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필요한 시간 - 전시 디자이너 에세이
이세영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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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사진들도 본문 디자인도 정갈하고 단정해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한 꼭지씩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전시 디자인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면 아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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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하고 매혹적인 폐허 40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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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역사'는 아직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정식 한국어 단어는 아니고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일'을 의미하는 인터넷 속어다. 그래서 책의 제목만 보면 인류의 온갖 실수와 과오의 흔적을 담은 지도들이 담긴 책인가 싶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마흔 곳의 폐허는 누군가의 과오라기보다는 역사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나 자연 환경의 변화 때문에 그 쓸모를 다 하고 버려진 곳들이 대부분이다. 학교에 무단 결석을 했다는 이유로 열네 살 소년이 50대가 될 때까지 가둬놨던 레녹스성 병원이나 가문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는 이유로 젊은 여성들을 죽을 때까지 가둬놨던 아캄펜섬처럼 '흑역사'의 의미에 딱 맞는 장소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인류의 과오보다는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 장소들의 쇠락이다. 원제도 '잊힌 장소들의 지도책Atlas of Forgotten Places'니 '흑역사'라기보다는 '쇠락의 역사''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아마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흑역사'라는 강렬한 어감의 단어를 제목에 넣은 것 같다.


  '지도책'이라는 원제에 걸맞게 각 장소의 세부 지도는 꽤 꼼꼼하게 그려져 있다. 그 장소의 과거 구조와 현재 구조, 사라진 건물과 남아 있는 건물, 장소가 있는 곳의 지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특히 '루스벨트섬(구 블랙웰섬)'의 세 시기 지도를 나란히 놓아 이 섬에서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한 페이지가 인상적이다. 각 장소의 현재 모습들을 담은 사진들에서는 폐허 특유의 스산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영미권 논픽션 저자들이 흔히 그렇듯 이 책의 저자도 유머 감각과 서정성이 섞인 문체로 쉽고 재미있게 책 속 폐허들에 얽힌 역사를 설명한다. 예쁜 외국 풍경도 보고 싶고 교양도 쌓고 싶다면 가볍게 읽기 좋다. 이 책의 원서가 2021년에 출간되었으니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그 시기의 독자들로서는 여행을 못 가는 대신 이 책으로 대리만족을 했을 것이다. 이제 해외여행이 가능해졌으니 이 책으로 새롭게 알게 된 장소들에 가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다만 아주 풍부한 볼거리, 이야깃거리를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 있다. 한국어 번역판 기준으로도 300여 페이지밖에 안 되는 책에서 마흔 곳이나 되는 폐허를 이야기하니 아주 깊이 있게 각 장소를 들여다보진 않는다. 텍스트만으로는 3, 4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이게 끝인가' 싶은 챕터들도 있고, 사진이나 지도가 기대한 것보다 그렇게 풍부하지 않다는 평도 있다. 제목을 보고 인류의 온갖 추악한 면모를 이 책으로 보겠다고 기대하거나 페이지마다 이야기와 풍경들이 넘쳐날 거라고 기대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다면,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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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하고 매혹적인 폐허 40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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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오는 장소들 중 대부분이 역사나 자연 환경의 변화로 자연스럽게 몰락한 곳들이라 ‘부끄러운 역사‘, ‘망신스러운 역사‘의 의미에 가까운 ‘흑역사‘라는 제목이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세계 곳곳의 폐허들에 숨겨진 역사와 그곳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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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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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안녕, 이렇게 같이 책 얘기하는 건 오랜만이네.

H: 그러게. 그런데 이 책 저자 이름,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은데.

B: 4년 전에 우리가 같이 얘기했던 책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의 저자야.

H: 아, 그랬지. 그런데 이 책 꽤 한참 전에 나온 책 같은데?

B: 나는 2016년 개정판으로 읽었긴 하지만 사실 2000년에 쓰인 책이 원서야.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는 손녀에게 들려주는 형식이었는데, 이 책은 아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으니 두 책의 출간 시기 사이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있지.

H: 뭔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네. 그런데 왜 갑자기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

B: 예전부터 이런 책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읽을 책 찾다 우연히 이 책이랑 마주치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세계 시민으로서 읽어야 되는 책인데 여태 안 읽고 있었구나 싶었어.

H: 그런데 24년 전의 이야기인데, 지금 읽으면 시의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B: 그렇긴 하지. 2016년 개정판이어서 편집자가 2000년 이후부터 2016년까지의 상황을 업데이트한 주석을 넣긴 했는데, 2016년도 벌써 8년 전이잖아. 그런데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거 같아. 2022년 1월에 <위대한 수업>이라는 EBS 프로그램에서 장 지글러 교수가 강의를 했었거든. 그때 한 이야기와 이 책에서 한 이야기가 크게 다르지 않아. 물론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걸 이야기하니 이 책 내용과 겹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내 기억으로는 이 책을 쓴 시점 이후로 세계의 기아 문제가 나빠지면 더 나빠졌지 좋아졌다는 이야기는 없었던 거 같아.

H: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의미가 없잖아.

B: 24년이 지났어도 나아진 건 없다고 절망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까지 계속되는 문제가 어디서 시작된 건지, 그런 문제를 만들어낸 사회 구조, 세상의 흐름은 어떤 건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지. 그걸 이 책이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어.

H: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에서 얘기한 것처럼 역시 자본주의가 문제겠지.

B: 맞아. 사실 이 지구에서는 120억 명이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된대. 그것도 한 명이 하루에 2400~2700칼로리는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그런데 하루에 10만 명이, 5초에 한 명씩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 문제는 아무리 식량을 충분히 생산해도 그 식량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배분되지 않는 거야. 당장 사람들이 죽어가도 자기들 이익이, 권력이 더 우선인 사람들 때문에.

그걸 막기 위해 법과 규제가 있는 건데, 그런 규제들을 다 풀면 세상이 알아서 잘 돌아갈 수 있다고 하는 게 자본주의, 더 정확히 말하면 신자유주의야. 자본 활동의 자유를 강조하고 정부의 개입은 최소한으로 줄이라는 과거의 자유주의를 계승한 거지. 장 지글러 교수는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 국제통화기금 등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고 몇몇 소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온 지구의 경제를 틀어쥐고 있어서, 기아와의 투쟁이 어렵다고 얘기해. 그런 사실들을 폭로해 왔기 때문에 다국적 기업들에게서 소송도 많이 당했다고 지글러 교수가 <위대한 수업>에서 얘기했던 게 기억나.

H: 진실을 말한 대가가 너무 무겁구나. 평생 그렇게 싸워오기 쉽지 않았을 텐데.

B: 엄청난 액수가 걸린 소송을 계속 당하면서도 지글러 교수는 다국적 기업과 그들이 주는 이익에 눈이 멀어 자국의 개혁도 중지시켜 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아. 그리고 뜬구름 잡는 식의 정서적인 대응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하지만 자신이 구호 현장에서 봤던 사람들에 대한 인류애는 잃지 않는 게 책 곳곳에서 느껴져. 온 세계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라도 더 전하려고 하거든. <위대한 수업>에서도 영양실조 때문에 노마라는 병에 걸려 안면 조직이 녹아버린 사람들의 사진을 직접 인쇄해 와서, 이걸 꼭 방송에서 보여달라고 했던 게 기억나. 그렇게 비싸지 않은 항생제만 사 먹어도 퇴치할 수 있는 병인데, 가난해서 걸린 병이라고 했었어. 정말 이건 꼭 알려야겠다는 열의와 간곡함이 느껴졌어. 구호단체의 일이 오히려 각 지역의 지배층들의 배를 불려주고 권력을 공고히 하게 되어버린다 해도, 그 어떤 대가도 한 아이의 생명에 비할 수 없다고 하는 데서 지글러 교수의 마음이 느껴졌어.

H: 그렇게 수십 년 동안 싸워왔는데도 세상은 여전한 걸 보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것 같다고 느껴지지 않을까?

B: 이 책의 마지막에서 부르키나파소에서의 농업 개혁이 실패로 끝난 것을 듣고 지글러 교수의 아들이 말해. 그러니까 결국 좌절과 절망만 남은 거냐고. 지글러 교수는 비극은 끝없이 반복되고 있지만,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못하게 하는 살인적인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해. 자국민들이 자기 손으로 자기 나라를 바로 세우고, 자기 나라 경제가 자립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H: 공산주의를 시작한 사람들부터 최근의 개혁자들까지 도전했지만 계속 실패해 왔던 일이야. 늘 느끼는 거지만 현실은 참 구체적이고도 너무 굳건히 우리 앞에 서 있는데, 이상은 그에 비해 단순하고 너무 멀게 느껴져.

B: 체 게바라가 "우리 모두 현실주의자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품자"고 했잖아. 우선 이상을 높게 잡아야 현실을 그 이상의 50퍼센트, 70퍼센트, 90퍼센트로 점점 끌어올리지. 장 지글러 교수는 원래 인간은 자신 곁에 있는 가족, 일족, 이웃에게서만 연대감을 느꼈지만 국가를 세우면서 처음으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해. 그렇게 인류가 질적으로 도약할 수 있을 거라고,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고 인간적인 지구를 만들기 위해 한 걸음만 더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고 말해. 희망은 정의를 향한 인간의 불굴에 의지 속에 있다고. <위대한 수업>을 보면 그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게 보여. 방송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럴 거야.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음, 예를 들어보면 선진국들에서 소고기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그러니까 소를 더 살찌우기 위해 소들에게 풀 대신 곡물 사료를 먹이는데, 그런 축사의 연간 옥수수 소비량이 잠비아 같은 나라의 연간 필요량보다 더 많다고 하잖아. 우리가 고기를 조금이라도 덜 먹으면 그런 현상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글러 교수는 이 책에서 "인간은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라고 했어. 우리가 세상의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문제를 기억하고 함께 아파한다면, 작은 것이라도 행동하고 실천하려 한다면 세상이 아주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이 책의 다음 개정판은 좀 더 희망적인 이야기로 채워졌으면 좋겠어.

* 종이책이어서 업데이트되지 못한 2024년 2월 현재의 상황

- 내전 기간인 1996년 적대 세력 수천 명을 포위해 굶어 죽게 만들었던 라이베리아의 전 대통령 찰스 테일러는 2006년 체포되었고 2012년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징역 50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복역 중이다.

- 현재도 기후 난민은 기존의 난민 정의(국적, 인종, 종교, 특정사회집단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 때문에 자국 내에서 박해에 이르는 차별을 받고, 그와 같은 박해 때문에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머물 수밖에 없는 사람)에 맞지 않기 때문에 난민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다. 유엔난민기구는 '기후 난민'이라는 용어 대신 '기후 변화로 인한 강제 실향민'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 이 책에서는 2015년에 세계 인구가 71억 명이 될 것이고 그중 60퍼센트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2024년 현재 세계 인구는 약 81억 명이고 2021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56퍼센트가 도시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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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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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쓰인 이 책의 내용이 2022년에 방영된 <위대한 수업> 장 지글러 편의 내용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세상의 적폐가 강고한지 실감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장 지글러가 말한 것들을 기억하고, 10년 뒤, 20년 뒤에는 더 많은 것이 바뀌어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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