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남자가 팻입니다.>

쓰레기 봉지를 입고 열심히 뛰고 있는 이 남자, 어딘지 이상해 보인다고 생각하신다면 맞게 보신 것이다. 생긴건 멀쩡하게 생겼지만 실은 이 남자, 팻 솔리타노의 인생은 지금 이보다 더 엉망일 수 없다이니 말이다. 8개월전 그날따라 집에 일찍 들어온 팻은 아내가 외간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 그것도 자신의 결혼식날 울려 퍼졌던 음악을 틀어놓고 말이다. 어떤 남자가 그걸 보고 제 정신이겠는가 만은, 팻은 더군다나 조울증을 앓고 있으면서도 본인은 그걸 자각하지 못한 상태였다. 심하게 욱한 그는 상대 남자를 죽지 않을만큼 패버렸고, 그길로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엄마의 간청으로 8개월만에 퇴원을 하게 된 팻은 이 어둠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겠다면서 이제 희망이 보인다고 난리다. 다만 문제는 그의 한줄기 빛이란 것이 바로 별거중인 아내와 합치겠다는 것이라서 말이다. 그녀는 이미 바람이 났던 남자와 함께 살고 있다면서 이젠 놓아주라는 가족들의 애원에도 팻은 귀등으로 흘려듣고 만다.  부부사이의 일은 부부만이 아는 것이 것이며 그누구도 그들의 사랑을 막을 수 없다고 단언하는 팻, 과연 그는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티파니...> 

친구집에 초대를 받은 팻은 티파니를 만나게 된다. 남편이 사고로 죽은 뒤 한동안 정신줄을 놓고 살았던 그녀는 식탁에서도 독이 오른 전갈처럼 닥치는대로 독침을 쏘아댄다. 결국 식사도 다 마치지 못한 채  나오게 된 둘, 팻은 만난지 몇 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섹스를 하자는 그녀의 말에 식겁하고 만다. 자신은 유부남이라면서 거절하는 팻에게  따귀를 날리는 그녀, 그날 이후로 티파니의 스토커짓이 이어지고 팻은 당황하고 만다. 서로를 바라보기를 미친 사람 바라보듯 하던 둘은 어쩌다 데이트에 나서게 된다. 남편이 죽은 후 회사 사람 모두와 자는 바람에 해고되었으며 그 뒤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티파니 말에 팻은 눈이 왕방울만해진다. 바람난 아내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한다고 철썩같이 믿는 팻이나 허전해서 모든 사람과 잤다는 티파니나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둘 다 미친 정도가 비슷해 보이는구만, 팻은 그래도 자신이 그녀보다는 정상이라고 뿌듯해 한다. 덜 미친 입장이라며 티파니를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팻,  티파니는 그런 팻이 가소롭기만 하지만 그럼에도 아내를 못잊어 절절 매는 팻이 가엾어 그를 도와주기로 한다. 팻의 아내에게 편지를 전달해준다는 조건으로 함께 댄스 경연대회에 참가하자는 제안을 하는 티파니, 팻은 아내와 합치겠다는 일념으로 마지못해 댄스 연습에 나서게 되는데... 과연 이 둘의 운명은? 

 

 

 

그리고 그의 가족들>

팻이 왜 어쩌다 정상이 아니게 되었을지--뭐, 유전이라고나 할까?-- 조금은 짐작이 가게 하던 팻의 엄마 아빠 되시겠다. 아들이 인생을 망치지 않고 제정신을 찾아 가길 바라는 두 사람은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아들을 잡고 놓치 않는다. 아들이 아내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엔 없었던 두 사람은 아들이 그저 현실을 자각하기만을 바라는데, 과연 둘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조울증에 섹스 중독에 걸린 두 사람이 주인공이다. 조울증을 앓고 있는 남자는 약을 먹는걸 싫어하며 아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것이 그가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이 된 이유다. 자신처럼 선량한 사람을 남들은 몰라준다면서 남자는 서운해 하지만, 그가 그럴수록 주변 사람들의 못미더움은 더해져 간다. 여자는 또 어떤가? 자신이 창녀처럼 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멈출 수가 없다. 남들이 원하는 것을 아낌없이 주지만, 문제는 그녀가 아침이면 언제나 텅 빈채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 둘이 서로를 알아본다. 미친 사람 둘이 상대가 얼마나 미쳤는지 알아본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 둘은 상대의 내면에 있는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서글픔을 이해해준다. 판단하는게 아니라... 갈데까지 가 본 자만이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얼마나 고통이 심했으면 그렇게 되었을까 하는, 그러면 안 되지 라는 비난이 아니라... 과연 둘은 어떻게 될까? 남자는 강박증에서 여자는 중독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영화는 (주변에 흔치 않게 존재하지만 쉬쉬하고 모른 척하는 )정신병이라는 한없이 암울한 소재를 가지고 너무도 밝고 설득력있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처음엔 이런 소재를 끔찍하지 않게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싶었는데,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이거 왠걸, 이야기를 너무 흥미진진하고 참신하게 풀어가고 있는게 아닌가. 그것도 현실성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쩌면 저렇게 할 말을 다하면서도 웃기고,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남세스럽기 않고, 제 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주르르 나오는데도 사랑스럽던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거기에 훈훈하지 감동스럽지 로맨스보단 코미디가 강세라고 봐질 정도로 웃겨 대지, 영화가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오는데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잘 만든 로맨스 코미디 흔치 않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팻을 연기한 브래들리 쿠퍼는 그가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였어? 라고 다시 보게 만들었는데 , 특히나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자각하지 못하면서(사람들의 설명에 맹한 표정을 지음) 티파니가 정신 나간 것은 재빠르게 캐치해내는 장면들에선 진짜 그가 조울증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깜쪽같았다. 또 현재 최고 핫한 배우중 하나라는 티파니 역의 제니퍼 로렌스는 왜 남자들이 그녀에게 열광하는지 이해가 가더라. 착한 몸매나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달라져 보이는 신비한 얼굴도 물론 주목을 끌었지만 연기 역시 그에 못지 않아서 말이다. 대배우들하고 연기를 하는데도 전혀 꿀리지 않는 집중력은 그녀가 왜 현재 주가를 높이고 있는지 짐작하게 해줬다. 거기에 로버트 드니로~~아, 오랜만에 보니 많이 늙으신듯했지만, 연기를 어찌나 감칠맛나게 하시던지 감탄하느라 한탄할 새가 없었다. 과연 노병은 죽지 않았구나 싶었고, 푼수같은 노인역을 넉근하게 소화해내시는 모습이 든든하기 짝이 없었다. 아직은 이 친숙한 얼굴을 더 볼 수 있겠구나 싶어서 말이다. 특히나 마지막에 아들에게 해주는 충고는 감동 그 자체였는데, 티파니를 찾아온 전 직장동료에게 팻이 해준 말과 함께 가장 인상적인 대사였다.


하여간 결론은 매우 잘 만든 재밌는 영화라는 것이다. 스토리는 신선하고 참신했으며, 배우들의 연기는 탁월했던데다, 연출 역시 튀지 않게 잘 풀어나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자연스런 이야기 전개에 오버하지 않는 연출과 연기, 영리한 대사 ,강요하지 않는 웃음등이 압권이었지 않나 한다. 훈훈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보셔도 좋을 듯...거기에 웃긴다. 정신병자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웃은건 <밥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를 본 이래로 첨인 듯...암울한 소재를 밝게 연출해준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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