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기담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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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단편집에 실린 단편 중 한 편인 「특별 요리」가 스탠리 엘린의 특별 요리」(*스탠리 엘린의 특별 요리」서평 https://blog.aladin.co.kr/797871198/11830161)를 오마주한 작품이라고 해서 빌려 봤는데흔한 일본 괴기소설일 뿐이다스탠리 엘린의 특별 요리」가 날카로운 풍자와 통찰력촌철살인인 문장을 갖추고 있는 반면, 이 단편집 속 단편들에는 음습함과 중2병 정서끈적끈적하고 뒤틀린 에로티시즘만 있다.

 

재생 

근친 성폭력의 피해자인 유이가 사실은 본인도 아버지와의 변태적인 성관계를 즐기고 있었고남편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남편을 선택했다는 설정이 찜찜하다성폭력 가해자들을 정당화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상대도 같이 즐겼다이니까유이의 잘린 머리에서도 새 몸이 나오고머리 없는 몸에서도 새 머리가 나와서 주인공을 당황하게 하는 설정이었다면 더 섬뜩하지 않았을까 싶다.

 

 요부코 연못의 괴어

전 지구급 재앙이라도 불러올 것 같은 괴생명체의 최종 진화 형태가 겨우 예쁜 새였다니 김이 빠진다그나마 중2음습함이 덜하고 밝은 내용의 단편이다.

 

 특별 요리 

스탠리 엘린은 음식에 개똥철학을 부여하는 사람들을 풍자했는데주인공은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개똥철학을 늘어놓고아내는 또 거기에 넘어간다이것도 나름의 풍자라고 할 수 있지만결국 낳자마자 잡아먹기 위해 아이를 가지자고까지 하게 되는 주인공. 엘린의  특별 요리」가  미식에 탐닉하는 사람들을 풍자한 반면 이 소설은 내가 이렇게까지 기괴하고 엽기적으로 쓸 수 있다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더 강한 것 같다.

 

 생일 선물

주인공이 남자친구를 죽이고 기억을 잃었던 것까지는 알겠다하지만 주인공이 왜 남자친구를 죽였는지동아리 사람들이 주인공에게 준 토막시신의 정체는 무엇인지동아리 사람들은 왜 토막시신을 주인공에게 생일 선물로 주었는지는 전혀 밝혀지지 않는다그냥 생시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상자를 열어볼 때마다 동아리 사람들이 주문처럼 뇌까리는 섬뜩한 문장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철교

괴담에서 일어난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흔한 설정어떤 때는 지어낸 이야기라도 그 이야기 자체가 실제와 같은 힘을 얻는 것 같다.

 

인형

진짜 주인공이 소멸되고 인형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인형은 자신이 진짜 주인공인 줄 알다가 또 다른 인형에게 소멸당하는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을까지금의 자신과 과거의 자신이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분열된 자아 사이에서 헤매는 이야기.

 

안구기담

주인공이 진짜 후배 아버지의 눈을 희생해서 눈을 뜨게 된 소녀였는지아니면 후배가 그저 주인공을 놀리기 위해 이야기를 지어낸 것이었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는다그래서 더 찜찜함이 남는 이야기후배 아버지로 추정되는 액자 속 주인공이 겪는 끈적끈적한 에로티시즘과 유이의 어머니가 벌이는 행각의 기괴함은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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