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는 얼마나 이 글을 쓰기 싫어했던가. 나는 얼마나 이 일을 미뤄왔던가. 나는 얼마나 이 일을 모른 척 하고 싶었던가.
통상 장관 후보자에 대한 증인은 2-3명인 것으로 들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자유한국당이 요청한 증인이 90명이었다. 25명으로 줄였다가 이미 법정기한을 넘긴 9월 2일에서야 ‘사랑하는’ 가족들을 증인에서 빼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호통을 피한 것은 확실해 보이나, 기자간담회에서는 오만하고 멍청한 기자들의 질문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오전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는 신도시에 산다.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고, 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 학종으로 아이를 대학에 보냈다는 지인과 조국 사태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조국이 편법과 술수로 딸의 스펙을 관리한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아, 아무도 모른단 말인가. 정말 모른단 말인가. 어디, 정유라와 조국 후보자의 딸을 비교하는가. 승마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고 면접을 보고, 자신만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정유라와 AP 3과목에서 만점을 받은 성적을 가지고 일반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조국 후보자의 딸을 어떻게 같은 선상에 두고 말하는가. 모르고 있다면 알면 되지만, 알면서도 그런다면 그건 정말 악의적인 행동 아닌가.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기자라는 이름으로 그런 폭력적인 행위를 반복한다면, 그 사람은, 그 조직은 범죄자, 범죄 집단이 아닌가.
10년 이상 대입에 관여해 온, SKY 말그대로 우리나라 최상위권 대학의 입시에 관여하고 있는 어떤 사람은 조국 후보자 딸의 대학 입시에 문제가 1도 없다고 했다. 조국 후보자의 딸이 지원했던 전형에서는 외국어 점수가 중요하다는 걸, 대학 입시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뻔히 알고 있을 거라 했다. 언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국 후보자 딸의 대학 입시에 특혜가 있다고 주장했다. 듣고 싶지 않은 내용으로 인터뷰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과감히 접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 소설 쓰듯 기사를 썼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이런 과도한 검증이 과연 정상적인 현상인가. 이번에 조국과 함께 과기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등도 함께 내정되었다. 이 사람들을 누가 알고 있나. 공정거래위원장이 중요하지 않은 자리인가. 김상조가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되어 청문회를 했을 때, 청문회장에 들어섰을 때 그가 들고 있던 가방을 보지 않은 사람이, 뉴스의 사진으로 그 가방을 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왜 조국에게, 이런 과도한 집착이 발생했는가.
조국이 가진 정권 상징으로서의 역할, 대중적 선호도, 법무부 장관이라는 자리의 엄중함 등이 모두 그 이유가 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 무엇보다 대중이 그에게 좀 더 ‘완벽한’ 도덕성을 요구했고, 언론이 이를 ‘무기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유시민 전 장관이 말했듯, “조국 스스로는 자신이 완벽하다고 말한 적이 없지만, 우리가 완벽하다고 믿었던 네가, 우리가 생각했던만큼 훌륭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너는 죽어야해!”라고 언론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근래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조국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거나 혹은 무산되는 일은 우리 나라의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임이 분명하다. 폭발적인 보도량이 이를 증명한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조국을 비난하고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요청한다. 검찰의 수사 착수는 ‘피의자 조국’ 혹은 ‘피의자의 가족 조국’이라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모양이 되고 말았다. 부적절한 정치 개입이다. 피의사실공포와 조국 후보자 딸의 생활기록부 유출은 시나리오 중의 하나일 뿐이다. 결국은 그 쪽으로 가고 말 것이다.
왜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되면 안 되는 걸까. 나는 사법개혁이 정확히 어느 지점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검경 수사권 분리가 왜 중요한지 잘 모른다. 다만, 검찰이 너무 비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음은 알고 있다. 검찰은 대통령을 ‘죽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죽도록’ 만들 수 있는 조직이다.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어떨까. 사시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검사 조직 내부 누구의 선배도, 후배도 아니다. 학자적인 치밀함으로 이론적인 면에서 대적할 자가 없다.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가 투철하다. 검찰 최대 위기다. 어떻게 해서든 조국이 법무부 장관으로 오는 일은 막아야 한다. 털다 보면, 계속해서 털다 보면 먼지가 한 두개쯤 나올 것이고, 그 먼지 한 두개를 15개라고 혹은 32개라고 말하는 게 검찰의 특기다.
사법개혁은 내게 먼 일이다. 나는 다만 한 사람의 소극적이고 소심한 문빠로서, 대통령님의 사법개혁을 지지할 뿐이다. 국민의 피같은 돈 22조를 강바닥에 쏟아 붓고, 혹은 누군가의 주머니에 쏟아 넣는 시절을 살았다. 그렇게, 저렇게, 이렇게, 라는 단어로 요약되는 전화통화를 통해 대통령에게 연설 요지를 알려주던 최순실이 대통령인 시절을 살았다. 부족한 면도, 미숙한 면도 있겠지만 실력과 인품, 자세와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이 시절이 고맙다.
문빠들이 극성인 이유는 아직도 상처가 치료되지 않아서다. 나는 이제서야, 10년이 지나서야 노무현 대통령님의 동영상을 보며 웃을 수 있다. 나는 아직도 ‘노회찬 의원 어록 모음’ 같은 동영상을 보지 못 한다. 노무현을 잃으며 절망하고 슬퍼했던 심정이 노회찬을 잃으며 또 다시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어떤 사회가 되길 원하는가. 아무도 내게 이런 거창한 질문을 하지 않겠지만, 우리 사회가, 우리 나라가 어떤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는 지향은 모두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다. 진보를 주장하는 사람은 형편없이 가난해야 하고, 아이들은 공부를 못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안 되고, 부부관계는 파탄나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조국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기에 부족하지 않다. 결정적인 흠결이 없다. 자한당의 청문회 보이컷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질문하고 호통치는 이, 그 어느 누구도 조국 후보자보다 낫지 않을 것이다.
정치색을 드러내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난 안다. 좋아하고 존경하던 분이 식사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그렇게 하는 거(탄핵)는 잘못된 거야”라고 말씀하셨을 때, 나는 귀를 의심했지만 크게 티를 내지는 않았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또 그렇다는 것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나는 페이스북도, 트위터도, 인스타그램도 하지 않는다. 나한테는 오직 알라딘 뿐이다. 알라딘 친구, 알라딘 이웃이 내 사이버 세계의 전부다. 내게 ‘좋아요’를 눌러주는 18명에서 26명의 알라딘 친구, 알라딘 이웃이 내게는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말할 수 밖에 없다. 멘탈 외출한 자한당과 고매한 척 하면서 간 보는 정의당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조국의 법무부 장관 임명이야말로 사법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역사적 기대를 모른 척 해서는 안 된다.
조국 후보자를 만난 게 2011년 9월 3일이니까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다.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건, 책에 싸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건승!이라는 간단한 싸인이었는데, 그 말을 오늘은 조국 후보자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건승하시길!
조국 후보자님, 건승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