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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동물들 ㅣ 아트사이언스
벤 로더리 지음, 이한음 옮김 / 보림 / 2020년 10월
평점 :
'화가의 몸에 갇힌 좌절한 자연사학자'라고 자기소개를 하는 벤 로더리가 그린 동물 그림이다. 이게 참 희안한 것이, 이게 만약 사진이라면 이렇게 오래 들여다보지도 않았을 것이고, 몇날 며칠씩 이렇게 계속 생각나지도 않을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그림은 모두 한 사람이 그렸고, 이런 책을 한 권도 아니고 몇 권씩이나 낸 벤 로더리(로더리 로더리 하니까 처음엔 로더린지 로타린지 그러다가 로더리 오더리 오드리? 하면서 오드리햅번 생각나고 막 그런다)라는 사람이 글쎄 할아버지가 아니고 아저씨도 아니고 글쎄 30대 청년이라는 것이 놀랍다. 와 이 부분에서 나는 참, 동물들은 물론 경이롭지만, 벤 로더리 씨도 장난 아니네요, 하는 심정이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 (그럴라고 리뷰 쓰는 거임)
우선 크기에 대해서 말하자.
요즘 알라딘에서 거금 5만 8천 원을 주고 산 본투리드 코듀라 백팩을 메고 다니는데 아침에 이 책을 가방에 넣을라고 하니까 굳이 넣을라면 넣을 수는 있겠지만 그러자니 자크 열고 닫을 때 찡길까봐 신경이 쓰여서 빼놓고 왔을 정도로 그렇게 크다.
그 큰 책을 왜 굳이 가게에 들고 올라 그랬냐면,
이번주 내내 울산에도 확진자가 많이 나온 까닭에, 가게 문을 열기는 열었지만 하다못해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드물 만큼 인적이 뜸하여 하루 종일 지키고 있어봐야 담배 몇 갑만 팔면 되는 정도로 한가한 이때,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이렇게 맘놓고 가게에서 눈에 띄게 커다란 그림책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마음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책은 들고 나오지 못했지만 급한대로 사진은 몇 장 찍어왔다.
조명이나 각도나 좀 더 신경써서 찍었드라면 그만큼 더 보기 좋은 사진이 되었겠지만 아무리 그래봐야 실물을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니, 어떤 부분에서라도 조금이라도 구미가 당기신다면은 가차없이 바로 책을 주문하여 이토록 경이로운 동물들과 함께 즐거운 연말 분위기를 돋구어 보는 것도 상당히 뜻깊은 행사가 아니겠나 뭐 그런 혼자 생각을 하면서,
* 이것은 순전히 한 땀 한 땀, 한 올 한 올, 그야말로 사람 손으로 그린 수작업 결과물이라는 증거로서 제출하는 사진임을 알아주신다면 더할나위 없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