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놈 모임" 에 출석해 ' 더이상 나쁜놈이고 싶지 않다'고 선언하는 랄프, 그의 발언에 동료 악당들은 경악하고 만다. >

 

8비트 게임인 <다고쳐 펠릭스>에서 30년간 부수는 역활을 맡아온 주먹왕 랄프, 그는 일때문에 악역을 맡고 있는 것임에도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자 일에 애착을 느끼지 못한다. 어디 그것뿐이랴. 30년간 함께 일해온 <다고쳐 펠릭스> 게임 등장인물들이 자기만 빼놓고 기념파티를 열자 랄프는 확실하게 삐지고 만다. 나쁜놈 모임에 가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랄프, 이제 더이상 나쁜 놈 하기 싫다는 그의 말에 동지들은 ' 나쁜 놈이 꼭 나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 라면서 ' 나쁜놈으로 사는 것도 괜찮다'는 구호를 함께 열창해준다. 망치만 갖다대면 모든 것을 고치는 펠릭스가 점수로 메달을 따가는 것이 늘 부러웠던 랄프는 금메달을 따오면 동료 대접을 해주겠다는 동료의 말에 자신의 게임기를 벗어난다. 술집에서 어디가야 메달이 있을까 고민하던 랄프는 술이 떡이 된 < 히어로 듀티>의 전사를 만나게 된다. 버그를 없애면 금메달을 준다는 말에 히어로 듀티 전사복을 훔쳐 입고 <히어로 듀티 시티>에 잠입한 랄프는 어거지로 금메달을 따게 된다. 문제는 그가 금메달을 따고는 너무 흥분을 해서 버그를 밟으면서 시작된다. 전투기를 타고 버그와 함께 <슈가 러쉬>에 불시착하게 된 랄프는 그 와중에 금메달을 잃어 버린다. 금메달을 간신히 발견한 순간 슈가 러쉬의 이단아 내진 추방자인 페넬로프가 나타나 그걸 훔쳐간다. 페넬로프가 금메달을 가져간 이유는 그녀의 꿈인 경주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랄프의 금메달로 경주 참가비를 낸 페넬로프는 발로 페달을 움직이는 어설픈 경주차로 우승을 거머쥐겠다며 희망에 부푼다. 하지만 그녀의 참가 소식에 슈가 러쉬 국민들은 오류인( 게임기 내에서의 일종의 장애인 버전.) 그녀가 참가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면서 항의한다. 금메달을 찾아 슈가 러쉬 중심부에 들어온 랄프는 또래 소녀들에게 린치를 당하고 있는 페넬로프를 보게 된다. 도둑이라면서 쫓을땐 언제고 그녀가 가엾어진 랄프는 그녀를 구해준다. 그리곤 금메달을 되돌려 받기 위해선 우승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페넬로프의 우승을 위해 도와주기로 한다. 

 

한편, 랄프가 사라진 "다고쳐 펠리스"는 고장이 났다는 판정을 받고 퇴출 위기에 직면한다. 이에 펠릭스는 게임기의 운명을 걸고 랄프를 찾아 나서게 된다. 그의 흔적을 찾아 가던 중 <히어로 듀티>에서 칼 훈 병장을 만난 펠릭스는 랄프가 버그와 함께 슈가 러쉬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버그가 번식을 하기 전에 잡아야 하는 사명이 있는 칼 훈은 랄프를 데려와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 펠릭스와 함께 <슈가 러쉬>로 향하는데...

 

 

< 다고쳐 펠릭스> 게임기의 랄프 동료들, 펠릭스가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다 고쳐 망치로 갖다 대기만 하면 빛이 반짝반짝 나는 새 것으로 고쳐지는 특성이 있다. 30년간 모든 것을 고쳐오기만 했던 펠렉스는 비록 체력은 약하지만, 유하고 너그러운 성품으로 모두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다.> 

 

 

<히어로 듀티>의 여전사 칼 훈, 비극적인 과거가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탓에 버그라면 이를 가는 병사로 등장한다. 글리를 보신 분들이라면 단박에 알아챌만한 분( 제인 린치)이 목소리 연기를 하시는데, 가히 싱크로율 100%였다. 수 쌤(글리의 제인 린치 분)의 목소리가 워낙 개성적이라서 칼 훈이 등장하기만 하면  츄리닝을 입은 수가 오버랩 되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뭐, 감상에 방해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중성적이고 냉정한 여전사 목소리로는 제인 린치가 적역었지 싶다. 목소리로만 따지자면, 수쌤보단 칼 훈이 비주얼로 더 어울려 보인다는 사실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지...실제보다 애니가 더 어울리는 목소리라니 말이다.

 

 

랄프와 "깜찍이" 페넬로프가 처음 만나던 장면, 침입자와 도둑으로 처음 인사를 하게 된 두 사람은 의외로 서로의 처지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동지애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둘의 우정은 캔디 킹의 음모로 말미암아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도무지 게임기 속의 주인공들을 가지고 무슨 대단한 이야기가 나오겠어? 유치하거나 식상하거나 , 그도 아니면 지루하거나 할테지, 라는 생각은 영화가 시작되자 마자 단박에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세상이 가능했어 라는 감탄이 흘러 나올 정도로 내가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이야기가 줄줄이 이어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오락실 문이 닫히면 새롭게 시작하는 게임기안의 세상이라...게임기 속의 캐릭터들은 퇴근을 함과 동시에 게임기 센트럴 시티에 모여 마치 보통 인간들처럼 일상을 보낸다. 죽일 듯 싸워댔던 캐릭터들이 서로를 일으켜 세워주고, 다른 게임기속의 친구를 찾아가 놀기도 한다.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불평을 하면서 술 한잔을 걸치질 않나, 술 집 주인은 그들의 불평을 들어주는 것도 인간들과 너무 똑같아서 웃겼다. 거기에 미국 AAA를 본따 만든 <나쁜놈 모임>이란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지...상상력의 끝은 어디냐고 묻고 싶을 정도였다. 거기에 악당역에 불만을 느낀 랄프의 이탈이라니, 이야기가 너무 자연스럽고 그럴듯해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실제로 그런 가공의 세계가 진짜로 있는데 여지껏 나만 모르고 있었던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장점이 너무 많아서 일일히 나열하긴 그렇고, 대충 적어 보자면, 첫째로 이야기 전개가 자연스럽고 모순 없이 완벽했다. 어거지로 만들어 냈다거나 이어 붙인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은, 마치 진짜로 있었던 일을 그려낸 듯 깜쪽 같더라. 어느 한 순간에 와서는 주춤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일사천리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연결되는걸 보면서 감탄할 수밖엔 없었다. 스토리의 완성도에서 보자면 흠잡을데가 없지 않는가 한다. 그만큼 스토리가 탄탄했다는 말씀. 조금은 헐겁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거 애니를 생각하면 놀라운 작품이었다. 이렇게 완벽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었으니 말이다. 가히 기대를 뛰어넘는 스토리였다. 둘째로는 캐릭터들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어쩜 그리도 표정 연기를 잘 하던지...일류 배우들의 연기가 부럽지 않더라. 목소리마저도 주인공 배역마다 적확하게 딱딱 맞아 들어가, 마치 실사를 보는 듯한 착각이 일어날 정도였다. 이번엔 자막으로 봤는데, 다음번에 본다면 더빙을 봐야 하나 고민스러울 지경이다. 오리지날이 워낙 출중하고 완벽해서,  더빙을 아무리 열심히 했다 해도 원작에 비하면 실망스러울 것 같아서 말이다. 세번째로는 감동적인 이야기라는 것이다. 처음, 난 더 이상 나쁜 놈을 하기 싫다고 말하던 랄프가 마지막에 나쁜 놈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과정 속에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억지로 만들어낸 결론이 아니라, 주인공이 겪고 생각해서 만들어낸 교훈으로 느껴진다는 점에서 랄프를 사랑하지 않기란 어려웠다. 그만큼 살아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말이겠지. 네째로는 랄프를 비롯한 다른 주인공 세 명의 열전을 들어야 겠다. 넷의 앙상블이 정말로 좋다. 영화 처음엔 풀이 죽은 랄프에게만 눈이 가겠지만서도, 영화가 끝이 날 즈음엔 네 명의 등장인물 모두에게 정이 가있을테니 말이다.

 

하여간 시사회 장을 나오면서 감탄을 했다. 이 영화마저 이렇게 좋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어서 말이다. 요즘 보는 영화들마다 어쩜 그리도 한결같이 좋은지...신기할 정도다. 보통 4편당 하나를 건지면 잘 건졌다 하는데, 요즘 보는 영화들은 다들 각각의 개성이 넘치면서도 흥미로워서 보는 것이 즐겁다. 어제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도 어찌나 뿌듯하던지...랄프와 다른 주인공들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말이다. 이 추운 겨울에 훈훈하게 보내기에 적당한 영화이지 않았는가 한다. 웃고 즐기고 공감하고 감동받는 영화를 보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다 여기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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