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폭, 자해 공갈단, 사기, 간통등 범죄에 있어선 한가닥들 했다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교도소 7번방에 이상한 신참 용구가 들어온다. 유아 살해범이라는 말에 다들 이를 갈며 싫어하던 7번방 수감자들은 곧 그가 단순히 이상한게 아니라 지능이 모자란 다는 것을 알게 된다. 6살에서 지능이 멈춰버린 용구는 사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고, 그의 유일한 소망이라고 해봤자 딸 예승이랑 알콩달콩 사는 것일뿐이지만, 죄가 사람을 만든다고 유아 살해범으로 낙인이 찍혀진 그에게 동정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그를 제대로 이해해주는 사람도 없다. 교도소에서도 딸 걱정만 하면서 겉돌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방장을 도와주고, 고마운 것을 헤아릴줄 아는 방장은 용구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기로 한다. 용구의 소원은 물론 말할 것도 없이 딸을 만나는 것, 이에 한번 말을 뱉었다 하면 지키는 걸 생명으로 아는 조폭 출신 방장은 자신의 모든 것을 동원해 예승이를 교도소에 반입하게 된다. 처음엔 용구와 예승이의 관계를 미심쩍어했던 7번방 수감자들은 부녀의 상봉을 보고서는 자신들의 불신을 해소한다. 순도 100% 부녀의 사랑이 보는 이의 마음을 모두 녹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시간만 머물기로 되었던 예승이의 교도소 체류는 갑작스런 사정으로 하루를 넘기게 되고, 이에 행여나 들킬까 걱정인 7번방 수감생들의 불안을 높아져만 간다. 희희낙낙하며 마냥 행복한 용구와 예승이 두 부녀만 빼고 말이다. 교도관의 눈을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예승이를 무사히 밖으로 내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던 수감생들은 촉이 좋은 교도소장의 눈에 뜨여 결국 발각이 되고 만다. 다시 생 이별을 하게 된 부녀, 과연 둘은 다시 만나게 될 수 있을 것인가? 가까이서 용구를 지켜본 7번방 수감자들은 그가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데...

만화 <플란다스의 개>를 심드렁하게 보고 있던 건방진 꼬마가 심부름집 아저씨들에게 묻는다. " 이거 어떻게 끝나요?" 라고...이에 평소 말수가 극히 적은 아저씨 하나가 이렇게 대답한다. " 울게 될거야." 라고...(영화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 중에서) 이 영화를 한마디로 말해보라 한다면 나 역시도 그렇게 대답할 수 있다. '울게 될 거야' 라고...먼저 웃긴 하겠지만서도, 울면서 나오게 될거야...재미는 것은 이 영화를 보기 전엔 아무도, 이 영화가 이렇게 울릴 것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저 재밌는 영화인줄 알고, 연기의 달인 류승룡님이 좀 모자라는 역으로 변신을 하신다기에 얼마나 잘 하시나 보려고 간 것일 뿐인데, 그만 줄줄 울다 나왔다. 평소에 잘 울지 않기로 유명한 내가, 남들 펑펑 울때 고작 요런것 가지고 울다니 참 한심하군, 좀 더 살아봐. 얘~~! 라는 표정으로 처다보던 내가 말이다. 어찌나 당혹스럽던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였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더 열받았던 것은 이야기 자체가 그다지 매끄럽게 전개되지 않았는데도 그랬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애정이 넘치는 부녀의 사랑을 부각시키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해 다른 여타의 사정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봐도 되는 줄거리였는데,--쉽게 말해 현실성 대체로 희박해주신--그럼에도 울 수밖엔 없더라. 알면서도 속는 기분이 이럴까나? 찜찜했다. 한쪽 머리로는 이건 절대로 불가능해, 저건 있을 수 없어, 아니 스토리가 이렇게 숭숭 뚫리면 곤란하지라고 하면서도(법적인 관점에서 특히 그렇다.), 다른 한쪽 머리로는 줄곧 울어 제끼고 있었으니, 이성과 감성의 분열로 말미암은 나의 당혹감이 이해 되시려나 모르겠다. 영화의 분위기를 대충 요약해 보자면, 아마도 한국판 <인생은 아름다워> 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 부성애를 그렸다는 것이나, 아버지의 희생으로 자식이 살게 된다는 것이 둘 다 비슷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다들 감동을 받았다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서도 저건 좀 오바아냐? 라면서 딴지 걸고 있었던 내가, 명백히 신파인 이 영화를 보면서 울어 제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음, 아무래도 내가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마음이 이렇게도 말랑해 진걸 보면 말이다. 어찌되었건 이 부녀의 사랑에는 두손 두발 들 수밖에는 없었고, 거기에 막강한 설득력을 부여한것은 무엇보다 류승룡님의 연기와 예승이로 나오는 아역 배우의 힘이 컸다고 본다. 둘을 보면서 도무지 이것이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것을 상기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어찌나 리얼하게 연기를 하시던지, 둘이 진짜 부녀가 아니라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였다. 두 주연을 받쳐 주는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도 좋았지만, 부녀로 나오는 두 배우들의 연기는 진짜 보기 전에는 실감이 어려우실 것이라 본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나온 뒤에도 여전히 숭숭 뚫린 전개에는 반감이 줄어들지 않지만서도, 만약 이 영화가 단지 부녀의 사랑을 보여주는데 촛점을 맞춘 것이라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시 말해 완벽한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다른 장점들때문에 눈감아 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발상 자체가 신선했다는 것이나, 배우들이 즐기면서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모습들은 이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었지 않나 한다. 하여간 여성분들중 이 영화를 보러 가실 생각이라면, 왠만하면 마스카라는 자제하실 것을 권해드린다. 판다가 된 채 영화관을 나오고 싶지 않으실테니 말이다. 과장이라고? 영화관에 울려 펴지는 흑흑대는 소리를 들어 보시면 아마 느낌이 오실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