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에는 엄마, 아빠, 이모와 이모의 외손자 둘이 집에 놀러 왔다. 포장해 온 해물찜이랑 피자를 펼쳐놓고 맛있게 먹고 다 치우고 났을 때쯤 친구들 만나러 갔던 사촌 동생이 합류했다. 친구들과의 모임이 별로였나 사촌 동생은 말이 없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전력질주하는 6세 아들과 이제 막 걸음마를 배워 쿵쿵 걸음마 자랑 중인 3세 딸을 하염없이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리고 내게 묻는다. 언니, 언제부터 걸어 다녀?
머릿속이 복잡하다. 아롱이도 참 빠르고 날쌔고 거침이 없었는데 근데 쟤가 언제부터 걸어 다녔지? 생각해보니 학교 가는 길에는 신발주머니 흔들며 걸어가지만 교회 갈 때는 지금도 뛰어가는 것 같고. 탁구 치러 갈 때도 뛰어가고. 그래도 이제 적어도 집에서는 뛰지 않으니까. 초3때까지만 기다리면 되지? 그때까지만 뛰는 거지? 하고 또 묻는데, 이젠 머리 속이 복잡하다 못해 하애진다. 그러니까 쟤가 언제부터 걸어 다녔지? 언제까지 뛰어다녔지? 그러니까 어제까지 아장아장 걷던 저 애가 언제 저렇게 컸지? 언제 중딩이 되었지?
개학이 또 연기됐다. 쾌재를 부르며 춤을 추며 방문을 나서던 24시간 실크잠옷 고딩은 금세 눈치를 채고 ‘엄마, 어떻게 해요?’라며 슬픈 척을 한다. 나와 같은 심정으로 학교 갈 날만 기다리던 중딩은 에잇,하고는 나와 같은 맘으로 안타까워한다. 처음 개학이 연기 됐을 때 지혜로운 친구는 그냥 저냥 이렇게 1학기가 지나가겠구나 예상하던데, 내게는 그런 지혜가 없어 또 잠시 희망을 가졌으나. 아, 우리는 서로 이렇게나 많은 영향을 주고 받고, 또 바이러스도 주고 받는구나.
신나는 노래와 잔잔한 노래를 같이 골랐다. 헨리는 피아노도 잘 치고, 바이올린도 잘 켜서 참 좋겠다. 수현은 목소리가 정말 백 만불 짜리다. 한 번은 신나는 노래, 한 번은 잔잔한 노래를 듣는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 모든 연속적인 일들의 결말은 무엇일지. 이 현실은 우리의 과거가 아닌 현재가 되어버릴 것인지. 모르겠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