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이후 , 아프간 동굴에 은신하고 있다고 추정되어 온 오사바 빈 라덴의 행방을 쫓는 미국 CIA의 노력은 계속되었지만 정작 그를 찾는 것은 요원하기만 하다. 어쩜 이리도 못 찾을 수가 있을까, 혹시 죽은 것은 아닐까 라는 소문마저 돌던 2011년 어느날,  미국 정보부는 알카에다 일원 하나를 취조하다 뜻밖의 정보를 얻게 된다. 파키스탄의 수도인 이슬라바마드의 외곽에 한 거물이 요새처럼 가옥을 지어놓고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공위성과 갖가지 장비를 통해 그 가옥을 면밀히 조사한 CIA 정보분석관 비비안은 그곳이 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맨 빈라덴의 근거지가 아닐까 추정하게 된다. 문제는 그곳이 아프간이 아닌 동맹국 파키스탄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고, 그 주변에는 군사기지와 군사학교가 밀집한 곳이었다는 사실이다.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달겨 들었다가 아니란 것이 밝혀졌을 시,  최소한 외교 문제화, 최대한 전쟁을 불사하게 할만한 커다란 문제가 될 것이 뻔했던 것이다. 그걸 잘 아는 CIA의 부국장은 비비안의 강력한 권고에도 그곳에 특수부대를 파견하는 것에 회의적이다. 보다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내게 오라는 부국장의 말에 할 말이 없는 비비안, 그녀 조차도 가옥 주변을 가끔 산책하는 192 센티미터의 사내가 오사마라는 심증은 있어도 그가 정말 오사마 빈 라덴인가 하는 것에는 확신을 할 수 없었다. 워낙 보안이 철통같아서 사진 한 장도 찍을 수 없었던 탓이다. 그렇게 몰아붙이자는 비비안과 신중해야 한다는 윗선간의 실갱이가 늘어지는 가운데, 몇 초 간의 영상 판독으로 그곳에 빈 라덴이 숨어 있다는 확증을 얻게 된다. 이제 남은 일은 특수부대를 파견하는 것, 미리 그곳에서 진을 치고 있던 특수부대원들은 자신들이 잡으러 가는 사람이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데...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던 작전을 현장을 보는 듯 보여주던 영화다. 생생한 현장감이 압권으로,어렵지 않게 작전을 따라갈 수 있었다는 것도 좋았다. 그래, 일명 작전명 제로니모... 2011년 5월의 어느날 아침 우리들은 미국이 드디어 오사마 빈 라덴을 잡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었다. 그때 내 느낌은 어, 오사마 빈 라덴이 정말 실존 인물이었네? 라는 것과 그렇게 신출귀몰하게 숨어 있더니만 어떻게 발각이 된 것일까? 라는 의문이었다. 911테러와 별 관련이 없는 내가 그런 의문을 가졌다면, 911에 누구보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던 미국 사람들이 궁금해했을 것이라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결국 그 모든 사람들의 궁금증을 말끔하게 해소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이 영화는 어떻게 오사마 빈 라덴을 미국이 잡을 수 있었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결론만 본다면 아주 쉬워 보이는 작전같아 보이지만서도 ,실은 그 이면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는 CIA의 직원들이 있었고, 타국에서 신속하고 깔끔하게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한 특수부대원들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보기 전에는 조금은 감상적이지 않을까, 내진 작전을 처리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기에 지루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건 기우였다. 아주 건조하고 절제된 톤으로, 코드명 제로니모가 어떻게 시시각각 전개되어 나갔는지를 보여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희대의 테러범이라는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다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이해하기 쉽게 늘어놓았다는 점만은 박수를 받아도 좋지 싶다. 최대한 감정을 자제한 결과 오히려 더 좋은 영화가 된 것이 아닐까 한다. 어설프게 애국심에 강조를 했다거나, 영웅심리에 기댔었다간 우스운 영화가 될 수도 있었는데, 영리하게 그 함정은 피해나간 것 같다. 전쟁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보기 부담이 없을 정도로 건조하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끌어 나간 점이 장점. 오사마 빈 라덴의 최후가 궁금하신 분들은 보셔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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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남자가 팻입니다.>

쓰레기 봉지를 입고 열심히 뛰고 있는 이 남자, 어딘지 이상해 보인다고 생각하신다면 맞게 보신 것이다. 생긴건 멀쩡하게 생겼지만 실은 이 남자, 팻 솔리타노의 인생은 지금 이보다 더 엉망일 수 없다이니 말이다. 8개월전 그날따라 집에 일찍 들어온 팻은 아내가 외간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 그것도 자신의 결혼식날 울려 퍼졌던 음악을 틀어놓고 말이다. 어떤 남자가 그걸 보고 제 정신이겠는가 만은, 팻은 더군다나 조울증을 앓고 있으면서도 본인은 그걸 자각하지 못한 상태였다. 심하게 욱한 그는 상대 남자를 죽지 않을만큼 패버렸고, 그길로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엄마의 간청으로 8개월만에 퇴원을 하게 된 팻은 이 어둠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겠다면서 이제 희망이 보인다고 난리다. 다만 문제는 그의 한줄기 빛이란 것이 바로 별거중인 아내와 합치겠다는 것이라서 말이다. 그녀는 이미 바람이 났던 남자와 함께 살고 있다면서 이젠 놓아주라는 가족들의 애원에도 팻은 귀등으로 흘려듣고 만다.  부부사이의 일은 부부만이 아는 것이 것이며 그누구도 그들의 사랑을 막을 수 없다고 단언하는 팻, 과연 그는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티파니...> 

친구집에 초대를 받은 팻은 티파니를 만나게 된다. 남편이 사고로 죽은 뒤 한동안 정신줄을 놓고 살았던 그녀는 식탁에서도 독이 오른 전갈처럼 닥치는대로 독침을 쏘아댄다. 결국 식사도 다 마치지 못한 채  나오게 된 둘, 팻은 만난지 몇 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섹스를 하자는 그녀의 말에 식겁하고 만다. 자신은 유부남이라면서 거절하는 팻에게  따귀를 날리는 그녀, 그날 이후로 티파니의 스토커짓이 이어지고 팻은 당황하고 만다. 서로를 바라보기를 미친 사람 바라보듯 하던 둘은 어쩌다 데이트에 나서게 된다. 남편이 죽은 후 회사 사람 모두와 자는 바람에 해고되었으며 그 뒤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티파니 말에 팻은 눈이 왕방울만해진다. 바람난 아내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한다고 철썩같이 믿는 팻이나 허전해서 모든 사람과 잤다는 티파니나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둘 다 미친 정도가 비슷해 보이는구만, 팻은 그래도 자신이 그녀보다는 정상이라고 뿌듯해 한다. 덜 미친 입장이라며 티파니를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팻,  티파니는 그런 팻이 가소롭기만 하지만 그럼에도 아내를 못잊어 절절 매는 팻이 가엾어 그를 도와주기로 한다. 팻의 아내에게 편지를 전달해준다는 조건으로 함께 댄스 경연대회에 참가하자는 제안을 하는 티파니, 팻은 아내와 합치겠다는 일념으로 마지못해 댄스 연습에 나서게 되는데... 과연 이 둘의 운명은? 

 

 

 

그리고 그의 가족들>

팻이 왜 어쩌다 정상이 아니게 되었을지--뭐, 유전이라고나 할까?-- 조금은 짐작이 가게 하던 팻의 엄마 아빠 되시겠다. 아들이 인생을 망치지 않고 제정신을 찾아 가길 바라는 두 사람은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아들을 잡고 놓치 않는다. 아들이 아내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엔 없었던 두 사람은 아들이 그저 현실을 자각하기만을 바라는데, 과연 둘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조울증에 섹스 중독에 걸린 두 사람이 주인공이다. 조울증을 앓고 있는 남자는 약을 먹는걸 싫어하며 아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것이 그가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이 된 이유다. 자신처럼 선량한 사람을 남들은 몰라준다면서 남자는 서운해 하지만, 그가 그럴수록 주변 사람들의 못미더움은 더해져 간다. 여자는 또 어떤가? 자신이 창녀처럼 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멈출 수가 없다. 남들이 원하는 것을 아낌없이 주지만, 문제는 그녀가 아침이면 언제나 텅 빈채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 둘이 서로를 알아본다. 미친 사람 둘이 상대가 얼마나 미쳤는지 알아본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 둘은 상대의 내면에 있는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서글픔을 이해해준다. 판단하는게 아니라... 갈데까지 가 본 자만이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얼마나 고통이 심했으면 그렇게 되었을까 하는, 그러면 안 되지 라는 비난이 아니라... 과연 둘은 어떻게 될까? 남자는 강박증에서 여자는 중독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영화는 (주변에 흔치 않게 존재하지만 쉬쉬하고 모른 척하는 )정신병이라는 한없이 암울한 소재를 가지고 너무도 밝고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처음엔 이런 소재를 끔찍하지 않게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싶었는데,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이거 왠걸, 이야기를 너무 흥미진진하고 참신하게 풀어가고 있는게 아닌가. 그것도 현실성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쩌면 저렇게 할 말을 다하면서도 웃기고,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남세스럽기 않고, 제 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주르르 나오는데도 사랑스럽던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거기에 훈훈하지 감동스럽지 로맨스보단 코미디가 강세라고 봐질 정도로 웃겨 대지, 영화가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오는데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잘 만든 로맨스 코미디 흔치 않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팻을 연기한 브래들리 쿠퍼는 그가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였어? 라고 다시 보게 만들었는데 , 특히나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자각하지 못하면서(사람들의 설명에 맹한 표정을 지음) 티파니가 정신 나간 것은 재빠르게 캐치해내는 장면들에선 진짜 그가 조울증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깜쪽같았다. 또 현재 최고 핫한 배우중 하나라는 티파니 역의 제니퍼 로렌스는 왜 남자들이 그녀에게 열광하는지 이해가 가더라. 착한 몸매나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달라져 보이는 신비한 얼굴도 물론 주목을 끌었지만 연기 역시 그에 못지 않아서 말이다. 대배우들하고 연기를 하는데도 전혀 꿀리지 않는 집중력은 그녀가 왜 현재 주가를 높이고 있는지 짐작하게 해줬다. 거기에 로버트 드니로~~아, 오랜만에 보니 많이 늙으신듯했지만, 연기를 어찌나 감칠맛나게 하시던지 감탄하느라 한탄할 새가 없었다. 과연 노병은 죽지 않았구나 싶었고, 푼수같은 노인역을 넉근하게 소화해내시는 모습이 든든하기 짝이 없었다. 아직은 이 친숙한 얼굴을 더 볼 수 있겠구나 싶어서 말이다. 특히나 마지막에 아들에게 해주는 충고는 감동 그 자체였는데, 티파니를 찾아온 전 직장동료에게 팻이 해준 말과 함께 가장 인상적인 대사였다.


하여간 결론은 매우 잘 만든 재밌는 영화라는 것이다. 스토리는 신선하고 참신했으며, 배우들의 연기는 탁월했던데다, 연출 역시 튀지 않게 잘 풀어나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자연스런 이야기 전개에 오버하지 않는 연출과 연기, 영리한 대사 ,강요하지 않는 웃음등이 압권이었지 않나 한다. 훈훈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보셔도 좋을 듯...거기에 웃긴다. 정신병자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웃은건 <밥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를 본 이래로 첨인 듯...암울한 소재를 밝게 연출해준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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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놈 모임" 에 출석해 ' 더이상 나쁜놈이고 싶지 않다'고 선언하는 랄프, 그의 발언에 동료 악당들은 경악하고 만다. >

 

8비트 게임인 <다고쳐 펠릭스>에서 30년간 부수는 역활을 맡아온 주먹왕 랄프, 그는 일때문에 악역을 맡고 있는 것임에도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자 일에 애착을 느끼지 못한다. 어디 그것뿐이랴. 30년간 함께 일해온 <다고쳐 펠릭스> 게임 등장인물들이 자기만 빼놓고 기념파티를 열자 랄프는 확실하게 삐지고 만다. 나쁜놈 모임에 가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랄프, 이제 더이상 나쁜 놈 하기 싫다는 그의 말에 동지들은 ' 나쁜 놈이 꼭 나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 라면서 ' 나쁜놈으로 사는 것도 괜찮다'는 구호를 함께 열창해준다. 망치만 갖다대면 모든 것을 고치는 펠릭스가 점수로 메달을 따가는 것이 늘 부러웠던 랄프는 금메달을 따오면 동료 대접을 해주겠다는 동료의 말에 자신의 게임기를 벗어난다. 술집에서 어디가야 메달이 있을까 고민하던 랄프는 술이 떡이 된 < 히어로 듀티>의 전사를 만나게 된다. 버그를 없애면 금메달을 준다는 말에 히어로 듀티 전사복을 훔쳐 입고 <히어로 듀티 시티>에 잠입한 랄프는 어거지로 금메달을 따게 된다. 문제는 그가 금메달을 따고는 너무 흥분을 해서 버그를 밟으면서 시작된다. 전투기를 타고 버그와 함께 <슈가 러쉬>에 불시착하게 된 랄프는 그 와중에 금메달을 잃어 버린다. 금메달을 간신히 발견한 순간 슈가 러쉬의 이단아 내진 추방자인 페넬로프가 나타나 그걸 훔쳐간다. 페넬로프가 금메달을 가져간 이유는 그녀의 꿈인 경주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랄프의 금메달로 경주 참가비를 낸 페넬로프는 발로 페달을 움직이는 어설픈 경주차로 우승을 거머쥐겠다며 희망에 부푼다. 하지만 그녀의 참가 소식에 슈가 러쉬 국민들은 오류인( 게임기 내에서의 일종의 장애인 버전.) 그녀가 참가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면서 항의한다. 금메달을 찾아 슈가 러쉬 중심부에 들어온 랄프는 또래 소녀들에게 린치를 당하고 있는 페넬로프를 보게 된다. 도둑이라면서 쫓을땐 언제고 그녀가 가엾어진 랄프는 그녀를 구해준다. 그리곤 금메달을 되돌려 받기 위해선 우승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페넬로프의 우승을 위해 도와주기로 한다. 

 

한편, 랄프가 사라진 "다고쳐 펠리스"는 고장이 났다는 판정을 받고 퇴출 위기에 직면한다. 이에 펠릭스는 게임기의 운명을 걸고 랄프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의 흔적을 찾아 가던 중 <히어로 듀티>에서 칼 훈 병장을 만난 펠릭스는 랄프가 버그와 함께 슈가 러쉬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버그가 번식을 하기 전에 잡아야 하는 사명이 있는 칼 훈은 랄프를 데려와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 펠릭스와 함께 <슈가 러쉬>로 향하는데...

 

 

< 다고쳐 펠릭스> 게임기의 랄프 동료들, 펠릭스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다 고쳐 망치로 갖다 대기만 하면 빛이 반짝반짝 나는 새 것으로 고쳐지는 특성이 있다. 30년간 모든 것을 고쳐오기만 했던 펠렉스는 비록 체력은 약하지만, 유하고 너그러운 성품으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다.> 

 

 

<히어로 듀티>의 여전사 칼 훈, 비극적인 과거가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탓에 버그라면 이를 가는 병사로 등장한다. 글리를 보신 분들이라면 단박에 알아챌만한 분( 제인 린치)이 목소리 연기를 하시는데, 가히 싱크로율 100%였다. 수 쌤(글리의 제인 린치 분)의 목소리가 워낙 개성적이라서 칼 훈이 등장하기만 하면  츄리닝을 입은 수가 오버랩 되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뭐, 감상에 방해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중성적이고 냉정한 여전사 목소리로는 제인 린치가 적역었지 싶다. 목소리로만 따지자면, 수쌤보단 칼 훈이 비주얼로 더 어울려 보인다는 사실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지...실제보다 애니가 더 어울리는 목소리라니 말이다.

 

 

랄프와 "깜찍이" 페넬로프가 처음 만나던 장면, 침입자와 도둑으로 처음 인사를 하게 된 두 사람은 의외로 서로의 처지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동지애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둘의 우정은 캔디 킹의 음모로 말미암아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도무지 게임기 속의 주인공들을 가지고 무슨 대단한 이야기가 나오겠어? 유치하거나 식상하거나 , 그도 아니면 지루하거나 할테지, 라는 생각은 영화가 시작되자 마자 단박에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세상이 가능했어 라는 감탄이 흘러 나올 정도로 내가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가 줄줄이 이어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오락실 문이 닫히면 새롭게 시작하는 게임기안의 세상이라...게임기 속의 캐릭터들은 퇴근을 함과 동시에 게임기 센트럴 시티에 모여 마치 보통 인간들처럼 일상을 보낸다. 죽일 듯 싸워댔던 캐릭터들이 서로를 일으켜 세워주고, 다른 게임기속의 친구를 찾아가 놀기도 한다.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불평을 하면서 술 한잔을 걸치질 않나, 술 집 주인은 그들의 불평을 들어주는 것도 인간들과 너무 똑같아서 웃겼다. 거기에 미국 AAA를 본따 만든 <나쁜놈 모임>이란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지...상상력의 끝은 어디냐고 묻고 싶을 정도였다. 거기에 악당역에 불만을 느낀 랄프의 이탈이라니, 이야기가 너무 자연스럽고 그럴듯해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실제로 그런 가공의 세계가 진짜로 있는데 여지껏 나만 모르고 있었던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장점이 너무 많아서 일일히 나열하긴 그렇고, 대충 적어 보자면, 첫째로 이야기 전개가 자연스럽고 모순 없이 완벽했다. 어거지로 만들어 냈다거나 이어 붙인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은, 마치 진짜로 있었던 일을 그려낸 듯 깜쪽 같더라. 어느 한 순간에 와서는 주춤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일사천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연결되는걸 보면서 감탄할 수밖엔 없었다. 스토리의 완성도에서 보자면 흠잡을데가 없지 않는가 한다. 그만큼 스토리가 탄탄했다는 말씀. 조금은 헐겁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거 애니를 생각하면 놀라운 작품이었다. 이렇게 완벽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었으니 말이다. 가히 기대를 뛰어넘는 스토리였다. 둘째로는 캐릭터들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어쩜 그리도 표정 연기를 잘 하던지...일류 배우들의 연기가 부럽지 않더라. 목소리마저도 주인공 배역마다 적확하게 딱딱 맞아 들어가, 마치 실사를 보는 듯한 착각이 일어날 정도였다. 이번엔 자막으로 봤는데, 다음번에 본다면 더빙을 봐야 하나 고민스러울 지경이다. 오리지날이 워낙 출중하고 완벽해서,  더빙을 아무리 열심히 했다 해도 원작에 비하면 실망스러울 것 같아서 말이다. 세번째로는 감동적인 이야기라는 것이다. 처음, 난 더 이상 나쁜 놈을 하기 싫다고 말하던 랄프가 마지막에 나쁜 놈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과정 속에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억지로 만들어낸 결론이 아니라, 주인공이 겪고 생각해서 만들어낸 교훈으로 느껴진다는 점에서 랄프를 사랑하지 않기란 어려웠다. 그만큼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말이겠지. 네째로는 랄프를 비롯한 다른 주인공 세 명의 열전을 들어야 겠다. 넷의 앙상블이 정말로 좋다. 영화 처음엔 풀이 죽은 랄프에게만 눈이 가겠지만서도, 영화가 끝이 날 즈음엔 네 명의 등장인물 모두에게 정이 가있을테니 말이다.

 

하여간 시사회 장을 나오면서 감탄을 했다. 이 영화마저 이렇게 좋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어서 말이다. 요즘 보는 영화들마다 어쩜 그리도 한결같이 좋은지...신기할 정도다. 보통 4편당 하나를 건지면 잘 건졌다 하는데, 요즘 보는 영화들은 다들 각각의 개성이 넘치면서도 흥미로워서 보는 것이 즐겁다. 어제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도 어찌나 뿌듯하던지...랄프와 다른 주인공들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말이다. 이 추운 겨울에 훈훈하게 보내기에 적당한 영화이지 않았는가 한다. 웃고 즐기고 공감하고 감동받는 영화를 보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다 여기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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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해맑은 천사같은 표정의 주인공 네드는 오늘 하루가 힘들었다는 정복 입은 경찰의 푸념에 대마초를 건네고 맒으로써, 곧바로 저능아 내지는 멍청이로 낙인 찍혀진다. 대마초 판매 혐의로 잡혀간 그는 감옥살이를 하게 되고, 8개월만에 모범 수형수로 나오게 된다. 설상가상이라고, 오랜만에 집이란 곳에 와보니, 3년동안 동거를 했던 여자는 다른 남자와 살고 있고, 거두절미하고 네드를 내쫓는다. 내쫓기는 건 상관없지만 키우던 개 윌리 넬슨만은 데리고 가게 해달라는 네드의 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전 동거녀, 머물 곳이 없어진 네드를 하는 수 없이 가족을 찾아간다. 큰 누나 리즈는 두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는 전업 주부로 인권 다큐를 찍는 감독 남편과 보이지 않는 거리감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는 처지다. 둘째 누나 미란다는 기자로 대성하고 싶은 야망은 넘치지만 아직까지 큰 건을 물지 못한 커리어 우먼으로 왜 자신에게 남자복이 없는 것일까 한탄중이다. 막내 동생 나탈리는 공식적으로는 레즈비언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섹스 상대를 고르지 않는 박애주의자다. 처음엔 다들 네드의 불운에 걱정과 관심을 보이던 여자 형제들은 그가 그녀들의 삶에 개입하자 점차 분노하게 한다. 전혀 뜻밖의 시선에서 자신들의 삶을 바라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처음엔 네드의 바보같은 행동에 펄펄 뛰던 가족들은 어쩌면 문제는 그가 아니라 그녀들에게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 네드, 누나 리즈의 집으로 쳐들어 오다. 그냥 사진으로만 봤을때는 이 장면이 그다지 우습지 않을지 모르지만, 영화속에선 엄청나게 웃긴다. 저 멍청한 녀석이 진짜로 우리 집으로 오네? 라는 리즈의 아연 실색이 네드의 씩씩하고 천연덕스러운 발걸음속에서 절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둘째 누나 미란다의 이웃 제레미, 섹스를 하던 와중에도 미란다의 호출이라면 당장 와줄 정도로 절친. 누가 봐도 그가 미란다를 사랑하는 것이 명백해 보이지만, 문제는 미란다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 며칠 미란다의 집에 머문 네드는 서로를 사랑하는게 그렇게 뻔한 둘이 그렇지 않다고 우기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다. 그리고 당연히 그의 개입은 둘 사이의 불화를 낳게 되는데...>




<행복한 레즈비언 커플, 나탈리와 신디. 그녀들의 특별한 관계 역시 나탈리의 임신으로 말미암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오~~~ 폴 러드! 이렇게 깜찍하게 영화를 찍다니...드디어 그의 진가가 드러났다 싶어서 무척 반가웠던 영화였다. 폴 러드는 미드 <프렌즈>에서 피비의 애인으로 나올때부터 눈여겨 봐왔던 배우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비중있는 역을 맡게 된는걸 보니 팬으로써 흐믓할 뿐이다. 물론 이 영화외에도 주연을 맡은 영화가 몇 편 있긴 했지만서도, 그만의 매력이 이렇게 온전히 살아있는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지 않을까 한다. 네드의 여자 형제로 나오는 여배우들 모두 요즘 한가닥들 하시는 연기자였음에도, 확실히 이 영화는 네드를 위한, 그러니까 폴 러드를 위한 원맨쇼 같은 영화였다. 사람들을  순식간에 무장해제 시키는 지극히 해맑은 표정으로, 자유 자재로 사람들을 웃기는데 어찌나 흔연스럽던지...작위적으로 웃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코미디 영화로써 합격점을 받아도 좋지 싶다. 어찌보면 과장이라고 할만한 캐릭터지만, 실은 주변에 있을 법한 눈치 없고 순진무구한 네드를 그 자체로 연기하는 폴 러드는 특히나 압권이었는데, 만나는 사람 마다 경계하지 않고 무조건 믿고 종알종알 털어놓는 그가 황당한 한편으로는 동질감이 느껴지는건 그가 그만큼 연기를 잘했기 때문일 것이다. 순식간에 무장해제를 시키고 마는 영화속 다른 등장인물들처럼 관객들도 그의 매력에 순식간에 무너지시지 않을런지...거기에 다른 여배우들의 매력 역시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었는데, 특히 이 영화를 보면서 주디 디샤넬이 무척 아름다운 배우라는걸 처음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여자임에도 레즈비언 커플로 나오는 다른 여배우와 비주얼이 너무 차이나서 말이다. 레즈비언 커플로 나오면 그게 안 좋구나 싶다. 표나게 비교가 되니 말이다. 하여간 줄거리도 억지스럽지 않아서 좋았고, 우스운 장면에선 박장대소를 할만큼 웃긴다는 점도 좋았다. 삽입된 음악 역시 상황에 적절하게 어울려 웃음을 주던데, 네드가 출소하는 장면에서 흘러 나오는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는 그 뒤의 상황을 감안하면 참으로 기발했지 싶다. 상황을 비꼴 수만 있다면 노래만으로도 웃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하여간 경찰에게 대마초를 파는 장면이건, 매형의 불륜 장면을 보고도 속는 장면이건, 보호관찰사에게 대마초 흡연을 털어놓는 장면이건 간에 그 웃음이 전혀 강요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웃긴다는 점이 탁월했지 싶다. 그렇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 네드 같은 인물이 꼭 있을 것이다. 어떤 형태로건 말이다. 처음엔 바보 같은 네드가 정말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결국엔 그의 진심에 지고 마는걸 보면, 우리는 생각하는 것보단 마음이라는 것에 약하지 않는가 한다. 아무리 이성적인 것을 따진다고 해도, 감성적인 부분을 없앨 수는 없는 법인 듯... 우울하신 분들에게 특히 강추~~~ 좀 속상한 일이 있어 기분전환 삼아 보았는데, 90분 내내 웃다 보니 기분이 확실이 풀어지더라. 그래서, 폴 러드...당신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다는 것이지. 사랑할 수밖엔 없었던 매력 만점의 영화, 러드씨,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영화 기대하고 있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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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겨울 연못 속에서 깨어난 잭은 자신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걸 알게 된다.  단지 그가 아는 것은 자신의 이름이 잭 프로스트라는 것, 그것조차 달님이 알려 줘서 그런가보다 할 뿐, 진짜 이름인지도 알길이 없다. 얼음이 언 연못에서 지팡이 하나를 주운 잭은 그것으로 세상 모든 것을 얼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그는 얼음과 눈을 만들어 내는 자, 잭 프로스트가 된 것이다. 자신의 능력에 감탄한 잭은 마을로 내려가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지만, 놀랍게도 사람들은 그의 목소리도, 존재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자신의 몸을 그냥 통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놀라는 한편으로 실망하는 잭, 그는 자신이 어쩌다 그런 존재가 되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막막한 것은 자신의 존재를 설명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 해서 잭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보이지 않은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 그런 세월이 300년 흐른 뒤,  잭은 겨울이 되면 여전히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아무도 그걸 몰라주자 화가 난다. 그런 저간의 사정을 알게 되면 그가 얼음처럼 냉소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십분 이해가 되실 것이다. 딱히 나쁜 사람이여서가 아니라도 소외와 좌절이 반복되면 성격이 변하는게 당연한 것일터이니 말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보이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 온 잭에게 어느날 황당 납치 사건이 발생한다. 부활절 토끼와 산타의 설인 둘이 찾아와 그를 자루에 넣어 북극으로 데려온 것이다. 영문을 몰라하는 그에게 산타는 기뻐하라며, 달님이 그를 새로운 가디언즈로 임명했다고 선언한다. 가디언즈란 아이들을 지키는 자라는 의미로 지금까지는 오로지 네명의 가디언만이 존재했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라 할만한 산타와 부활절 토끼, 이빨요정, 그리고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는 샌디맨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만으로도 아이들을 지키는 것이 충분했던 세계는 그간 자신이 소외되어 간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던 부기맨의 등장으로 조금씩 무너지게 된다. 아이들의 꿈을 악몽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부기맨의 세계가 조금씩 넓어지면서 , 가디언즈를 믿는 아이들의 존재 역시 점점 줄어들어가고, 아이들의 믿음으로 힘을 얻던 가디언즈들 역시 조금씩 힘을 잃게 된다. 처음엔 가디언즈가 되는 것을 거절한 잭은 부기맨이 훔쳐간 자신의 이빨이 과거를 알 수 있게 해준다는 말에 부기맨 퇴치 작전에 돌입하게 된다. 하지만 그가 제대로 힘을 써보기도 전에 부기맨의 함정에 빠져 그의 마음과는 달리 기존 가디언들의 신임을 잃게 되고 만다. 과연 잭은 부기맨을 물리칠 수 있을까? 그리고 왜 달님은 이제서야 잭에게 가디언즈가 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일까? 잭의 생각과는 달리 잭에게도 아이들의 가디언즈가 될만한 어떤 재능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달님의 저의를 도무지 알길이 없는 잭은 혼란스럽기만 한데... 

 

 

< 가디언즈 다섯이 처음으로 모였다. 아이들을 지킨다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왼편에서부터 샌디맨, 부활절 토끼, 산타, 그리고 이빨요정과 잭 프로스트 ,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꼬깔 모자 쓴 녀석들은 산타들의 요정들이다. 그들이 처음으로 모여 달님의 의중을 토의하고 있는 중. 잭은 자신이 가디언즈가 되라는 말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 가디언즈를 진심으로 믿는 마지막 아이, 제이미는 우연히 잠에서 깨었다가 모두가 함께 자신의 방에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제이미 역시도 잭을 알아보지 못한다. 이에 무척 실망하는 잭.>

 

 

< 악몽을 몰고 다니는 자 부기맨, 사람들의 뇌리에서 자신의 존재가 잊혀져 가는 것에 분노하던 부기맨은 오랜 세월동안 절차부심한 결과 가디언즈를 모두 없앨 계획에 돌입하게 된다. 아이들의 꿈와 희망을 두려움이라는 악몽으로 대치하려는 그의 계획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산타가 나온다는 말에 혹시나 작년의 <아더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재현되는건 아닐까 우려했었다. 물론 어제 보신 분들이 다들 수작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쳐드시는 것에 다소 안심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서도, 뭐, <아더 크리스마스>때는 안 그랬나? 다들 재밌다고 하길래 안심하고 갔다가 기함을 하고 나왔었으니 말이다. 하여간 설마 또다시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되풀이 하진 않겠지, 적어도 기본만 해달라는 심정으로 시사회장에 갔는데, 이거...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수가  없었다. 이야기가 너무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데다, 압도적인 영상미에 현란한 색채감, 그리고 풍부하고 섬세한 표현력은 가히 탁월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거기에 순발력 넘치는 개그감은 보는 내내 폭소를 터뜨리게해주고 있었다. 심지어는 마지막 장면이 끝나는데 감격해서 조금 울컥해지는 기분이었다. 훌륭한 피날레였다. 완벽하고 아름다운 교향악이 장엄하게 끝났을때의 여운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아이를 위해 만든 만화 영화가 이렇게 다 큰 어른들의 심금을 울릴 수가 있다니...역시나 <드래곤 길들이기>를 만든 드림웍스다웠다. 그들의 명성에 걸맞게 자신들의 전작과는 다른 감동과 재미로 2시간여 가까운 상영시간을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하더라. 상영시간 내내 눈이 호사하는 기분으로 휘둥그레져서 봤는데, 일단 이야기가 유치하지 않게 탄탄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지 싶다. 아무리 그림이 아름다워도, 3D가 출중해도 이야기가 진부하거나 유치할 시 구제할 길이 없는데, 적어도 그것에서만큼은 자유로웠다. 이야기도 신선했고, 모순 없이 시종일관 흘러간데다, 종종 격한 감정을 느낄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이 있었던 반면에, 억지로 감동이건 재미를 짜내려 질질 끄는 장면들이 없다는 것은 이 애니가 얼마나 탁월한 스토리텔러인지 짐작하게 했다. 이야기가 빠르고 신속하게 전개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지루할 새가 없다는 뜻으로, 그것으로도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에 어느정도로 자신만만해 하는지가 읽혀졌다. 이야기가 재밌다는 것을 본인들도 알고 있었다는 뜻이고, 단 한 장면이라도  진부하고 지루한 이야기를 채워넣지 않아도 될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는 뜻이니 말이다. 그렇게 그들이 관객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도 풍성했지만, 보여주는 것들 역시 대단했다. 캐릭터의 열전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이 넘쳐났는데, 그림만으로 주인공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게끔 단순하고 명확하게 설명한다는 것이 좋았다. 특히 이 애니에선 말이 없는 등장인물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는데, 아마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샌디맨>을 눈여겨 보시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장 핫하게 팔릴 듯한 샌디맨은--만약 인형이 만들었졌다면--아이들의 꿈을 관장하는 요정이라 말이 없지만 그럼에도 가장 풍부한 표현력과 상상력을 보여주는 녀석이었다. 아마 그 누구도 샌디맨의 매력엔 저항하긴 힘들지 싶다. 그저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니 말이다. 그외에도 아이들의 이빨을 모으는 아름다운 이빨 요정이나, 다소 빙퉁맞은 성격이긴 하나 아이들에게 있어서만큼은 다정하기 짝이없는 부활절 토끼, 그리고 우리의 대장 산타와 산타를 보필하는 요정과 설인들, 그리고 해리포터의 아즈카반의 간수들의 새로운 버전같던 부기맨등은 1초를 등장하건 10분을 등장하건 간에 본인들의 사명을 다하고 있었다. 하여간 그들의 활약 덕분에 시종일관 정신없이 빠져들어 보다 끝이 난 영화였다. 솔직히 영화가 좀 더 길었음 했다. 마지막 장면이 올라가는데 조금 서운하더라. 뭐, 할 이야기를 다 했으니 끝이 나야 하는건 당연했지만서도 말이다. 

 

그렇게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며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 속에서도 가장 기억해야 할 자는 잭 프로스트다. 잭이 기억을 잃고, 자신이 누군지 모른 채 떠돌아 다니다, 결국 자신이 왜 그런 신세가 되었는지 정체성을 알게 된다는 것이 영화의 기본 줄거리중 하나였는데...그의 과거 이야기를 듣다가 눈물을 흘릴뻔했다. 내 주변에 그런 사연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말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일이 될 터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고, 하여간 잭에게 그런 과거를 만들어준 작가에게 감사하고픈 마음이었다. 누군가 잭과 비슷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위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때에도 자신이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넌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없는 한 자신을 괜찮다고 생각하기 힘들다는걸 잭을 보면서 깨달았다. 그런걸 보면 선량함을 지켜주는 힘은 나 자신의 강함도 있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몫도 있는게 아닐까 싶다. 우리를 괜찮다고 여겨주는 사람들이 없는 한, 그런 생각 자체가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바로 가디언즈가 되기를 거부했던 잭이 그런 경우가 아니었을런지...종합해보면, 믿음과 꿈과 희망과 두려움에 대해 말하고 있던, 그리고 가디언즈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이들을 지켜주겠다고 앞장 선 가디언즈들에게 부기맨은 이렇게 되묻는다. " 그렇담, 너희들은 누가 지켜주는데? " 라고...그에 대한 대답이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었는데, 진짜로 멋진 대답이었다. 대답이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관에서 확인하시길...더불어 보실 생각이라면 3D로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장면 장면이 화려하기 그지 없다는 것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이유였지만, 3D 효과 역시 탁월했으니 말이다. 하긴 누가 하늘을 나는 썰매의 매력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산타 말대로 다들 썰매라면 사죽을 못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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