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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 찬호께이 ★★★★☆

처음으로 읽어보는 홍콩 작가의 추리 소설. 홍콩작가의 책이라면 추리 소설이건 로맨스 소설이건 간에 이것이 처음이긴 하지만서도. 실은 홍콩에도 글을 쓰는 작가가 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달았으니 뭐...말 다했지.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외국에 번역을 해서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퀄리티가 좋다. 내용은 홍콩 경찰 총국의 전설적인 인물이라는 관전 둬를 중심으로 1967년 그가 초짜 경찰관으로 일을 시작했을때부터 2013년 은퇴후 자문관으로 일을 하게 되기까지 세월동안 그가 해결한 여섯가지의 사건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특징이라면 역순으로 사건이 전개된다는 것과 여섯개의 사건이 독창적이고 신선하다는 것. 관전 둬라는 기개와 신념이 있는 경찰관이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 가는가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데, 그에 못지 않게 나오는 인물들을 입체적이고 생동감있게 그려낸 것도 책의 재미를 더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중국작가의 추리소설은 어떤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추천.

 

[걸 온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

 

알콜중독자인 레이첼의 인생을 거의 쫑난 것이나 다름없다. 유산한 후 바람난 남편에게 이혼을 당한 뒤 ,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직장에서까지 해고된 그녀는 날마다 아무일 없다는 듯 출근길 기차에 오른다. 자신 외에 모든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듯 보이는 풍경들을 멍하니 구경하던 그녀는 기차길 옆에 살던 한 부부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더할나위 없이 사랑하는 사이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부부에게 선망과 친근감을 느끼던 레이첼은 어느날 아내가 실종되었다는 뉴스에 깜짝 놀라게 된다. 왜냐면 실종 전날 그 아내가 바람 피는 광경을 목격한 것 때문에 자신이 심하게 분노했었기 때문...더군다나 그녀의 실종 당일 자신도 그 거리에 있었고, 다음날 아침 피가 묻은 채 집에 돌아왔던 것을 기억해낸 레이첼은 자신이 그녀의 실종에 모종의 관련이 있는게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문제는 그날 저녁의 일들이 술로 인해 아무것도 기억 나지 않는 다는 점. 과연 레이첼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실종된 아내가 바람을 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레이첼은 남편에게 죄가 없다고 확신하게 되는데, 그녀의 확신은 과연 믿어도 좋은 것일까?

알콜 중독자의 황량한 내면을 통찰력있게 그려낸 점은 합격점. 무엇보다 자신이 어제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알콜성 섬망증을 실종사건의 연결 고리로 활용한 점이 탁월했다 싶다. 다만, 좀 무리하게 사람들과 사건들을 연결시킨다는 점과, 과연 알콜중독자의 황량한 내면을 책 한 권 분량으로 읽고 싶은가 하는 점이 별로였다. 한마디로 다크하다. 책의 성공에 힘입어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는데, 조금은 우울하고 암울한 분위기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한다. 진상이 무엇인지 끝까지 궁금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추리 영화로써는 제격이지 않을까 싶지만서도.

 

 

 

 

[아들] 요 네스뵈★★★☆☆

 

아버지를 우상처럼 여기던 소니는 그가 부패 경찰로 몰려 자살하자 실의에 젖어 삶을 포기하고 만다. 촉망받던 학생에서 순식간에 마약 중독자가 되어 버린 소니는 남의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곳에서 무한정 공급되는 마약으로 평정심을 얻고 살아가던 그에게 재소자들은 감명을 받게 되고, 죄수들은 그에게 성자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고해 성사를 해오기게 이른다. 그러던 중 소니는 동료 재소자의 고해로 인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아버지 죽음의 배후를 알게 된 것. 이는 삶의 미련 따위는 전혀 남아 있지 않던 그에게 진실을 알고자 하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주고, 그는 천재적인 머리를 활용해 탈옥을 감행하기에 이르는데... 과연 소니는 아버지의 누명을 벗길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아버지를 죽인 범인은 ?

요 네스뵈의 책 답게 박진감있게 전개되는 것이 특징. 아버지를 우상처럼 떠받들던 아들이 아버지의 명예회복과 복수를 위해 신출귀몰한 솜씨로 적들을 상대해 나가는 것들이 압권이다. 전반이 좀 지루하게 흐른다면 아들이 탈옥하는 그 순간부터 요 네스뵈의 진가가 드러난다고 보면 된다. 아들이 천재적인 머리과 감옥에서 얻은 연줄을 가지고 몇가지 단서만으로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들이 통쾌하게 전개되는데 <아들>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피붙이에 대한 끈끈함과 운명에 저항하는 아들의 애잔함이 잘 그려져 있었지 않는가 한다. 요 네스뵈의 책들 중에서 단품적인 성격이 강한 책이었는데, 마지막을 보니 어쩌면 이 책 역시 시리즈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긴 하더라. 힘들게 만들어낸 주인공을 알뜰하게 활용하는 작가의 전작에 미루어 짐작컨대 , 불가능한 추측은 아닐 듯...

 

 

 

[야간시력] 카린 포숨 ★★★★☆

 

살인범의 내면을 설득력있는 필치로 그려낸 작품.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고 조용해 보이는 독신남 릭토르는 자신의 잔인하고 불안한 내면을 감춘 채 수년 간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다. 같이 일하는 여 간호사에게 반한 그는 어떻게 해서든 그녀의 관심을 끌어 볼 수 있을까 고민을 하지만 그녀의 태도는 친절과 냉랭 그 중간 어디쯤일 뿐이다. 그녀를 제외한 세상 모드 사람들에게 적의와 무관심과 경멸과 혐오를 간직한 릭토르는 어느날 조난을 당한 사람의 비명을 못들은 척 지나치고 만다. 요양원에서도 고령환자들을 육체적으로 학대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던 그는 아무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에 쾌감을 느낀다. 그러던 그의 평온한(?) 일상은 공원에서 만난 한 여자와의 조우로 겉잡을 수 없이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데...


읽고 나면 서늘하고 착찹한 기분을 감출 길이 없던 추리 소설이었다. 탁월한 심리 묘사에 허술한 듯하지만 실은 교묘하게 늘어놓은 복선 장치, 자신의 범행이 발각되지 않을거라 확실하는 사이코패스의 밉살맞는 자신만만함이 의외의 곳에서 무너지는 과정이 영화 <태양은 가득히>를 연상하게 하는 잘 쓰여진 책이긴 하나, 읽고 나면 기분이 더럽다는 점에서 추천하기가 꺼려지는 작품이다. 야간 시력이라는 우리나라 책 제목보다 원제가 더 적합하지 않는가 한다. I can see in the dark. 자신이 어둠이 속해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어둠을 잘 볼 수 있었던 한 남자의 고백담. 흥미로웠던 것은 그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을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확신과 달리,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섬뜩한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인간은 도대체 자신을 어디까지 좋게만 인식하는 것일까, 우리 자신에 대한 너그러움의 한계는 없는 것일까를 생각하게 해주던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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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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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고전이라고 불려도 무방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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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199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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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동안의 고독이야말로 독창적이고 마술적인 리얼리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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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이 일어나기 2초전/ 아녜스 리디그


십대때 엄마가 되는 바람에 대형마트에서 캐셔로 일하고 있는 줄리는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아들 룰루 때문에 버텨내고 있는 싱글마더다. 어느날 마트에서 울고 있는 그녀를 본 한 중년의 신사가 줄리에게 여행을 제안한다. 그의 이름은 폴, 처음엔 온갖 나쁜 상상을 하던 줄리는 폴의 거부하기 힘든 진지함에 넘어가 함께 여행에 따라 나서게 된다. 세살난 아들에게 바다를 보여줄 생각에 들뜬 줄리는 함께 여행할 사람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가 바로 폴의 아들 제롬으로, 그는 아버지가 난데없이 젊은 여자와 그녀의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나타나자 경계심을 품게 된다. 줄리 역시 뚱한 채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 제롬이 부담스럽기만 하고, 자신이 왜 이 여행을 온다고 했을까 후회하기 시작한다. 이 여행이 잘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모두를 아는 폴과 아무것도 모르는 룰루뿐...과연 이 여행은 잘 마무리 될 수 있을까. 여행 가기전까진 서로를 몰랐던 그들이 2주나 되는 시간동안 잘 지내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줄리와 제롬은 회의적인 가운데, 다만 폴만이 느긋하게 이 상황을 즐겨 보자고 하는데...


작가의 경험과 진심이 부표처럼 떠있는 덕에 진부한 트릭과 감상이 넘실대는 바다에서 용케 익사하지 않고 헤어나올 수 있었던 책이다. 작가가 조산사인 자신의 경험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백혈병으로 아들을 잃은 아픔을 진심으로 담아냈기에 가능했던 일. 그걸 보면 이 작가는 상상력보다는 자신이 아는 것을 잘 쓰는 타입인듯하다. 그래서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나머지가 좀 개연성이 떨어진다. 진부한데다 감상적이고 개연성마저 떨어지니 좋은 작품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그럼에도 이 책이 그럭저럭 읽히는 것은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오는 울림 때문이다. 떠나 보낸 아들을 잊지 않으면서도 오늘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슬픈 다짐 같은 것 말이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는 나로써는 작가에게 응원을 보내는 수밖엔 없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심정일 듯...



★★☆☆☆ 나의 세번째 가족/ 홀리 골드버그 스로운 


뉴욕 타임스 베스트 셀러, 아마존 올해 최고의 책이라는 문구에 속았다. 어쨌거나 최고라는 말이 붙은 것에는 약한 경향이 있어서 솔깃하고 말았던 것이다. 반드시, 꼭 좋은 작품일거라 라고 생각했었는데, 결론은 참 미국 사람들은 어린 천재를 좋아하는구나 라는 것. 이 책 속에서도 조숙하고 모르는 것이 없는 어린 천재가 등장한다. 그녀의 특징이라면 태어나자마자 입양이 된 입양아이자 백인이 아니라는 것. 자신을 친딸처럼 키워주고 있는 양부모에게서 전격적인 사랑을 받고 자라난 그녀지만 부모의 사랑도 그녀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너무도 머리가 좋은 탓에 학교에서 왕따 신세가 된 윌로우는 컨닝을 했다는 누명을 쓰고 행동상담을 받게 된다. 상담소에 들르게 된 윌로우는 그곳에 먼저 와 있던 남매를 보고 드디어 자신에게도 친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천재가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는 이제 진부하다. 그것이 12살밖에 안 된 7에 광적으로 집착한 천재일지라도 말이다. 위기에 처한 천재를 이웃들의 협력으로 구해주었더니 그녀가 그들을 도와준다는, 미국 버전 흥부 이야기라고나 할까? 이런 이야기에 감동을 받기엔 이젠 익숙하다 못해 식상하다는 것이지. 이젠 나 정말로 천재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싶다. 감동 받지 않아도 돼. 그냥 우리 주변에 있음직함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싶다고...


★★☆☆☆ 교장/나가오카 히로키 


경찰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묶어 놓은 것. 아, 물론 실화는 아니고 소설이다. 왜 이것에 정색을 하는가 하면 진짜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이건 경찰학교가 아니라 범죄자 학교라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죄자를 잡으라고 가르치는 곳인데, 이미 범죄자 못지 않은 마인드를 가진 학생들이 수두룩 하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원래 경찰학교가 이렇단 말인가 하면서 조금 의아해하며 보게 된 책. 난 경찰 학생들은 그래도 범죄자를 잡는 다는 사명감이나 정의 관념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을 보니 아니더라. 그냥 직업이 필요해서 학교에 등록하게 된 사람들은 부적응자도 있고, 새롭게 천직을 발견하게 된 자들도 있고.문제는 그들이 범죄자를 잡는 것뿐 아니라 범죄를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척하면 척, 부채가 떨어지기도 전에 점꽤를 맞춘다는 부채 도사의 재현을 보여주는 듯했던 가자마 선생님이다. 그의 눈을 통해 학생들이 벌이는 범죄를 간파하고 그를 해결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구성 거리인데, 가히 셜록 홈즈 수준의 수사력이라고 보면 되지 싶다. 물론 매력적인 면에서 보자면 셜록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 이 책의 단점이지만서도...그럭저럭 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괜찮다. 남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은 감안하시고 보심 되실듯.


★★★☆☆ 신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크리스토퍼 히친스


몇년 전 그가 사망했다는 뉴스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기 때문에...영자 신문이라도 들여다 보았더라면 그가 투병중이었다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었을텐데, 영자 신문을 끊은지 오래되다 보니, 어느날 갑자기 결론만 들려 오는데 충격이었다.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듣게 되었어서 말이다. 평소에 하도 짱짱하셔서 아주 아주 오래 사실 줄 알았는데, 아니 그런 카리스마를 누가 죽일 수 있겠는가라고 나는 당연하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 누가 달겨 들어도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할 말 다 하시던 불독 같은 분이시다보니, 그에게 죽음이란 가장 어울리지 않은 단어였지 않았는가 한다. 그 자신이 너무도 생명력이 충만한 분이었으므로.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비단 나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더라. 가족들이나 본인 조차도 자신이 죽을 줄 예상하지 않았었다고 하니, 이해가 간다. 글에서 짐작이 되는 것과 그는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더 아쉽고 안타까웠다. 그의 깜찍한 매력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가 암으로 죽어가는 과정속에서 남긴 몇 편의 글을 모은 것이다.신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라는 물음에 어떻게긴? 잘이지...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할 듯한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자신이 식도암에 걸렸다는 말을 듣고 과연 자신이 어떻게 달라지려나 궁금해진다. 그가 평소에 무신론을 과하게 주장하고 다녔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가 혹시라고 개종이나 개과천선을 하지 않을까 라면서 종교인들이 희망을 가졌다고 한들 그들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원래 그들의 천성이 그러한 것을 어쩌겠는가. 하여간 그렇게 불난 집에 부채질을 열심히 하면서, 혹시라도 지금에라도 생명을 구걸하면서 나에게 오면 광명이나 최소한 천국의 한 자리 정도는 내주겠다는 종교인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조금은 짜증을 내고, 조금은 유머로 받아치면서, 그는 끝까지 자신이 믿었던 것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다. 어찌나 속시원하고 후련하던지 말이다. 내가 왜 예전에 그를 그렇게도 좋아했는지 기억이 났다. 그렇다고 이 책이 종교를 경멸하기 위해 죽음의 두려움을 숨기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하심 안 된다. 그는 제정신으로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신체의 고통에 수반되는 모든 감정적인 변화들을 적어내려 가려 노력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 그는 끝까지 글쟁이였고, 그 자세만큼은 변화하지 않았다. 그는 말한다. " 나는 항상 스스로의 이성적인 사고능력과 엄격한 물질주의를 자랑스러워했다." 고...나 역시도 그렇다. 그의 이성적인 사고 능력이야말로 이 시대의 빛같은 것이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광명과 속시원함을 가져다 주었는지 나는 잘 안다. 늦었지만, 이렇게 그를 일찍 잃었던 것에 대해 애도를 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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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리사 제노바


하버드 신경학 교수에 소울메이트 남편, 거기에 남부럽지 않게 키워낸 삼남매까지...앨리스에게는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어 보였다. 그녀가 매일 매일 조깅하는 거리에서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 버리기 까지는. 처음 갱년기 증상일거라 짐작했던 앨리스는 상태가 점점 나빠지자 본격적으로 자신의 뇌에 무슨 이상이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한다. 진단명은 조발성 알츠하이머. 나이 오십에 치매라니...이 무슨 어이없는 일이란 말인가. 강의를 하고 학회에 출석해야 하는 앨리스로써는 자신이 숨쉬는 것마냥 해온 모든 것이 앞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걸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그녀의 발병이 유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걸 알게 된 앨리스는 그녀의 자식들이 걱정이 되고, 작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정신상태가 그제서야 이해가 간다. 되도록이면 자신의 병명을 알리지 않을 생각이었던 앨리스는 실수가 잦아지면서 더이상 남에게 증상을 감출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데...


영화 <Still Alice>의 원작인데 영화가 궁금하다보니 원작먼저 읽게 되었다. 내가 익히 아는 것들을 하나둘씩 못하게 되는, 어떤 의미에서는 느린 인격 살인이라고 해야 할까? 그 소용돌이 치는 과정속으로 휩쓸려 버린 한 교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다. 책을 읽어보니 어떻게 영화화가 되었을지 짐작이 가던데, 무엇보다 배우들을 잘 선정한 듯 싶다. 주인공 역의 줄리안 무어나 앨리스와 불편한 관계에 있던 세째딸 역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책속에서 바로 튀어나온 사람들 같아 보이니 말이다. 지적인것이 생명인 하버드교수에게 찾아온 치매라... 그런 아이러니함속에 속수무책으로 허물어지는 앨리스의 모습을 통해 치매의 끔찍함과 가족들의 어려움을 설득력있게 그려내고 있었지 않는가 한다. 더불어 기억을 잃어버린다고 해도 어디까지를 ' 나' 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그 상황에 처한다면 우린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 것인가 작가는 앨리스는 통해 질문하고 있던데, 그거야말로 정말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싶다. 피해갈 수 없는 일이라면, 모두에게 보다 인간적인 방법을 고안해 내야 한다는 것을 작가는 주장인 듯 하던데, 알고는 있지만 해결 방안을 찾아내기 힘든, 어찌보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가 아닐런지 싶다. 치매의 문제야 말로 나는 상관없다고 자신할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을테니 말이다. 


★★☆☆☆ 사신의 7일/ 이사카 코타로


 사신 치바의 후속작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사신 치바가 다시 돌아왔다. 전작을 재밌게 읽었던 나로써는 반가움에 콧노래를 불렀던 작품. 내일 죽는다면 누구에게 복수하고 싶은가? 라는 물음에 별로 떠오르는 상대가 없는 나완 달리 꼭 복수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두 사람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외동딸을 사이코패스에게 허무하게 잃어버린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야먀노베 부부는 1년동안 치밀하게 딸의 복수를 준비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날이 되었을때 그들 앞에 난데없이 나타난 사람은 바로 다름 아닌 치바! 과연 치바는 왜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이며, 이번에 그가 조사(?) 하는 사람은 누구인 것일까? 복수를 하겠다고 나서긴 했지만 실은 개미하나 죽이지 못하는 여린 심성의 야먀노베 부부는 복수는 커녕 오히려 딸의 살해범에게 농락을 당하고 마는데...


사신 치바같은 쓸만한 캐릭터를 이미 만들어놨음에도 왜 전작보다 더 좋은 작품을 쓰지 못하는 것인지 안타깝다. 그걸 보면 좋은 작품을 쓴다는게 생각만큼 쉬운게 아닌 모양. 장점은 뭐, 거의 없다 시피하니 대충 생략하고 단점만 들라면 이사카 코타로의 고질적인 악습이라고 해야 하나? 설교가 여지없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양반, 치바가 음악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것처럼 설교를 안 하면 책을 못 쓰시나보다. 누군가 좀 말려줬음 싶을 정도로 전작품을 통해 설교를 남발하시는데,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것처럼 말이다. 도대체 누가 소설 읽으면서 지루한 설교따위를 듣고 싶겠는가. 하여간 난 아니라니까? 이야기는 굼뱅이 마냥 느리게 진전을 하고, 이런 전개가 필요하긴 해? 라는 뜨악한 심정으로 보게 만드는데다, 사이코패스가 이젠 전세계적인 유행인가 보군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별로다. 그만큼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는 말씀. 그나마 결말이 맘에 들어서 다행. 그렇지 않았더라면 점수를 더 박하게 줄뻔했다. 냉정하지만 인간적이고, 음악과 비를 몰고 다니는 사신이라는 기발한 캐릭터를 고안해낸 이사코 코타로, 그가 다음엔 이 치바를 더 훌륭하게 활용해 주시길...


★★★☆☆ 실크 웜/ 로버트 갤브레이스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필명으로 작품을 낸 조앤 롤링의 두번째 추리 소설 . 복잡하게 시리 왜 자신의 이름이 아닌 필명으로 내셨을까 짜증이 나긴 하는데, 해리 포터의 세계적인 인기를 감안하면 그 이름에 의지하지 않고 글을 써내겠다는 그녀의 의지만큼은 존중해주고 싶다. 하여간 자신이 아동용 책뿐만이 아니라 어른용 추리 소설도 굉장히 잘 쓴다는것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던 작품. 해리 포터로 평생을 써도 다 못쓸 돈을 버셨을텐데도 힘들여 책을 쓰시는걸 보면 그녀의 근면성도 알아줄만하고, 더군다나 다른 장르임에도 이질감없이 뚝딱뚝딱 잘만 써내려 가는걸 보면 그녀가 천상 글쟁이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해리 포터가 아니라도 언젠가는 이름을 꼭 날렸을만한 재능이다. 하긴 이제 오십을 넘기셨으니 나중에 어떤 작품이 그녀의 대표작으로 언급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겠지. 하여간 이젠 하도 칭찬을 해서 더이상 칭찬할 구석이 없어 보이는 조앤 롤링이 내놓은 두번째 소설.  그녀에 대한 욕심이 과해져서 일까? 기대치가 이제 하늘로 치솟아 보이지 않게 된 것인지 모르겠으나, 이 책이 전작만큼 좋지는 않았다. 이유는? 글쎄...살인 방식이 너무 끔찍하고, 사건을 조잡하게 느껴질 정도로 꼬아놔서 말이다. 과연 누가 이렇게 살인을 하고 싶겠는가 싶을 정도로 공을 들여 살인을 저지른 과정도 석연치 않아서, 이 모든 것을 합해 점수가 좀 내려갔다. 하지만 살인사건만 빼고 본다면 그외 과정들은 훌륭하다. 탐정과 그 비서의 썸탈듯 썸타지 않는 이야기, 출판계의 이면을 들여다 보는 재미, 당대 인기 락스타의 혼외 자식이라는 어정쩡한 캐릭터로 중무장을 한 탐정 자신의 이야기까지 덧붙여져서 흔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점은 탁월했지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서 조앤 롤링에게 실망했느냐고? 어디 감히!! 그러겠는가. 생각해보면 조앤 롤링은 짝수번째 작품이 그다지 재밌지 못했다. 첫번째 해리 포터가 대박나고 나서 나온 두번째 책이 난 가장 재미없었다고 보는데, 그 이후로도 약간은 짝수번째가 약하다는 징크스가 있었지 않는가 한다. 해서 아마도 다음 편이 이보단 더 재밌을 것이라 추측을 하면서, 조앤 롤링이 남는 시간에도 꾸준히 멋진 작품들을 많이 내어 주셨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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