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제로 - 분노와 폭력, 사이코패스의 뇌 과학
사이먼 배런코언 지음, 홍승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 이름이 낯익다 싶더니, 알고보니 바로 그가 <그 남자의 뇌 그 여자의 뇌>의 저자이시렸다. < 네모난 못>을 통해서 자폐아의 일인자시라는 소리를 익히 들어서 그런가 일단 저자의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이번에는 또 어떤 재미나고 통찰력 있는 이야기를 풀어 내시려나 자못 기대가 되었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이번만큼은 저자의 견해에 100% 동의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려는 이야기의 골자를 추려 보자면, 일단 사람들마다 공감의 능력 정도에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자명해 보인다. 극도로 공감능력이 발달한 사람이 있는 반면, 공감 능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 살인을 하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간혹 존재한다. 여기서 우리는 공감이라는 쉽게 간과하기 마련인 능력이 실은 우리를 인간적이게 하는 열쇠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까지는 나도 저자의 견해에 동의한다. 내가 의문을 표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저자는 공감이 결여된 살인자들의 예를 들어보면서 실은 그들이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정신적으로는 정상이 아니라는 견해를 펼친다. 즉, 이혼뒤 잘 살고 있는 남편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자신의 자식들을 살해한 엄마와 같은 경우, 겉으론 그녀가 아무리 멀쩡해 보인다고 해도 실은 정신적으로는 이미 공감 제로의 정신병자라는 것이다. 그래,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치자면 이 세상의 모든 범죄에 대해 면제부가 주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형법에서 정신 능력이 문제시 되는 것은 정신병자의 행동은 책임능력이 없다고 보아서 면제가 되거나 아니면 감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서 그들에게 섣불리 정신병자라는 타이틀을 붙이지 않는 것이다 .왜냐면 정신병자이기 때문에 그들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판정이 난다면 이 세상에 아무도 감옥에 갇힐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공감이란 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주요한 능력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공감 제로 성향의 사람들을 정신병의 범주에 넣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우린 사람을 죽인 싸이코 패스에게 그들에게 공감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동정을 보내야 하는 것일까? 2차대전때 유대인을 학살하고 개취급한 나찌대원들에게 그들 역시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이여서 그랬을 뿐이라고 이해를 해줘야 하는 것일까? 어쩌면 공감 능력이 100%인 인간적인 사람들을 상정하고 사는 사회가 그 자체로 비정상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서 그런 사람들은 싸이코패스와 연쇄 살인범, 그리고 가족 살해범처럼 드문 것인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공감능력이 발달한 사회가 물론 이상적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것이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 하는 것이 이 책을 본 내 소감이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우린 그렇게 좋은 사람들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간혹가다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가기도 하고, 그런 짓을 했다고 손가락질을 받기도 하며, 경멸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악마인 사람들의 공감 제로 까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좀 지나치게 순진한 논리 전개가 아닐까. 그냥 우리 악한 사람들은 나쁘다고 손가락질 하면 안 될까요? 라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난 내 소감이다. 이러한 논리 전개만 아니라면 공감 능력이 인간행동에 미치는 파괴력에 대해 신빙성 있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 괜찮은 책이지 않았는가 한다. 다만, 이 책은 미성년자에겐 권하고 싶지 않다. 초반 나찌의 예를 드는데 공포 영화보는 것보다 더 무서웠기 때문이다. 공포 영화는 그나마 가짜라는 생각이나 들지, 역사의 남겨진 예를 통해 알게 된 인간의 가혹성은 그자체로 사실이니 말이다. 아마도 그래서 우린 그런 뉴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 싶다. 감당하기 버거워서 말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옹 2021-01-27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정신병이라고 해서 사법체계상 면죄부를 주자고 작가가 주장했나요?

이네사 2021-02-05 16:31   좋아요 0 | URL
오래전 읽은 책이라서 자세하게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저자가 그런 주장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왜냐면, 이 작가는 심리학자이고 과학자라서, 법체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듯 보였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