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한중일 세계사 2 - 태평천국 라이징 본격 한중일 세계사 2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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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유머 감각과 풍부한 역사 지식 덕분에 태평천국 운동을 머릿속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태평천국 주요 지도자들의 성격과 행적을 오늘의 일처럼 생생히 보여줄뿐만 아니라, 태평천국 운동 당시 태평천국군과 청군의 이동 경로를 지도로 꼼꼼히 표시해 태평천국 운동을 더 깊이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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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1 - 서세동점의 시작 본격 한중일 세계사 1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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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한 그릇으로 한중일의 근대사 이야기를 여는 것부터 신선하다. 때로는 이해 못 하는 패러디들이 있는 것과 몇몇 여자 캐릭터들이 성적 대상화되어 있는 것만 빼면 유쾌하게 한중일의 근대사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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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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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부모님조차 나를 100퍼센트 이해하진 못 하시니 100퍼센트야 불가능하겠지만, 90퍼센트까지라도. 문학이든 영화든 미술이든 같은 분야를 사랑하고 그것에 대해 함께 심도 있는 토론을 할 수 있는 사람. 어떤 얘기든 털어놓을 수 있고 서로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나와 생각과 감정의 결이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서도 때때로 낯설고 이질적인 모습을 보면서, 그런 바람조차 너무 헛된 환상이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미국의 작가 테디 웨인의 소설 『아파트먼트』는 그런 환상이 산산이 부서지는 과정을 냉정하게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나'는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문예 창작을 공부하는 작가 지망생이다. 그는 첫 합평 때 교수와 동료 학생들에게 혹독한 비평을 듣는다. 가차 없는 비판에 상처를 크게 받았던 그는 혼자 자기 작품을 지지해 준 동급생 빌리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와 점점 가까워진다. 빌리는 누가 봐도 천재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지만 바텐더로 일하는 술집 창고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할 정도로 가난하다. 반면 '나'는 대고모의 이름으로 된 넓고 쾌적한 아파트에서 지내고 있고, 아버지가 학비를 대고 있어 돈 걱정할 일이 없다. '나'는 빌리에게 집 청소를 해주는 대신 자신과 함께 살자고 제안하고 빌리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둘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나'는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처럼 서로 경쟁하면서도 좋은 영향을 미쳐 서로가 발전해 가는 데 도움이 되는, 이상적인 친구 관계를 꿈꾸었다. '나'는 문학적 재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생활력도 강하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닌 빌리에게 매료된다. 빌리도 '나' 덕분에 경제적 문제에서 좀 더 자유로워져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마냥 유쾌하고 생산적으로 발전해 갈 줄 알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관계는 내가 생각했던 상대의 모습이 사실은 환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변질되기 시작한다. '나'는 빌리가 보수 세력을 지지하고 국가의 복지 정책을 '국민들의 자립심을 빼앗아가는 지나친 간섭'으로 보며 동성애를 혐오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은 아예 없고 오만하다는 것도. 거기에 내가 갖지 못한 점을 상대가 갖고 있다는 데서 나오는 열등감이 관계를 갉아먹는다. '나'는 경제적으로만 우위를 지니고 있을 뿐 문학적 재능이나 남성적인 매력, 인간 관계 등 모든 면에서 빌리보다 뒤처진다고 스스스로 느낀다. 게다가 그 경제적 우위조차 대고모와 아버지의 경제력에 의존해서 얻은 것일 뿐 자신의 능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다. 거기에 돈 문제까지. 한쪽이 무조건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관계에서는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망가지고 서로 감정을 상하게 되기 십상이다. 빌리가 돈 걱정 없이 창작에 몰두할 수 있게 된 것을 순수하게 기뻐하던 '나'는, 이제 빌리가 자신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벌린다고 느낀다. 빌리가 '나'의 아파트에서 처음 청소를 하고 나서 하얗게 빛나던 욕실은 빌리가 점점 청소조차 소홀히 하면서 빌리가 오기 전처럼 물때가 끼어 누렇게 변한다. 그 욕실처럼 두 사람의 관계는 변질되다 파국으로 치닫는다.


  빌리를 잃고 나서 '나'는 생각한다. 빌리를 자기 아파트로 들이지 말고 딱 동료 학생 정도로 대했어야 했다고. 그랬다면 빌리를 잃지 않고 그로 인해 상처받지도 않았을 텐데. 그러는 '나'의 모습과 내 세상의 전부처럼 느꼈던 소중한 관계를 잃은 나의 모습을 겹쳐 보았다. 『아파트먼트』의 '나'와 현실의 나는 '온전한 나만의 사람'을 꿈꾸었다 너무 상대에게 가까이 갔고, 상대가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다르고 어떤 면은 결코 이해되지도 용납되지도 않으며 그걸 내가 없앨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파트먼트』의 '나'의 다른 교우 관계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내 경우에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관계들이 지금까지도 살아남았다. 때로는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지금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 이 관계들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관계들 속에도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사람 사이의 관계란 이렇게 지키기가 어렵다.


  '나'는 그 이후 그저 빌리의 소식을 가끔씩 들을 뿐이다. 그 이후로도 '나'와 빌리는 다시는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여기 있어."라는 그의 마지막 말처럼 그와 그의 삶은 아직 남아 계속되고 있다. 자신이 자기 글을 쓰는 것보다 남의 글을 다듬는 것에 재능이 있다는 것(묘하게 이 점이 나와 비슷하다)을 인정하면서 작가라는 꿈과도 멀어졌고, 우정도 떠나가고 상처만 남았지만. 나는 소설 속의 '나'처럼 관계가 끊어진 사람들의 소식을 가끔 들으며 그저 그 시절에 우리가 나누었던 좋았던 것들에 감사한다. 그리고 내가 그때 저질렀던 시행착오들을 생각하며 다음 관계에서는 좀 더 나아지려 애쓴다. 그 시행착오들에서 배운 게 있었고 조금이라도 더 자랐을 것이며 다음 관계에서는 좀 더 나을 것이다. 그래서 결말은 씁쓸하지만 이야기에서 빠져나오고 나서는 왠지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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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1-23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스티안님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바스티안 2022-01-23 15:07   좋아요 0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파트먼트
테디 웨인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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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든 것을 온전히 이해해 주는 사람‘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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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일인입니다 - 전쟁과 역사와 죄의식에 대하여
노라 크루크 지음, 권진아 옮김 / 엘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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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포함


  방현석 작가의 단편 소설 랍스터를 먹는 시간에서 주인공은 베트남인 부하 직원의 고향 마을에 가게 된다그날 밤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하필이면 그날은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이 그 마을 사람들을 학살한 날이었던 것이다. 1년 중에서도 한국인이 방문하면 안 될 바로 그날에 그곳을 방문한 주인공은 형용할 수 없는 중압감을 느낀다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가해국 국민의 입장에 설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분명 내가 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속죄해야 할 과거를 물려받는다는 것나를 살게 했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나라가 다른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것그 무게를 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독일계 미국인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노라 크루크는 평생 동안 과거의 독일이 저지른 짓에 대한 죄의식을 안고 살아왔다어린 시절 나치의 강제수용소 기념관들에 견학을 가서 나치 독일이 저지른 만행을 기록한 흑백 사진들을 봤고학교 역사 시간에 독일에 나치 정권이 들어서고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가게 된 과정 하나하나를 꼼꼼히 공부했다또다시 극우 민족주의에 빠지게 될까 독일의 전통이니 애국심이니 하는 것들은 기피하게 되었다하지만 나라가 아니라 바로 내 가족내 조상이 당시에 어떤 일을 했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그래서 친가와 외가의 가족들이 나치 통치 시기에 무슨 일을 했고 어떻게 살아갔는지 추적하게 되었고그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알게 된 것들을 그래픽노블로 기록한 책이 나는 독일인입니다이다.


  나치 통치 시기를 살아간 가족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다그 시절을 살아간 가족 중 그나마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은 너무 어린 시절에 겪은 일들이라 온전히 기억하지 못한다손주인 작가 자신에게는 조부모이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는 그분들이 자기 부모이기에객관적으로 그들의 행적을 기억하고 평가하기 더더욱 어렵다작가가 가장 먼저 찾은 과거의 흔적은 집 안 서랍장 한켠에 들어 있던 큰아버지의 옛날 사진들과 그가 초등학생 때 썼던 공책들이다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헨젤과 그레텔이 빵 부스러기를 따라 집으로 돌아가듯작가는 과거의 파편들을 따라 자신이 몰랐던 과거를 더듬어간다.


페이지마다 작가가 그린 일러스트와 가족사를 조사하면서 모은 사진 자료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은 가려졌던 과거를 따라가는 여정에서 얻은 것들을 모아놓은 스크랩북과 같다그래픽노블로 분류되지만 만화라기보다는 그림책또는 그림일기에 가까운 저자의 기록에 가족들이 간직하고 있던 사진과 편지들도서관에서 구한 사진 자료들아버지의 고향과 어머니의 고향에 찾아가 직접 찾아본 공문서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한 권의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작가에게는 자신의 핏줄들이 살아간 흔적들의 박물관이고먼 나라의 독자들에게는 나치 정권 시기 평범한 독일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하지만 파편들은 파편들일 뿐이다아무리 과거의 파편들을 그러모아도 그들의 진짜 삶진짜 모습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작가는 알고 있다작가는 가족들의 기억과 증언에서 비어 있거나 모순되는 부분을 상상하거나 추론해 보고그들 자신이 남긴 서류들의 행간을 읽는다그 과정에서 작가는 자신의 외할아버지가 나치당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외할아버지는 전쟁 이후 자신이 생계를 위해 나치당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고 당에서 어떤 직책도 맡은 적이 없었으며 자신이 나치의 국가사회주의와 거리가 멀었다는 증언들까지 내놓았다외할아버지의 말은 진실일까정말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까작가 자신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외할아버지가 나치주의 신봉자가 아님을 증언해 준 증인 중 한 명의 아들과 연락이 닿았을 때그는 작가에게 죄의식을 갖지 말라고 말한다작가는 그의 말에서 따뜻함을 느끼지만 그것으로 쉽게 죄의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개인의 속죄는 수백만 명의 고통을 지울 수 없고용서받지 못할 죄에 대한 용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다만 어떤 것이든 모든 과거를 끌어안고 앞으로 자신을 이어갈 새로운 세대인 아이를 품은 채 계속 나아갈 뿐이다.

 

  가해국의 후손 세대들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라며 이전 세대들이 남긴 과거들을 회피하기 쉽다과거는 아예 잊어버려야 새 삶을 살 수 있다며 왜 이렇게 과거에 집착하냐고 하기까지 한다하지만 가장 강력한 접착제로도 갈라진 틈 자체는 없애지 못하듯과거의 상처는 완전히 지울 수 없다자신의 전 세대들이 남긴 죄와 상처까지 모두 끌어안고 앞으로 나아가는 저자의 태도는 우리의 마음속에 큰 울림을 남긴다. 과거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는 나라를 이웃으로 둔 사람으로서는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역사에 깊은 상처가 남은 피해국이자 또 다른 나라에게는 가해국인(이것을 인정하고 문장으로 쓰는 것조차 내게는 아직 쉽지 않다. 분명 누군가는 이 말에 반발할 것이다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어떻게 직시하고 끌어안아야 할까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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