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나도 그렇다. 폭력 행위도 좋아하지 않지만 폭력 행위에 대한 상세한 묘사 역시 좋아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협소한 독서 이력의 폭을 한없이 좁히는 원인 중의 하나다. 살인 사건이 중심이 되는 소설을 읽지 하고, 귀신, 유령, 좀비가 출몰하는 소설을 읽지 하고, 피가 흥건한 소설도 마찬가지다. 세상 살아가면서 읽을 있는 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작년이던가 친절한 알라딘이 알려준 바에 따르면, 정도 속도로 읽자면 나는 죽기 전까지 8,000여권의 책을 읽을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 의미 있는 , 다시 읽고 싶은 책만 읽어도 읽는다. 



하여, < 리처 시리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납치, 살인은 기본이고, 악당에 대처하는 리처의 자세는 단호하기 그지 없다. 코뼈는 기본이다. 그대로 몸이 흉기인지라 리처의 몸이 닿기만 해도 상대방의 뼈가 부러지고 으스러진다. 아이구, 아이구야! 하고 혼잣말을 하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하는 이유는 리처 때문이다. 



리처는 가공의 인물이다.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고, 살았던 사람이 아니다. 리처와 비슷한 사람이 살았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느 시점에서 어떤 행동이 유사할 뿐이다. 리처의 외모, 리처의 말투, 리처의 판단, 리처의 행동 하나로 융합된 인간 리처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나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남자의 실제하지 않았던 이야기에 이렇게나 열광한다. 예를 들면 리처의 정확한 시간 감각. 






시간은 빠르게 혹은 느리게 가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은 언제나 일정하다. 현재 우리가 사는 지구 안에서는 그렇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시간이 빠르게 혹은 느리게 간다고느낀다’. 경우에는 시간이 언제나 빨리 간다. 벌써 8월이야? 벌써 금요일이야? 벌써 10시야? 내게 시간은 항상 빨리 간다. 내게만 시간이 빨리 간다는 내가 게으르게 산다는 뜻인가. 그런가. 어떻게 리처는 이렇게 시간을 딱딱 맞추는지 신기할 뿐이다. 심지어 자기 전에도 머릿속 시계를 맞추고 자면 원하는 시간에 딱딱 일어나는데 그게  놀랍. 생활을 오래하면 그런 건지 군생활을 오래 했던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주위에는 생활을 오래한 사람이 하나도 없어 물어볼 수가 없다. 








리처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리처의 친구들은 모두 인질이 되어 적의 총구 앞에 무력한 상태가 된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적을 제압할 것인가. 리처는 판단해야 한다. 지금 당장 결정해야 한다. 리처는 위험을 무릎쓰고서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잭슨을 희생시키지 않기로 한다. 인질 다섯 1명이 희생되었다면 그것만으로는 괜찮은 성과라 있겠지만, 사람은 영영 다시 만나지 못할 테니까. 잭슨도 구하고 다른 사람도 구할 있는 다른 방법을 생각한다. 



전에 리처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리처의 활약은 전체를 놓고 보자면 83%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리처의 빈틈없는 추리도, 리처의 막강 액션도 즈음에서야 빛을 발하고, 범인이 밝혀지는 지점은 훨씬 뒤쪽이다. 미친 흡입력의 화끈한 페이지터너. 아니지. 나는 크레마 사운드로 읽으니까 미친 흡입력의 화끈한 버튼터너.



이제 리처 5권을 읽었고, 랭킹을 굳이 매겨본다. 


1. 어페어

2. 리처의 하드웨이 

3. 61시간

4. 네버  

5. 퍼스널  




좋아하는 여자에게 일이 끝나면 같이 로마에 가자고 해놓고 인사도 없이 도망가버린 리처 나쁜 놈에 대한 성토는 후일을 기약해 남겨놓는다. 


그럴 몰랐네. 

리처 배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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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8-24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맞아요. 잭 리처 나쁜놈 배신자 ㅠㅠ


아니 근데 단발머리님 ㅋㅋㅋㅋ 우리는 그러니까 트와일라잇에도 같이 빠지고 잭 리처에도 같이 빠졌다!!!

단발머리 2018-08-24 19:3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다락방님, 우리는 그러니까 트와일라잇에도 같이 빠지고 잭 리처에도 같이 빠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가 또 있나 찾아봐야겠어요.
예를 들면, 정희진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