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장속에 사는 괴물들, 그들이 원래 그렇게 무서웠던 것은 아니랍니다. 그들은 먼저 대학교에 가야 했죠."

 

이 두 문장으로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설명된다. 그렇다. 지금은<몬스터 주식회사>의 최강콤비로 불리는 마이크와 설리지만, 그들이 늘 그렇게 무서웠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에게도  무서움의 무자로 모르던 생판 무지렁 꼬꼬마에 불과한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단지 그들에게 있었던 것이라곤 언젠가 커서 아이들을 겁나게 무섭게 하는 전설의 괴물이 되었음 하는 희망과 꿈 정도? 외눈박이 작은 초록색 공 몬스터인 어린 마이크의 운명은 그가  몬스터 주식회사에 견학을 하러 온 날 결정이 된다. 잠자는 아이들을 놀래켜주러 출근하는 겁주기 대원의 늠름한 모습에 반한 마이크는 꼭 그 회사에 입사하리라 결심을 한다. 그런 마이크에게 겁주기 대원이 슬쩍 말을 흘린다. 자신처럼 되고 싶으면 겁주기 특성화 대학인 <몬스터 대학>에 가라고... 그 한마디에 깜찍함이라면 모를까 무서움의 대상으로 보기엔 한없이 부족한 어린 마이크는 불철주야 노력한다. 결국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몬스터 대학교의 입학을 하게 된 마이크,  입학을 했으니 이제 자신의 미래는 탄탄대로라고 그는 중얼거리지만, 과연 진짜로 그럴까 ? 

 

 

부푼 마음을 안고 신입생이 된 마이크에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대학이라는 곳이 종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다. 탄탄대로는 커녕 그곳에서 살아남는다는 자체마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마이크는 그 특유의 극성으로  열심히 공부에 매진한다. 그렇게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이는 그에게 눈에 가시같은 존재가 나타났으니, 그 유명한 설리반 가문의 아들 설리다. 재능과 외모만으로도 겁주기의 모든 것이 끝나는 그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음에도 겁주기에 관한한은 두려울 것이 없어 보인다. 재능은 없지만 열정은 넘쳐나는 마이크와 재능은 출중하지만 게으른 설리,스타일이 전혀 딴판인 둘은 만나자마자 서로에게 으르렁댄다. 천부적인 재능 하나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설리와 겁주기에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믿는 마이크, 결코 접점이 없어 보이던 둘은 기말 고사에서 엮이는 바람에 둘 다 <겁주기 학과>에서 잘리는 사태를 맞이하고 만다. 그 누구보다 겁주기 대원이 되고 싶었던 마이크의 실망은 이마저만이 아니지만, 가문의 명예를 한 몸에 지고 있는 설리의 충격도 만만치 않다. 이제 한층 더 서로를 미워하게 된 둘은 학교 전통 축제인 <겁주기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다시 원하는 학과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조건 하에 팀을 만들어 도전하게 된다. 일명 <울지마 깍꿍>팀명 하에 뭉친 마이크 이하 여섯명의 몬스터들은 자신들을 무시하는 몬스터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고 흥분을 한다. 다만 문제라면 그들이 다른 몬스터들이 무시할만한 루저들의 모임이라는 것...투지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지만 재능이 한없이 달리는 그들이 과연 노력만으로 우승을 거머쥘 수 있을까? 낙천적인 마이크조차 회의를 갖는 가운데, 그들은 초반 탈락의 위기에 놓이게 되는데...

 

 

 

 

 몬스터들이 대학에 간다라니...일단 설정만으로도 흥미를 유발한다. 도무지 이런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그들의 기발한 상상력과 설득력있는 캐릭터들에 완전히 반했었던 나는 그들이 겁주기 대원 전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말에 솔깃하고 말았다. 그래, 그들도 초짜인 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그 전에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완벽한 고수가 되기까지 지난한 여정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말이다. 그것이 인간이건 몬스터건 간에... 그래서 감정 이입하면서 몰입해서 보게 된 <몬스터 대학> 일단 대학 시절을 되돌아보게 해준다는 점에 좋았다. 내가 다닌 학교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이긴 했으나, 설레임을 안고 대학에 입학을 하는 것은 꼬마 마이크와 비슷했으니 말이다. 그땐 대학이라는 곳이 얼마나 커보이던지...물론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응이 되고 보면 별다르지 않게 생각되지만서도. 그땐 나도 마이크처럼 대학 입학만으로 인생이 저절로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마이크처럼 곧바로 현실을 직시할 수밖엔 없었지만서도,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것을 다 가진 듯한 그 기분, 나쁘지 않았지 싶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한 당신, 대학에 입학했으니...이제 본격적으로 어른들이 사는 현실속에 발을 담그게 된다.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은 아직 어른이라고 하기엔 미숙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의 영역에 머무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현실의 거대한 벽에 부딪힌 두 명의 몬스터, 그들의 각자의 아킬레스건으로 고민하는 모습에 공감이 갔다. 천부적인 재능은 없지만 머리는 있는 마이크와 천부적인 재능만 믿고 한없이 게으른 설리...불공평한 인생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이기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플레이가 아니라 팀 웍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마이크는 결단력과 지식으로 무장을 해서 오합지졸인 팀원들을 닥달하기 시작한다. 재능을 믿고 만사태평이던 설리는 자신이 이 무능집단의 팀원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랴...자신이 지금 속한 곳이 바로 그곳인 것을. 결국 한 팀으로 거듭 나게 된 <울지마까꿍>! 최후의 관문에서 그들은 극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장벽에 마주치게 된다. 마이크가 아무리 좋게 봐줘도 무섭다기 보다는 귀엽다는 점이었다. 노력으로도 없는 재능을 생기게 할 수 없다는 현실에 마주한 <울지마까꿍>팀의 최후의 선택은 ? 과연 우리는 재능을 넘어설 수 없는 것일까? 거기에 대한 답이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길... 왁자지껄 소동속에서 두 시간을 보내고 나면 픽사에서 내놓은 답이 떡하니 차려져 있을 터이니 말이다. 1편에 비해서는 낫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기자기하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에, 설득력있는 캐릭터까지...대학생활을 싱그러운 모습과 함께 그들의 진지한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지 않았는가 한다. 다만 문제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이 영화에 더 잘 공감한다는 것 정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과 교훈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스토리인데, 어째 어른들이 더 공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즉, 8살짜리 조카는 공부니 재능이니 하는 것에 전혀 감흥을 받지 못한 반면, 나는 줄곧 심각하게 주제에 몰입해서 봤다. 어쩌면 재능이니 꿈을 실현하는 과정들인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미 그 시절을 다 보내고, 기회를 다 놓쳐버린 어른들의 감상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쁘지 않은 전개고 결론이었다. 아이가 이해를 하건 아니건 간에, 이런 이야기에는 언제나 조금은 귀 기울여봐도 좋을만한 점들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시끌벅적한 한바탕 성장극을 보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적어도 지루할 새는 없다. <몬스터 대학교>를 간접탐방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고 말이다. 완벽을 기대하지 않으신다면 적어도 재밌게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추신--마이크와 설리 역의 빌리 크리스탈과 존 굿맨의 목소리 연기는 적절한 캐스팅이었지 않는가 한다. 목소리와 몬스터들의 완벽한 조합이라고 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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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 세 아이의 아빠가 된 그루는 이제 더이상 악당이 아니다.  과거 세상에서 제일 가는 악당이 되기 위해 오로지 한길만 달려 왔다면 이젠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이 한 몸 부서져라 한길을 달려 가고 있는 그에게 예전의 음침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과거의 그라면 그런 자신을 도저히 상상하지 못했을 터이지만,  지금 아이들과 함께 하는 그는 나날이 행복하기 그지 없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한없이 다정한 그루를 본 동네 여자들은 호시탐탐 그에게 추파를 보내오지만, 그루는 그런 그녀들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그때 그 앞에 수상한 여자가 나타난다. 루시라고 자신을 나중에 소개하는 그녀는 다짜고짜 그를 납치해 이상한 곳으로 데려 간다. 그곳에서 그가 듣게 된 소식은 < 악당 퇴치 전담 >부서에서 그를 스카웃하겠다는 것이었다. 남극에서 연구중이던 앰플을 악당에게 탈취되었는데 그것이 사용되는 날에는 세계 평화가 위험하다면서, 그루만큼 나쁜 악당은 여지껏 없었기에 그야말로 악당을 잡는데 적격이라고 그들은 선언한다. 이제 자신은 아빠라면서 처음엔 단호하게 고사를 하던 그루는 자신이 계획한 잼 사업이 과연 자신에게 맞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결국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을 해보자 라는 심정으로 <악당 퇴치 전담> 부서의 스파이가 된 그루는 루시를 파트너로 맞이해 쇼핑몰에서 잠복임무를 시작하게 된다. 이제 그 둘이 해야 하는 일은 과연 그들이 찾는 악당은 누구냐 하는 것. 그루는 악당만이 가질 수 있는 직감으로 살사 & 살사의 주인장을 의심하지만, <악당 퇴치 전담> 부서는 그의 조언을 무시한다. 한편, 파트너로 함께 일하게 된 그루와 루시는 서로에게 점차 호감을 갖게 된다. 둘이 함께 일하는 장면을 보게 된 아그네스는 둘이 사랑하는 것이냐며 두 눈이 왕방울만해 지는데...


< 좋은 아빠는 보면 알 수 있다의 끝판 왕--공주 요정이 되어서 아그네스 생일을 축하해 주고 있는 그루 >



< 전편의 조연에서 주연급으로 급성장한 미니언들. 2편에서 우리가 기대해봐도 좋은 것은 미니언들의 활약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부터 티저 영상으로 꾸준히 2013년을 상기를 시켜 주던 수퍼 배드 2가  드디어 우리앞에 상륙을 했다. 귀여운 미니언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하기 충분했는데, 과연 이번에는 이들을 어떻게 활용했을지 궁금하기 이를데 없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렇게 조연들을 잘 활용할 수가 ~~라면서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솟아 나게 하던 영화였다. 특히나 1편에서 미니언들의 등장 분량이 적다고 불평하셨던 분들이라면, 기대하셔도 좋지 싶다. 이 2편에서 못다한 한을 마음껏 푸실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좀 지루할 타이밍이면 장면 장면마다 미니언들이 반전이라고 할만한 모습으로 등장을 해주는데, 그들이 무엇을 하는가가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웃고 떠들고 오~~하면서 탄식을 하게 되는 것은 주로 그들 덕분이었는데, 작년에 본 <아이스 에이지>에서 스크랫의 등장이 종종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에 비하면, 이 <수퍼배드>2에서의 미니언의 활용은 적절하고 재치 있었으며 기발하지 않았는가 한다. 자신이 창조해낸 미니언이라는 캐릭터를 어찌나 자유 자재로 이용하던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거기에 달라진 그루가 책임감 있는 아빠로 성장한 모습이나, 최고의 악당이고자 했던 그루를 개과천선하게 만들었던 세 자매의 귀여운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그루를 이해하게 만들었고,  그루에게 이제 필요한 것이 아내라는 것을 금방 눈치채게 만들었다. 거기에 그루의 새로운 파트너로 등장하는 루시와 새로운 악당으로 등장하는 악당의 정체등...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애니로써, 비교적 무난하게 사건 사건을 연결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지 않는가 한다. 지루할 새 없이 봤다. 재밌었고, 많이 웃었다. 특히나 미니언들의 활약에는 눈을 뗄 수 없었다. 무엇보다 행복해지는 영화라는 것이 마음에 든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 있는데, 이건 반드시 3편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다행히도, 3편을 만들 여지는 얼마든지 있어 보인다. 2편을 보면서 다음 편이 나오길 고대하게 된다는 것은 적어도 이 편이 실패는 아니라는 반증이 아닐런지...아마도 3편이 나오기 전에 미니언들을 주연으로 한 <미니언즈>가 2014년에 나올 모양이던데, 참으로 미국 사람들, 알뜰한 것 하나는 알아줘야지 싶다. 사람들에게 먹힌다는 건 또 어떻게 얍삭빠르게 알아가지고, 그걸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 볼 참인가 보니 말이다. 하여간 누가 주인공으로 나오던지 간에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들던 애니...아이들과 함께 보실 영화를 찾으신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 영화는 한국어 더빙으로 봤는데,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야 뭐, 워낙 스티브 카렐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중에 자막으로 한번 더 볼 생각이다. <오피스>의 마점장, 스티브 카렐의 그루를 놓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적어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행복하게 만드는 애니, 아마도 이런 맛에 슈퍼배드를 사랑하는 것이겠지 싶다. 그루의 활약이 계속되기를 빌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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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4중주

감독
야론 질버맨
출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크리스토퍼 월켄, 캐서린 키너, 마크 이바니어
개봉
2012 미국
평점

리뷰보기

 

 

 

 

결성 25주년째를 맞게 된 현악 4중주단 <푸가>는 새로운 시즌을 맞이해 공연 연습에 돌입합니다. 평범하게 공연을 준비하던 그들의 일상은 하지만 첼리스트 피터의 파킨스병 발병으로 흔들리게 되죠. 다른 단원보다 30살이나 나이가 많은 피터는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은퇴를 선언합니다. 다른 단원들을 충격으로 휘청거리죠. 그나마 제 1 바이올리니스트인  다니엘은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이지만, 피터를 아버지처럼 따랐던 비올리스트 줄리엣은 현실을 부정하고 회피하려 합니다. 줄리엣의 남편으로 그간 묵묵히 제 2 바이올리니트스를 맡아왔던 로버트는 이제 자신도 제 1 바이올리니스트를 해보겠다고 선언합니다. 한 자리에서 묵묵히 25년을 지낸 사이, 어쩌면 그들의 소리는 완성도가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중년을 넘긴 그들에겐 말못할 갑갑함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들은 서로를 향해 비난을 해대기 시작합니다. 재능이 없다고, 열정적이지 못하다고, 겁쟁이라고, 무정했다고... 얼마전까지만해도 남들이 감탄할만한 완벽하고 탄탄한 결속력을 자랑하던 그들이었건만, 이제 남은 것은 서로가 서로를 견뎌내지 못한다는 진실 뿐입니다. 25년이란 세월이 무색하게 그들은 순식간에 붕괴되어 버리고 맙니다. 자신이 없더라도<푸가>의 명맥만은 이어지길 간절히 바라던 피터는 중구난방으로 흩어진 단원들때문에 마음이 상합니다. 이렇게 되다보니 명맥을 잇는 것은 고사하고 현재의 <푸가>의 존립마저 위태로울 지경입니다. 과연 그들은 25주년 결성 기념 콘서트를 열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피터는 그 콘서트를 자신의 은퇴 무대로 하고 싶다면서, 연주곡으로 가장 연주하기 어렵다는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을 해보자고 합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서 말이죠.

 

 " 베토벤 현악 4 중주 14번은 총 7악장인데, 각 악장이 연결되어 있어 연주자들은 중간에 쉬어선 안 되지. 이렇게 쉼없이 오래 연주하면 각 악기들의 음률이 서로 어긋나게 돼.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할까? 연주를 멈추어야 할까? 아니면 불협화음이 생겨도 필사적으로 서로에게 맞춰가야만 할까? 정답은 나도 몰라."

 

베토벤이 한 인간의 전 인생을 그리며 작곡했다는 14번은 시작부터 비통한 음색으로 연주자들이 감정 잡기가 쉽지 않은 곡이라고 합니다. 완벽한 결속력과 하모니를 자랑할때도 어려웠을 그 곡을 완전히 음률이 어긋나 버린 이 시점에서 그들은 연주해 낼 수 있을까요? 그들은 과연 어떻게 연주를 할까요? 


                                

세련된 각본, 연륜이 느껴지게 하는 배우들의 헉소리 나는 연기, 그리고 내내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베토벤의 선율까지, 삼박자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앙상블을 자랑하던 영화였다. 내용이 좋으면서도 재밌기는 어려우며, 인생을 이야기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기란 힘든 법인데, 이 영화는 그 두 개를 멋지게 해내고 있더라. 자극적이지 않은 , 어쩌면 지극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만한 이야기를 흥미를 잃지 않게 하면서 풀어 나가는 솜씨에는 감탄스러웠고, 그것을 그렇게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연결해 내는 점에서는 놀라고 말았다. 도무지 이음새를 발견해낼 수 없었을만치 물 흐르듯 그렇게 흘러 가던데, 이 영화의 중심 소재인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의 정신을 영화속에서도 구현하고 있었지 않는가 한다. 

 

인생이란 쉼 없이 흘러 가는 것, 연주곡 속에 들어있는 악장간 쉼이나 연극에서의 막간처럼 ,우리에겐 새롭게 재정비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저 달리고 달리고 달릴 뿐인데,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우리가 시작한 곳에서, 그리고 상상했던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 이 영화속에서도 인생의 끝과 중간에 선 <푸가>의 단원들은 정신없이 연주를 해야 할 상황에서 자신의 악기에 음률이 미묘하게 틀어져 버린 것을 알게 된다. 우리 대부분이 인생 어느 시점에서 깨닫게 되듯이 말이다. 그럴때 우리도 역시, 베토벤이나 피터가 했던 고민을 똑같이 하게 될 것이다. 과연 멈춰야 할까? 아니면 필사적으로 상대의 음률에 맞춰가며 연주를 해야 하는 것일까? 답은 결국 본인, 자신만이 내리 수 있는 것일 것이다. 왜냐면 우리에게 단 하나 주어진 것이 있다면 우리 각자의 인생뿐이니 말이다. 이 영화속에는 각기 자신만의 결론을 내리는 <푸가>의 단원들이 있다. 그들의 대답이 듣고 싶다시는 분들은 꼭 보시길...시간을 들여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영화이니 말이다. 특히나 피터로 분한 크리스토퍼 웰켄의 연기는 감동 그 자체였다. 저 연세에 그렇게 대단한 연기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드문 축복인지, 또 그걸 볼 수 있는 우리 관객들에겐 크나큰 은혜였고 말이다. 나이듦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주신 그에게 박수를... <디어 헌터> 이래로 그에겐 최적의 배역이자 최고의 연기였다고 생각되던데, 그가 멋지게 살아남아서 이런 연기를 보여준다는 자체가 넘 감격스러웠었다. 단지 연기를 잘 해서 아니라 인생의 연륜이 배여서 나온 연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인생에서 한 수 배우고자 하시는 분들이나, 감동적인 음악 선율과 함께 울려 퍼지는 품격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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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거라는 말에, 기차를 타고 와서라도 봐야 하는 영화라는 말에, 얼씨구나 시사회에 다녀왔다. 영화 보는 내내 어쩐지 영화를 보고 있는게 아니라 포로가 된 기분이 들었었는데, 왜 그런 느낌이 든 것인지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마지막 장면이 나오고 나서, 몇몇 남자분들이 박수를 치는데, " 이건 뭐? 조롱인거야? 무슨 뜻이지? " 라면서 의아해했다. 아, 내 의문은 거기서 그친게 아니다. 설마 조롱으로 박수를 쳤겠어? 분명 존경이나 잘됐다는 의미로 친 것일꺼야...라면서 과거 영화를 봤을때의 관객들의 반응들을 대비해 유추해 보기 시작했다. 아냐 아냐. 분명 조롱이 아닐꺼야. 요즘 누가 조롱의 의미로 박수를 치나? 아닐꺼야....

 

물론 조롱이 아니다. 그것보단 영화를 잘 만들었다는 점에 대한 ,그리고 이 모든 장면들을 일일히 수작업으로 7년에 걸쳐 만들었다는 점에 대한 감탄의 박수 소리였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 내가 그것마저도 긴가민가 알아차리지 못했을만치 영화 자체에 몰입을 못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내겐 그렇게 박수를 쳐댈만큼 대단한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보단 오히려 무언가 이야기를 하다 만 듯한, 그리고 익숙하지 못한 세계에 도착해 어리둥절하고 어리버리한 느낌에 어디서부터인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듯하고 있다는 떨떨함만 남아 있었다. 왠만하면 내 의견에 자신이 있는 나로써는 마지막 장면을 보곤 뜨악해 하는 나와 달리 기립 박수를 치는 다른 관객들의 반응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내가 이해 하지 못하는 영화가 있다니, 아무리 취향차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왠만하면 영화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파악을 하는데 말이다. 이번만큼은 거기에 실패했다. 그렇다보니, 내가 어리둥절한 채로 영화관을 빠져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왜 희미하게나마  포로같은 느낌이 들었는지, 그것도 완전포위된 듯한 기분 말이다, 그 느낌도 도무지 분석이 되지 않고...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서 말이다. 아마도 음향이 너무 커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내용이 너무 공격적이라서서? 그것들 모두 영화를 이해못하던 것과 같은 맥락이지 않는가 한다.내겐 너무 먼 세계 였던 셈. 미래라고는 하지만 지극히 일본스러운 화면은 나로하여금 색다르군 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을 뿐이었다. 하여간 일본풍의 전형적인 일본 애니다운 영화다. 일본표가 아니라고 우겨도 딱 일본표임이 드러나는, 일본의 유명 배우인 기무라 타쿠야, 아오이 유우, 두 분이 주연을 맡았는데, 어찌나 잘하시는지 목소리 뒤에 진짜 그들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더라. 연기를 워낙 잘 하시는 분들이라 그런지 더빙도 잘 하시는가보다. 하여간 오랜만에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영화를 만나 신기했었다. 이걸 누구에게 추천해야 할까? 대단히 멋지고 특이한 영화이긴 했지만, 보는 내내 중얼거렸지만 내 이웃들 중에서 이 영화를 좋아할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지 싶다. 아이들? 은 절대 보여주면 안 된다. 애 버린다. 대체로 성인물이다. 19세 금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야하다. 애니가 야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영화가 되겠다. 그래도 속도감은 대단했지 싶다. 하긴 레이싱 물인데, 속도감이라도 있어야지... 안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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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호빗을 영화화 한다는 말에 글쎄..과연 그게 책만큼 재밌을까? 라는게 나의 반응이었다. 충분히 상상력만으로도 재밌는 줄거리를 영화적인 시각으로 구현해 낸다는 것이 아무래도 회의스러웠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머리속에서 즐겁게 상상했던 것보다 더 재미없을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 싶었다. 상상력으로 충분히 재밌는 이야기를 실제로 눈 앞에 그려내는 것이 오히려 상상력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이번만큼은 그 우려가 전혀 기우가 아니여서, 초반 빌보 배긴스가 나오는 장면부터 왠지 거리감이 느껴졌다. 내가 상상하던 호빗과는 거리가 멀어서 말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익히 봤듯,  인간이 호빗족으로 출연했을 시, 상상력과는 차이가 있을 거라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었다. 푹신한 토끼발을 한, 통통하며 게으르고 느긋하며 귀여운 동화속에서나 튀어 나올듯한 호빗족을 그대로 재현해낼만한 인간은 없으니 말이다. 아무리 영화 CG가 발전을 했다고 해도, 인간 자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해서 어느정도는 예상을 했지만 일단 호빗으로 나오는 빌보에서부터 그다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사실이었다. 실망스런 마음을 애써 모른 척 하고 , 전개되는 이야기들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 보니, 그때부터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감독이 어떤 생각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몇 부작으로 만들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비교적 원작에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였다. 왜냐면 읽은 지 오래된 호빗의 줄거리가 영화를 보면서 서서히 생각이 났으니 말이다. 그것을 깨닫게 된 바로 그 시점에서부터 조금씩 영화에 호감이 가게 됐다. 엉터리로 만들려는게 아니라, 충실히 원작을 재현해 내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 눈에 들어왔다고나 할까.  그래서 영화가 재밌냐고? 아마도 1편만 본 분들은 지루하다고 느끼실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원작을 읽어 보시지 않는 분들에겐... 호빗족인 빌보가 어떻게 간달프에게 얽혀 모험에 나서게 됐는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던 그가 13명의 난쟁이 족 전사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우정을 쌓아가게 되는지, 그리고 반지의 제왕의 모태가 된 절대 반지를 어떻게 손에 넣게 되었는지 하는 과정들이 한없이 지루하게 전개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책을 읽어본 사람으로써, 감독의 이런 꼼꼼한 전개가 앞으로 후반부를 재밌게 끌로 나가기 위한 토대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한마디로 공들여서 책의 내용을 재현해보겠다는 감독의 의지가 느껴졌다. 절대 조급해하지 말고 지켜 보라는 의미를 담아서 말이다. 하여간 기대를 워낙 하지 않아서 그런가 기대보단 나았다는 느낌이지만, 확실히 원작보단 덜 재밌다. 최종 완성작이 나오면 아마도 이 평이 달라질지도 모르겠지만서도, 그럼에도 이런 대작을 만들겠다고, 그렇게 유명한 책을 영상화 시켜 보겠다고 나섰다는 자체가 대단하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것 같으니 말이다. 감독과 배우들의 험난할 여정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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