돔 포일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남주는 콘돔을 장착(?)한 후, 두 사람은 원래부터 하려던 일을 계속한다.

 

이 일, 섹스 전에 피임을 이야기하는 일은 너무 중요하다. 이런 이야기가 이렇게나 다종다양하게 그려질 수 있는 것은, 이 소설이 로맨스 소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픽션 속에서 이런 대화는 꼭 필요하다. 픽션은 실제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픽션의 힘으로 현재가 창조되기도 한다. 소설 속에서 혹은 드라마 속에서, 피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성과 남성을 목격하는 일이 중요한 건, 보통의 사람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때문이다. 물론 픽션이 성교육을 위한 교제는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되지만, 남성이 여성을 배려하는 혹은 여성이 자신의 염려와 걱정에 대해 남성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장면을 눈으로 확인하는 건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한다는 것, 섹스 전에 피임에 대해 말한다고 해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깨는 건 아니라는 걸, 남성도 여성도 알고 있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남자와 성관계를 갖기 직전에, 그와의 사랑을 온몸으로 표현하기 이전에, 이 행동이 불러올 수도 있을 혼란과 사건에 대해, 두 사람은 반드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로맨스 소설은 주된 독자층이 여성이다 보니, 그런 과정조차도 사랑스럽게 그려낸다.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을 배려한다. 여자 주인공은 망설이지 않고 원하는 바를 이야기한다. 소설 속 여자 주인공이 임신에 대한 공포없이 남자 주인공을 맘껏 사랑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신에 대한 염려를 사랑하는 남자와 미리 이야기함으로써, 임신에 대한 대비책을 두 사람이 같이 마련해 둠으로써, 두 사람은 더 솔직하게 사랑할 수 있고 원하는 만큼 더 뜨거워질 수 있다.

 



 













마침 다음 달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책이임신중지』라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하고 싶다면, 준비하자. 남자 주인공들이 그렇게나 열심히 준비하는 바로 그것을. 더 뜨거워지기 전에 준비하자. 너무 뜨거워져 그것을 준비할 시간마저 부족하다면, 그런 사랑에는 반대한다. 여보게. 너무 뜨거우면, 난 이 사랑 반댈세.

 

 



아침 등굣길에 캐리어를 밀면서 엘리베이터에 타는 가족을 만났다. 돌아오면서는 캐리어를 끌고 주차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우리 집은 작년에도 올해도 휴가 계획이 없다. 여행 가고 싶지는 않지만, 공항에는 가고 싶고, 캐리어도 밀고 싶다. 공항에 갈 수도 없고, 하릴없이 캐리어 꺼내서 밀 수는 없으니까, 집을 나갈 때는 휴가 복장으로 나섰다. 끈나시 미니 원피스를 입고, 얇은 신발을 신었다. 현관문을 닫으면서, 이제부터 휴가라고 생각했다.

 

사진 올리고 싶은데 적당한 사진이 없어서 조나단 베일리와 시몬 애슐리 사진을 올려본다. (뜬금없이. 왜냐하면) 

조나단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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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7-29 1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없으면 조나단 사진이 아니라 단발님의 끈나시 원피스 사진을 올려주시면 되는거 아닙니까? 흥!!

콘돔 얘기를 로맨스 소설이 해주어서(그건 정말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그 로맨스 소설의 이야기를 단발머리 님이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사실 로맨스 소설과 포르노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도 생각하는데요. 로맨스 소설은 주독자층이 여자잖아요. 그래서 반복해 이렇게 피임, 콘돔 얘기를 해도, 남자들 대부분이 콘돔을 쓰지 않는건, 그들이 주로 보는 포르노에서 콘돔을 안쓰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들이 보고 학습한 건 임신을 방지하기 위해 조심하자가 아니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삽입하고 여성을 굴욕적으로 만들어서 쾌감을 느끼자, 이니까요. 만약 그들이 보는 포르노에서 피임에 정말 신경써야 하고 우리는 콘돔을 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말한다면 그들도 말을 듣지 않을까요. 이를테면 콘돔 쓰는 남자가 성적 능력이 더 좋음의 상징이라든가, 뭐 그런 식으로요. 포르노가 여성의 몸을 배려하거나 아끼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포르노에 절여진) 많은 남성들이 그대로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이 페이퍼를 보고 해보았습니다.

단발머리 2022-07-29 13:02   좋아요 1 | URL
적당한 사진 고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두번째 사진은 진작 골랐는데 다른 사진은 너무 야하고요. 그래서 얌전한 걸로다가 ㅋㅋㅋㅋ 제 끈나시 원피스 사진은 락방님 핸폰에 들어있다는데 제가 500원 겁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다락방님 의견에 동의해요. 로맨스 소설에서는 피임과 콘돔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쓰이고 읽히는데 반해 포르노는 그렇지 않을 테고요. 로맨스에서 남자 주인공들, 건강하고 자신만만하며 육체적으로 매력적이고 유머러스하고 게다가 머리도 좋은 남자 주인공들은 그 중요한 순간에, 꼭 여자의 의견을 묻고, 또 위에 제가 쓴 것처럼... 여주가 ‘아, 나 약은 먹고 있는데..‘ 혹은 ‘지금 배란기는 아니지만...‘ 하고 머뭇거릴 때, ‘응, 그래? 알았어!‘하고는 서둘러 콘돔을 장착(?)합니다. 콘돔에 대해 아무런 거부감 없는 그런 모습을 여자들은 ‘멋지다‘, ‘나를 배려해준다‘라고 생각할텐데 남자들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남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지요, 제가) 다만,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모습이 ‘남성적‘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특히 그렇게 생각하는 남성이 많은 것 같기는 하고요. 그건 다락방님 지적대로 포르노를 통해 학습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아직 ‘이런 식‘의 ‘건전한 대화‘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걸 화면으로 구성해 내는게 배우들에게는 난처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이것 또한 우리 삶의 ‘실제적‘인 부분이라서, 대화만이라도 하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전 방송작가가 아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나단은 사랑입니다💕💕💕

건수하 2022-07-29 1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중매체에서 언급하는 것 참 중요한데 말이지요.. 이런 시대에.

제가 최근 본 로판들은 배경이 중세라, 피임 얘기는 ‘안돼, 임신할 수도 있잖아‘ ‘마지막에 빼면 되지 않을까요?‘ 정도밖에...
<루시아>에서 남자 주인공에게 ‘아이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왜 신경쓰지 않았냐‘ 라고 나름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있네요.

현대 로맨스 소설을 좀 읽어봐야 할까봐요.
다음에 읽으려고 하는 것도 <설득> <프랑스 중위의 여자> 이런건데...;;

단발머리 2022-07-29 13:41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대중매체에서, 특별히 드라마, 영화 그리고 소설에서 이런 대화와 언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마지막에 빼면 되지 않을까요?‘는 너무 사실적이라서 슬프네요.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에요 ㅠㅠㅠ

<설득>, <프랑스 중위의 여자>에서는 이런 언급 없을 거 같아요. 저 두 권 다 읽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한데 없었던 거 같아요. 제가 요즘 읽는 콜린 후버 책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네요. 그 점에서는 참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쟝쟝 2022-07-29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 길러서 시몬 애슐리 머리 해야지 ㅋㅋ

단발머리 2022-07-29 13:57   좋아요 1 | URL
나 저런 스탈의 머리였던 적 있는데 ㅋㅋㅋㅋㅋㅋ 대딩 3학년 때 ㅋㅋㅋㅋ 증거 사진이 없네요 푸핫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2-07-29 14:03   좋아요 0 | URL
와 어울려요 ㅋㅋㅋㅋㅋ 어울릴것 같아 꺅😝

단발머리 2022-07-29 14:07   좋아요 0 | URL
이젠 안 돼요, 너무 무거워ㅋㅋㅋ 사람들이 가발 아니냐고 ㅋㅋㅋ 이거 다 진짜 니꺼냐고 물어봤어요 ㅋㅋㅋ 숱이 많아요, 내가 ㅋㅋㅋㅋ대신 쟝쟝님이 하면 되겠어요.
나, 사진 많이 찍어야지!!!

공쟝쟝 2022-07-29 14:29   좋아요 1 | URL
숱많 ㅋㅋㅋ 저도 머리숱 ㅋㅋㅋ ㅋㅋㅋ 뒤지지 않습니다 ㅋㅋㅋㅋ애슐리 머리 한다!!! 완전 괴짜처럼 보이겟쥬? ㅋㅋㅋ

다락방 2022-07-29 15:12   좋아요 0 | URL
나만 대머리야? 나만 머리숱없어?

mini74 2022-07-29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에서 뱃속에서 사산된 아이조차 혹여 처벌의 대상이 될까봐 병원에서 수술을 해주지 않아 산모의 목숨이 위험한 일이 생겼단 기사를 읽었어요. 이게 지금 이 시대에 일어난 일인가 정녕하면서 멍했습니다. 피임이야기 공감합니다.

단발머리 2022-07-30 08:18   좋아요 1 | URL
저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 들었던 것 같아요. 성폭행으로 임신한 10살 아이가 임신중절을 받지 못해 다른 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서... 시간은 자꾸 흐르고 아이는 어찌해야 하는지... 이런 시대가 오다니, 암담하기 그지 없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