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 - 부차트 가든의 한국인 정원사 이야기
박상현 지음 / 샘터사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라는 제목과 잘 손질된 서양 정원 사진 표지, 

첫인상은 그냥 '또 한가로운 정원사 이야기로군.' 이었다. 가만..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도 비슷한 책 한 권 나왔던거 같은데? 맞아, 

 오경아 작가가 쓴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그것도 같은 샘터, 같은 출판사에서..

 음.. 정원사 좋지. 얼마나 좋으냐. 

 매일 꽃과 나무를 돌보며 지내는데 돈까지 준다니!' 

 

이러고 질투 반 부러움 반, 곱지 않은 눈으로 책을 편다.

그렇게 부러우면 너도 정원사 하라고?

한 번 해보라고?

말처럼 그렇게 한가한 직업인줄 아냐고?

흐흐. 그렇겠지.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겠냐. 그래 나도 안다.

 

1967년 전남 신안의 한 섬에서 태어난 지은이 박상현은 

'자연 속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는 일을 간절히 바란 결과,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부차트 가든 최초의

한국인 정원사'가 되었다.(표지 앞 날개 지은이 소개글)

 

프롤로그 제목이 인상적이다.

「캐나다에 나를 옮겨 심다」

 

'나무냐? 옮겨 심게?'

이상하다. 처음엔 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책을 폈다 해도

막상 읽어보니 중년 나이에 캐나다로 이민 간 사연도 그렇고,

1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부차트 가든이라는 곳도 궁금하고,

한국인 최초 정원사가 된 사연도 궁금하고,

사진도 좋고, 글도 담백하니 읽기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자꾸 머릿속 말대답은 이렇게 삐딱하지?

그렇게 부러운거냐?

음..

 

 

 

거 참..

솔직히 볼수록 부럽네 그랴.

 

 

어쩌면 이 책을 통해 뭔가 그럴싸한 성공담을 기대한 독자라면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그저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떠난

사십대 이민자가 먼 이국에서 얻은 소소한 기쁨을 기록한 글로

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13p. _프롤로그)

 

오케이~

이렇게 쿨하게 나오시는데 나 혼자 괜히 눈에 힘주고 있을 필요 없지!

좋아, 그럼 지금부터는 그냥 나와 같은 한 사람의 평범한 일상 이야기로

편안하게 읽어주겠어!

 

 

어? 저게 뭐지? 벌인가?

새잖아? 와우~ 새들도 꿀을 먹네!

 

신기하다 신기해.

 

내가 가장 반갑게 맞는 손님은 벌새다. 허밍버드Hummingbird라고 불리는

이 작은 새는 그야말로 신비롭다. 10센티미터가 될까 말까 한 작은 몸집에,

마치 벌처럼 붕붕 소리를 내며 날아다닌다. 큰 벌새라 해봤자 몸무게가

겨우 10~20그램 정도이고 그 가벼운 몸으로 1초 동안에만 날갯짓을 50번

이상 한다니 실로 경이로운 생명체다.(33p.) 

 

 

벌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새 중에서 제일 작은 새라는 것과

공중에서 '정지'할 수 있는 새, 방향 전환이 자유자재라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새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이야기로만 전해 들은 그런 벌새를 지은이는

이렇게 가까이서 날마다 볼 수가 있구나!

아, 역시.. 부러워.

어쩔수가 없네.

 

마음을 비우고 담담히 읽으려 했건만,

벌새 사진 한 장에 벌써 이렇게 심통이 난다.

으이그.

 

부러움에 심통을 내면서도,

어울릴 줄 아는 꽃 철쭉, 퓨시아, 측백 나무, 목련, 술 빚는 꽃 헤더, 장미, 국화,

데이지, 해바라기, 제라늄, 아쿠바, 수국... 등등. 한 걸음 한 걸음, 꽃과 나무에

관련된 정원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니 나는 어느새 '10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캐나다의 부차트 정원'을 거닐고 있다.

그것도 아주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수국 이야기에서 지은이의 엄마 이야기가 나올때는 감정이입이 최고조에 달했다.

꽃이 피기 전에 수국 잎은 깻잎과 비슷하다고 한다.

한국에서 (캐나다 아들네로) 다니러 오신 (지은이의) 엄마가
깻잎 씨앗을 가져다가 지은이의 채소밭에 심어서 싹을 틔워 모종 낸 이야기며
수국에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가 새롭고 재미있어서 신나게 읽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등장하는 문장들에 그만 울컥 해버렸다.

 

몇달간 캐나다 아들네서 머물다가 한국으로 돌아간 지은이의 어머니가 인터넷을 배워

카페에 올린 글이다. 울엄마가 휴대폰 문자 보내는거 배워서 나에게 처음 보냈던

문자가 떠오르며 울컥.

 

'우이씨, 이 아자씨 글 참말로 심통나게 써뿌네그랴. 첨부텀 끝까징 우째 이리
사람 마음을 건드리는거여!'

 

 

"내가 오늘 김포와서콤피터배운다. 아들래미들아보아라참

재미있다. 막내야콤피터사다오."(2010.7.25)

 

 

"절기상 처서라고, 하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머리 골이
띵하구나. 나야 집에 있으니까, 별일 없는데 느그들 건강
조심해라."(2010.8.23)

 

"올 추석은 모든 물가가 얼마나 비싼지 머조금 할려면 돈
만, 들것갇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키로 생각하고 차래상에
놓을것만 조금씩, 살려고한다. 느그들도 그리알고 우리,
옥상에서 바배큐 파티나하자."(2010. 9.12)

 

 "오늘은 김장도 다하고 모처럼 콤피터 앞에 안저보앗
다. 김장허기가 쪼끔힘들엇다. 맛있게 먹어라 자손들아"
(2010. 11. 20)

 

"김장허기가 쪼끔힘들엇다. 맛있게 먹어라 자손들아"

 

... 네 엄마. 엄마 김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

아니, 우주 최강이예요!

 

이상하게 계속 심통 나고 부럽고 눈물이 나서

리뷰는 여기서 마쳐야겠다.

 

나처럼 한바탕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 구경하면서

심통 부리고 싶은 분, 부러움에 눈물 흘리고 싶은 분께
이 책을 강력 추천드리며,

 

아래 사진은 덤.

 

 

 

* 부차트 가든이 아니면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튤립 '제니 부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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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5-29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화속 나라같네요 사진만 보아도 입이 헤 벌어지니 실제 보면 장난아니겠어요

잘잘라 2012-05-29 21:18   좋아요 0 | URL
지은이의 어머니는 부차트 가든을 보고 "너는 천국에서 일하는구나" 하셨다고해요^^ 샘나는 일터지요?!^^

순오기 2012-05-29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심통 부릴만 하네요.^^
이정록 시인의 어머니께서도 세종대왕도 놀랄 한글을 쓰시죠.
세종께서 한글을 반포하기 전에 당신을 만나셨다면 받침은 몽땅 빼버렸을거라고...ㅋㅋ
그런데 시인의 아버지께서는 받침없는 어머니 편지에 반침없는 답장을 보내신답니다. 물론 꿈 속에서~ ^^
오랜만이죠! 우리~~~

잘잘라 2012-05-30 08:5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조금 쳐저 있다가도 순오기님 생각만 하면 생기가 느껴지고 뭔가 하고 싶고 해야할것 같고 막 그래요^^

저도.. 나물한다고 산에 좀 다녔더니 몸에 뿔긋뿔긋 꽃이 피었어요.(병원에서는 알러지 반응이래요.) 옮기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남들 보기 좋을게 없어서 수영장도 못가고 이러고 있어요. 헤~ 그래도 순오기님 댓글 읽고 기분 좋아서 헤벌레^_________^ 웃어요.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 - 난방 없이 한겨울 영상 20도를 유지하는 거짓말 같은 집 이야기
이대철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먼저 감사인사부터 드립니다.

이렇게 좋은 책을 써주신 저자 이대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외국인이 쓴 책이 아니라서 반갑고,

'살둔 제로에너지 하우스'가 외국에 있는 집이 아니라서 고맙습니다.

 

 

 

 

겨울이 길고 다른 지역보다 더 추울뿐더러 눈이 많이 내리는 강원도 산간지역에서 '난방 없이 한겨울 영상 20도를 유지하는 거짓말 같은 집 이야기' 라는 소개문구를 읽고 처음엔 솔직히 긴가민가했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저는 이미 이대철 선생님의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예전에 선생님이 쓰신 《얘들아, 우리 시골가서 살자》를 읽었습니다. 그땐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선생님이 '시골'이라고 얘기하신 곳에 바로 제가 살고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쓰신 『살둔 제로에너지하우스』는 완전히 차원이 다릅니다. 감흥의 차이도 상당하고, 선생님이 밝혀주신 여러 정보에 대한 신뢰 정도도 그렇습니다.

 

《얘들아, 우리 시골가서 살자》는 약 2만 부가 팔렸고, 인세로 대략 2천만 원을 받았는데, 이 인세로 책을 사서 읽기로 했다. 나는 일반인보다는 굉장히 많은 독서량을 가지고 있었기에 독서를 새로 시작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이 책의 출판과 그 이후의 변화가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 전의 독서가 상당히 광범위했다면, 새로운 집중 분야는 '에너지'가 되었다.

통상 한 분야의 전문가일 때는 남의 주장에 귀 기울이는 일이 드물수 있지만, 나는 에너지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세상에 나온 구입 가능한 에너지 관련 책을 대부분 읽었다. 향후 살둔에 집을 짓게 되면서도 마찬가지지만, 아마추어로 시작한다는 것은 많은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초반의 어려움만 극복한다면 오히려 한 분야의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이고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25p.)

 

이 부분을 읽으면서부터 선생님의 팬이 되었습니다. '인세로 책을 사서 읽기로' 하시고 '에너지' 분야에 집중된 독서를 통해 '한 분야의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이고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실행'하신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특히 '에너와 관련한 독서' 내용 끝부분에서 주장하신 내용은 정부 관계자에게 반드시 전달되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년에 건물 냉난방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대략 30조 원~48조 원이라고 한다. 정부에서는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 건축의 기본을 지도해나가야 한다. 지금처럼 말만 무성해서는 피크오일이 올 때까지 아무 일도 못한다. 1,800만 원 가는 태양전지를 주택에 설치할 때 한 달에 2만 원~3만 원의 전기 값을 절약할 수 있다. 3,000만 원짜리 태양열로는 2만 원~3만 원 가치의 온수를 공급받을 수 있다. 주택용 지열 냉난방은 난방 효율이 무척이나 불확실하다. 이런 설비들에 정부는 50%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한 달에 50만 원~100만 원을 절약할 수 있는 저에너지 주택 신축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우선 정부가 공공건물의 신축과 기존의 건축물만이라도 냉난방시설이 없도록 법을 만들기를 희망한다. 정부가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30-31p.)

 

 

책을 읽으며,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꼼꼼하게 계획하고 실행하시는 선생님의 면모를 피부로 느끼고 배웁니다. 선생님이 104~107쪽에 써주신 '어떤 땅을 구할까'에 대한 조언은 당장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다른 책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실질적인 조언이었기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추운 겨울, 어느 신문에 보도되었듯이, 겨울의 서울 평균기온이 모스크바보다 낮았다. 작년 여름 두 달 동안 내린 강수량은 세계적으로 드문 현상일 뿐만 아니라 장마 후 여름 날씨는 남방 국가 수준이다. 이런 극단의 기후를 만족시킬 수 있는 건축 방식은 선진 외국에서 간단히 들여오거나 배워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건축 관련인은 기상청에서 매년 발간하는 비매품인 《기상연감》을 눈여겨 봐야 한다. 즉 한국인에게 적합한 주택은 자생적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한국전통주택의 양식에서 와서는 안 된다. 에너지 사용 방식이 달라졌고, 가장 결정적으로는 쾌적한 실내온도에 대한 기준이 확연히 변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전통주택에 막연한 향수를 느끼고, 현재 주택에 접목하고 싶은 정서를 지니고 있다. 주택 신축이란 과학이지 국민 감정을 담는 정서가 아니다.(144p.)

 

사실 이런 생각(주택 신축이란 과학이지 국민 감정을 담는 정서가 아니다)에 완전히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한국전통주택에 막연한 향수를 느끼고, 현재 주택(앞으로 지을 집)에 접목하고 싶은 정서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에너지 사용 방식이 달라졌고, 쾌적한 실내온도에 대한 기준이 변한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선생님이 제시하시는 '패시브 하우스'에 이토록 커다란 관심을 갖고 책을 읽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한옥에도 살아봤고 벽돌로 지은 연립주택에도 살아봤습니다.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한옥은 여름엔 정말 좋은데 겨울엔 정말 춥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살고싶은 집을 하나 고르라고 하면 아무 고민없이 한옥이라고 대답합니다.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제 기억 속에 즐겁고 행복한 기억이 한옥집에 살 때 가장 많기 때문입니다. 엄동 설한에 마당 화단에 묻어둔 김칫독에서 김치 꺼내오라는 심부름 받고 빨간 고무장갑 끼던 기억마저 행복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라고 하는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한옥에 있던 마당, 뒤꼍, 대문, 장독대, 툇마루, 광, 부뚜막, 뒷간... 모두 잊을 수 없는 장면 하나씩 떠오릅니다. 이제《살둔 제로에너지 하우스》를 읽었으니 지난 시간의 기억과 함께 앞으로 살아갈 집에 어떤 가치, 어떤 의미를 담을까 생각합니다. 아주 천천히 지을 생각입니다. 최대한 제 손으로 직접 지을 생각입니다. 만들어가는 과정이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 속에 〈살둔 에너지제로하우스 워크숍〉에 참석하는 것도 집어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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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2-05-29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언제 내집지어보나^^

위에서 언급한 냉난방 비용을 생각해보니 참...
누가 나서긴 나서줘야 할 것 같군요.
정부가 리더라면 더없이 좋겠습니다.

글을 읽으니
비단 집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잘잘라 2012-05-29 21:28   좋아요 0 | URL
한달에 2~3만 원이면 많이 잡아도 1년에 사십만 원, 10년에 사백이니 결국 칠,팔십 년 정도는 써야 설치비를 뽑는다는 얘기가 되나요? ㅋㅎ 아무리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정말 그건 아니다 싶어요. 밑바닥 깨진 항아리에 계속 물을 들이붓고있는 셈이랄까.. ㅠㅠ 우선은 내 집 항아리 바닥이라도 살펴보는 마음으로 읽어야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요!^^

차트랑 2012-05-30 00:19   좋아요 0 | URL
이런,
맞습니다욧~!!!

귀를기울이면 2012-05-29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에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집인데 바로 이렇게 또 관련 이야기를 만나니 반갑네요. 평생의 소망중 하나가 될것 같아 주목하고 있습니다. 워크샾도 주기적으로 하는가본데 당장 바빠서 가보지 못하는게 안타깝네요.

잘잘라 2012-05-29 21:32   좋아요 0 | URL
방가방가^^ 귀를기울이면 님이랑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막 신나고 들뜨고 그래요^^ 어서빨리 님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며 기합 한 번, 이얍-!!! ^^
 
태양이 만든 난로 햇빛온풍기 - 햇빛으로 에너지 기구 만들기
이재열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햇빛이 너~무 좋은 날, '햇빛 아깝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바람이 너~무 좋은 날, '아, 바람 아깝다'는 생악을 해 본 적이 있다.

가뭄 끝이 비가 내리는 날, '아, 빗물 아깝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햇빛 좋은 날 삶은 빨래가 새하얗게 뽀송뽀송 잘 마르면 뿌듯한 기분,

바람 좋은 날 널어놓은 생선이 꾸득 꾸득 잘 마르면 뿌듯한 기분,

고추 모종, 토마토 모종 낸 텃밭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비가 내리는 모양을 바라보는

이 뿌듯한 기분을,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태양이 만든 난로 햇빛온풍기』를 쓴 이재열 저자는 한 걸음 더 나간다.

한 걸음 뿐이겠나, 두 걸을 세 걸음.. 지금도 계속 나아가고 있는 그의 발걸음,

그 발걸음을 쫓아가 본다.

 

 

이재열

 

강원도 원주 골짜기에서 1967년에 태어났다. 청운의 꿈이 아닌 집안 사정으로 초등학교 때 서울로 상경했다. 수세식 변기를 그때 처음 보았던 나는 너무나 깨끗해서 손 씻는 곳인줄로 착각하여 손을 씻고 있는데 그 광경을 목격한 사촌형의 뜨악한 표정이 지금도 역력하다.

 

15년 이상을 말단 행정공무원으로 생활하다가 지금은 햇빛에너지에 푹 빠져 있다. 2008년 경북 봉화에 꿈에도 그리던 흙집을 지었고 나무 지붕을 얹었다. 그리고 20여 년 만에 다시 밤하늘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별을 보기 정말 좋은 곳이 시골이다. 도심의 광해도 없고 공해도 덜하다. 몇 시간씩 차를 몰아 어두운 곳을 찾아갈 필요도 없다. 그저 마당에만 나오면 된다.

 

별지기의 눈에는 새롭고 경이로운 세상이 담겨 있다. 플레이아데스(쫌생이별)의 초롱초롱함이란! 망원경으로 달을 보면 지구에서도 찾기 어려운 골짜기가 있고 광활한 평원이 있다. 거대한 산맹기 있고 태곳적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분화구가 있다. 우주를 보고 있으면 역절석이게도 지구가 보인다. 이곳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나는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내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청운의 꿈.

인생 하반기에 처음으로 꿈을 안고 산다.

 

자립하는 삶을 만드는 적정기술센터 대표

http://cafe.naver.com/selfmadecenter 

 

 

 

 

 

 

표지 앞날개에 실린 저자 소개글을 읽으면서 대번에 드는 생각,

'이 사람 혼자 사나? 아니면 아내도 같은 생각일까?'

혼자 산다면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남들이 안가본 길을 갈 수도 있겠지만,

가족이 있다면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을것이기 때문에 그 점이 궁금하다.

답은 곧 나온다.

 

 

 

 

자, 이것은 저자의 가족사진인데.. 가장 활짝 웃고 있는 것은 역시 저자다. 하하하.

아내의 표정도 밝긴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흐흐흐.

 

아무튼 다행이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데도,  저자의 가족이 한 곳에 모여 사진을 찍고, 지금도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는 점이 마음을 흐믓하게 한다.

 

햇빛 추적방식은 고정식에 비해 기계장치가 많이 들어간다. 그만큼 상대적인 복잡함이 있고 단순하게 살고 싶다는 욕구와도 맞지 않다. 다만 햇빛에너지의 효율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내가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햇빛 추적방식은 LED를 이용해 햇빛을 미세한 전류로 바꿔 양쪽 센서에 들어오는 햇빛의 양을 비교하여 해를 따라 실시간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졌다. 몇 개월간 햇빛 추적용 컨트롤러를 만드는 데 푹 빠져 살았다. 안주인의 핀잔이 하늘을 찔렀지만 재밌는 시간이었다.(194p.)

 

'안주인의 핀잔이 하늘을 찔렀지만 재밌는 시간이었다.' 같은 문장을 읽을땐 '그럼 그렇지!' 하고 생각했다. '안주인의 핀잔'이라고 했는데, 안주인 입장에서는 아마도 '핀잔' 정도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정말 속이 부글부글 끓는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 '안주인의 핀잔이 하늘을 찔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에겐 '재미있는 시간'이었다고 하니, 이 문장 하나만 가지고도 어떤 장면(한 사람은 주걱 들고 밥 먹으라고 소리지르고, 또 한 사람은 아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뭔가 만들어내는데 골몰하고 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부부가 그랬거나 말거나, 아무튼 나는 이 대목에서 껄껄껄 한 번 웃고 간다.

 

 

 

 

생태뒷간: 톱밥 등을 이용해 여름에도 냄새가 거의 안 난다.

 

(나의 속마음1)

'생태뒷간'이라고 이름 붙인 위 사진에는 '톱밥 등을 이용해 여름에도 냄새가 거의 안 난다'는 설명이 붙어 있지만.. 으.. 어쩐지 이 부분만은 자신이 없다.

 

 

 

 

 

우리집 먹을거리 중 바짝 말려야 하는 것들은 몽땅 요 작고 거의

재활용품으로 만들어진 햇빛건조기가 책임을 진다. 

 

(나의 속마음2)

햇빛건조기? 음.. 햇빛만 좋다면 그냥 채반에 널어 놓으면 되는거 아닌가? 굳이 '햇빛건조기'라고 따로 만들 이유가 있나? 여기 널어 놓으면 더 빨리 마르나? 더 바짝 마르나? 그렇다 해도 얼마나 더 빨리? 얼마나 더 바짝?

 

 

 

 

빗물 집수정! 시골 살면 이건 꼭 만들어 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책에서도 밝혔듯, 빗물 사용에 있어서는 일본 사람들을 따를 자가 없다. 저자가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빗물 사용 방식도 물론 참고가 되겠지만 실전에 들어가면 아마도 집 설계 단계에서부터 빗물 사용에 대해 고려하게 될 것이다.

 

적정기술

 

저자는 건축가도 아니면서 직접 집을 지었다.

저자는 기술자도 아니면서 직접 햇빛에너지를 이용한 기구를 만든다.

저자는 전문가도 아니면서 빗물 사용 방안을 제안한다.

 

저자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건축가는 일자리를 잃을까?

저자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기술자, 전문가들이 설 자리는 없을까?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이 있나.. 쯧. 그럴 리가 없지 않나.

 

도리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남'에게 맡기고 살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 학원에 맡기고, 아주 어린 아이들은 탁아소에 맡긴다.

노인은 요양시설에 맡기고, 환자는 병원에 맡긴다.

세탁은 세탁소에, 수선은 수선집에, 청소는 용역업체에...

 

저자는 '전문가'에게 맡겨두었던 일을, 그 일을 직접 해내는 즐거움을 되찾자고 이야기한다.

 

모든 일을 스스로 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네 인생은 절대로 고정돼 있지 않다. 다만 우리 스스로 그렇게 붙들어 매놓고 살아갈 뿐이다. 나는 햇빛에너지를 이용한 기구들은 물론이고 흙집조차 썩 예쁘게 만들지는 못했따. 신기한 것은 그것들을 바라볼 때마다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모든 것을 다른 사람, 흔히 전문가라고 하는 이들에게 맡겼다면 지금과 같은 행복은 절대 얻지 못했을 것이다.(40p.)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적정기술'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렇잖아도 지난주 새책 소개 코너에서 '적정기술'에 대한 책(『적정기술 그리고 하루 1달러 생활에서 벗어나는 법』) 을 보았는데, 연계해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책의 취지는 좀 달라보이지만서두..) 이 책에서 소개한 E.F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와 《적정기술 : 36.5도의 과학기술(나눔과기술 지음)》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인도의 간디는 적정기술(중간기술) 운동의 아버지로 불린다. 간디는 대자본에 의한 고도의 기술 집약적이며 대량생산 체제를 반대하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을을 기반으로 한 지역 단위의 산업 활동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간디의 주장과 정신을 확장시킨 사람은 독일 태생의 경제학자 E.F 슈마허(Ernst Friedrich Schumacher)였다. 1950~60년대 슈마허의 주장과 제안들을 정리해놓은 1973년에 출간된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을 통해 '중간기술'이라고도 불리는 적정기술이라는 개념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110p.)

 

저자는 경북 봉화에 자기 손으로 직접 흙부대집을 지었다. 직접 햇빛 온풍기, 햇빛 온수기, 햇빛 건조기를 만들어 설치하고 사용한다. 빗물 이용 시설을 만들어 쓰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이 책에는 흙집을 짓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햇빛 온풍기, 햇빛 온수기, 햇빛 건조기, 빗물 저장 시설을 만들어 설치하고 실 사용하는 이야기는 글, 그림, 사진을 통해 굉장히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가 만든 기구들은 자재를 구하기도 쉽고, 원리도 간단하다. 여자인 나도 곧 따라서 만들어 쓸 수 있을것 같을 정도다.(나는 책에 소개된 기본 공구를 거의 다룰 줄 안다. 구비하고 있는 것도 있다.) 그 점이 이 책의 장점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장점이 하나 더 있다. 솔직담백하게 써내려간 그의 문체를 읽는 것이다. 잘난체 하거나 가르치려들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기가 한 일을 썼다. 글을 읽으면서 어쩐지 흐믓한 마음이 들고, 저자를 응원하게 되는 그런 문체다.

 

마지막으로, 그가 스스로 집(특히 흙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에게 강조하는 한 가지를 밝히고 리뷰를 맺는다.

그것은 바로 '단열을 철저히 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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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2-05-30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런 책이 있었군요!
얼마전 전국의 적정기술 전문가들이 모여서 간단회를 했다고 들었는데,
저도 관심이 있었지만, 참여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 꼭 살펴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 전세계가 주목한 코넬대학교의 "인류 유산 프로젝트"
칼 필레머 지음, 박여진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만약 네가 "할아버지, 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죠?" 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주면 좋을까?

찬란하게 달렸던 눈부신 경주 이야기를 해줄까?

아니면, 숨 가쁘고 고통스럽고 두려웠던 경주 이야기를 해줄까?

삶이 네게 건네주는 역경과 시련

그리고 땀

그래도 용기를 얻을 수 있겠니?

불리한 패를 쥐고도

두 배로 내기를 걸 수 있겠니?

_앨버트 폴섬(234-235p.) 

 

 

 

나는 할아버지에게 묻지 않았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묻지 못했다.

 

어버이날을 즈음하여 엄마가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하셨다.

 

일흔이 넘은 엄마가

아흔이 넘은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

마흔이 넘은 내가 운전을 한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떠나보낸 지 20여 년

엄마는 아버지를 떠나보낸 지 10여 년

 

혼자 된 할아버지가 혼자 된 딸에게 용돈을 주신다.

"뒀다 써."

 

나는 할아버지에게 묻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나에게 말씀하신다.

 

"니 걱정은 이제 지쳤다."

 

허허 웃으신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내가 할아버지에게 묻지 못한 말, 지은이가 대신 묻는다.

 

"할아버지, 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죠?"

 

이 짧은 물음에 대한 이 세상 모든 할아버지들의 대답을 적은 책,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 이 책을 읽은 건 나에게 더 없는 행운, 더 없는 기회, 더 없는 감사 제목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귀담아 들을 이야기지만

그 중에서도 지금 나에게 꼭 맞는 이야기는 바로

'일'에 대한 조언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보다 부유하고 뛰어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지. 그러니까 외적인 보상을 목표로 일을 한다면 언젠가는 좌절할 수밖에 없다네. 사람이란 늘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과 비교하기 마련이거든. 하지만 일에서 얻는 만족감이나 즐거움을 목표로 한다면 분명 성공할 수 있다네. 그런 일을 찾고 계속 그 일을 하는 것보다 더 큰 축복은 없으니까 말이야."(90p.)

 

다음은 3장(행복하게 맞는 아침_평생 하고픈 일을 찾아가는 법)의 작은 제목들이다.

 

  • 즐거움이 최고의 보상이다
  • 고통 없는 달콤함은 없다
  • 싫어하는 일에서도 배운다
  • 거울이 아니라 창밖을 보라
  • 소매를 걷어붙이는 건 내 손이다
  • 일출을 보려면 어두울 때 일어나라

 

내용을 읽고 나면 작은 제목만 읽어도 마음이 두근거린다.

 

그렇지! 즐거움이 최고의 보상이지!

그렇지! 비온 뒤 땅이 굳는 법이지!

그렇지! 싫어하는 일에서도 배울 게 있지!

그렇지! 거울 들여다보고 있으면 뭐해, 하늘 보고 살아야지!

그렇지! 소매를 걷어붙이는 건 바로 내 손이지!

그렇지! 일출을 보려면 어두울 때 일어나야지!

 

몰라서 못하나?

안해봐서 모르는거지!

그렇지, 그렇지!

 

"내가 살면서 고수한 한 가지 원칙은 '아니오'라고 대답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없는 한 '네'라고 대답하는 거야. 내 삶에 '아니오'라는 대답은 없었다네. 나는 내게 주어진 일들을 흔쾌히 받아들였지. 재미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하다 보면 흥미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어. '네'라고 말할 때 기회가 온다네. 하지만 그 기회가 두 번씩 오는 경우는 많지 않지. ..."(232p.) 

 

 

인생은 짧다.

 

기어이 즐거운 일을 찾아내라는 조언과 더불어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인생은 짧다."는 말이다. 그리고 아...

 

인생의 현자들의 견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특히, 젊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점은 모든 것을 시간과 연관해서 본다는 점이다.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시간은 실로 삶의 본질이다. 시간은 그들이 헤엄치고 있는 바다이며 그것에 대한 인식이야말로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교훈들을 만든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제한된 삶의 시간이 있따는 심오하고 깊은 존재론적 인식은 인생의 현자들의 삶 전 분야를 관통한다.

젊었을 때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처럼 예기치 못한 경험을 하고 나면 인생이 짧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기도 하지만 보통은 젊은 나이에는 인생이 짧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앞에 남겨진 수십 년의 삶이 끝도 없이 길어 보여서 딱히 시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중년이 되면 인간이 시간의 동물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다. 하지만 온갖 수단을 이용해 그 사실을 부인한다.(267p.)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아...' 하는 소리를 냈다. 한숨은 아니다. 확인이다. 피할 수 없는 사실, 나는 중년이라는 확인. '중년이 되면' 인간이 시간의 동물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다고! 아.. 과연 나는 중년이 되었구나. 나야말로 얼마전부터 눈에 띄게 빨라진 시간의 흐름에 몸둘바를 모를만큼 초조함에 빠지곤 한다. 그러다 정말 '온갖 수단을 이용해' 그 사실을 부인하려, 아니, 부인이라기 보다는 잊으려(그게 그거네..) 노력한다.

 

이젠 정말 똑똑히 기억해야한다.

인생은 짧고, 예외는 없다.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이 책은 8장으로 나뉘어있다. 1장과 8장을 제외하고 2장부터 7장까지는 각각 다섯개씩 각 장의 주제에 맞는 조언(지혜)이 들어있고, 각 장 끝에는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이라는 단락이 덧붙는다. 특별히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부분이라 더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만 따로 정리해 본다.

 

2장(아름다운 동행 _잘 맞는 짝과 살아가는 법)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화난 채 잠자리에 들지 마라

 

3장(행복하게 맞는 아침 _평생 하고픈 일을 찾아가는 법)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일출을 보려면 어두울 떄 일어나라

 

4장(등을 보고 자라는 아이 _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쉽게 키워라

 

5장(하강의 미학 _지는 해를 즐기는 법)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나이와 싸우지 마라

 

6장(후회 없는 삶 _'그랬어야 했는데'에서 벗어나는 법)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7장(행복은 선택일 뿐 _나머지 인생을 헤아리는 법)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것, 대접받고자 하는 만큼 대접하라

 

 

제목만 써놓고 보니 밋밋한 느낌이다.

그러나 본문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면 한 마디 한 마디 모두 마음을 울린다.

진심이 느껴진다.

 

이 책을 놓치지 않고 읽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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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5-2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아버지와 어머니와 메리포핀스님은 그랬군요.
정말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이 아는 것도 좋지만, 당신이 알고 있는 걸 내가 알았으면 좋겠다 싶을 때도 많죠.
이런 리뷰~ 너무 좋아요!^^

잘잘라 2012-05-23 08:53   좋아요 0 | URL
저는 순오기님 댓글 너무 좋아요^^

오늘이 그분.. 분명 할아버지, 너무 좋은 할아버지 되어주셨을 그분이 가신지 3주기 되는 날이라는게.. 안믿어지네요. 자꾸 눈물이 나려고해요. ㅠㅠ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소설, 그 이상의 소설책!

 

희안하다. 기억, 추억, 회상, 첫사랑, 편지, 학창시절, 친구, 연인, 가족... 새로울 것 하나 없는 흔한 소재를 가지고 이토록 인상적인 책을 쓸 수 있다니! 놀랍다. 단숨에 읽었다. 역시 나도, 끝까지 읽은 다음에 곧장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이야? 다시 말해 봐. 그게 정말 사실이야?" 되묻는 심정이 되듯이,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정말 틀림없는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다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소설, 이상의 소설책이라 할만하다.

읽기 전에는 무슨 소린지 몰랐지만, 읽고 나서는 책 뒷표지에 적힌 김연수(소설가) 작가의 소감에 완전히 공감한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그 감상은 완전히 다를 수가 있는데(어느 정도는 다른게 정상이다. 감상이 완전히 같다면 더 이상 언급할 꺼리도 없을 뿐더러ㅡ그러면 재미없으니까ㅡ 그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질린다.), 이건 완전히 나와 같다.  

 

 

짧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는 한 소설가가 평생 좇아온 주제가 담겼다. 무거운 주제에 비해서 소설이 잘 읽히는 까닭은 최종적인 종말의 의미가 소설을 다 읽어야만 밝혀지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종말이 찾아온다는 점에서 모든 인생은 교훈적이다. 종말의 관점에서 다시 인생을 되짚어보면, 모든 건 원인과 결과로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 테니까. 마치 마지막 장면을 염두에 두고 정교하게 씌어진 소설을 읽을 때처럼.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그런 소설이다. 죽을 때에야 그 의미를 완전히 드러내는 우리 인생을 닮았다. 원서 150페이지짜리인 이 소설을 두고 줄리언 반스는 "나는 이 작품이 3백 페이지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건 꼭 인생에 대한 비유처럼 들린다. 마지막 순간, 이 인생의 의미가 드러날 때 우리는 한번 더 인생을 살아갈 테니까. 김연수(소설가)

 

 

그래서 작가와 나의 차이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사실은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작가와 나는 얼마든지 같은 것을 느끼고 같은 생각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다만? 흐흐) 그것을 말(글)로 표현해 낼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바로 작가와 나의 차이라는 것을!

 

그러나 이것은 희망이기도 하다. 나에게, 작가와 나의 차이(거리)를 줄여(좁혀) 보겠다는 의지가 생겼다는 것,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내가 설 수 있는 분명한 자리가 하나 생겼다는 점에서 그렇다. '독자'의 자리, 그것도 아주 '좋은'..

 

 

뚜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연필 자국이 낫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물론 그 연필 자국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는 원본이라는 의미에서, '뚜렷한 기억보다 희미한 연필 자국이 낫다'. 이 말은 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라는 말로 이어진다. 이 두 문장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원제: The Sense Of An Ending)』를 읽고 리뷰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생각난 말이다. 주인공(잠깐 주인공이 '나' 토니 웹스터(앤서니)인지 에이드리언 핀인지 헤깔렸다.(그만큼이나 이야기 한가운데에 에이드리언 핀이 항상 존재한다. 그는 22살에 죽었고, '나'는 60살이 훨씬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아니, 그렇기 때문에 헤깔린 건지도 모르지만.)

 

주인공은 당연히 '나' 토니 웹스터다.

'나'는 '희미한 연필 자국' 대신 '뚜렷한 기억'을 가졌기에 그럭저럭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희미한 연필 자국'이 나타난다. '나'의 '뚜렷한 기억' 속에 구슬이 서 말이다. 그러나 '나'에겐 구슬을 꿰어 보배를 만들 재간이 없다. 그래서 계속 헛다리만 짚는다. 대신 '나'에겐 시간이 있다. 드디어 '나'에게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보배'..

 

그것이 보배일지 재난일지 그것조차 '나'에게 달린 문제이긴 하다.

'나'에겐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나는 다만 지켜보고 또 기다릴 뿐이었다. 시간은 내 편이다, 그렇고말고. 가끔 노래에서 진실을 얻을 때도 있는 법.(231p.)

 

시간은 내 편인가?

정말?

 

'시가아아아안은 내 편이지, 아무렴, 그렇고말고.' 기숙사 방에서 혼자 빙글빙글 돌며 믹 재거와 듀엣으로 요들처럼 목청을 떨며 부르던 노래였다. 그런 고로, 다른 친구들이 의사와 변호사 과정을 밟고 공무원 시험을 볼 때, 나는 아랑고 않고 미국으로 갔고, 반년 동안 떠돌이 생활을 했다.(83p.)

 

시간은 누구도 편들지 않고

시간은 흘러간다.

 

시간은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시간은 나를 어디에 내려놓을까.

 

나는 왜 시간에 떠내려가고 있는걸까.

나는 왜,

나는 어디로,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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