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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팀 오브라이언 지음, 이승학 옮김 / 섬과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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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쪽팔림, 전적으로 그거였다.(78쪽)

 

내가 아는 말, 전적으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말, 그러나 더이상 쓰지 않는, 쓸 이유도 쓸 필요도 없는, 그래서 슬픈 이야기.

 

쪽팔려서 안 하거나 쪽팔리기 싫어서 했던 일들이 있다. 따져보면 쪽팔려서 안 한 일 보다는 쪽팔리기 싫어서 했던 일이 더 많다. 쪽팔리기 싫어서 싫다고 말했다. 쪽팔리기 싫어서 대들었다. 쪽팔리기 싫어서 그만뒀다. 쪽팔리기 싫어서 됐다고 했고, 쪽팔리기 싫어서 괜찮다고 했으며, 쪽팔리기 싫어서 거절했다. 쪽팔리기 싫어서 그랬다.

 

그렇다.  

 도덕성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쪽팔림, 전적으로 그거다. 

 

근데 이거, 영어로는 뭘까? 뭔데 이렇게 딱 알맞게 '쪽팔림'이라고 번역했을까? 번역하신 분께 여쭤보고 싶지만 그러기엔 뭔가 좀 쪽팔린 느낌이라 그냥 원서를 주문했다. 역시, 쪽팔리기 싫어서 뭐를 하려면 비용이 많이 추가된다. 

 

다만, 팀 오브라이언 작가가 쪽팔리기 싫어서 했던 일로 평생 글쓰기를 하며 살아가는 그 길을 따라, 나도, 이 영어책을 자세히 읽고 평생 더 읽고 또 읽으며 살아가기를 은근히 기대한다. 뭐 이러고 말면 그게 정말 쪽팔린 거고, 그러니까 쪽팔리기 싫어서라도 살아갈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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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0-05-0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어때요? 안 그래도 너무 읽고 싶었는데 별 다섯 개라니 기대됩니다. 저도 원서도 같이 주문해야 할까요? 흑, 목표가 오월 달 책 안 사는 건데 잘잘라님 리뷰로 또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잘잘라 2020-05-07 13:39   좋아요 0 | URL
blanca님^__^
건축으로 치면 이 책, 주택이요. 아파트 말고 단독주택이구요, 그 중에서도 한옥이요. 기둥, 서까래가 훤히 드러나고, 절묘한 시선 차단, 휴먼스케일 담장이나 문턱, 툇마루, 처마, 들창을 갖춘 그런 한옥 같아요. 모형이라도 한 번 만들어보고 싶은 그런 멋진 집이요.
 
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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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두어 번, 고비를 넘으니 사흘 만에 끝을 본다. 400쪽에 달하는 책인데 사흘 만에 읽었다는 건 어지간히 달렸다는 의미..는 됐고, 아무튼 재밌게 봤다. 

 

첫번째 고비는 사람 이름, 두번째는 지역명, 세번째는 문화 차이(라고나 할까?.. 써놓고 보니 결국 언어, 또는 영어 문젠가?) 한번에 읽기도 어려운 긴 이름이 하나 둘 서이 너이도 아니고 수십 개씩 쏟아져 나오니까 아 뒤죽박죽, 정리 안되서 스트레스 받는다. 그래도 계속 읽었다. 나에게 말콤 글래드웰은 낯선 자가 아니다. '티핑 포인트로부터 시작해서 블링크, 아웃라이어,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다윗과 골리앗까지 다 읽은 내가 이 책을 못 읽을 리 없잖아? 분명히 재미있을거야'라는, 이상한 논리가 작동했다.  

 

섣불리 책을 던져버리지 않은 덕에 나는 아주 큰 걸 얻었다.

가게 문을 열기 싫어서 밍기적거리던 마음을 떨쳐냈다.

'다시 낯선 사람들을 상대해 보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이해할 수 없어서, 애쓰기 싫어서, 그냥 맘이나 편하게 살겠다고 끊고 살았던 것들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설명할 수 없어서 고통스러웠던 몇 가지 일들이 떠오른다. 상처받았지만 어떻게 수습해야 할 지 몰랐던 순간들, 그냥 울고, 가슴 치고, 망가질 수 밖에 없었던 심장을 이제는 소독하고 약도 바를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새 살이 돋아나기를, 그만큼의 시간이 남아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매끄럽지 않은 번역.

독서 흐름이 끊기므로, 출판사에서 바로잡아주었으면 하는 부분:

 

331쪽. '1년간 나흘간 따라다녔다' --> 추측. 1년간 1주일에 4일씩 따라다녔다?

 

334쪽. '이 도시 거리 구역의 3.3퍼센트가 경찰에 신고한 비율이 전체 신고의 5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이었다.' --> 뭔가 어색. '경찰에 신고된 전체 사건의 50퍼센트 이상이 이 구역의 3.3퍼센트 면적에서 나왔다.' 로 이해함. )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의미 중 하나는 그의 감정 표현이 얼마나 특이할 수 있는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 P202

낯선 사람을 마주칠 때 우리는 직접 경험을 관념, 즉 고정관념으로 치환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고정관념은 너무도 자주 그릇된 것이다. - P203

인터뷰는 커처 사건에서 사법부의 오심이 명백하게 드러나고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진행된 것이다. 녹스는 자기 룸메이트가 살해된 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죄 때문에(용의자로 지목받고) 이탈리아 교도소에서 4년을 보낸 끝에 이제 막 석방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다이앤 소여(앵커)는 녹스에게 무슨 말을 하는가? 자기 룸메이트가 살해된 뒤 우리 예상(또는 기대)대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녹스를 질책하고 있다. - P223

인터뷰 서두에서 뉴스 앵커는 녹스 사건이 여전히 논쟁적이라며서 그 이유로 "자기가 무죄라는 녹스의 변명이 많은 사람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 보다는 냉정하고 계산적으로 보였다"는 점을 든다. 한층 더 이상한 말이 아닌가? 왜 우리는 녹스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끼를 기대하는 걸까? 우리는 범죄자에게 양심의 가책을 기대한다. 녹스는 범인이 아니다. 무죄로 석방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여전히 ‘냉정하고 계산적‘이라고 비판받는다. 녹스는 언제나 ‘기묘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질책을 피하지 못한다. - P223

심리학자 리처드 사이던은 1937년에서 1978년 사이에 다리(금문교)에서 뛰어내리려고 시도한 515명을 추적했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었다. 515명 중 불과 25명만이 다시 (다른 어떤 방식으로든) 자살 시도를 한 것이다. - P327

그렇다면 금문교를 관리하는 지자체 당국은 언제 자살 방지 구조물을 설치하기로 결정했을까? 다리가 개통하고 80년도 더 지난 2018년이다. 존 베이트슨이 저서 《마지막 도약》에서 지적한 것처럼, 그사이에 교량 관리 당국은 수백만 달러를 들여 다리를 건너는 자전거를 보호하기 위한 구조물을 만들었다. 금문교에서 운전자가 자전거 이용자 사망 사고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말이다. 또한 ‘공공 안전‘을 이유로 양방향 차로를 가르는 중앙분리대를 만드는 데 수백만 달러를 투입했다. 다리 남쪽 끝에는 다리 밑에 있는 예전 군시설인 포트베이커에 쓰레기가 떨이지지 않도록 막는 약 2.4미터 높이의 사이클론 펜스를 세웠다. 처음에 다리를 건설하는 동안에는 노동자들의 추락사를 방지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보호 그물을 설치하기도 했다. 그물 덕분에 19명이 목숨을 건졌다. 공사가 끝나자 그물은 철거되었다. 그런데 자살에 대해서는 어땠을까? 80여 년 동안 아무 조치도 없었다. - P328

자,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다리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비정하고 냉혹하기 때문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에게는 어떤 행동이 어떤 장소와 그렇게 밀접하게 ‘결합‘될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는 자체가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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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vade C 2020-05-24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에서 이 댓글 보시면 96쪽 마지막 문장 “고갱이” 를 “꼭대기”로 꼭 바꿔주시거나 가독성 있는 다른 단어로 교정 부탁드립니다. 너무 성의없게 느껴져서 읽다가 놀랐습니다.
 
수영하는 사람들 - 이스트런던 동네 수영장의 내면
매들린 월러 지음, 강수정 옮김 / 에이치비프레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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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은 정말이지 너무 멋지지 않나.

 

사진 작가가 됐든 편집자가 됐든 모델이 됐든

누가 됐든 간에 아무튼

멋진 사람들이다.

 

책이든 건축이든,

공연이든 강의든 뭐든지간에 아무튼

이런 멋진 기획에 끌린다.

 

하염없이.

언제든지.

 

하여 아아,

출판사 사장이 되고 싶다.

출판사 사장이 되서 이런 책 한 권만 내도 좋겠다.

여한이 없을 듯.

 

 

 

 

메들린 윌러 Madeleine Waller

 

런던 칼리지 오브 프린팅에서 포토저널리즘을 공부한 매들린 윌러는 영국의 유수한 신문과 잡지의 사진가로 일한다. 그녀는 개인 작업으로 인물 사진에 주력하고 있으며 연작인 '시인의 초상은 런던에 있는 국립 초상화 미술관의 컬렉션으로 영구 소장되었다. 호주 출신인 그녀는 해크니에서 파트너와 세 자녀를 키우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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