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에 도착해서 모든 것이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라세는 의자에 배를 깔고 엎드려 소리 없이 울었다. 어차피 어른들 마음대로 할 테니까 울어 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알아챈 듯 전혀 소리 내지 않고 울다니! 그 눈물은 지금까지도 내 가슴에 흐르고 있다. 아마 내 생의 마지막 날까지 계속 흐르겠지. 어쩌면 내가 어떤 상황에서든 어린이 편을 드는 것도, 옹졸하고 젠체하는 공무원들이 어린이를 별생각 없이 이리저리 보내는 모습에 분노를 참지 뮷하는 것도 그 눈물 때문일지 모른다. 그들은 어린이가 어디서나 금세 적응한다고 생각하지!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어린이는 새로운 환경에 쉽사리 적응할 수 없다.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힘에 떠밀려 그저 체념할 따름이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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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반대합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스티나 비르센 그림, 이유진 옮김 / 위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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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에 비해 무척 작고 얇고 가볍다. 
그러나 다른 어떤 책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평화와 강인함으로 충만하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그동안은 삐삐 롱스타킹 작가일 뿐이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분을 따르고 싶고 알고 싶었지만, 이 연설문을 읽고 난 뒤에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세종대왕과 같은 분이 되었다. 세종대왕은 나에게 한글을 주었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는 나에게 살아갈 이유를 주었다. 잘 살고 싶다. 잘 살아내고 싶다. 


* 작가는 스웨덴 사람이다. 스웨덴은 스웨덴어를 쓴다고 한다. 이 연설은 스웨덴어로 했을까? 독일어로? 영어로? ...궁금하다.


** 책에 있는 번역가 이유진 프로필을 보면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의 문학작품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고 한다. 노르웨이어, 덴마크어, 스웨덴어가 다른데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궁금하다. (그의 번역이 좋아서, 그가 번역한 책을 검색해보았다. 마침 인테리어 관련 서적이 있어, 옳다꾸나! 신난다.)


*** 이 책에는 특이하게도 가격 표시가 없다. 알라딘에는 정가 13,000원, 판매가 11,700원이지만 책 자체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가격 표시가 없다. ...궁금하지 않다.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는 뜻으로, 일부러 그런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기쁘다. 




1978년 독일 출판서점협회 평화상 수상 연설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친애하는 여러분!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독일 출판서점협회 평화상은 광휘를 내뿜고 있습니다. 이런 상을 받게 되니 너무나 큰 영광이라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섰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지난 수년간 많은 현명한 남성과 여성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인류의 미래와 우리 모두가 갈망하는 영원한 평화에 대한 희망을 피력해왔습니다. - P25

이미 말로 나온 것 이상으로, 저는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까요?

평화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평화는 이 땅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어쩌면 도달 수 없음이 명백한 하나의 목표로만 존재해왔을 것입니다. - P26

우리 인류가 이 행성에서 살아온 동안 우리는 폭력과 전쟁에 빠져 있었고, 그나마 존재하는 취약한 평화는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바로 이 순간에도 세상은 우리 모두를 파멸시킬 새로운 전쟁의 공포에 빠져 있습니다. 그런 위협에 직면해 과거의 어떤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평화와 군비 축소에 힘쓰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는 희망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품기는 너무 힘듭니다. 정치인들은 거창하게 무리를 지어 정상 회담에 모여서는 열띠게 군비 축소를 지지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나라가 떠맡는 군비 축소일 뿐입니다. 우리 나라가 아니라 당신네 나라가 군비 축소를 해야해! 어느 나라도 먼저 나서고 싶어 하지 않고, 아무도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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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6-18 16: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가손 너무 귀엽~😍

잘잘라 2021-06-18 16:59   좋아요 1 | URL
귀여운 건 못 참아요. 😁
(그래서 귀여운 건 무섭기도.. 😱)

mini74 2021-06-18 1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린드그렌 선생님이 이런 글도 쓰셨군요. 삐삐시리즈 정말 좋아하는데. 나의 린드그렌선생님이란 동화책도 아이랑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요. ~~

잘잘라 2021-06-18 20:51   좋아요 1 | URL
이 연설문 외우고싶어요. 읽을때마다 힘이 나요.
삐삐 드라마도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
mini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폭력에 반대합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스티나 비르센 그림, 이유진 옮김 / 위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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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난다.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제일 먼저 달려와준 친구 얼굴 보자마자 주체할 수 없이 터져버린 눈물과 같은 눈물이다. 이런 눈물은 그러니까 바야흐로 19년 만이다. 이런 눈물이 아직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책이다. 배고프다. 짜장면 시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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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 개역판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까치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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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세계를 재면 거리는 전적으로 달라진다. 1킬로미터는 꽤 먼 길이고, 2킬로미터는 상당한 길이며, 10킬로미터는 엄청난 길이며, 50킬로미터는 더 이상 실감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당신이나 당신의 얼마 안 되는 동료 등산가들이 경험하는 세계는 어마어마하게 넓다. 지구 넓이에 대한 그런 계측은 당신만의 작은 비밀이다.(112p.)


그래서 나는 머리가 좋은 사람 보다 다리가 튼튼한 사람 말을 듣고 싶다. 물론 머리도 좋고 다리도 튼튼한 사람도 있지만, 드물다. 머리만 좋은 사람은 대개 다른 사람의 발로 걸으려 들기 때문에 튼튼한 다리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다리만 튼튼한 사람은, 각성하고 머리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머리가 좋아지기 어려운데, 그 '각성'의 기회라는 것이 대개는 가까운 사람의 배신, 농락, 무관심 등과 같이 오기 마련이라, 분노와 억울함에 치를 떨다가 각성의 기회마저 날려버리는 수가 많기 때문에 역시나, '머리도 좋은 사람'이 되기가 어렵다.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제서야 조금 머리가 좋아지고 있는 내가, 약해진 다리뼈를 위해 걷고, 먹고, 돈벌이하면서 살아간다.


"그저 걸으려는 의지뿐이다.(112p.)"

발로 세계를 재면 거리는 전적으로 달라진다. 1킬로미터는 꽤 먼 길이고, 2킬로미터는 상당한 길이며, 10킬로미터는 엄청난 길이며, 50킬로미터는 더 이상 실감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당신이나 당신의 얼마 안 되는 동료 등산가들이 경험하는 세계는 어마어마하게 넓다. 지구 넓이에 대한 그런 계측은 당신만의 작은 비밀이다. - P112

이젠 어떤 약속이나 의무, 속박, 임무, 특별한 야망도 없고 필요한 것은 눈곱만큼도 없다. 당신은 마음의 격렬한 동요를 거쳐 더 이상 어떤 자극이나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탐험가이자 식물학자였던 윌리엄 바트럼이 표현한 대로 "투쟁의 자리에서 멀리 떨어진" 고요한 권태의 시간과 장소에 놓인 존재가 된다. 당신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저 걸으려는 의지뿐이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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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6-14 12: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이란 책을 오디오로 들은 적이 있어요. 김영하의 팟캐스트에서였던 것 같아요. 재담을 섞어 쓴 재밌는 여행기로 들어서 장바구니에 담아 뒀죠.
저는 제 몸 중에서 다리가 가장 튼튼해요. 걷기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 듯. 다리 빼면 다른 곳은 약해요. ㅋㅋ
좋은 책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잘잘라 2021-06-14 19:34   좋아요 2 | URL
페크님, 오오~ 다리 부심 부럽습니다!
나를 부르는 숲, 진짜 좋아요. 발칙한 유럽산책도 읽어볼께요.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

북다이제스터 2021-06-14 16: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제 10킬로 걸어봤습니다.
어제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하여 거의 아무 일도 하지 못했습니다.
맞습니다, 발로 거리를 잰 10킬로는 보통 거리가 아님에 깊이 공감합니다. ^^

잘잘라 2021-06-14 19:45   좋아요 3 | URL
북다님 10킬로!!! 와우, ‘엄청난 길이‘를 걸으셨네요.
북다님 항상 건강하세요~!!

서니데이 2021-06-14 17: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저자의 책 저도 몇 권 있어요.
재미있는 책이 많았어요.
잘잘라님 좋은하루되세요^^

잘잘라 2021-06-14 19:47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
서니데이님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새파랑 2021-06-14 17: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글 보니 다리가 튼튼한 사람이 머리가 좋은 사람보다는 더 의지가 갈거 같아요~!

잘잘라 2021-06-14 19:57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은 어쩐지 다리도 튼튼하고 머리도 좋은 사람일 것 같아요.
아무튼 새파랑님! 몸도 마음도 건강한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붕붕툐툐 2021-06-15 00:20   좋아요 2 | URL
맞아요~ 새파랑님은 많이 읽으시고 또 많이 걸으시니 양쪽 다 가지신 분!!

붕붕툐툐 2021-06-15 00: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리 근육 많은 사람이 젤로 부럽다요!(하지만 운동은 하지 않죠, 후훗~)

잘잘라 2021-06-15 07:06   좋아요 1 | URL
붕붕툐툐님 다리 근육 부자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일주일 그림책 수업 - 원고 한 편이 완성되는 금요일의 기적
채인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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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합니다! 훌륭한 그림책 교재,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책으로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채인선 작가님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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