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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 - 학명, 보통명, 별명으로 내 방 식물들이 하는 말 ㅣ edit(에디트)
정수진 지음 / 다른 / 2020년 4월
평점 :
이따금씩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읽는다. 그 분야를 깊이 파고들 생각까진 아니지만 한 번 훑어보면서 시야를 넓히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책 『식물의 이름이 알려주는 것』은 식물학 분야와 원예 분야 모두를 담고 있다. 식물의 이름을 통해 알게 되는 지식을 바탕으로 식물을 더 잘 이해해서(식물학) 더 잘 기르자는 게(원예) 이 책의 목표니까. 식물을 기르는 취미는 없지만 지금 우리 집 앞에 핀 꽃이 무슨 꽃인지 아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좀 더 섬세하게 보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식물을 잘 기르겠다는 마음보다는 식물을 좀 더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식물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 저자는 식물의 이름으로는 어떤 것이 있고, 식물의 이름은 어떻게 붙이는지부터 설명한다. 우선 식물에게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통일해서 부르는 공식 이름, 학명이 있다. 학명을 알려면 18세기 스웨덴의 생물학자 카를 폰 린네가 제시한 생물 분류 단계와 이명법을 알아야 한다. 린네의 생물 분류 단계는 계-문-강-목-과-속-종의 순서대로 하위분류로 뻗어나간다. 이명법은 그 중 해당 생물의 속 이름과 종 이름, 두 개의 이름을 붙여 학명으로 만드는 것이다. 보통명은 복잡한 학명을 간단하게 만든 약칭이나 사람들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이름이고, 보통명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이름은 국명이라고 한다. 화훼 시장에서 흔히 쓰이는 이름은 유통명이고, 특정 지역이나 특정 상황에서 부르는 별명도 있다. 이런 이름들은 그 식물의 생김새와 색깔, 냄새, 맛, 독성의 유무, 개화 방식, 그 식물이 자생하는 곳, 그 식물을 발견한 사람, 그 식물의 쓰임새 등 정말 다양한 것에서 유래했다. 이제 식물의 이름을 어떻게 짓는지 알게 되었으니, 그 이후로는 각각의 식물들이 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고 그 이름에서 우리는 무엇을 알아낼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위) 팬지의 이름은 꽃잎 무늬가 생각에 잠긴 사람의 얼굴같이 생겼다고 해서 '생각, 사색'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팡세'에서 유래했다.
(가운데) 데이지는 '낮에 뜬 눈'이라는 뜻의 고대 영어 ‘daegeseage’에서 따온 이름으로 해가 떠 있는 동안에만 꽃이 피는 특성이 담겨 있다.
(아래) 떡갈나무 잎은 떡을 찔 때 깔거나 찐 떡을 감싸는 데 쓰면 방부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 떡갈나무는 '떡 아래에 까는'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식물들의 이름에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인 팬지pansy. 그저 귀여운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꽃잎의 무늬가 생각에 잠긴 사람의 얼굴같이 생겼다고 ‘생각, 사색’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팡세pensée’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팬지를 자주 봐 왔지만 한 번도 팬지 꽃잎의 무늬가 사람 얼굴 같다고 느낀 적은 없었는데 이 이야기를 읽고 나니 갑자기 팬지의 무늬가 눈을 찌푸리고 골똘히 생각에 잠긴 사람의 모습으로 보인다. 여자 이름으로도 쓰이는 귀여운 이름 데이지daisy는 ‘낮에 뜬 눈’이라는 뜻의 고대 영어 ‘daegeseage’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이 이름에는 해가 떠 있는 동안에만 꽃이 활짝 피고 해가 진 밤에는 꽃이 오므라드는 데이지의 특성이 담겨 있다. 떡갈나무는 ‘떡 아래에 까는’이라는 말에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떡갈나무의 싱싱한 잎을 떡을 찔 때 깔거나 찐 떡을 감싸는 데 쓰면 은은한 향이 나면서 방부 효과를 내 떡이 금세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들은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식물을 보면서 했던 상상, 관찰해서 알게 된 특성, 활용했던 용도 등을 식물의 이름에 녹여내 다른 식물들과 구별될 수 있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식물의 이름을 알면 식물이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다.
사실 각각의 식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지식은 식물의 이름으로 풀어낸 식물 이야기보다는, 그 식물에 관련된 정보를 요약 정리한 페이지나 본문 속 원예 팁에 들어 있다. 건조한 곳에서는 잘 못 자라니 잎에 자주 분무를 해 주는 게 좋다, 추위에 약하니 영상 13도 이상의 환경에서 키우는 게 좋다는 식으로. 식물을 잘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부분을 꼼꼼히 읽고 기억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식물을 더 잘 키우는 것과는 상관없는 지식이라도 그 식물에 더 흥미와 관심을 갖게 만들어준다. 식물을 키울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도 식물의 이름을 통해 풀어낸 다양한 지식들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청소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설명은 쉽고 재미있다. 게다가 선명한 컬러 세부 도판들과 그 옆의 간결한 도판 설명으로 본문에서 설명한 내용을 한 번 더 풀어낸다. 그래서 어린 시절 보던 식물도감 같은 느낌을 준다. 책 표지와 챕터 페이지, 각 식물 항목의 첫 페이지에 그려진 식물 일러스트, 본문의 강조 표시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는 연두색은 식물 관련 책다운 싱그러움을 더한다. 식물을 더 잘 키우고 싶은 사람에게도, 그저 식물을 더 잘 알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은 책장을 펼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게 하면서 유용한 지식, 흥미로운 지식도 전해주는 책이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https://www.almanac.com/plant/pansies
https://www.amazon.com/Outsidepride-Gerbera-Daisy-Flower-Plant/dp/B004I0GY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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