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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보은 [dts](2disc)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 / 대원DVD / 2003년 12월
평점 :
평범하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하루는 17살 고등학생이다. 남들은 보통으로 해내는 일들도 어리버리한 탓에 망쳐 버리기 일쑤인 그녀는 지각 대장에 짝사랑 전문가, 그리고 일이 잘못 되어 가는데 선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고를 당한 고양이를 구해준 것이 자신을 위험으로 몰아넣을 줄은 그녀도 몰랐을 것이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보은이란 감사의 표시로 무언가 좋은 것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정말 불길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지내는 이 하루 양의 고양이 보은 사건의 정밀 분석에 들어가 보기로 하자. 그녀는 왜 그런 일에 휘말리게 되버린 것일까?
지각한 날 가뜩이나 심사가 뒤틀어져 길을 걷고 있던 하루와 하루 친구는 선물을 입에 물고 가는 고양이를 발견하고는 신기해 한다. 그 고양이가 어쩌나 지켜보고 있던 하루는 트럭이 지나가는데도 길을 건너는 고양이를 발견한다. 순식간에 라크로채로 고양이를 채버린 하루, 고양이를 살렸다는 안도감도 잠시, 그녀는 땅바닥에 떨어진 고양이가 두 발로 일어나서는 툭툭 몸에 묻은 흙을 털어내는 것을 보곤 경악한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란 것은 그 녀석이 하루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 고맙다면서, 지금은 바빠서 그냥 가지만 언젠가 꼭 이 은혜에 보답을 하겠다면서 걸어가는 고양이. 하루는 자신이 꿈을 꾼 것인지 착각을 한 것인지 헷갈린다. 집에 돌아와 고양이가 자신에게 말을 했다는 말을 하자 하루의 엄마는 하루가 어렸을 적에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면서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 내가 어렸을 적엔 그렇게 순진했던 적이 있었더랬구나 했던 하루는 그 날 밤에 신기한 광경을 목격한다. 고양이들의 퍼레이드가 자신의 집 앞까지 온 것, 거기의 중심에 앉아 있던 고양이 대왕은 오늘 하루가 구해준 고양이가 자신의 아들인 고양이 왕국의 왕자였다면서 꼭 보은을 하겠노라는 말을 하고는 떠나간다. 그저 꿈이겠거니 했던 하루는 다음날 이상한 일들에 휘말리면서 그것이 꿈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고양이들의 보은 사태에 어쩔줄 몰라하던 하루는 어디선가 들여오는 아름다운 목소리에 주목하게 된다. 그녀 왈, 이 사태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모퉁이에 있는 고양이 사무소를 찾아가라는 것, 어디 수상한 것이 한두가지여야지, 미심쩍기는 마찬가지지만 속는셈치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하라는데로 따라간 하루는 거기서 고양이 탐정 바론을 만나게 된다. 어떤 귀족보다 더 귀족다운 풍모를 풍겨대는, 겉멋의 대가 바론은 기꺼이 하루의 의뢰를 맡아 주기로 한다. 이에 하루를 따라서 고양이 왕국에 들어간 바론 일행, 고양이 대왕은 하루를 자신의 며느리로 삼으려 준비를 하고 있었고, 하루를 얼떨결에 서서히 고양이가 되어버린다. 고양이도 좋지만 자신은 인간이 더 좋다고 말하는 하루에게 보은은 물릴 수 없다면서 단호한 고양이 대왕, 과연 하루는 어떻게 이 난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서 보게 된 만화 영화. 처음엔 신기한 맛에, 그리고 중간엔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해서 끝까지 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지루했다. 고양이지만 그래도 목숨을 건져 주었는데, 본인의 의사에 반해 결혼을 강요하는 것도 그렇고, 그것이 여의치 않자 자신의 아내가 되어달라고 주장하는 고양이 대왕의 행태는 한심하기 이를데 없었고, 난데없이 나타나 하루의 고양이탈화를 막아주는 어여쁜 시종 고양이나 바론의 등장 역시 뜬금없이 느껴지긴 마찬가지...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흐르는게 아니라, 이리저리 이야기를 억지로 만들어 낸 듯한 기분이 들어서 별로였다. 과연 무엇이 고양이 보은이란 것이냐? 라고 물어보고 싶었던 영화. 하지만 단 한가지 고양이를 인간처럼 생각하는 상상력만큼은 대단하지 싶다. 그리고 고양이 사무소를 찾아가는 골목길 여정이 디테일만은 훌륭했다. 진짜로 고양이는 뒷골목 인간이 다닐 수없는 길로 다니는 버릇이 있는 동물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디테일이 전체적으로 지루한 줄거리를 구원해줄 수는 없는 듯...디테일은 디테일일 뿐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