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해맑은 천사같은 표정의 주인공 네드는 오늘 하루가 힘들었다는 정복 입은 경찰의 푸념에 대마초를 건네고 맒으로써, 곧바로 저능아 내지는 멍청이로 낙인 찍혀진다. 대마초 판매 혐의로 잡혀간 그는 감옥살이를 하게 되고, 8개월만에 모범 수형수로 나오게 된다. 설상가상이라고, 오랜만에 집이란 곳에 와보니, 3년동안 동거를 했던 여자는 다른 남자와 살고 있고, 거두절미하고 네드를 내쫓는다. 내쫓기는 건 상관없지만 키우던 개 윌리 넬슨만은 데리고 가게 해달라는 네드의 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전 동거녀, 머물 곳이 없어진 네드를 하는 수 없이 가족을 찾아간다. 큰 누나 리즈는 두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는 전업 주부로 인권 다큐를 찍는 감독 남편과 보이지 않는 거리감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는 처지다. 둘째 누나 미란다는 기자로 대성하고 싶은 야망은 넘치지만 아직까지 큰 건을 물지 못한 커리어 우먼으로 왜 자신에게 남자복이 없는 것일까 한탄중이다. 막내 동생 나탈리는 공식적으로는 레즈비언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섹스 상대를 고르지 않는 박애주의자다. 처음엔 다들 네드의 불운에 걱정과 관심을 보이던 여자 형제들은 그가 그녀들의 삶에 개입하자 점차 분노하게 한다. 전혀 뜻밖의 시선에서 자신들의 삶을 바라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처음엔 네드의 바보같은 행동에 펄펄 뛰던 가족들은 어쩌면 문제는 그가 아니라 그녀들에게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 네드, 누나 리즈의 집으로 쳐들어 오다. 그냥 사진으로만 봤을때는 이 장면이 그다지 우습지 않을지 모르지만, 영화속에선 엄청나게 웃긴다. 저 멍청한 녀석이 진짜로 우리 집으로 오네? 라는 리즈의 아연 실색이 네드의 씩씩하고 천연덕스러운 발걸음속에서 절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둘째 누나 미란다의 이웃 제레미, 섹스를 하던 와중에도 미란다의 호출이라면 당장 와줄 정도로 절친. 누가 봐도 그가 미란다를 사랑하는 것이 명백해 보이지만, 문제는 미란다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다는 것! 며칠 미란다의 집에 머문 네드는 서로를 사랑하는게 그렇게 뻔한 둘이 그렇지 않다고 우기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다. 그리고 당연히 그의 개입은 둘 사이의 불화를 낳게 되는데...>




<행복한 레즈비언 커플, 나탈리와 신디. 그녀들의 특별한 관계 역시 나탈리의 임신으로 말미암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오~~~ 폴 러드! 이렇게 깜찍하게 영화를 찍다니...드디어 그의 진가가 드러났다 싶어서 무척 반가웠던 영화였다. 폴 러드는 미드 <프렌즈>에서 피비의 애인으로 나올때부터 눈여겨 봐왔던 배우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비중있는 역을 맡게 된는걸 보니 팬으로써 흐믓할 뿐이다. 물론 이 영화외에도 주연을 맡은 영화가 몇 편 있긴 했지만서도, 그만의 매력이 이렇게 온전히 살아있는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지 않을까 한다. 네드의 여자 형제로 나오는 여배우들 모두 요즘 한가닥들 하시는 연기자였음에도, 확실히 이 영화는 네드를 위한, 그러니까 폴 러드를 위한 원맨쇼 같은 영화였다. 사람들을  순식간에 무장해제 시키는 지극히 해맑은 표정으로, 자유 자재로 사람들을 웃기는데 어찌나 흔연스럽던지...작위적으로 웃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코미디 영화로써 합격점을 받아도 좋지 싶다. 어찌보면 과장이라고 할만한 캐릭터지만, 실은 주변에 있을 법한 눈치 없고 순진무구한 네드를 그 자체로 연기하는 폴 러드는 특히나 압권이었는데, 만나는 사람 마다 경계하지 않고 무조건 믿고 종알종알 털어놓는 그가 황당한 한편으로는 동질감이 느껴지는건 그가 그만큼 연기를 잘했기 때문일 것이다. 순식간에 무장해제를 시키고 마는 영화속 다른 등장인물들처럼 관객들도 그의 매력에 순식간에 무너지시지 않을런지...거기에 다른 여배우들의 매력 역시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있었는데, 특히 이 영화를 보면서 주디 디샤넬이 무척 아름다운 배우라는걸 처음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여자임에도 레즈비언 커플로 나오는 다른 여배우와 비주얼이 너무 차이나서 말이다. 레즈비언 커플로 나오면 그게 안 좋구나 싶다. 표나게 비교가 되니 말이다. 하여간 줄거리도 억지스럽지 않아서 좋았고, 우스운 장면에선 박장대소를 할만큼 웃긴다는 점도 좋았다. 삽입된 음악 역시 상황에 적절하게 어울려 웃음을 주던데, 네드가 출소하는 장면에서 흘러 나오는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는 그 뒤의 상황을 감안하면 참으로 기발했지 싶다. 상황을 비꼴 수만 있다면 노래만으로도 웃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하여간 경찰에게 대마초를 파는 장면이건, 매형의 불륜 장면을 보고도 속는 장면이건, 보호관찰사에게 대마초 흡연을 털어놓는 장면이건 간에 그 웃음이 전혀 강요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웃긴다는 점이 탁월했지 싶다. 그렇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 네드 같은 인물이 꼭 있을 것이다. 어떤 형태로건 말이다. 처음엔 바보 같은 네드가 정말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결국엔 그의 진심에 지고 마는걸 보면, 우리는 생각하는 것보단 마음이라는 것에 약하지 않는가 한다. 아무리 이성적인 것을 따진다고 해도, 감성적인 부분을 없앨 수는 없는 법인 듯... 우울하신 분들에게 특히 강추~~~ 좀 속상한 일이 있어 기분전환 삼아 보았는데, 90분 내내 웃다 보니 기분이 확실이 풀어지더라. 그래서, 폴 러드...당신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다는 것이지. 사랑할 수밖엔 없었던 매력 만점의 영화, 러드씨,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영화 기대하고 있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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