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감독 캔터 선생님이 가장 아끼던 아이 앨런이 죽었다. 앨런 마이클스.
‘이 곳에도 폴리오를 좀 퍼뜨려야지’라며 놀이터에 나타나 한가득 침을 뱉고 돌아간 이탈리아인들 때문인지, 시드 가게의 핫도그 때문인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로 앨런은 목이 뻣뻣해지고 열이 오르더니 사흘 만에 그렇게 가버렸다.
바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아이. 숙제를 하고, 늘 자기 엄마를 돕고, 몸 안에 이기적인 뼈라고는 하나도 없었던 아이. 그런 아이가 죽었다. 왜 내가 아니라 그애가 죽었냐는 앨런 아버지의 물음에 캔터 선생님은 답을 할 수 없다. 장례식 장, 앨런의 삼촌 아이사도어 마이클스가 울음을 참으며 추도 연설을 한다.

“앨런의 삶은 끝났지만,” 그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슬픔 속에서도 아이가 살아 있는 동안은 그 삶이 무한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호기심 때문에 앨런에게는 하루하루가 무한했습니다. 다정함 때문에 앨런에게는 하루하루가 무한했습니다. 앨런은 사는 동안 늘 행복한 아이였고, 무슨 일을 하든 늘 그 일에 자신의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그보다 훨씬 나쁜 운명도 있습니다.” (72쪽)
앨런이 자꾸 ‘로스’로 읽힌다.
그의 삶은 끝났지만, 그의 호기심, 그의 열정, 그의 다정함은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그의 삶은 끝났지만, 그의 작품은 남아 무한의 시간을 산다.
계속해서 『네메시스』를 읽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