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여성이 하나의 계급으로서 존재한다는 걸 이해하는 건, 아니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여성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다수 집단이며, 남자와 ‘같이’ 산다. 자신이 속해 있는 계급에 따라 각각 다른 생활 양식을 보여주며, 철저히 계급의 이익에 복무한다. 그러한 각각의 여성을 하나의 계급으로 이해한다는 건, 그런 발상 자체는 무척이나 혁명적이다.
계급의 형성은 다른 계급에 속한 사람들을 구분할 시각적 수단을 요구한다. 의복, 장신구 착용 혹은 장신구 없음, 그리고 노예들의 경우 그들의 지위를 나타내는 시각적 표시들 등은 그런 구분을 중요하게 만든 모든 사회에서 나타난다. (『가부장제의 창조』, 247쪽)
이성애 가부장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계급, 남녀 간의 구별이 중요하다. 남성과 여성으로 ‘구별’되어야 만이 그에 합당한 ‘대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쉴라 제프리스가 말한 그대로다.
미용 관습은 성별 구분에, 즉 성적 지배 계급인 남자와 피지배 계급인 여자를 쉽게 구별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또 단순히 성별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데 그치지 않고 ‘차이’를 만들어내는데 쓰이기도 한다. (『코르셋』, 71쪽)
성별 차이. 남녀 간의 차이를, 인간은 ‘겉모습’을 통해 확인한다. 다른 옷, 다른 형태의 꾸밈을 통해서 남성은 여성처럼 보일 수 있고, 여성도 남성처럼 보일 수 있다.
『여자다운 게 어딨어』의 저자 에머 오툴의 실험이 극적인 성공을 거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모자와 손으로 그린 수염, 품이 큰 옷을 입는 간단한 남장만으로도 에머는 진짜 ‘남자’가 되었다. 삭발한 그녀의 머리를 보고 공격적이라고 추측하는 사람이라면, 긴 머리의 그녀를 수동적인 사람으로 추측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아주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개인은 ‘남성’으로 혹은 ‘여성’으로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이런 과도한 ‘구별’이 여성을 억압하기 위한 ‘조건’이라는 데 있다. 여성이 여성으로 ‘구분’되어야 하는 이유, 이를 나오미 울프는 이렇게 표현한다.
남성은 어떤 여성이든 그 아름다움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만, 자신에게는 판단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신이 내린 권리로 여긴다. 그리고 그런 권리가 남성 문화에 그렇게 중요한 권리가 된 것은, 예전에 존재하던 남성의 특권 가운데 지금도 검토되지 않고 온전히 남은 유일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147쪽)
남성과 여성을 구별했을 때, 그 구분의 자리에서 남성은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해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남성은 그러한 판단의 자리 ‘너머에’ 존재하지만, 여성은 그러한 판단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전화를 세 통화 돌렸다. 찾아가는 서비스. 각자에게 맞춤한 친절 상담. 기본 바탕은 나에 대한 애정과 신뢰. 내 전화를 받고 반갑게 맞아 주시는 사랑하는 언니, 친구, 교회 집사님. 15년 지기 언니에게는 더 주워 올 표가 없는지 물어보고, 뉴페이스 20세 여성의 투표 성향을 체크한다. 누구에게 투표할지 정했어? 라고 물었을 때 (부끄러워) 차마 말 못 하는 대학 친구. 나랑 같은 마음이면 좋을 텐데, 라는 내 말에 친구는 어색하게 웃고 말았고. 나는 그 애의 마음이 윤석열에게 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생각해보니 그 친구는 종편 마니아였다. 아, 이를 어쩌나. 후퇴, 후퇴. 집사님, 투표해야지요? 네, 그러니까요. 근데 전 잘 모르겠어요. 집사님이 이야기 좀 해 주세요. (아!! 한 시간도 가능해요!!!!!) 신천지와의 관계, 건진 법사와의 연관성, 주가 조작, 그리고 피할 수 없는 무식함 뿜뿜 대잔치. 토론 보셨죠? 네, 근데 끝까지 볼 수가 없더라고요. 그니까요. 국회의원, 아니 시의원이라도 한 번 해봐야지. 그 사람은 진짜 아무것도 모르더라구요. 네, 제가 보기에도 그래요. 보고 읽는 것도 잘 못 하던데, 그럼 박근혜 꼴 나는 거죠. 네, 맞아요. 전, 이재명이 중학교도 못 가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낙담하지 않고 공부하고 도전하고, 또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정책들을 내놓아서, 거기에서 마음이 좀 가고 그래요. 마지막 인사. 저 매일, 기도하고 있어요. 흑흑.
해야 할 일이어서 하고 있지만 피곤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그런가 싶기는 한데. 근데 병인가보다. 성별이 계급이라고 쓰다 보니, 이런 기사들이 퍼뜩 스쳐 간다.
이재명 : 남녀관계도 일종의 계급 … 남녀 동수내각 목표
윤석열 : 여성가족부 폐지
오늘 저녁 8시 텔레비전 대선 토론은 복지, 인구, 여성 정책을 다룬다. 아, 바쁜데. 그래도 5년에 한 번이니 봐야 한다. 렛츠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