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강조하자면, 책은제목 그대로 아니다. 물론 결론이 그렇게 났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결론은결혼해도 괜찮아이다. 하지만, 결혼의 역사,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고수하는 소수민족에게서 결혼의 의미, ‘결혼이라는 구속에 기꺼이 헌신하려는 현대인, 그렇게 사랑하던 사람과 반드시 이혼하려 애쓰는 사람들, 법적인 결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투쟁하는 성소수자들에 이르기까지, 저자는결혼 과거와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학술적으로 파헤치고자 한다. 



물론 개인적인 사건사고가 있었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함께 하고 싶었지만, 그와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 그도 동의했기에 사람은 결혼하지 않으면서 평생 함께하는 그들만의 생활을 꿈꾸어왔던 터였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댈러스 공항에서 입국 불허를 받으면서 그들이 함께할 있는 유일한 해결책으로서 결혼을 선택할 밖에 없었다. 결국 그녀가 말한대로 책은 결혼하기 싫지만 결혼해야만 하는 스스로에 대한설득 바탕으로 한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제목에 대해서만 쉴드 일이 아니다. 결혼이 싫은 사람, 결혼이 지긋지긋한 사람이라면 책을 읽지 않는 좋겠다. 더해 결혼 생활에서 탈출하고 싶은 사람도. 





역사상 가장 효율적인 전체주의 경찰이었던, 동독 공산당의 비밀경찰도 새벽 시에 가정집에서 오가는 비밀스러운 대화는 엿들을 없었다. 누구도 불가능했다. 베갯머리에서 어떤 사소하고 진지하고 점잖은 이야기가 오가든 간에 고요한 시간은 오로지 함께 있는 사람만의 것이다. 어둠 속에 누워 있는 연인들 간의 대화야말로프라이버시 정의 자체라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프라이버시는 섹스만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전복적인 일면, 친밀함 뜻한다. 세상 모든 연인들은 시간이 흐르며 둘만의 작고 고립된 나라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3자는 참견할 없는 자신들만의 문화, 자신들만의 언어, 자신들만의 도덕 법규를 만드는 것이다. (339) 





길버트의 사진을 전면으로 내걸고(혹은 전면으로 내걸고 싶어서) 얼마전에 <진실하고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 여자 뿐인가?>라는 글을 썼다. 글의 요지는 하나의 질문이다. 낭만적 사랑의 극단적 유효성을 이미 알고 있는데도, 영원한 사랑을, 사람과의 친밀함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도대체 ,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파시스트, 마르크스주의자들, 동독 공산당, 소련과 20세기 중국의 공산당 모두 결혼 제도 이외의 새로운 사회 체제를 수립하려고 했다. 결혼을 말살하려 했고, 후에는 통제하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만 선택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반항을 이겨내지 못했다. 초기 기독교 교부들은 결혼을 버리고 금욕을 택하라고 노골적으로 독려하고 지시했지만(341), 결국에는 실패하고 오히려 결혼 제도와 관련된 까다로운 조건을 만드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저자는 이렇게 쓴다.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원하지 못하도록 막기란 불가능하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특별한 사람과의 친밀감을 원했다. 친밀감에는 반드시 프라이버시가 포함되기에, 사람들은 연인과 단둘이서만 있고 싶은 단순한 욕구를 가로막는 사람이나 사물은 무조건 심하게 밀어냈다. 역사를 통틀어 정치 세력들은 욕구를 억누르려고 했으나 결국은 포기할 밖에 없었다. 인간들은 법적으로,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물질적으로 다른 영혼과 연결되고 싶은 권리를 계속 주장하기 때문이다. (343) 




다른 영혼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 마음은 생기는 건지, 무엇 때문에 생기는 건지, 근원이 궁금하기는 한데, 적어도 가지는 확인하게 됐다. 다른 영혼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 그녀/그와의 친밀함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마음. 




다음의 문단은 긴데, 그래도 인용해 보겠다. 책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문단이고, 기억하고 싶은 문단이기도 하다.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한 여성으로서 저자는 자신이이모 연대 속한다고 말하는데, 아래의 문단은 그런 자랑스러운 이모, 고모, 숙모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의 아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남겨진 아이를 사랑으로 돌봐 주었던 멋진 여성들. 이모, 이모들. 놀라운 이모 연대.   





작가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 해보자. 레오 톨스토이와 트루먼 카포티, 브론테 자매들 모두 친엄마가 죽었거나 친엄마에게 버림받고, 자식이 없는 여자들의 손에 자랐다. 톨스토이는사랑의 도덕적 즐거움 가르쳐준 투와넷 숙모가 자신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본은 어려서 고아가 후로, 자식이 없는키티 이모 손에 자랐다. 레논을 키운 미미 이모는 그에게 언젠가 훌륭한 음악가가 거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이모 애너벨은 그의 대학 등록금을 내주었다.



건축가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에게 처음으로 공사를 의뢰한 사람은 이모인 제인과 넬이었다. 사랑스런 독신녀들은 위스콘신주 스프링그린에서 기숙학교를 운영했다. 어릴 고아가 코코샤넬을 거둬준 사람은 가브리엘 이모였다. 그녀는 샤넬에게 바느질하는 법을 가르쳤는데, 그것이 샤넬에게 매우 유용한 기술이었음은 다들 인정할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캐롤라인 고모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퀘이커 교도이자 독신이었던 고모는 평생을 자선 사업에 몸담았고, 성령의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훗날 울프가 회상했듯이현대의 예언자같은 사람이었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유명한 마들렌을 베어 물던, 문학사에 길이남을 중대한 순간을 기억하는가? 순간, 프루스트는 어린 시절의 향수에 압도당해 책상 앞에 앉아 방대한 양의 대서사시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Remembrance of Things Past)』를 수밖에 없었다. 해일처럼 밀어닥친 노스탤지어의 도화선이 것은 프루스트가 사랑하는 레오니 고모에 대한 기억이었다. 고모는 매주 일요일마다 예배가 끝난 , 어린 프루스트와 함께 마들렌을 나눠먹곤 했다.



그리고 피터팬의 모델이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피터팬의 창조자인 J.M. 배리는 1911년에 이미 질문에 답했다. 세계적으로자식이 없는 많은 여성들의 얼굴에서 피터팬의 이미지와 정수, 행복한 기운을 발견했노라고.

이것이 바로 이모 연대다.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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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0-01-2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레논을 키운 미미 이모와의 이야기를 우연히 영화를 보고 알게 되었어요. 먼저 세상을 뜬 이모부가 아주 다감하고 유쾌한 사람이었더군요. 엄마는 밝고 자유분방한 여성이었는데 이모는 엄격하고 심지가 깊은 분이더군요. 저도 이모이자 고모인데 조카들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네요. 이모 화이팅ㅎㅎ

단발머리 2020-01-22 16:40   좋아요 0 | URL
전, 존 레논을 비롯한 이런 이모 연대 이야기를 이번에 처음 들었어요. 아, 제인 오스틴 이야기는 들은 것 같기도 하구요.
엄마 없는 아이들을 돌봐주었던 이모들 정말 멋지죠! 전 이모도 고모도 아니어서요 ㅠㅠ
그래도 외쳐봅니다. 이모, 고모 화이팅!!!

다락방 2020-01-21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이모인 제가 몹시 좋아합니다. 흐흣.

단발머리 2020-01-22 16:41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다락방님 생각났어요. 타미 이모 화이팅!

수이 2020-01-2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인 동시에 이모일 수도 있을까. 싶지만 그건 불가능하지 싶고 하여 좋은 엄마 노릇은 좀 못해도 좋은 이모 노릇은 해보고싶단 생각을 문득!

단발머리 2020-01-22 16:42   좋아요 0 | URL
엄마면서 이모인 방법은.... 음.... 없을 것 같기는 해요.
저도 이모 쪽이 끌리기는 한데.... 어쩌죠. 엄마에요 ㅠㅠ

레와 2020-01-22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이모와 고모가 되고 싶어요.

단발머리 2020-01-22 16:43   좋아요 1 | URL
레와님은 좋은 이모, 좋은 고모 되실것 같은데요.
너무 오랜만이에요, 레와님~~~ 반갑습니다^^
새해에는 더 자주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