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교사 헨리는 과거의 상처로 인해 세상과 어느정도 거리를 둔채 이 학교 저 학교를 전전하는 기간제 임시 교사다. 새로 발령받아 가게 된 학교에서 그는 꺼리낌없는 태도로 아이들의 주목을 받지만, 그것에서 그들의 신뢰감을 얻으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엉망이 되어 버린 아이들을 바로 잡아 교육을 시킨다는건 이미 불가능이 된지 오래라는걸 잘 알기 때문이다. 참담한 현실을 부여잡고, 더이상 나빠지기를 바라지 않으면서 안간힘을 쓰는 동료 교사를 보면서 헨리는 과연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 자문하게 된다. 상처 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가르치는 아이들이건 그 누구건 간에  마음을 열 생각이 없던 그이지만 세상의 비참함은 여전히 그의 마음을 울려댄다. 견딜 수 없이 비참한 인생들에 비통함에 젖어 살던 그는 우연히 버스 안에서 늙은 남자에게 섹스를 해주는 어린 매춘부 소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가 돈도 받지 못한 채 맞고 거리에 내 팽개친 것을 본 헨리는 자신이 견지하고 있던 초연함을 벗어 던지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어른으로써, 그녀의 나이와 처지, 그리고 미래를 생각한 동정 어린 조치였지만, 받아들이는 아이는 그걸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 집보다 거리가 낫기 때문에 거리로 나서게 됐다는 에리카는 동정 말고 빵을 달라고 한다. 이에 자신의 집으로 에리카를 데리고 간 헨리는 그녀와 어설픈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거리에서 배회하지 말라고 자신의 집을 내어 준 헨리는 그녀가 자신이 학교에 간 사이에 집에서 매춘을 하자 분노한다. 그는 자신이 어렵사리 내어 준 동정심으로도 아이들이 망가져 가는 현실을 바로잡을 수 없음에 절망하고 마는데...

미국의 교육 현실이 참으로 처참하구나 라는걸 느끼게 해줬던 영화다. 이 영화속에선 영웅적으로 그려지는 교사도 아이들도 나오지 않는다. 교사가 무엇을 하건 그걸 삐딱하게 보는 아이들과 미래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이 나오고, 그런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현실에 붙들여 보려 애를 쓰는 교사들이 나올 뿐이다. 그나마 그것도 자신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각을 하는 교사들에 한해서 말이다. 제목이 <디태치먼트-초연함>인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 대부분의 교사들은 형편없는 아이들과 현실에 질려서 그저 적당히 시간을 때우고 월급을 받아갈 뿐이니 말이다. 그들에겐 아이들을 교화를 하겠다는 의지나 바꾸어 보려는 생각이 전혀 없다. 그것이 어떻게 일그러 지는지 경험을 통해 충분히 봐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현명한 것이라는걸 잘 아는 사람들조차도 하지만 현실은 너무 암담해서 결국 그들의 마음의 봉인이 해제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헨리가 마음이 약해져서 에리카를 집안으로 들이게 된 경우처럼 말이다. 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이었던 것일까? 인간으로써의 연민때문에 이런 저런 금기를 깨게 되지만, 과연 그들의 진심을 알아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것이 당사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하는 것은 굳이 영화의 결말을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 과거의 감동적인 교육 영화에서라면 , 헨리의 진심에 감화된 에리카가 개과 천선해서 자신의 나이에 어울리게 교복입고 학교에 등교하는 장면으로 끝이 났겠지만서도, 요즘의 현실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바로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이었다. 암담한 교육 현실, 그것을 부추기는 엇나가는 아이들, 그들이 왜 그렇게 자랐는지 짐작하게 하는 무식하고 무심한 부모들, 그나마 아이들을 지키고 싶은 생각에 안간힘을 쓰던 교사들마저, 점점 현실의 벽에 의지가 꺽이고 만다. 과연 요즘의 교육 현실에 대안이나 탈출구는 없는 것일까? 영혼이 사라진 교육 현장에 과연 미래는 존재하는 것일까? 그런 암담한 현실을 교사들에게 다 일임해 버리고, 밖에서 훈수만 두고 있는 우리들이야말로 정말로 몰지각하고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던 영화다. 영화는 내내 우울하고 비극적인 톤이라, 솔직히 보는 것이 그다지 편하진 않았다. 거기에 보고 나서도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 난감한 기분이었다. 이런 현실을 어디서부터 고쳐 나가야 할지 나 역시도 오리무중이긴 마찬가지니 말이다. 다만 안도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그래도 미국 아이들 처럼 막나가지는 않는다는 것. 거기에 희망을 걸어보기로 한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 하니 부디, 그들이 행복했으면 하고 나는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