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버려진 사랑 



스포일러 없이 책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어떻게 전할 있을까. 속의 사건, 사고들은 책소개만 읽어보아도 있는 것들이다. 모두 그렇지 않을까. 사람들은 줄거리를 알고 싶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다. 주인공의 최후가 궁금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내용을 알고 있는 책을 읽는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다. 고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경험하고 싶어 읽는다. 주인공의 생각을 알고 싶어 읽고, 주인공의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 읽고, 주인공이 되고 싶어서 읽는다. 



올가의 충격과 절망, 그리고 연이은 그녀의 행동들 일부는 이해되지 않는다. 그건 페란테의 필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올가의 상황을 나의 상황으로, 올가의 고통을 고통으로 받아들일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있나. 그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 우뚝 일어서지만 어떤 사람들은 몸을 웅크리고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심한 충격을 받았을 , ‘정상 범주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런 충격과 아픔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쉽게 이해한다, 말할 없다. 헤아릴 없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올가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그녀의 지인이 되었다가도, 그녀 내면의 다른 자아불쌍한 여자 되어 그녀의 불행을 즐기기도 했다. 사랑이 떠나갈 느끼는 감정 가장 파괴적인 감정은 슬픔이나 절망이라기보다는 배신감이라는 , 올가는 보여준다. 





정말이다. 나는 바보 같았다. 감정의 수로가 막혀서 삶의 에너지가 흐르지 않게 오래다. 마리오가 세심하게 제공하는 황홀한 부부생활에 취해 존재의 의미를 가정주부로만 한정지은 것은 너무 실수였다. 마리오의 만족감과 기쁨, 날이 갈수록 성공 가도를 달리는 그의 삶을 자존감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너무나도 실수였다. (275)  




현실과 환상 속에서 방황하던 올가는 자신이 전날 노트에 필사한 문장들을 발견한다. 시몬 보부아르의위기의 여자』 구절과안나 카레니나』 나오는 문장들인데, 기차가 안나를 쓰러뜨리고 짓밟기 전에 안나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올가의 것이기도 하다. 

여기가 어디지? 나는 지금 하고 있지? 대체 ?” 





2. 문학은 어떻게 삶을 구했는가 

















문학이 무언가를 구할 없다는 알기에, 문학이 누구도 구할 없다는 알기에 책은 의미 있다. 나와 다른 생각, 다른 느낌의 지점이 분명 존재하고, 이를 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의샐린저 대한 그의 후한 평가에 동의하지 않지만,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 다시 읽을 있는 작가가 있는 삶의 소박한 기쁨에 대해서라면 동의할 밖에 없다. 의지할 있는 작가. 내게는 의지할 있는 작가가 명이나 될까.   




잠이 좀처럼 오지 않을 나는 일어나서 책꽂이에서 책을 꺼낸다. 내가 그런 상황에서 의지할 있는 작가는 서른 명이 된다. 샐린저는 여전히 그중 명이다. 나는 그의 모든 책을 각각 최소한 십여 번은 읽었다. 그의 작품의 어떤 점이 새벽 시의 영혼을 위로하는 걸까? 내가 좋아하는 점은, 그의 목소리가 책마다 조금씩 다른 정도와 방식으로 자기 자신에게 대꾸한다는 점이다. (218) 





3. 뉴욕과 사랑에 빠지기 전에 
















어제 다락방님 서재에 올라온 <안전한 나의 -작은 희망> 문장을 읽었을 숨을 골랐다. 문장이 이랬다. 재작년 뉴욕에 갔을 때였다. 기억이 맞다면 다락방님은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뉴욕을 방문했다. 비행기를 타면 뉴욕에 있고, 비행기표를 있으면 뉴욕에 있다. 그럼에도 문장은 얼마나 멋진가. 재작년 뉴욕에 갔을 때였다. 재작년에 갔던 장소가 부산이여도 좋다. 천안이여도 춘천이여도 물론 좋다. 방콕이여도 좋고, 블라디보스토크여도, 홍콩이여도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장은 얼마나 근사한가. 재작년에 뉴욕에 갔을 때였다. 







나는 아직 뉴욕은 커녕 미국에도 가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기회가 생겨 뉴욕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책을 읽는다. 구글앱의 도움을 받게 것이고, 가까운 사람들의 지도(?) 받게 테지만, 뉴욕의 일부를 미리 알고 싶어 책을 읽는다. 맨해튼의 도로가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세심히 살핀다. 남북 방향으로 길이 애비뉴, 동서 방향으로 길이 스트리트, 브로드웨이는 예외적으로 대각선. 5 애비뉴를 사이에 두고 이스트사이드(동쪽 지역) 웨스트사이드(서쪽 지역)으로 나눈다,까지.    





4. 숨/당신 인생의 이야기/Stories of your life  



















책은 AgalmA님의 페이퍼에서, AgalmA님이 종이책으로 구입한 후에 빨리 읽고 싶어 이북까지 구매했다는 이야기에 솔깃해서 구입했다. AgalmA님이 특히 칭찬한 단편은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라 이 작품부터 시작할 생각이다. 마침 오늘이 알라딘 격한 ebook 쿠폰 사용이 가능한 마지막 날이라(여러분, 10,000 이상 이북에 2,500 쿠폰 사용하면 얼마나 좋게요?) 서둘러 결제를 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단편을 전부 읽지 했지만, 읽으면서도 읽은 후에도 꼭 다시 읽어야겠다, 계속 생각나는 책이다. <콘택트>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된 < 인생의 이야기> 영화도 나름대로 의미 있고 새로운 도전을 보여주지만, 작품 저자의 천재성과 탁월함은 글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같다. 





















나는 딸들의 일정이나 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 신경 쓰지 않고 일할 있게 되었다. 밤늦도록 음악을 들으면서 학생들의 논문을 교정하기도 하고 귀마개를 꽂은 오후 늦게까지 잠을 자기도 했다. 하루에 끼만 먹었는데 그마저도 앞에 있는 식당에서 해결했다. (11) 





생각보다 페란테가 너무 빨리 읽히고 있어 마음이 심난하다. 휴가가 예상보다 너무 일찍 끝날 싶어 테드 창을 불렀다. 의지할 있는 작가에게 의지하고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9-07-19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저는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딱히 좋아하진 않았지만,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는 좋아했어요. 페이퍼 써둔 게 있는데 기억이 1도 안나니, 잠깐 보고 올게요. (갔다가 너무 길어서 읽기를 포기하고 그냥 돌아옴 ㅋㅋㅋㅋㅋ)

2. 저는 뉴욕에 여러차례 까지는 아니고 두 번 다녀왔고요, 2주 뒤에 다시 가게 됩니다. 그러면 세번째 방문이에요. 아아, 단발머리님 이 페이퍼 읽으니 뉴욕 관련 책을 막 사들이고 싶어요 ㅠㅠ

3. 엘레나 페란테 책 중 인용하신 부분이요, 너무 좋아요.

정말이다. 나는 바보 같았다. 감정의 수로가 꽉 막혀서 삶의 에너지가 흐르지 않게 된 지 오래다. 마리오가 세심하게 제공하는 황홀한 부부생활에 취해 내 존재의 의미를 가정주부로만 한정지은 것은 너무 큰 실수였다. 마리오의 만족감과 기쁨, 날이 갈수록 성공 가도를 달리는 그의 삶을 내 자존감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너무나도 큰 실수였다. (275쪽)


4.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써주세요, 단발머리 님. 요즘 소설 잘 안읽는 단발머리 님이었는데, 엘레나 페란테가 다시 소설로 오게 해줘서 저는 엘레나 페란테에게 감사하네요. 히히. 저는 소설도 좋고 단발머리 님도 좋고 소설 읽는 단발머리 님도 좋으니깐요. 물론, 페미니즘 서적 읽는 단발머리님은 최고!!


5. 이곳에 사랑을 두고 갑니다. ♡

단발머리 2019-07-19 13:11   좋아요 0 | URL
1. 저는 테드 창,을 딱히 좋아한다기 보다는, 이 사람은 천재인것 같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들고요.
또 하나는 소설가들이 그리는, 혹은 그려냈던 미래가 우리의 실제가 되는 일을 우리가 현재 겪고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나의 미래를 보는 방법 중의 하나로 SF소설 읽기가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많이는 안 읽는.... 미래가 궁금하지 않은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님은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 벌써 읽으셨군요. 저도 얼른 가서 읽어볼래요, 테드 창 말고 다락방님 페이퍼~~

2. 세 번째면은 말이죠. 페이퍼에 이렇게 쓰는 거죠.
그건 뉴욕에 세 번째로 갔을 때 생겼던 일이다. 우아~~ 부럽습니다. 잘 다녀오세요!!!

3. 제가 공유하고 싶은 구절, 주옥같은 문장이 얼마나 많게요. 제가 심사숙고 고르고 골라서 ㅎㅎㅎ

4. 전 부지런히,는 사실 잘 안되는데요. 일단 부지런하지를 않아서요. 근데 아침에도 다락방님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 페이퍼 읽다 보니까 내가 이 책을 ˝읽는 중˝이었다는 게 생각나더라구요. 소설도 페미니즘 읽을게요. 살살 그리고 꾸준히^^

5. 다락방님 사랑 잘 수령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