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여러 모습이 있다. 초년생 때는 알바를 해서 노동수입을 얻는다. 과거엔 지폐의 두께로 돈의 양이 가늠이 되어 심리적 풍족함을 주었는데 이제는 통장에 찍히는 숫자에 불과하니 소비가 아니면 돈을 체험하기 어렵다. 물론 과거엔 집에 숨겨둔 현금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많았고 소지에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체, 결제 등 전자금융 시스템이 편리하게 갖추어졌기에 일장일단이 있다. 요지는 노동수입은 절대적인 양도 적고 휘발성있는 돈이라는 것이다. 자산으로 꽁꽁 묶어두지 않으면 황량한 들판으로 뛰쳐나가 행불되는 강아지꼴이 난다.


노동수입에서 사업소득, 자산소득으로 점차 업그레이드해나간다. 이는 기본과정이다. 살아가면서 돈이 취하는 온갖 특이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돈의 여러 성격을 이해하고 돈을 쓰는 관점을 제대로 세울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내 돈이 아니지만 써야 할 돈이 생기기도 한다. 교사의 월급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예산으로 쓸 돈이 내려온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명목이다. 정부는 인건비를 장기적이고 일률적이고 논란이 있는 경상비 부담을 지기보다는 세수 좋은 해에 용돈을 주는 편한 방식을 택한다. 예산 집행자 입장에서 내 통장의 개인적 돈은 아니고 공금이지만 어쨌든 기간 한도내에 써야하는 돈이다. 직급이 높아지고 권한이 많아지면 입찰 결정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업체들이 리베이트를 주니 문제가 된다. 깨끗하게 공적으로만 써야하는 돈이다. 그러나 때에 따라 다 쓰기에는 너무 과한 처치 곤란한 돈이 들어오기도 해서, 관례적으로 영수증을 미리 끊거나 가격을 높이 설정하는 등의 여러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차라리 내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이면 좋겠는데, 돈이 있긴 있는데 내 돈이 아니다. 이런 모습의 돈을 안전하게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한다.


남의 돈을 다루는 사람은 대표적으로 펀드매니저가 있겠다. 이는 너무 쉬운 예시고, 특별한 예시로는 영화감독을 꼽아볼 수 있다. 감독의 유명세와 그간  작품 흥행성적 데이터에 기대, 감독이 투자사로부터 돈을 받아 작품을 만드는 경우다. 수십 개월이 지나 최종적으로 개봉되고 수익분기점을 넘기 전까지 실현되는 수익은 아니다. 그전까지 자구책, 파이프라인은 따로 협상할 부분이다. 돈이 들어왔는데 버블같은 돈이다. 잘못하면 빚이 될 수도 있는 위험한 돈이다. 봉감독 최신작 미키17은 1600억이 들었고 차기작 심해는 700억, 놀란 감독 최신작 오뒷세이는 3600억의 제작비가 든다. 1600억이 노동수입으로서 감독 통장에 고스란히 들어오는가? 그렇지 않다. 공적인 돈이다. 당장 내 돈이 아니다. 이를 잘 운용해서 주변 모두에게 이득이 돌아오도록 활용해야한다. 미래의 돈이다.


돈을 쓰는 사람은 돈의 다층적 모습을 파악하고 돈을 다루는 관점을 업그레이드해야한다. 이런 노하우는 각자 살면서 배운다. 나를 기른 것은 팔할이 바람이요, 길거리가 선생이니, 각자도생하며 체험적으로 습득한다. 어떤 의미에서 학교 커리큘럼에서 제일 필요한데 제일 부족한 것은 모두를 위한 금융교육이다. 안 좋은 사례로, 올바른 금융교육을 받지 않은 청년들이 입대해서 소위나 부사관만큼의 급여를 받으면서도 게임 과금과 포르노만화 감상에 돈을 탕진한다. 제대 후 주거마련, 창업비용 등의 미래적 용도로 저축하기를 바라고 편성한 정부예산인데 아이들은 사회에서 떨어져 갖혀있는 당장의 스트레스 해소을 위해 낭비한다.


꼬마는 부모의 등을 보고 배운다. 올바른 금전교육을 받은 아이와 돈이 생기면 그냥 써버리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구별된다. 부모의 학벌, 지위, 인성과 밀접한 관련은 없다. 거부일 필요도 없다. 소액투자자, 서학개미 부모라도 아이에게 작은 돈을 운용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세팅해줄 수 있다. 작은 돈을 귀하게 대접해야 큰 돈을 지켜낼 수 있다.


금전의 가장 큰 속성은 무엇인가. 자기가 원래 하고자 했고, 하고 있던 일의 스케일을 증폭시켜준다. 중요한건 돈이 없어서 뭔가를 못하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돈이 있음으로써 인력, 시설, 정보, 업장을 확장할 수 있으나 자기에게 이미 결여되어 있던 아이디어, 기술, 실력을 갑자기 만들어낼 수 없다. 준비된 자에게만 축복이 내리는 법이다. 흑백요리사가 넷플이라는 글로벌 플랫폼의 힘을 얻어 눈부신 성공으로 조명을 지금 받은 것이지 이미 칼질을 수 만시간 한 사람들이다.


금전은 내 안에 이미 배태하고 있던 씨앗을 확장하는 기능을 한다. 서울시내 지하철 왕복 3, 4천원으로 전시장을 다니던 사람은 비행기 티켓 30, 40만원으로 일본 미술관을 가고, 300, 400만원으로 구미 미술관을 간다. 동묘 구제시장을 다니며 패션감각을 키우던 이가 빈티지샵과 온라인 쇼핑몰을 열게 된다. 천만원으로 단편 영화를 만들 던 이가 100억원의 상업 영화를 연출하게 된다.


투자수익율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꾸준한 비율, 그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기세이기도 하다. 주식을 예로 들면 이렇다. 주식폭등, 200% 수익 같은 휘황찬란한 문구를 접하고 다들 주식투자하면 대박나는 줄 알지만 증권회사의 현실은 꾸준한 8%의 수익도 훌륭하다. 주식에서 5% 수익률이 났을 때 아이고 천만원 밖에 투자를 안해 50만원 밖에 못 벌었네, 빚을 내서 10억을 넣었으면 5천만원인 것을! 하고 한탄하는 이들이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개 어느 종목이 잘되면 다른데서 빵꾸가 난다. 신중하게 모든 요소를 고려했음에도 그렇다. 금리, 환율, 원자재, 기술혁신, 국제정세 등 변동상황이 주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너무 많다. 그래서 마이너스가 안나고 유지를 하는 것도 박수받을 일이다.


아주 장기적으로 우상향을 하고 있는가? 어떤 특정한 하루에 1000% 수익을 내는 사람보다 10년 이상 꾸준히 평균 5% 수익을 내는 사람이 더 대단하다. 이정도만 해도 일단 인플레이션 방어가 되기 때문에 자산가치를 하락시키지는 않는다. 이런 비슷한 예시는 인스타에서도 볼 수 있다. 중고차 딜러가 월 천만원 수익을 냈다고 자랑을 한다. 그 특정한 한 달의 수익이지 매 달 천만원은 아니다. 그럼에도 특수한 사례를 일반화한다. 해당 월에 천 만원을 벌고 나머지 11개월 동안 손가락을 빤다면 년 천 만원 수익이 팩트인데도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월 이백만원 월급쟁이를 폄하한다. 꾸준히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돈에 힘이 있다.


그 정기적 돈의 힘을 일갈한 스노우폭스 회장이 쓴 돈의 속성에서 제일 뇌리에 오래 남은 구절은 돈에 인격이 있다는 말이었다. 인격체로서 돈에는 끌어당기는 중력성이 있다고 했다. 흡사 대체의학자 에모토 마사루가 쓴 물은 답을 알고 있다에서 물에 다정하게 말을 하면 결정이 바뀐다는 다소 논란있는 주장처럼 읽히기도 한다. 지폐에 사랑한다고 말하면 2배가 되어 돌아올까? 그렇다기보다 돈을 오브제처럼 생각해 써버리는 대상이 아니라 친구처럼 동등하게 대접해야만한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 용돈받아 탕진하는 금전감각이라면 친구를 이용하고 버리는 것과 매한가지다. 예의를 갖추어 접근하고 매너를 배우고 어떻게 처세할지 학습해야한다는 교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 고소득 금융업-중산층 제조업-저소득 계약직 서비스업 구조에서
제조업이 없는 유럽국가(영국, 아이슬랜드 등)는 AI 도입으로 피라미드 위 아래에 큰 타격을 입었다.
세계화 이전 산업시대에는 참고 다음 세대를 양육하면서 살았지만 이제는 두바이로 탈출하면서, 본국엔 노인과 이민자만 남아 정치적 문제가 된다

2. 현대차가 로봇도입하는 이유는 카르텔 노조와의 전쟁에 지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고도 힘들고 직장폐쇄로 맞서는 정규직 노조에게 지급해야하는 연간 인건비에 비해 설치이후 24시간 가동에 유지비만 드는 로봇은 더 효과적. 경영진입장에서 기득권은 정치적 논란을 안 만들기 위해 정년까지 계륵으로 데리고 가겠지만 청년층의 신규진입이 구조적으로 막히니, 기성세대가 젊은 층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셈이다

3. 딥시크 이후 중국산 AI 가성비 저가형 모델로 글로벌 사우스에 비중을 높여가고 있어, 칩 전쟁이 양극단으로 나뉘어 본격화. 기술지정학의 이해가 필요한 시대다

4. AI의 가짜노동

덴마크 인류학자 데니스 뇌르마르크 왈,
--
˝AI가 대량 실업을 초래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완전히 사라진 직업은 거의 없었다. 일의 형태가 바뀌고 일부는 더 쉬워질 뿐이며, 사람들은 반대로 새로운 업무를 더 많이 떠안게 된다. 컴퓨터 등장 이후 세무·회계 등에서 효율화가 예상됐지만 행정 인력은 오히려 늘었다. 기술 발전으로 생긴 여유를 가치가 낮은 가짜 노동이 채웠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면 AI 혁명도 일부 업무를 없애는 대신 그 빈자리를 또 다른 형태의 가짜 노동으로 메우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AI끼리 가짜 노동을 만들어내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이미 그런 징후가 나타난다. 누군가는 AI로 보고서를 만들고, 받는 쪽은 읽지 않으니 또 다른 AI가 요약하는 식이다. 불필요한 중간 업무가 생기는 것이다. 일을 수행하는 주체만 컴퓨터일 뿐, 가짜 노동은 그대로다. 애초에 긴 보고서를 왜 만드는지 자체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
--
내 생각에 과거의
가짜노동은 예컨대 이런 게 있었다. 무가치한 노동이 아니라, 기술 혁신이 생긴 이후 돌이켜보면 생산성 없이 불필요한 중간 노동이었다.

전화교환수 - 핸드폰 전화번호부, 후즈콜 등이 대신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대신 주문 수급해 콜해주는 사람 - 배민이 대체한다

버스안내양, 표판매 역무원, 공항안내요원 - IC카드, 검표기, 스마트 출입국시스템

최근 개봉 애니 광장에서 보이는 북한 감시책 - 옛날에는 인력이 감시했으나 이제는 CCTV, 카드거래기록, GPS 등의 기술감시의 파놉티콘 시대가 됨

세탁기가 기대처럼 가사노동의 양을 줄여준 것이 아니라 더 자주 빨래하게 만들었다는 책 세탁기의 배신의 요지를 감안할 때, 빠르고 즉각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해 준 스마트폰과 카톡은 불필요한 말을 증가시켜 사람을 옭아매고 서로 질리고 떨어지게 했다.

AI영상, AI글을 생산했는데 아무도 보지 않거나, 소비하되 기억나지 않는다면 왜 그렇게 해야하는걸까

무언가가 없어지지 않는다, 무가치하게 된다

덴마크 인류학자의 AI가짜노동 인터뷰
https://www.chosun.com/economy/weeklybiz/2026/01/22/4JICUL6VBBHU3BDMQFLV5NV63Q/

중국 가성비 AI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장악 기사 (딥시크 쇼크 연대 3부작)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6/01/22/6RFSKSELQFADRC6FFGJOZ5ER2M/?utm_source=nate&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te-new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일본은 저점이 높은 편, 어딜가나 평타는 한다. 그러나 확실한 고점은 찾기 힘들다. 협회, 대기업, 지방문화, 정치 등에 막혀서 내수가 아닌 발산형 구조는 어렵다.

한국은 저점이 처참하고, 확실한 고점이 있고 찾기 쉬운 편이다. 고점의 한계가 없어 글로벌로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두고 천문학적 부자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은 커뮤니티 기반 공동구매 문화가 확산되어 있어서 리그에 들어가지 않으면 정보가 없다. 꽌씨는 아직도 중요하다

일본과 중국 모두 한 국가 안에 국제를 품고 있다. 설경의 홋카이도에서 남국의 오키나와섬까지 기후, 방언, 문화, 역사가 다양하다. 사무라이 영주가 거점지역에서 패권을 잡던 정치사덕에 지방특색이 있다. 아이누족에서 몽골로이드, 남방계통까지 인종도 다양하다

그런 다양성은 중국이 압권이다. 티벳, 위구르, 내몽골에서 쿤밍까지. 평생 국내 여행만해도 된다. 국내에서 국제를 경험할 수 있다

한국은 수도권과 나머지로 나뉘고 국제 경험을 위해 실제로 국제로 출국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떤 언어나 초급단계에서 글자나 발음이 쉬워보이지만 어려운 허들이 있다.

대개 스페인어가 발음이 쉽다고 진입한다. 트릴 r(으르르르)에서 죽는다.
일본어는 츠, 즈, 가탁음을 제대로 하기 쉽지 않다.

이탈리아어 대개 발음 쉽지만 남성 복수 정관사 the인 gli가 특이하다. 혀의 앞부분을 모두 입천장에 대고 앞으로 밀어내 을리 발음이다(일본 오사카의 글리코glico는 글리코겐의 준말이다)

알파벳을 공유하는 유럽언어에서 대개 자음은 비슷한 발음이지만 크게 r, j와 c, g가 저마다 다르다. r은 영어 ㄹ, 서어 ㄹㄹ, 불어는 ㅎ, 독일어는 ㄱㅎ, 포어는 철자에 따라 ㅎ와 r을 섞어쓴다. j는 ㅎ냐 ㅈ냐로 파가 갈린다(호세) c와 g를 중모음 앞에서 경음화해서 ㅋ,ㄱ로 읽기도, 연성화해서 ㅅ,ㅈ로 읽기도 한다.

저마다 모음 읽는 방식이 다르다. 영어의 a는 악명이 높다. 어, 애, 아, 에이..
네덜란드어는 장음 a를 구분해 aa로 쓰기에 Centraal이다.

일본어 글자에서가타가나는 한자의 획수를 줄인 것이긴한데 그래도 너무 했다.
ク쿠ケ케
シ시ツ츠ン응ソ소
ノ노メ메
ワ와フ후ヲ오ヌ누フ후
구분이 힘들다.
필기체로 가면 더 헷갈린다. 하지만 언젠가 적응한다.

그래서 영어권의 dummies 시리즈는 우리의 ‘누드교과서‘격인 쉬운 해설본인데 일본어 학습서에 글자학습 없이 알파벳 음차로만 달아두었다.

한국어는 어, 응, 에 같은 모음 발음을 외국인은 힘들어한다.

러시아가 대표적으로, 외국인은 강세있는 B와 강세없는 B를 구분하는데 우리는 그런게 없다. 부산은 부산이다. 그런데 Busan은 ㅇ부산에 가깝고, 그래서 외국인이 듣기에 가까운 Pusan이라고 쓰는데, 이를 우리는 푸산으로 읽기에 서로 난리다.

조지아어의 방출음은 누구라도 어려울 것이다. კ(k‘ ㅇㄲ!) ტ(t‘ ㅇ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5회 송은미술대상전 지하, 가벽 뒤 초록색 비니와 함께 낙서처럼 적혀있던 나의 세상 악보, 검색해보니 이런 포크 음악이었다.

작가는 시각예술가, 뮤지션이자 기획매개자로 활동하고 있는 봄로야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에 주목하는 작업을 한다. 이런 이슈를 다루는 사람은 귀하다. 리플렛에서는 ˝비인간을 포함한 몸을 가진 주체가 사회 집단으로부터 통제될 때 내면화되는 모순과 저항에 주목˝한다고 하였다.

전시장을 다니는 이는 크게는 (유럽)회화파와 동시대미술파로 나뉠 것 같다. 색채를 중시하며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이와, 미술을 사유의 매개체로 생각하는 이다. 반드시 이분법으로 나뉘는 것은 아니고 경향이 그래보인다. 전자는 예전, 국중박 등을 자주 다니고 후자는 MMCA, 서울시립, 아르코, 두산, CR콜렉티브, 프로젝트사루비아를 많이 방문한다.

컨템포러리 미술은 돌아와서 보는 것도 어렵고 글도 난해하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주제도 광범위해서 신체, 노동, 전쟁, 퀴어,비시각(청각, 후각), 디지털, AI 끝도 없다. 컨템포러리 미술을 대할 때 느끼는 피로감이 분명히 있다.

작품은 불편한 질문을 어렵게 던지며 우리의 생각의 흐름과 태도를 조정하라고 권유한다. 의도적으로 혼란을 유발하면서 소격효과로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 전체를 메타인지하기를 요청한다. 익숙한 의미작용과 빈번한 패턴을 어긋나게한다.

이를 해석하는 언어도 평범하지 않다. 작품을 만드는 작가와 이를 해석하는 큐레이터/평론가의 언어가 일치하는지, 그들이 같은 말을 하는지, 내가 그들과 같은 것을 보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다. 복잡한 담론, 정치적 맥락, 기술적 전제, 윤리적 입장을 빠짐없이 호출하다 보니 문장은 방어적으로 변한다. 독자를 설득하기보다는 오해를 예방하려 글을 쓴다. 영어로 읽으면 차라리 쉬운데 번역투의 문체가 이해를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관람자는 이해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떠안는다. 마치 따라잡지 못하면 창피를 당하는 세미나에 멀뚱히 앉아 있는 기분이다. 정답은 없고온갖 해설지만 난무한다. 최종적으로 검토해주는 이도 없어 내 생각이 맞는지도 확정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모든 것이 동시대 미술의 묘미다. 완성된 세계관을 제시하지 않는다. 작가는 특정 화두를 끌어안고 우리 대신 이슈와 씨름하면서 살아가며 그 과정, 그리고 생각의 부산물을 전시한다. 당연하게 여겨온 접근방식 자체를 어색하게 만든다. 왜 이것을 예술이라고 할 수 있나, 왜 지금 이 주제인가, 왜 이 매체여야 하는가. 답보다 질문이 오래 남고 감상보다 태도가 축적된다.

관객은 이해하지 못한 채로 전시장을 나선다. 미완의 상태를 견뎌야한다. 설명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감각 속에서 배움이 슬그머니 움튼다. 어느 날 전혀 다른 맥락에서 다시 말을 걸어올 때 멈칫, 하며 나의 생각이 달라져있음을 발견한다.

봄로야, 〈나의 왕국(The Kingdom)>
가벽에 펜 (원곡: 황푸하)

곡은 황푸하 나의 세상
https://www.youtube.com/watch?v=UuDWjWkzsyw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