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밑 거무스레한 솜털이 수염으로 변신하려는 찰나, 이런 난해하고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막내는 마냥 귀엽기만 한데, 막내라서 그런가 온 식구가 함께 모여 있을 때 저도 모르게 좋아하는 티를 내고야 만다. 엽기 떡볶이 착한맛 B세트를 시켜 안방에서 옹기종기 떡볶이를 먹는 밤이면 금세 입이 귀에 걸리곤 했는데, 떡볶이를 먹고 나서 다같이 영화를 보는게 막내의 환상 쓰리 콤보다. 엽떡, 영화 그리고 에어컨. 시소처럼 널뛰는 마음을 가진 누나가 제 방으로 휙 사라져 버리면 꿩 대신 닭이라고, 엄마라도 같이 영화를 보자 어김없이 졸라댄다. 내가 좋아했던 남자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골라 놓고 엄마, 언제 와?의 성화에 못 이겨 ‘명화극장’에 입장하고는 20분 안에 홀연히 꿈나라로 떠나버리는 데도 그랬다. 거의 매일 밤.
깊은 밤에도 종일 데워진 공기는 좀처럼 식지 않아, 열대야에도 아랑곳없이 잠만 잘 자는 나도, 자다가 깨어 지금 몇 시지? 대신 지금 몇 도지?를 확인하던 밤이 있었다. 올해의 최고기온은 기억이 안 나는데, 최고 체감기온은 기억이 난다. 체감기온 서울 42.1도. 숨막히는 더위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무더위에도 일하고 애쓰던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가는 여름이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